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에서 관찰되는 흉강 내 이상 소견의 감별 부검에서 관찰되는 흉강 내 이상 소견의 감별
축산 2016-02-09 15:28:37

강상철

수의사/수의학박사

㈜옵티팜


농장을 방문하여 부검을 진행하다 보면 소견에 대해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부검한 돼지가 어떤 병에 걸린 것인지 궁금하여 묻는 경우지만, 간혹 예전에 직접 부검을 진행했던 사례의 진단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돼지는 장기별로 질병이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동일한 진단의 질병이라 하더라도 개체 또는 질병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관찰되는 병변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부검으로 질병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부검을 통하여 질병별로 동일하거나 차이가 있는 소견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본고를 통해 농장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질병의 부검 사례에서 흉강에 나타나는 이상 소견을 살펴봄으로써 현장에서 보다 쉽고 정확하게 질병을 감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사례 #1


경상남도 소재 A농장에서는 이유 후 자돈 구간에서 지속적인 위축을 동반한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여 부검 의뢰되었다.
부검 결과, 흉강 및 복강 장기의 표면에는 유백색을 띄는 물질이 다량 부착되어 있었고, 인접한 장기는 서로 유착되어 있었다. 특히 심낭과 폐가 서로 견고하게 유착되어 흉강 절개 시 폐가 심장 전체를 덮고 있었다(그림 1).


흉강 내 섬유소성 염증 삼출물 부착


흉강에서 폐를 분리한 결과, 흉강 내에는 유백색 물질 외에 다른 액체 성분은 관찰되지 않았고, 흉벽에는 동일한 유백색 물질이 부착되어 있었다. 병리조직학적 검사를 통하여 내부장기 및 흉벽에 부착된 물질은 섬유소(fibrin) 성분으로 확인되었으며, 의뢰된 돼지는 헤모필루스 파라수이스 감염에 의한 섬유소성 다발성장막염(글래서씨병)으로 진단되었다.
글래서씨병은 위 사례와 같이 일반적으로 폐렴보다는 다양한 장기 표면의 섬유소성 염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염증에 의한 장기의 유착으로 폐의 호흡기능이 저하되고, 심장의 정상적인 순환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여 점진적인 위축 증상이 동반된다.


사례 #2


경기도 소재 B농장에서는 이유 후 구간에서 산발적으로 폐사가 발생하여 해당 원인을 규명하고자 부검 의뢰되었다.
부검을 통해 흉강을 절개하여 보니 옅은 황색을 띄는 액체가 흉강과 심낭에 다량 저류되어 있었다. 저류된 액체는 혼탁하지 않아 액체 아래의 늑골 윤곽이 관찰되기도 하였다(그림 2). 폐와 심장 표면에는 유백색의 실과 같은 섬유소성 물질이 일부 부착되어 있었으나, <사례 #1>에 비해서는 그 양이 극히 적었다.


흉강 내 황색의 맑은 액체 저류 및 폐부종


심장에 대한 병리조직학적 검사 결과, 심근세포는 부분적으로 변성되어 있었으며, 심근 사이에는 출혈이 관찰되었다. 폐에서는 폐부종 소견이 확인되었다.
심장의 특징적인 소견과 임상증상을 토대로 부검을 실시한 자돈은 비타민E/셀레늄 결핍에 의한 멀베리심장병으로 진단하였다. 폐부종 및 흉강의 액체는 심장 기능 이상에 의한 순환부전으로 혈액 내 액체성분이 외부로 흘러나와 발생한 이상 소견으로 판단하였다.


사례 #3


전라북도 소재 C농장은 가을로 접어드는 환절기를 맞아 육성돈 구간에서 폐사가 증가하여 부검 의뢰되었다.
부검 결과, 흉강 내에는 암적색의 혈액양 액체가 차 있었고 폐 표면에는 실과 같은 섬유소성 물질이 부착되어 인접 장기 표면과 유착되어 있었다(그림 3). 폐는 전반적으로 심하게 발적되어 있었고 전복측엽뿐 아니라 횡격막엽에도 매우 단단한 결절과 같은 경화소가 확인되었다.



흉강 내 혈액 저류 및 섬유소성 흉막폐렴


기관을 절개해 보니 기관 내에는 혈액이 섞인 액체가 들어있었다. 병리조직학적 검사 및 세균배양검사를 바탕으로 의뢰된 돼지는 액티노바실러스 플루로뉴모니애 1형에 의한 돼지흉막폐렴으로 진단하였다.


흉강에서 관찰되는 이상 소견의 감별


위의 사례들은 부검을 통하여 폐사의 원인이 되는 이상 소견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부검을 해 보면 종종 이러한 사례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례를 접하면서 흉강 내 변화를 보다 상세하게 살펴보고 발생 가능한 원인에 대하여 감별할 수 있다면 보다 정확한 응급조치가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위 사례는 모두 흉강 내 비정상적인 삼출물(exudate)이 저류된 사례들이다. 삼출물이란 혈관으로부터 액체, 단백질성분 또는 혈구가 빠져나온 물질을 일컫는다. 즉, 어떤 자극이나 손상에 의하여 체내 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내부 방어 반응의 결과로 삼출물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삼출물의 성상에 따라 단백질을 포함한 맑은 액체가 주로 차는 염증은 장액성 염증, 혈액 내 다량의 섬유소원이 나와 섬유소 덩어리를 형성하는 염증은 섬유소성 염증, 호중구와 같은 과립백혈구가 주로 나오는 염증은 화농성 염증, 출혈이 동반된 염증은 출혈성 염증 등으로 구분한다.
위의 사례에 적용해 보면 글래서씨병은 섬유소 성분이 주로 관찰되는 염증이므로 섬유소성 염증에 해당하고, 돼지흉막폐렴은 섬유소뿐만 아니라 출혈이 동반되므로 출혈성 및 섬유소성 염증이라 할 수 있다.
흉강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장기가 두 개나 위치하는 중요한 부위이다. 장기 중 하나는 호흡을 담당하는 폐이며, 다른 하나는 순환의 중추인 심장이다.
흉강은 생리적으로 외부에 비해 음압 상태로 외부의 공기가 폐로 잘 유입되도록 하며, 내강은 폐가 팽창할 수 있도록 비어 있다(그림 4). 따라서 흉강을 열었을 때 비정상적인 삼출물이 관찰된다면 다양한 원인의 염증성 변화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관찰된 흉강 내 삼출물은 폐 또는 심장의 소견과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정상 돼지의 흉강 및 폐


<표 1>을 통해 흉강 내 삼출물에 따라 관련된 대표적인 질병 예를 구분해 보았다. 흉강 내 맑은 물과 같은 장액성 삼출물은 감염보다는 순환장애에 의한 발생가능성이 높으며, 감염성 질병 중에서는 PRRS나 PCV2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의 감염 정도에 따라 동반될 수 있다.
반면 세균 감염에 의한 삼출물은 대개 섬유소성 또는 화농성 삼출물이 특징적으로 관찰되며, 섬유소성 삼출물이 대표적인 질병으로 자돈의 글래서씨병과 연쇄상구균감염증이 있다. 흉강에 혈액이 저류된 경우는 일반적으로 급사와 관련이 있고 돼지흉막폐렴과 액티노바실러스 수이스 감염증 등에서 종종 나타난다.



이처럼 부검에서 관찰된 이상 소견에 대하여 범주를 정하고 소견과 관련된 질병들을 상기하면서 부검을 수행한다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질병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 피그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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