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피 돼지의 몰락 이후
한은혜 2017-11-02 18:51:42

 

“돼지 박피 도축 연내 중단”과 그로 인한 변화상

 

돼지 도축이 시작된 이래 박피 돼지는 계속 줄어들어 2017년 현재 1%대를 나타내고 있다.


☞ ‘박피 돼지의 몰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월간피그 2016년 8월호를 참고바람


2017년 9월 15일 축산뉴스에 따르면 도축업계는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및 절식 유도 등을 위해 돼지 박피 도축을 연내 중단키로 축산물처리협회 이사회서 의결했고, 농협중앙회 소속 부천축산물공판장과 음성축산물공판장, 고령축산물공판장에 설치된 박피 도축라인의 연내 철거를 추진키로 했다.


범 양돈업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돼지가격 정산방식의 개선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축산물처리협회는 돼지가격의 정산기준이 되고 있는 박피 작업량이 너무 적다 보니 가격 변동폭이 큰 현실을 이번 방침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단다. 여기에 자연적인 농가 절식 등을 유도, 도축장 처리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박피 도축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축산물처리협회는 이를 통해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과 계류장 악취 저감 등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 박피를 대체할 수 있는 모돈 탕박시설 지원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관계자는 “돼지가격 정산이 전체 거래 도축물량의 1~1.5% 불과한 박피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가격의 대표성을 잃은 데다 수요도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박피 작업 중단을 위한 도축업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축산물처리협회장은 “일본 수출을 추진했던 과거 유통관행 속에서 수율을 감안해 박피로 정산 기준가격을 정해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박피도축에 따른 위생안전상의 문제를 개선하고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협회 회원사의 박피 도축 중단을 독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① 우선 사회적 기준(법령)을 바로 세워야 한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1. 가축의 도살·처리 및 집유의 기준(제2조 관련)에 따르면 돼지 도살방법 및 처리방법의 기본원칙은 박피를 말한다. “가축의 껍질과 털은 해당 가축의 특성에 맞게 벗기거나 뽑는 등 위생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라는 처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탕박(뜨거운 물에 담근 후 털을 뽑는 방식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하는 돼지의 경우에는 앞발목뼈와 앞발허리뼈 사이를 절단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현 유통시장 환경에서 볼 때 주객이 전도된 결과로 비춰지기 때문에 ‘탕박’ 기준의 도축방식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② 박피 돼지와의 연결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박피로 도축된 돼지는 축산업계 사람들 모두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2016년 기준 총 도축두수 16,524천두의 2.1%에 불과하다. 비록 총량과 대비했을 때는 무척 적어 보이는 양이지만 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어찌 단순할까?

 

박피와 탕박의 가장 큰 차이는 돈피, 그리고 앞다리와 뒷다리의 탈부착 여부다. 약 9kg 차이가 나며, 지육률에서도 박피 69%와 탕박 77%로 차이를 보이게 된다. 박피의 가장 큰 가치는 불에 익히지 않은 돈피에 있다.


한 해 생산되는 돈피의 양을 단순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6,524천두 × 2.1% = 354천장(피혁공장의 원재료)
354천두 × 5kg(1두당 평균박피무게) = 1,770천톤

돼지를 박피 방식으로 도축하면 돈피가 생산된다. ‘육류 부산물 유통 실태 및 위생 안전성 제고(2007.5, 농협중앙회·양돈수급안정위원회)’에 의하면, 돈피를 주원료로 하는 국내 피혁산업은 환경오염과 노동 집약적인 구조로 인해 기피되고, 한편으로 가공이 가능한 피혁업체의 경우에는 국내산 원자재를 조달하지 못해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라고 하였다. 국내 도축장 및 육가공업체에서는 판매처를 찾지 못하고 폐기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박피의 경우 생산되는 원피는 가죽 원단으로 가공되어 의류, 핸드백, 신발 등의 제조에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 부산물 상인들에게 유통되지 않고 원피 가공업체에게 판매된다. 원피(돼지는 박피할 경우 생산)는 피혁가공업체, 유지가공업체와 같은 전문 가공공장을 가진 가공업체가 구매하여 이용하기 때문에 소매단계까지 유통되지 않는다.


즉, 산업의 이용처가 다르다는 말이다. 돈피를 직접 소비하기보다는 가공하는 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박피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돈피의 자원화 방향에서 박피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같은 문헌에 의하면, “국내에서 도축되는 돼지의 가죽을 기존 탕박에서 박피로 전환할 경우, 도축장 및 사육농가에 이윤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도축과정에서 박피의 의무화를 실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현재 일부 업체의 경우 박피 시에 이 물질로 인해 위생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도축장 및 운송과정상 HACCP 기준에 의해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더 청결할 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문제 발생도 적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피로 생산된 돈피가 운송 시 부패되어 자원으로써 가치를 손상하지 않도록 지역별로 염색공장과 연결하여 체계적인 생산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즉, 돈피의 자원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각 지역별 돈피 생산도축장을 염색공장과 연계하여 통계정보의 공유화는 물론 운송거리를 최소화하여 상품가치를 높이고, 경제적인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정부 및 관련업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돈피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존 탕박 형태에서 박피 형태로 전환될 경우 국내 양돈산업은 물론 돈피산업이 발전함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되어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더불어 운송산업이 활성화되고 지자체의 노동시장 실업률 해소에 효과를 가져오며, 지역경제 역시 발전의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박피는 시장에서 이미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돈피와 연결된 피혁가공공장 등 산업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피혁의 재료가 되는 돈피의 제로 생산과 일부 생산의 차이는 극명하다. 그래서 검토가 필요하다.

 

③ 변화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확실히 챙기자

 

시장가격의 대표성을 잃은 데다 수요도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박피 도축 및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면 그로 인해 예상되는 변화요소는 확실히 챙겨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연내 공판장의 박피도축 중단 시 가격결정구조에는 문제가 없는지
나. 더불어 공판장 박피 기준의 정산을 하고 있는 농가와 유통업체의 피해는 없는지
다. 변화된 시장에서의 가격결정체계는 얼마나 유용할 것이며 시장이 얼마만큼 확장 또는 퇴보될지
라. 연결된 산업(특히, 피혁가공공장)과의 절교에 따른 반사이익 주체와 피해대상자는 누구일지 또는 그 규모

 

기고를 하는 현재, 아직은 이와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직접 관계자에게는 공지하고 알렸을 테지만 간접적으로 농가 및 유통업체는 잘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관련협회는 돼지 박피 도축의 연내 중단에 따라 무엇을 잃을 것이며, 무엇을 확실히 얻을(챙길)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월간 피그 2017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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