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하고 싶은 일터(GWP)의 특징과 시사점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 필요
임진우 2018-10-08 10:34:45

 

매년 포춘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일터(GWP : Great Work Place) 순위가 발표된다. 국내에서도 능률협회나 생산성본부 등 몇몇 기관에서 GWP나 고용브랜드, 혹은 최고의 고용주라는 명칭으로 유사한 순위가 발표되곤 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애사심 혹은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궁극적으로 는 생산성도 높고 높은 성과를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과거처럼 직원의 희생의 대가로만 생존하기 힘들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이러한 공감대는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지난 10여 년을 기준으로 각종 매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일하고 싶은 일터의 주된 특징을 살펴보고, 기업이 고민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해본다.
제공 | 월간 인재경영 글 |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GWP 기업의 특징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일하고 싶은 일터로 언급되는 글로벌 기업을 보면 적어도 몇 가지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구성원에 대한 존경과 신뢰(Respect & Trust)가 경영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선언적인 미사여구로 장식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기업의 철학으로, 체화된 태도와 행동으로 살아 숨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토대는 간명하다. 진정성을 갖춘 소통과 회사의 솔선수범이다.
전 세계 모든 회사가 인간 존중의 경영을 경영이념 혹은 비전 선언문에 담고 있지만 실제로 그 가치가 작동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액자 속에 걸린 문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구가 경영진과 종업원 사이에 신뢰할 수 있는 가치와 행동으로 자리 잡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훌륭한 직장(Great Workplace)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영진과 종업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기업들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가 공식, 비공식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라고 최고의 기업을 선정하는 작업을 주로 담당하는 ‘Great place to Work Institute’의 설립자 로버트 레버링(Robert Levering)은 지적한다. 이는 신뢰가 단지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에 반영되어 하나의 공유된 기업 문화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서는 구성원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일할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하고 싶은 일터로 알려진 최고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서부터 직무 스킬보다는 기본적인 태도와 행동 특질 관련된 소프트한 역량을 중시하면서, 과학적이고도 철저한 선발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부터 일하고 싶은 기업 상위권으로 선정되고 있는 Genentech社의 경우, 입사를 위해서 최소 5~6회의 방문을 통해 스무 번 이상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최고 기업들은 ‘뛰어난 팀워크(Teamwork)와 동료 간의 좋은 인간관계(Relationship)’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가족 내지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을 갖도록 종업원 (Employee)이라는 용어보다는 동료(Colleague)나 동업자(Associate), 파트너(Partner) 등으로 구성원들을 부른다. 그리고 투자회사인 Robert Baird社처럼 새로운 동료가 입사하면 꽃다발을 집으로 배달하여 환영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 회사들에서 신입 직원을 위해 버디(Buddy)나 멘토(Mentor)를 임명하여 이들의 초기 적응을 지원해 주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새로운 구성원과 만나는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예를들어, Microsoft社의 빌 게이츠가 종종 신입 직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이끌기도 했었고, Cisco社 의 존 쳄버가 신입 직원이 입사 후 수개월이 경과하면 그들을 위해 직접 ‘쳄버와의 담소’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노력들은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작은 활동에 불과하지만 구성원들이 자신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셋째, ‘평등주의적(Egalitarian)인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을 경영 시 스템에 녹여낼 수 있는 고민의 결과를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에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Starbucks社의 경우, 매장의 직원이 본사로 연락하지 않고도 수많은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등 임파워 먼트가 잘 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
Whole Foods Markets社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이 속한 조직을 이끌수 있도록 자율작업팀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이보다 좀 더 극단적인 경우는 W.L. Gore 社의 사례다. 이 회사는 수직적인 위계형 조직이 아닌, 상호연결된 거미집 형태의 격자형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직위도 없으며, 심지어 정해진 보스도 없이 팀 리더를 순환하여 담당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조직 운영 방식은 요즘 신세대들처럼 계층 이나 위계를 싫어하고,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을 원하는 성향을 반영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넷째,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삶(Work & Life Balance)을 장려’하는 특징은 공통된 요소라는 점이다. 미시간주에 위치한 회계법인인 Plante&Moran社에서는 모든 신입사원이 4주간의 연차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조직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게다가 PTA(Personal Tightrope Action)위원회를 통해 새로이 부모가 된 구성원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근무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SAS Institute社는 주당 표준 근로시간이 35시간에 불과하다. 매월 300달러의 육아비를 지원하며, 탄력근무제(Flexible Schedule)는 물론 하나의 직무를 복수의 구성원이 돌아가며 담당하는 직무공유(Job Sharing)제를 운영하기도 한다.
사실 베이비붐 세대의 관리자 입장에서는 이런 ‘일과 생활 균형 프로그램’의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특징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오히려 이들 파격적인 기업들의 수익성은 매우 높은 편이며 무엇보다 낮은 이직률로 인해 인력 대체를 위한 재고용 비용이 매우 낮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의 경우, 일반 적인 미국 기업의 수명인 20년보다 4배 이상 긴 85년의 평균 수명을 나타낸다고 한다.

 

GWP 생존 전략 구체화보다 앞서 고민할 것들
앞서 언급한 특징을 토대로 한 각종 HR 제도와 프로그램을 벤치 마킹하여 작게라도 운영하지 않는 기업이 있을까? 대부분은 유사한 제도 혹은 동일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일하고 싶은 일터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우선 일하고 싶은 일터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결여된 피상적 동경 만을 가지고 HR 전략과 모델을 세우고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모든 업종과 상황에 맞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각각의 사업 특성과 상황에 맞는 접근 방식을 더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금전적 보상, 조직 분위기, 성장 기회, 일과 생활의 균형 등 모든 영역에서 탁월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갖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최고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모든 영역에서 특별히 취약한 영역이 없으면서 일부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말은 GWP 기업으로 거듭 나고자 하는 기업은 먼저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완함과 동시에 자기만의 독특한 강점을 발굴하고 강화시키는 접근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마치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과정처럼, ‘제 눈의 안경’과 같은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면서 지혜롭다 하겠다.
이러한 고민의 근간에는 사람 우선의 가치관이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기 바란다. 구성원들이 선망하고 행복감을 느끼며 다니고 싶어하는 최고의 일터가 되기 위해서는 제도나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사람이 가장 중요 (People first)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비로소 이를 조직 운영 전반에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는 단순히 인사 부서만의 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필수적 활동의 하나이자 기업이 존재하는 가치와 철학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길 권한다.

 

 

 

<월간PT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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