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인력계획 동향 및 특징 계획보다는 대응과 실행 필요
임진우 2018-12-03 11:28:26

 

2018년 10월 5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부문 고용동향’ 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실업률은 전월대비 0.2%가 떨어진 3.7%로 집계됐다.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다. 나아가 구인 건수 당 실업자 비율도 2018년 7월 기준으로 0.9를 기록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보다 일자리 수가 더 많게 되었다.
즉, 현재 미국 경제는 고용자가 아닌 구직자 중심으로 힘의 균형이 기울어져 있다. 자연스럽게 미국 기업 구성원은 노동시장으로 나가 새로운 직업 기회를 찾으려는 동기가 강해지고 있고, 반대로 기업은 필요한 직원이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인재 보유(Talent Retention) 이슈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제공 | 월간 인재경영 글 | 박영희 미국 SK 하이닉스 시니어 HR 디렉터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이자 작금의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실리콘밸리는 더욱 극심한 구직자 중심 노동시장으로 유명하다. 산호세 지역 신문인 <The Mercury News> 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실업률은 2.6%로 나타나 미국의 경기호황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당연히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는 직원 이직이 가장 어려운 경영 이슈 가운데 하나다.
미국 경제 뉴스 전문매체인 <Business Insider>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 년수는 우버 1.8년, 테슬라 2.1년, 페이스북 2.5년,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3.2년 등으로 ‘Job Hopping(잦은 이직)’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냈다. 결국 직원 이직은 노동시장의 과열로 이어지고, 인력 수급 어려움은 경영 환경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미국 기업 HR에서 인력계획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기업의 인력계획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살펴보고, 최근에 제안된 ‘Agile Workforce Planning(민첩한 인력계획)’의 핵심 개념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한다.

 

전통적 관점의 Workforce Planning

미국 기업에서 인력계획은 ‘Workforce Planning’으로 통칭된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적합한 기술을 지닌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때와 적합한 장소에 얻는 과정(Getting the right people, with the right skills, in the right place and at the right time)’이다. 여기서 Right People은 필요한 사람의 규모를 의미한다. 1970년도까지도 Workforce Planning은 ‘얼마나 사람이 필요한가’에 대한 예측에 초점을 두었고, 이에 ‘Manpower Planning’ 혹은 ‘Headcount Planning’이 인력 계획을 대표하는 용어였다. 과거에는 장기적 고용 문화로 인한 직무 안정성이 높았고, 조직 위계에 따른 경력 발전이 가시적이었기 때문에 다분히 산술적인 수식을 통한 필요 인원의 예측으로 인력 계획이 진행되었다.
인사 관련 전문 저널인 「People & Strategy」에 2009년 ‘Workforce Planning: Implication for Healthcare In Canada and Elsewhere’ 란 제목으로 발표된 논문에서 공동 저자인 Andrea Soberg와 Ashely Bennington 교수는 ‘Fraser Health’라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 보건 단체의 Workforce Planning 사례를 분석하였다. 인력 변동이 심한 간호사(RN: Registered Nurse)의 수요와 공급이 가져오는 차이 분석을 통하여 예측 모형을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6가지 HR지표가 사용되었다. 이들은 △퇴직(Turnover, 타사나 타 지역으로 떠나는 직원 수), △결근 (Leaves of absence, 병/출산/스트레스 등으로 일하지 못하는 시간), △퇴임(Retirement, 정년에 따른 퇴임하는 직원 수), △생산성(Productivity, 육
아시설 부재나 낮은 사기,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인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 △채용 (Recruitment, 새로운 직원을 채울 수 있는 역량과 속도), △포지션 성장(Position Growth, 사업 요구에 맞춘 새로운 업무에 따른 신규 인력 수)이다. [그림 1]은 Workforce Planning을 통해 Fraser Health에서 얼마나 간호사가 부족할 지를 예측한 결과를 보여준다. 당시 기준으로 현재 시점은 2007년이었고 250명의 간호사가 부족했었는데 앞서 소개한 6가지 HR지표가 수요 및 공급 측면에 영향을 주어서 2012년 에는 부족 인력이 665명으로 늘어나게 됨을 알 수 있다.

 

Strategic에서 Agile로
1990년대 이후 HR의 전략적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려 Workforce Planning보다는 ‘Strategic Workforce Planning(SWP)’란 용어가 더 활발하게 사용되는 추세이다. 2014년 미국 뉴욕의 HR 연구기관인 Human Capital Institute(HCI)는 ‘Successful Strategic Workforce Planning Through Collaboration’이란 설문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설문에 참가한 400명의 전문가들의 69%는 SWP를 가장 중요한 경영 활동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설문 참가자의 45%는 SWP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하여 중요성 인식과 현실 실행 간의 간격이 매우 큰 분야로 밝혀졌다.
SWP는 Workforce Planning과 어떤 차이가 있는 개념일까? HR 이론가들은 SWP는 Workforce Planning 개념이 확장되어 앞서 살펴본 네 가지 요인(Right People, Right Skills, Right Place, Right Time)에 ‘적합한 계약 형태를 가지고 적합한 비용으로(With the right contracts and at the right cost)’의 두 요인이 추가된다고 설명한다. 즉, 고용 형태의 다양성(예를 들어 Contractor, Part-Time, Consultant 등)을 반영해야 하고, 시장 가격과 보상 분석을 통해서 적합한 비용이 지출되는 인력계획이 실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SWP의 범위가 인력 개발에 대한 전략과 실행 방안을 포함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림 2]의 콘 페리 헤이 그룹(Korn Ferry Hay Group)의 SWP에 대한 관점은 이러한 입장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HR 연구자들은 SWP과 같은 미래 인력에 대해 정교한 분석을 통한 수급 예측 효과성에 대해 다분히 부정적이다. 펜실베니아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의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로, 지난 201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HR for Neophytes(초보자를 위한 HR)’이란 글을 통해 ‘Succession Planning’, ‘High-potential
programs’, ‘Workforce Planning’과 같은 HR 활동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펠리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런 활동들은 2차 세계대전이후에 발전했는데 그 당시에는 기업 인력 공백이 대부분 내부에서 채워졌고, 몇 년 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nd Ambiguity)’로 묘사 되듯이 변동, 불확실, 복잡, 모호가 극단적으로 올라가는 시대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이 수년 내로 쓸모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통제와 예측이 가능했던 변수들로 인력 수요와 공급을 예상했는데, 이런 예측 활동은 정확성이 너무 떨어지므로 카펠리 교수의 표현으로는 ‘Stale Practices(진부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VUCA 시대에 대응하기 위
해서는 ‘Workforce Agility(인력 민첩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첩성 혹은 기민성 등으로 해석되는 Agility는 조직 설계, 기업 전략, 리더십 분야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빠르게 변화하거나 적응하는 기업의 능력(The capability of a company to rapidly change or adapt in response to changes in the market, BusinessDictionary에서 인용)’으로 정의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액센추어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인 ‘HR Drives the Agile Organization’에 따르면, Agility의 핵심은 적응 (Adaptability), 속도(Speed), 그리고 실행(Execution)이다. 이를 위해 HR은 기업 전체를 ‘빠르고 날렵하게(Nimble)’ 바꾸어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HR 조직과 실행전략이 Nimble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력계획도 HR 주도 하에 전사적인 계획을 세워서 이를 밀어내기 식으로 진행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그때 그때 인력 필요를 파악해서 재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큰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계획보다는 대응과 실행을 강조하는 인력계획이 바로 ‘Agile Workforce Planning’이다. 지극히 개념적인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이를 가장 잘 실현하는 조직이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다. 젊은 조직은 현장 니즈의 빠른 파악과 실행 중심으로 Workforce Agility를 높이기 때문이다. 앞서 카펠리 교수도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CEB(최근 가트너가 인수함)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현장 관리자에게 HR 권한이 이양되었을 때 29%가 더 성공적이었다며 Agile Workforce Planning은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예측 능력과 민첩성을 동시에 올려야
지금까지 미국 기업의 인력 계획의 발전과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HR담당자는 조직 전략과 연계된 각 단계 변화 배경과 의미를 이해해야 하지만, 동시에 다분히 미국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노동시장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카펠리 교수에 따르면 지금은 미국 기업의 60% 이상의 자리가 외부에서 채워지고 있지만, 바로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그 비율이 10% 정도였다. 즉 미국 기업은 아주 짧은 시간에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극단적인 형태로 진행되었다. 나아가 최근의 미국 경기호황 국면은 노동시장을 가열시키고 ‘Job Hopper(직업을 자주 바꾸는 사람)’의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미국 기업에서는 내부 인력을 육성하는 Build 전략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고, 인력계획도 대부분 외부 인력을 수혈하는 Buy 전략 혹은 비정규직과 계약직을 활용하는 Borrow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Workforce Agility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미래 예측의 무용론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HR과 조직 운영에서 Agility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마다 발전 단계가 다르고 외부 환경이 주는 영향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기반한 예측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 HR의 중요한 역할로 인식된다.
최근에는 HR 관련 데이터, 즉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AI, 빅데이터 등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를 분석하는 다양한 툴과 방법론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인력계획의 예측력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딜로이트 컨설팅이 발표한 ‘2017Deloitte Global Human Capital Trends’의 10가지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People Analytics’라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월간PT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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