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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수꾼
안전정보 2020-06-16 08:23:28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먼저 사망자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앞으로는 이러한 후진국형 사고는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제언을 한다. 이제 방재는 정부의 정책에 편승하여 국민들이 직접 나서자.
필자가 광역자치단체에 근무할 때다. 늘어나는 인구에 의원 수를 충족시키다 보니 의원회관 건물 중축이 불가피했다. 건물 완공을 앞두고 외벽에 돌붙임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외벽이라 조기에 진화는 되었지만 크게 번질뻔한 사고였다.
화재 원인이 용접과정에서 불똥이 돌붙임 사이로 튀어 들어가 화재로 번졌다고 한다. 돌붙임과 콘크리트 벽 사이에 방한, 방언을 위한 스티로폼이 내장되었기 때문이다. 용접봉 불똥은 어디로 튀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불똥이 튀는 거리, 높이도 예측이 안 된다. 그래서 높이 2m 정도의 가림막을 설치하고 용접을 하여야 하는데 이를 지키는 건설현장이 거의 없다. 용접 불똥은 불도 붙는 줄 모르다가 일시에 확 번지기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유발한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게 문제다. 공사 중인 물류창고 화재는 대부분이 공사 시방서를 지키지 않아 발생된다고 보면 된다. 감독관이나 기능공 모두가 가림막이 작업에 방해가 되고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광교산 시루봉’을 올라갈 때다. 주말이면 집사람과 등산으로 하루를 보낸다. 등산로 입구에 ‘광교산 등산로 데크 설치공사’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훼손된 나무계단, 쉼터등을 정비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곳에 안전로프를 설치하는 공사다. 등산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안내 표지판도 새로 교체한다. 내심 ‘등산로는 자연 그대로가 좋은데’ 하면서 올라가는데 여러 곳에서 공사 중이다. 데크 설치에 필수 자재인 철재하지, 하드우드데크, 합성목재데크 등은 헬기로 공수한 것 같다. 곳곳에 나무가 베어져 널부러져 있고, 공사 자재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 데크 설치공사는 시공 과정이 단순해 보이지만 숙련을 요하는 작업이다. 특히 아연도각관의 절단, 조립 작업은 설계도에 맞춰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그것도 전동 그라인더, 용접봉으로 자르고 붙이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이다. 괜한 걱정을 하면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등산로 길목에서 연기가 보인다. 용접 작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생을 재난 안전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눈을 거스리는 건 용접봉 불똥 가림막도 없이 일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용접 작업을 당장 중지하시오.” 소리쳤다.

본인도 모르게 나온 소리다.

사전예방이 최우선이라고 얘기하니 다행히 알아듣는 듯 작업을 멈추고 잘못을 시인한다. 만에 하나라도 불똥이 튀어 산불이 난다면 잘잘못간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지 않냐고 설득을 하니 고개를 숙인다. 순간의 실수가 엄청난 화를 부른다고 강조하고 시방 지침을 즉석에서 제시했다. 지금은 작업을 중단하고 가림막을 높이 2m 이상 설치한 후 작업에 임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산행을 계속했다. 물론 내일 이 시간에 확인한다는 뒷말을 남겼다.
이천 물류창고 참사(2020. 4. 29)도 예견된 사고였다. 38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그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밀양세종병원 화재,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등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2018년 1월 26일, 47명 사망, 112명 부상) 사흘 후에 개최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을 뒷전이나 낭비로 여겼던 안전불감증, 적당주의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정부의 안전 대책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어서 정부에서는 ‘화재 안전특별 T/F’를 출범시켰다. 스티로폼, 우레탄폼이 내장된 샌드위치패널이 화재 확산의 주범이라며 시험규제 강화방안을 제안했다가 이해당사자인 관련 업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말 따로 행동 따로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 정책은 업체들의 입장과 비용을 운운해서는 안된다. 업체 편에 서서 국가행정을 이끄는 졸속 정부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걸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KBS라디오 공감 토론’에서 대형화재 참사와 관련하여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들은 적이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화재의 원인을 구조적인 대책과 설비 적인 대책에 방화구획 구멍이 뚫렸다고 하는 등 늘상 뒤북치는 말을 되풀이 한다. 듣기가 거북스러울 정도로 식상된 말로 일관한다. 그 와중에 한 패널이 비닐봉지 얘기를 했다. 이쁘게 접어서 몸에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비닐봉지를 불어서 코와 입에만 대면 골든타임 3∼4분을 버티며 비상구를 찾아 탈출한다는 얘기다. 신선한 발상이다. 실제 화재현장에서 대다수가 유독가스에 질식되어 사망한다. 비닐봉지는 비용도 싸고 구하기도 쉽고 휴대도 간편하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소지하고 다닐 수 있다. 그때부터 필자도 비닐봉지를 뒷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생활방재의 일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현장 화재사고 근절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확실하게 고친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정부는 국민 안전에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일부 악덕 건설업자들의 편에 서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베란다를 없애는 졸속행정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국민은 우리 스스로가 재난 안전을 생활화함은 물론 건설현장의 파수꾼이 되어 날림공사를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월간 안전정보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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