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경매시장은 반드시 필요합니까?”라고 시장 참여자에게 물어보았다 <Part 1/2>
한은혜 2017-02-09 13: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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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경매시장은 1960년대 밀도살을 방지하여 질이 좋지 못한 육류의 유통을 막고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의도에 의해 개설되었다. 축산물 경매시장의 태동은 1969년 2월 마장동에 ‘서울특별시 중앙도매시장 조수육부’가 설치되면서 마장동 우시장이 가축 도매시장, 즉 경매장으로 개편되면서 시작되었다. 마장동, 서울역사박물관, 2013.


 이후, 밀도살 문제는 1989년 도체등급제 시행에 따라 사라지게 되었으며, “강제로 물먹인 소라든지 밀도살이나 무자료 거래 등 등급제도 시행이전까지 성행했던 악습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장관축사 중에서, 축산물 등급판정 20년사, 축산물품질평가원, 2009.


 등급제 시행이후 경매시장은 전국에 산재해 있어 정보의 수집 및 교류가 부족한 축산농가들에게 출하처를 마련해주고, 다년간 사육한 가축이 적정 가격으로 평가를 받아 농가경영이 안정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발전하였다.


당시에는 축산물 거래 질서가 혼탁해 농가가 축산물을 팔아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에 축산물 경매시장은 (1)양축가(또는 유통업체)가 원할 때 출하(거래)할 수 있는 공간(기회)을 제공하고, (2)공정하고 투명한 경매과정(중도매인)을 통한 가격 형성에 이바지하였으며, (3)경매가격은 양축가와 유통업체 간 일상적 거래 시 기준가격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축산물시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최승철·조재성, 2015).


그러나 현재 축산물 시장상황이 경매시장이 시작된 1969년 이후 크게 변하였다. 따라서 경매시장 상황도 태동당시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경매시장은 돼지의 출하율이 2000년 27.3%에서 계속 감소하여 2015년 9.6%로 줄어들면서 ‘냉각’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쇠고기 경매시장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한우의 출하율이 2000년 18.5%에서 계속 증가하여 2015년 53.3%에 육박하면서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매시장 출하물량 양적 변화는 축산농가의 출하행태 변화, 규모화에 따른 장기계약거래의 증가, 품질이 정해진 지육 상태에서 거래코자 하는 유통업체 수요의 증가 등 시장의 변화로 나타난 현상으로 파악된다. 한우 경매시장에서 출하물량의 과잉은 쇠고기가 경매시장을 거쳐 유통됨에 따른 물류비 및 수수료 등으로 인하여 한우 쇠고기의 최종 소비자 지불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반면 돼지 경매시장에서는 위축돈, 모돈 등 계약거래를 이루지 못한 돼지의 출하가 경매시장으로 몰리면서 품질이 낮은 돼지로 축산농가와 유통업체 간 거래의 기준가격이 결정되어 돼지 가격결정 기능의 약화를 가져왔다는 평이 시장 내에서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돼지 유통시장은 이미 대부분의 거래가 축산농가와 유통업체 간 고정적인 계약거래형태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하율이 9.6% 수준에 불과한 경매가격에 준하여 나머지 90.4%가 거래하고 있음이 과연 합리적인지, 이러한 경매가격이 기준가격으로서 적절한 가격인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축산물 경매시장의 출하 과열 및 과소 상태가 지속되면서 축산물 경매시장 기능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축산업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축산물 경매시장은 축산물을 경매시장으로 출하하게 되면 직거래하는 것보다 운송 거리나 시간이 길어져 운송비와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육량 및 품질이 저하될 수 있고, 가축질병 전파의 잠재적인 원인이 될 수 있어 출하이동 제한 가축질병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출하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축산물 경매시장의 출하를 광역 내로 한정 짓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의 축산물 유통’ 152p, 축산물품질평가원, 2014.12월과 같은 대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축산물 경매시장은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만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하게 경매시장을 운영하는 일본 도매시장은 경매를 줄이고 유통단계를 줄인 ‘수의거래’로 가격을 결정짓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생존 위해 스스로 경매 줄인 일본 도매시장’, 매일경제뉴스, 2016.5.11.일자

우리나라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협동조합형 패커를 육성 중에 있으며 2018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돈조합 패커화 탄력받나’, 축산신문, 2015.12.9일자


 향후 패커체제의 환경에서 축산농가는 계약출하를 증대시킴으로써 소와 돼지의 경매출하량은 감소할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축산물 경매시장의 필요성이나 가격형성 기능에 대한 의구심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축산업의 변화 속에서 종사자들이 축산물 경매시장 및 그 기능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저자들이 아는 한 전무하다. 종사자들의 경매시장에 대한 인식조사는 축산물 경매시장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개선방향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 초석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경매시장의 개선방안 초기단계 연구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경매시장을 바라보는 축산업 참여자들, 즉 경매시장을 형성하는 직접관계자인 농가, 중도매인, 유통업체의 인식 및 그 인식에 영향을 주는 인구·사회관련 및 산업관련 요인들에 대해 조사하여 경매시장이 시장 참여자들 인식 속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축산업 참여자들(농가, 중도매인, 유통업체)의 경매시장에 대한 필요성과 경매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준가격으로 사용되는 경매가격의 형성 기능에 대한 인식과 이들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사하여 경매시장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기초자료로 본고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 질문1: 경매시장 필요성과 가격형성 기능에 대한 참여자들의 인식은 어떠한가?
- 질문2: 참여자들의 기본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사회 및 산업 특성적(축산관련) 요인은 무엇인가?
- 질문3: 인식에 미치는 주요 요인들의 한계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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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 필요성

 

먼저 <표 1>은 축산업 종사자들의 경매시장 필요성에 대한 결과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두 시장 모두 ‘필요’하다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경매시장은 돼지고기 시장과 달리 ‘필요’와 ‘매우 필요’에 몰려 있어 현재 쇠고기 경매시장으로의 출하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 경매시장의 필요성은 3.82로 쇠고기 경매시장 필요성 4.0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시장의 경우 중도매인이 예상대로 경매시장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으며, 유통업체가 가장 필요성이 덜 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쇠고기 시장의 경우 농가가 경매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한돈산업 참여자의 경우 경매시장의 필요한 주된 이유가 거래처의 다양성인 반면, 한우의 경우 결정된 가격(경매가격)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경매시장 필요 이유에 대한 조사 결과 한돈산업 참여자는 거래처의 다양성 확보였으며, 한우산업 참여자는 경매가격이 주된 이유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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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된 순서형 로짓모형을 이용하여 경매시장의 필요성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결과를 <표 2>에 정리하였다. 종속변수는 경매시장 필요성 체감정도인 ‘매우 불필요’, ‘불필요’, ‘보통’, ‘필요’, ‘매우 필요’로 필요성에 대한 순서형 변수이기 때문에 먼저 순서형 로짓모형(Ordered Logit)을 적용하였다.


축산물 경매시장의 필요성에 대한 참여자별 인식의 차이는 한돈산업과 한우산업 참여자 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돈시장의 경우 모든 누적 로짓모형에서 참여형태 계수는 모두 양(+)의 값을 가지지만, 통계적 유의성이 없어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인 유통업체에 비해 중도매인과 농가는 경매시장의 필요성에서 크게 다르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한우시장의 경우 시장 참여자 계수가 양(+)의 부호를 가지고 있어 경매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누적 로짓모형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고 있어, 준거집단인 유통업체에 비해 중도매인과 농가는 강하게 경매시장의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된다. 돼지고기 경매시장은 쇠고기 시장에 비해 이용 빈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 간의 경매시장 필요성 인식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한돈산업 참여자들이 인식하는 경매시장의 필요성은 참여자들의 형태(유통업체, 중도매인, 농가)보다는 경매시장의 이용빈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의 값을 가졌을 뿐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하여 경매시장 이용빈도가 많을수록 돼지고기 경매시장의 필요성을 더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된다.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매시장의 돼지 출하율이 10% 미만으로 경매시장 이용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참여자의 형태보다는 경매시장을 자주 이용하는 참여자가 경매시장의 필요성을 더 인식한 것으로 설명된다.


돼지고기 경매시장에서 지역변수 또한 누적 로짓모형 간에 비대칭적 효과(asymmetric effects)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음성지역을 중심으로 멀어질수록 음성지역의 주도적인 가격형성 의존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비상장 활동이 강해짐에 따라 경매시장이 불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된다.


쇠고기 경매시장은 시장참여자 형태도 중요하지만 종사기간과 시장 참여자들의 교육정도가 경매시장의 필요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 종사기간이 길수록 경매 필요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 참여자에 비해 대학 이상의 학력 소유자가 경매시장의 필요성을 보다 더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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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 필요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의 한계효과를 <표 3>에 정리하였다. 한계효과는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독립변수의 단위 변화에 따른 각 경매시장 필요성 인식이 나타날 확률의 변화를 의미한다.


돼지고기 경매시장의 이용빈도는 참여자들이 경매시장이 ‘필요하다’와 ‘매우 필요하다’고 인식할 확률을 각각 0.0005와 0.0011씩 증가시킨다. 또한 지역변수의 한계효과를 보면 경매시장이 ‘매우 필요하다’라고 응답할 확률을 0.0302 감소시켜, 음성지역에서 멀수록 경매시장이 ‘매우 필요하다’라고는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시장에서 참여자 형태의 한계효과는 준거집단인 유통업체에 비해 중도매인은 ‘필요’와 ‘매우 필요’의 확률을 각각 0.1871과 0.0836씩 증가시키고 있으며, 유통업체에 비해 농가는 ‘필요’와 ‘매우 필요’의 확률을 각각 0.2132와 0.3215 증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농가의 경매시장 필요성 인식은 다른 참여자들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산업의 종사기간은 ‘필요’와 ‘매우 필요’라고 인식할 확률을 각각 0.0068과 0.0083 증가시켰으며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에 비해 대학교 이상 학력자가 쇠고기 경매시장 ‘필요’와 ‘매우 필요’라고 인식할 확률은 각각 0.1400과 0.1417 증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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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호에 계속>

 

<월간 피그 2017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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