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원하는 한돈 소비자가 원하는 한돈
축산 2016-05-17 13:06:56

최병식 팀장
CJ제일제당 축육사업팀


1. 들어가며


올해는 연초부터 구제역으로 한돈산업 자체에 많은 이슈를 가지고 한 해를 시작했다. 어느새 만성이 된 구제역 이슈는 돼지를 사육하는 사양가나 관련산업 종사자, 소비자까지 무뎌지게 만들어, 매년 한 번씩 거치는 연례행사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돈산업에 있어 양돈질병은 그렇게 간단한 이슈만은 아니다. 품질 좋은 한돈 생산에 노력하고 있는 사양가나 깨끗하고 안전한 도축/가공으로 소비자의 식탁을 책임지는 육가공업체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가 된다.
또한, 질병이 지나가고 난 후의 한돈산업은 2, 3년 후퇴하기도 한다. 특히 한돈의 품질 측면에서는 한동안의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질병이 한돈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과연 소비자는 어떠한 한돈을 원하는지 말해보려 한다.


2. 양돈질병이 한돈산업에 미치는 요인
 
2010년 발생한 구제역의 영향으로 국내 양돈 사육의 30%가 무너졌다. 발생 후 수급불균형으로 인하여 국내 돈육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단기간의 돈가 폭등이 대체재인 수입산 우육의 소비 증가를 가져왔으며, 햄·소시지 원료육의 부족으로 국내산 뒷다리의 대체재인 미산 목전지의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 또한, 돈가스의 원료로 사용하는 등심 가격의 폭등으로 수입산 등심의 양이 증가했으며, 부산물의 부족으로 서민 음식인 순댓국이 10,000원에 가까운 가격을 형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바꾸어 놓기 충분한 변화였다. 먼저 2차 육가공(햄·소시지)산업의 원료로 단순히 가격적 메리트로 국내산 뒷다리의 대체제로 사용했던 미산 목전지가 향후 발생할 질병 이슈에 대응하는 Hedge용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며, 호주산 우육이 주류를 이루었던 시장에 미산 우육이 안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돈가스는 국내산 등심을 사용해야 품질이 좋다는 업계의 관행도 일부 깨졌다. 그리고 순댓국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었다.
그 결과 <표 1>에서와 같이 12년 말부터 14년 상반기까지 돈가 폭락이 이어졌다. 부위별 가격 폭락과 부산물 가격 폭락으로 많은 육가공업체들이 고생을 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후보돈 부족으로 F2에서 선발한 후보돈을 입식 사육하여 한돈 품질의 기본 척도인 등급 출현율 저하를 가져왔다(그림 1 참조). 그리고 한동안의 고돈가가 사양가의 품질 인식저하를 야기시켰다.
2010년 구제역은 우리 한돈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산업의 붕괴로 암울했으며 재건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상당히 팽배했었다. 다행히 많은 노력으로 구제역 이전의 두수와 자급률은 회복되었지만, 2~3년간의 파고는 많은 교훈을 안겨주었다. 금년 발생한 구제역은 6년 전과는 다르지만 지역 간 이동제한 등의 이슈로 돈육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양돈질병은 단순히 생산측면의 물량저하 및 사양가 손실로 이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종돈에서부터 소비자 식탁까지 전 산업의 요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표 1> 양돈시세(박피 기준)




<그림 1> 2011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등급 출현율


2.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고기
 
양돈질병은 한돈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 소비자는 어느새 양돈질병으로 인한 한돈산업의 변화를 벼농사의 풍작, 흉작 수준의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 이유는 90년대는 생소했던 축산 질병의 출현(AI와 돈콜레라)으로 축산물 소비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으나, 인수 공통 전염병이 아닌 점과 소비자의 학습효과로 현재에는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비자는 어떠한 돼지고기를 원하는가? 단순히 좋은 고기, 나쁜 고기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좋은 돼지고기를 원한다.


1) 좋은 돼지고기


좋은 고기는 맛있는 고기를 말한다. 소비자들이 수입산보다 한돈을 선호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자란 것이니 맛있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돼지고기가 맛이 있으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것들의 준수가 맛있는 고기를 만들 수 있다. 참고로 대내외 교육이나 세미나 시에 자주 쓰는 내용을 기술한다.


* 좋은 돼지는
- 부모가 좋아야 하고(종돈통일)
- 좋은 사료를 먹어야 하며(사료통일)
-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사양관리).
여기까지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3통이다. 3통은 좋은 돼지고기의 기본이다.


- 그래야 질병이 없고(항생제 사용, 주사치료)
- 출하할 때까지 건강하게 자란다(사육환경).
- 건강하게 자란 돼지는 떡지방도 없고(보상성장)
- 투쟁도 덜하며, 행복하게 자란다(물퇘지 발생).
좋은 종돈, 좋은 사료의 기반으로 좋은 사양관리가 따르면 질병 발생이 적다. 열악한 환경은 잦은 질병을 유발하며 주사치료 등으로 인한 목심 농 발생 증가, 보상성장으로 인한 과지방 형성 등으로 이어진다.
 
- 좋은 곳에서 죽으며(도축시설)
- 좋은 관리와 제품 생산으로(가공)
- 우리 식탁까지 오른다.
좋은 도축시설과 가공시설은 잘 키운 돼지를 좋은 돼지고기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열악한 도축환경은 정상적인 돼지를 물퇘지로 만들기도 하며, 암퇘지를 웅취가 나는 나쁜 돼지로도 만든다.
그리고 가공 과정의 오염은 우리 식탁에 오를 때 다시는 먹기 싫은 돼지고기로 만들기도 한다(온도에 의한 변이).


이러한 아홉 가지가 맛있는 돼지고기를 만드는 주요 요소이며, 소비자는 이렇게 생산한 돼지고기를 먹으며 맛있다고 한다.


2) 나쁜 돼지고기
 
그러면 나쁜 돼지고기는 무엇일까? 나쁜 돼지고기는 단순히 맛없는 돼지고기를 말하지 않는다. 나쁜 돼지고기란 맛도 없을 뿐만 아니라 냄새도 나고, 지방도 많고, 질기고 퍽퍽하고, 화농도 발생하고, 고기 색깔도 이상한 그런 고기를 나쁜 돼지고기라고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나쁜 고기를 접하게 되면 한동안은 그 제품을 구매한 정육점이나 마트에서는 구입하지 않게 된다. 나쁜 돼지고기를 줄이는 것이 한돈을 좋은 돼지고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림 2> CJ한돈 클레임 현황


4. 우리가 해야 할 일
 
사양가로서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한돈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앞에서 기술한 것과 같이 기본을 지켜 사육하는 것이 소비자가 원하는 한돈을 만드는 길이다.
다시 언급하면 종돈, 사료는 좋은 돼지고기를 만드는 아주 근본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부분이다. 
앞에서 질병이 미치는 요인을 서술한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본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특정 농장의 불균일한 등지방 이슈는 10개 농가 중 9개는 종돈의 이슈로 발생한다.
좋은 사료는 단순히 고가·고효율 사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농장 사육환경에 맞는 사료선택과 적절한 사양관리가 중요하다.
사양가나 사료컨설팅을 하는 분들이 하는 실수 중 대부분이 단순히 돼지가 크는 것(출하일령 단축)에 초점을 두고 사양관리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으나, 출하일령 단축은 등지방 과다 등의 돼지고기 품질이슈로 이어져 다시 사양가의 수익(판매시 매입처의 페널티, 지급률 저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종돈·사료·사양관리를 고민할 때, 한 번쯤은 좋은 돼지고기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5. 맺으며
 
본고를 집필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어떤 글이 좋은 정보로 전달되어 한돈산업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고민 끝에 질병이 미치는 요인을 과거의 이야기로 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한돈을 미래의 이야기로 풀었다.
‘잘 먹고 잘 자란 돼지가 좋은 돼지다.’ 항상 글을 맺을 때, 쓰는 말이고 꼭 필요한 말이다. 돼지가 잘 먹고 잘 자라게 하는 노력이 질병을 막고 좋은 돼지고기를 만드는 기준이다.
많은 사양가나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좋은 돼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런 노력들이 모일 때 한돈은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식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월간 피그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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