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국가의 비결과 과제 이제는 우리 앞의 현실로
임진우 2018-10-08 08:46:57

 

일본의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 일명 ‘코우시엔(甲子園)’ 대회가 100회를 맞이하였다. 1915년의 첫 대회를 기준으로 하면 개회(開會) 104년째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개최 중지 (1942~45년)를 제외하면, 올해로 100번째를 맞이한 셈이다.
100(百)은 1, 10, 100의 숫자이기도 하지만, 백과(百科)사전, 백수(百 獸)의 왕, 백화만발(百花滿發) 등으로 표현하듯이 ‘모든’, ‘아주 많은’의 뜻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에서는 창업 100년, 탄생 100년, 개회 100년에 대해 기념비적 의미를 두는 것 같다.
2018년 현재, 100년 이상의 장수(長壽)기업이 3만개를 넘어섰으며, 100세 이상의 백수(百壽)인구가 7만명에 육박한다. 이는 여타 모든 국가를 다 합친 숫자와 맞먹을 정도로서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한국에는 10개도 안 되는 장수기업이지만, 일본에는 매년 1 천여 개의 장수기업이 늘고 있다. 2017년의 경우를 보면 1,760개사가 창업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제공 | 월간 인재경영 글 | 장상수 아시아대학교 도시창조학부 교수

 

장수경영과 백수인생의 패러다임 전환
기업경영의 궁극적 목적은 ‘영속적 확대성장’에 있고, 인간의 궁극적 염원은 ‘불로장생(不老長生)’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마냥 오래 살고, 오래 경영한다고 축복받을 대상은 아니다. 예컨대 고용과 인명을 중시한다는 이념만으로 식물상태의 기업과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켜 간다면, 필요한 비용은 누군가가 부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기업의 회생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고용 연장을 위한 코스트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영속적 확대성장과 불로장생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건전한 장수기업과 백수노인이라면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 투입이나 재정지출 확대를 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의 경우 장수를 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불로장생보다는 가능할 수도 있는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 비싼 수술과 약제로서 연명하는 것보다는 만병의 근원을 차단하고 발병을 억제하는 데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수명 단축과 흑자도산 증가
1980년대 중반 닛케이(日經) 비즈니스지는 ‘회사 수명은 30년’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어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90년대에 들어오면 서, 일본경제의 거품은 꺼지기 시작하였고, 한편으로는 글로벌화, 네트워크화, 융복합화 등이 급속히 진전되면서 기업들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져갔다. 그 결과, 기업수명은 일본이 약 7년, 미국이 약 5년이라는 충격적 분석결과(時價총액기준)를 내놓기도 하였다.
동경상공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에 도산한 기업은 8,405개사에 달한다. 이들 도산기업의 평균수명은 23.5년이었으며, 지난 수년간 큰 변화가 없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2.9년으로 가장 긴 편이며, 창업 30년 이상 기업이 전체 도산의 31.2%를 차지하였고, 이 또한 지난 7년 연속 30%선을 넘어서고 있다. 도산의 주요 원인으로서는 성공의 함정에 빠졌거나 글로벌화, 고객 니즈 다양화 등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새로운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한 소극적 투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도산기업 중에는 46%가 흑자를 기록하였으면서도 도산에 내몰렸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 원인으로서 경영 후계자가 없거나 일손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창업 100년 이상의 장수기업 중에서도 2017년에 도산하였거나 휴업 혹은 폐업, 해산한 건수가 461건에 달한다. 이러한 건수는 2000년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7년부터2016년 사이의 중소기업 전체의 휴·폐업 건수 추이를 보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반면, 도산 건수는 2009년을 피크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일본의 사업자수는 지난 ‘잃어버린 20년’ 동안 크게 줄어들었다. 1999년부터 2014년 사이감소한 사업자수는 대기업이 3,200명(현재 사업자 11,100명), 중기업이 5만명(동 56만 명), 소기업이 98만 명(동 325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인구 감소와 후계자 부족의 심화
향후 40년 동안 일본의 총인구는 매년 80만 명씩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고령화·저출산의 지속으로 2017년 현재, 세대(世帶)당 평균 가족수는 50년대 초에 비해 절반 이하인 2.47명으로 줄었고, 합계 특수출산율은 1.43에 그치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경영자 고령화로도 이어지는 가운데, 자녀 숫자 또한 급속히 줄어드는 까닭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후계자가 없어서 문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2017년 말 현재, 70세 이상의 경영자가 121만명이다. 2025년에는 두 배가 늘어난 245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두 명의 자식이 가업 (家業)을 승계하기보다는 더욱 폼 나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선호한다는 가치관 변화도 일조(一助)하고 있다. 돈벌이나 사회적 평가 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현실적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다.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았던 까닭은 여러 자식 중에서 유능한 자식한테 물려주거나 유능한사원을 데릴사위로 삼아 물려주는 능력주의 인사 관행이 있었고, 한편으로 가업을 이어가겠다는 일종의 장인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이 인구구조 급변으로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제국(帝國)데이터뱅크의 조사에 의하면 ‘7할 이상의 기업이 사업승계를 경영상의 문제’로인식하고 있으며, ‘67%의 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사장 연령이 70세 이상인 기업에 서도 4할 전후가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후계자 후보로는 동족(同族)이 7할, 비(非)동족이 3할의 구도다. 동족의 구성비를 보면, 자식(41%), 친족(21%), 배우자(8%)의 구성비율이나, 배우자의 비중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경영 후계자 및 현장의 일손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장수기업들 조차 어쩔 수 없이 고령의 경영자와 종업원들로 회사 수명을 늘려 가는 모양세이지만, 머지않아 이들도 체력의 한계로 은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 중소기업들부터 휴·폐업이나 도산 등으로 대거 내몰릴 것이다. 이러한 경영 후계자 부족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중소기업청은 「사업승계 5개년 계획」을 책정 (2017.7)하여 후계자 매칭 지원을 강화하고, 사업퇴출이나 사업통합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정비에 나서고 있다.

 

 

건강경영의 확산과 일하는 방식 개혁
건강경영(健康經營)이란, 종업원 건강의 유지 및 증진과 이를 통한 회사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경영수법의 하나다. 미국에서는 경영학과 심리학의 전문가로 알려진 로버트 H.로젠이 발간한 「The Healthy Company」(1992)를 기점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고, 일본에서는 2009년경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어 건강경영 우수 사례나 조사보고서, 정책제언 등이 게재되고 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2015.11)에 의하면, 응답회사의 99%가 건강경영을 실행하고 있으며, 실행 목적으로서는 업무 효율화와 노동생산성 향상(82%), 경영상 리스크 관리(74%), 종업원 만족도 향상(56%)이 상위 3위로 나타났다.
주요 시책으로는 의료보건요원 등 전문직과의 연계체제 정비 (90%), 근무시간 내 건강보건관련 교육 등 의보조합의 보건사업 협력(81%), 연수교육등을 통한 건강유지 및 증진관련 정보제공 (76%), 상담창구 충실화, 사원식당 쇄신 등 근로환경 개선(75%), 종업원 건강관련 과제의 파악 및 분석 (69%) 등의 순으로 집계되었고, 건강경영 평가지표로서는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91%), 총 근로시간 및 잔업시간(72%), 정기 건강검진의 유소견율(有所見率, 89%), 건강상태 개선비율(55%), 병가 등 취득일수(52%) 등으로 나타났다.
일본정부도 2015년부터 스트레스 체크 의무화, 건강경영 우수기업 선정 및 발표 등으로 여건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건강경영은 아베노믹스의 일환인 「일하는 방식개혁」과도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텔레워크 활성화, 워라밸(WLB) 등은 양쪽에서 모두 강조하는 시책이다. 근로자들의 건강을 증진시켜 의료보험 등의 재정건전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산 업성은 2014년부터 「건강경영 우수기업」을 선정·발표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건강경영 우량법인 인정제도」를 창설하였다. 동경상 공회의소와 함께 「건강경영 핸드북」을 발간하여 인터넷상에 공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일본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으로서는 오늘의 일본 문제가 내일의 우리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산학관(産學官) 공동의 장단기 대응책 강구가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걸림돌 제거와 경영하기 좋은 비즈니스 생태계의 정비다. 기업경영에 대해서 ‘감나라 배나라’해서는 안 된다. 한국보다 투자자본 수익률이 높은 나라가 있다면, 자본가로서는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 외국 투자가를 끌어들이고자 온갖 혜택을 부여하는 외국과 달리, 온갖 규제와 간섭을 가하면서 투자와 고용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월간PT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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