얼마 전 런던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략을 담당하는 한 교수가 소개한 시대변화에 대한 정의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는 우리시대의 경영 환경은 산업화시대(Industrial Age)를 지나 정보화시대(Information Age)를 거쳐 왔고, 지금은 정보화시대마저도 막을 내리고 ‘경험의 시대(Experience Age)’를 맞이했다고 이야기했다.
‘경험의 시대(Experience Age)’
흔히 90년대 후반까지라고 이야기하는 산업화시대에는 조직의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의 자원이 원자재나 기계와 같은 물리적 자원들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 물리적 자원은 근본적으로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과 더 많은 그리고 더 열심히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조직의 경쟁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2010년까지를 이야기하는 정보화시대에는 조직의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의 자원이 지식과 정보라는 비물질적인 자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조직의 부가가치가 물질적인 자원 보다는 어떤 지식과 정보를 확보하거나 생산하느냐에달려 있다고 할 수 있었던 이 시기에는 정보의 공유와 재생산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과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화시대의 경영의 자원이 되었던 물리적 자원뿐만 아니라 정보화시대의 경영의 자원이 되었던 정보와 지식까지도 더 이상 핵심적인 경영자원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잉여 되고 있고 사실상 누구나 원하면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빠르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들 속에서는 한 조직이 보유한 정보나 지식의 유효성이 빠르게 사라지지만 동시에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보화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를 자기만의 놀라움과 새로움으로 만들어내는 경험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경험의 시대에는 사람들의 감정이 경영의 자원이 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언어적인 뉘앙스로 인해, 정보공유와 재생산을 지원하는 경영시스템과 합리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여전히 정보화시대라는 시각에 머물러 있는 데에서 비롯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경험 시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떻게 IT기술을 잘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주도성, 창조성, 열정과 같은 가장 인간적인 본연의 역량들을 조직적으로 극대화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이를 위해 조직구조의 재설계, 각종 프로세스와 시스템 재구축, IT를 비롯한 기술적인 인프라의 구축, 그리고 조직문화의 혁신 등을 해 나가야 한다. 경험의 시대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가 바로 꿈과 감정이다.
꿈이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라
경험의 시대에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조직문화 전략 첫번째는 ‘꿈이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라’다. 빤한 강사들이 떠들어대는 너무 빤한 클리셰처럼 기업이라는정황에 어울리지는 않는 지극히 추상적인 말처럼 들리기도 할 것이다.
산업화시대나 정보화시대에는 비전이니 미션이니 하는 개념들이 조직문화 혁신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작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대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비전이나 미션이라고 부르는 미래의 특정시점에 성취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멋진 목표는 그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새로운 도전과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날마다 놀라움과 새로움이 넘치는 우리 시대에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이루어 질 것이라고 기대되는 멋진 목표로서 비전이나 미션 등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이기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조직에 꿈이 더 필요하다. 비전이 그것을 제시하는 사람, 즉 리더의 몫이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을 동기부여 할 것이냐의 문제라면, 꿈은 그 꿈을 꾸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과 그 꿈을 나누고 싶은가라는 의지이다. 이것은 단순히 조직이라는 울타리 안의 구성원들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까지 확장되는 것이고 또 때로는 경쟁자까지도 포함되기도한다.
테슬라의 꿈
오래전 미국 팔로알토에서 테슬라 자동차를 시승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전기자동차또는 자율자동차 등의 개념이 그다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시기였다. 시승을 마치고 안내를 해준 판매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앞으로 테슬라가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더니, 그 판매원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우리는 함께 성장할 것이고,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사람들에게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회사의 대표도, 홍보실 직원도, 본사에 근무하는 사람도 아닌 그저 도심의 한 전시장에서일하고 있는 판매담당 여직원이 전혀 자동차를 구매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한 외국인 손님에게 아무런 의도 없이 가볍게 던진 이야기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더 좋은 차를 타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테슬라의 거창한 비전이나 미션에나와 있는 것도 아니며, 더욱이 구체적인 사업전략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테슬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가지고 있는 꿈일 것이며, 아마도 이 꿈은그 회사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이유이고 목적일 것이며, 그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열정적으로 몰입하고 헌신하기에 충분한 동기가 되고 있을 것이 라고 생각된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해에 앨런 머스크가테슬라가 보유한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권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 또한 이것과 무관한 의사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이 꿈은 일부 고객에게도 확장되어서 아직은 불편할 수밖에는 없는 자동차를 흔쾌히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구입할 수 있을만한 새로운 꿈이 되기도 했고, 몇 년 전 1,000여 명이 넘는 한국인 고객들까지도 한 번도 타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흔쾌히 예약 구매를선택하는 꿈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상 올 초에 출시되어야 했던 자동차들이 생산과정의 결함으로 무기한 늦어지고 이로 인해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구매 신청하였던 고객들이 특별한 불만 없이 기다려주고 있을 만큼의 꿈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 꿈은 테슬라의 경쟁자라고도 할 수 있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업들에게까지 전이 되고 확장되어가고 있다.
지난 몇 년 간의 경영성적을 돌아보았을 때 전통적인 경영학적 관점에서 테슬라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이 점점 더 강력하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테슬라라는 기업은 어쩌면 더 큰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비전과 꿈
비전은 미래 전략과 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구성원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꿈은 현재 이 순간의 감동과 그 감동을 통한 구성원의 성장을 이끌어낸다. 얼마 전한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인사담당임원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회사는2025년에 업계 글로벌 1위라는 멋진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개편과 조직적인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어떻게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인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조직과 구성원들의 역량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고자 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고민은 많은 조직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고민일 뿐만 아니라 인사제도적인 노력이나 조직문화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시도들로 합당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경험의 시대에 이러한 고민은 적합하지도 유효하지도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가설적인 예를 한번 들어보자, 만일 이 회사의 구성원들이 “회사에는 글로벌 1위라는 새로운 멋진 비전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실현된 다면 모두 행복할 수 있으니 최선의 노력을해 달라”는 메시지를 회사로부터 받는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먼저 자신이 탁월한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글로벌 1위를 만들기 위해 몇 년 간 힘들게 일하기보다는 이미 글로벌 1위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고려할지도 모른다. 그쪽이 자신의 경력이나 경제적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하지 않은 미래의 목표를좇기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이 역량이 부족한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은 회사에서 추진하는사업개편이나 조직변화들이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기방어의 성을 쌓기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이 현재의 일에서 적정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은충분히 잘 일하고 있고 만족하고 있는데 굳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불편함과 고통을 감수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다소 극단적인 상상과 추측이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상상이 조금이라도 현실이 되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의 실행을 위해 어떠한 조직적인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지도 못할 것이고 비전과 전략의 실행을 위한 조직과 개인의 역량은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은 회사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어떻게 구성원들을변화관리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우리 회사의 꿈을 만들어낼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이 회사의 경우, 경쟁사가 글로벌 1등인 세상이 있다면 ‘그들이 아닌 우리 회사가 글로벌 1등일 때의 세상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이 우리 회사만의 꿈을 만들어 가는 데에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볼 수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에 게는 이미 1위 기업인 경쟁사로의 이직이 아니라 자신들의 회사를 반드시 글로벌 1위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설사 그것이 불확실하고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이 순간에 최소한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해 볼만 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비전이 산의 정상에 올라야만 맛볼 수 있는 희열이라면 꿈은 산을 오르는 한걸음 한 걸음속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며, 자신이 그 산을 오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다.
다시 말해 조직의 비전이 그것이 이루어 졌을 때의 성공을 나누자는 메시지라면 조직의 꿈은 멋진 꿈을 실천해가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일 속에서즐거움을 얻는 것이며, 그 꿈을 조금씩 이루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보람을 느끼고, 멋진 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에 자신이 속해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또한 비전은 내부적으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구축해 나가거나 아니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구성원들로 교체를 통해 이루어 갈수 있다. 그러나 꿈은 그 꿈을실현해 나가기 위한 노력과 일들을 날마다 즐기고, 그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구성원들의 성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조직의 꿈도 구성원의 성장도 모두 미래의 어떤 시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함께 있는 것이다.
감정을 조직의 운영 시스템으로 만들어라
경험의 시대에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조직문화 전략 두번째는 ‘감정을 조직의 운영 시스템으로 만들어라’다. 가끔 우리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이건 그냥 일일 뿐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회사에서의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일어나고 또 모든 의사결정은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기업만큼 인간의 감정을 주축으로 하는 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날마다 회사에 나올 때 회사 안에서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을 끊임없이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모든 메커니즘과 시스템은 지극히 이성적인 것에만 맞추어져 있다.
인간의 감정은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원료이며, 인간의 감정은 꿈의 범위와 크기를 확장시키고 그것을 다시 현실처럼 느끼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감정은 조직과 조직의 꿈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동료에 대한 헌신을 할 수 있게 하는 이성과 논리를 넘어서동기와 용기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을 인간의 감정에만 의존해서 경영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우리시대에 점점 더 고도화되어가고 각종 프로세스와 시스템은 조직의 효율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하에 자칫 구성원들의 업무를 단순하고 분절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렇게 분절된 업무들은 또한 빠르게 자동화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조직은 사람이 가치를 더 할 수 있는 영역이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오류일 수 있다. 경험의 시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떻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주도성, 창조성, 헌신, 열정과 같은 가장 인간적인 본연의 역량들을 조직적으로 극대화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전체성
(Wholeness)이라는 관점에서 감정을 조직의 운영시스템으로 활용하여야한다는 뜻이다.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은 “감정은 인간이 자신의 안전과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한 생물학적, 생리학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자연의 선택을 거치면서 감정은 인류가 최대한의 적응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들 또한 배고프면 먹잇감을 구하고, 위협이 나타나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개발되고 진화되어온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빠르고 동시다발적인 변화
들 속에서 조직이 주도적 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조직적응성을 갖추기 위해서도 구성원들의 긍정적 감정을 조직운영의 근간으로 하는 경영시스템이 요구된다.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영환경, 하지만 매일 매일 놀라움과 새로움 가득한 우리시대에 기업의 기회와 경쟁력은 구성원들이 꿈을 꾸고 감정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별에 가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내는 조직문화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월간 PT 2018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