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 적정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임진우 2018-10-22 15:42:09

강화순 대표
사조동아원 생물자원사업부문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유지는 매우 중요하고 힘든 일이다.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 친구, 상하 관계 등 인간관계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지혜 중의 하나가 적정한 거리유지이다.
간격이 소통이고 생명으로, 욕심과 집착, 시기와 질투, 미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의 소유물이 되면 더 집착하고 간섭하게 되어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치유될 수 없는 가슴의 상처를 남긴다.
가장 가까운 배우자나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는 더하다. 그래서 좋은 배우자와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는 일로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인간관계의 적정거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1. 인간관계의 거리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사이가 좋다’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관계가 좋다’는 것을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 ‘사이가 좋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이’라는 것은 한자로는 간(間)이다. 그러니까 ‘사이가 좋다’는 것은, 서로가 빈틈없이 딱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 적절한 거리를 유
지하고 있다는 그런 의미다.

 

<관계의 적정 거리>
간격은 통로다
둘 사이 간격이 있다고 서운하게 생각지 말라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나무를 자라게 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다

간격은 무엇이든 흐르게 하는 통로다 바람이 흐르고, 햇살이 흐르고, 물이 흐르고, 정이 흐르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둘 사이 흐르는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기대지 못해 쓰러진다
- 방우달의《풍선 플러스》중에서 -
아무리 치밀한 물질의 분자구조라 하더라도 반드시 틈새는 있다. 딱 붙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주의 별들도 그렇다. 붙어 있는 별이란 것은 없다. 태양계의 경우, 태양과 달과 지구가 각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태양계가 성립된다. 만약 서로가 적절한거리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지구와 달은 태양에 잡아 먹히거나 아니면 우주 허공으로 각기 사라져 버릴 것이다.

 

 

2. 좋은 인간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 간에 적절한 거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사회학자 에드워드 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따라 인간관계를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45㎝ 이내의 아주 가까운 ‘밀접 거리'이다.
부모와 자식 간이나 연인 사이처럼 서로 사랑하고 밀착된, 그런 마음의 거리를 말한다.
두 번째는 ‘개인 거리'이다. 45㎝-120㎝ 정도의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이다. 소위 말하는 ‘사적인 공간’의 범주이다. 이는 친구나 가깝게 아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유지하는 거리이다.
세 번째는 120-360㎝ 정도의 ‘사교 거리'이다. 사회적인 영역이다. 인터뷰 등 공식적인 상호작용을 할 때 필요한 간격이다.
네 번째는 360㎝를 넘어서는 ‘공중(公衆) 거리'이다.
무대 위의 공연자와 관객처럼 떨어져 앉아 있는, 그래서 서로 알지 못하는 거리이다.
‘사이(거리)’는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이’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산다. 적절한 ‘사이’를 유지한다는 것을, 두사람 사이에 묶여있는 고무줄에 비유할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고무줄은 어느 정도 팽팽함을 유지하고 있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최적의 상태가 된다.
만약 어느 한 쪽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게 되면, 고무줄은 느슨해지고 관계에 빨간 불이 켜진다. 그때는 다른 쪽이 약간 더 멀어지면서 팽팽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한쪽이 너무 멀리 떨어져 간다면, 고무줄은 끊어질 정도로 팽팽해진다. 이 또한 관계의 적신호가 들어오게 되고, 다른 쪽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관계를 정상으로 만들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관계는 깨지고 서로 무관한 사람이 된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는 적절한 ‘사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서로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 진정한 기쁨과 사랑은 바로 인간관계의 적절한 ‘사이’에서 피어난다.
좋은 인간관계는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 不可遠)’ 즉 ‘너무 가까이도 하지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마라’는 말을 철칙으로 삼을 때, 비로소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풍경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도 그렇고,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볼 때 아름다웠던 것이, 너무 가까이 가서 볼 때 실망을 주거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던가?
‘안전거리’를 유지하자. ‘산(山)의 위대함은 거리를 두고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법이다’

 

3. 인간관계의 황금률
어떤 사람들은 인간 관계를 피상적인 인간관계, 지식과 사실들을 나누는 인간관계, 의견과 생각을 나누는 인간관계, 감정을 나누는 인간관계로 분류하기도 한다.

‘피상적인 인간 관계’는 날씨, 스포츠, 일반적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의 인간관계를 말하고 ‘지식과 사실들을 나누는 인간 관계’는 어느 모임에서 그저 알고 있는 사실이나 지식 정도를 나누는 인간관계를 말한다. ‘의견과 생각을 나누는 인간 관계’는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견들을 보다 더 기꺼이 이야기하여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이 드러날 정도의 인간관계이고 ‘감정을 나누는 인간 관계’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좀더 가까워진 인간 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분류가 모든 인간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관계의 종류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밀접한 영역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관용적이다. 무조건 적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늘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대하기를 원한다. 자기 자식에 대하여 가지는 부모의 마음은 그것을 곧 증명해 준다. 남이 볼 때는 어디 한구석 예쁜 곳이 없다 할지라도 부모는 그 자식이 밉게 보이지 않는다. 거리가 멀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상업적 인간관계로 점점 변해간다. 그 관계를 통하여 이해타산을 따지게 된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속셈은 늘 하고 있다. 그것이 먼 거리의 피상적인 인간 관계일 때는 서로에게 별 상처를 주지 않는다. 손해를 보고 기분은 나쁘지만 그것으로 인간관계는 끝이 나고 만다. 그러나 감정을 나눌 정도로 밀접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상업적으로 인간을 대하게 되면 그것으로 서로 상처를 받게 되고 나중에는 원수가 된다.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감정을 나눌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상업적 거래보다는 희생적 헌신 즉 "어떻게 도와 줄까"라는 마음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말이 인간관계의 황금률이다.

 

4. 적정거리 유지에 대한 디오게네스(Diogenes)의 명언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고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미움 받는 게 그만큼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싫은 사람과 굳이 친해지려고 하거나 그를 좋아하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마음에도 없는 노력은 관계를 더욱 어긋나게 만들 뿐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에 대한 신경을 꺼 버려라.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말했다.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는 얼지 않을 만큼만.”
인간은 너무 가까이 다가가도 상처나 실망을 안겨주게 되고 너무 멀리 떨어져도 단절감을 느낀다.
적당한 거리 조절은 아름다운 관계의 비결이다.

 

5. <고슴도치 사랑>에서 배우는 인간관계
고슴도치 한 마리에 보통 5천 개의 가시가 있다고 한다.
이 많은 가시를 가지고도 고슴도치는 서로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고 어울린다고 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조심조심 바늘과 바늘 사이, 가시와 가시 사이를 잘 연결해서 서로 찔리지 않게 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많은 가시가 있다.그리고 그 가시로 서로를 찌르고 상처를 준다.
우리는 가까이 갈수록 더 많은 아픔과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살아간다.
어떻게 하면 가시가 있더라도 서로 사랑하며 안아 줄 수 있을까?
조심조심 서로를 살피고 아끼고 이해하며, 아프지 않게 말하고 양보하면 된다.
이러한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시인 이정하의 <고슴도치 사랑>이란 시가 있다.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 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도 않을/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었어도/그들은 서로 행복 했네/행복할 수 있었네”

 

 

우리 인생은 다 고슴도치와 같다. 실존의 외로움 때문에 이웃들에게 접근했다가 의도하지 않은 피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별수 없이 거리를 두고 살면서 시인의 말처럼 그것을 행복이라고 불러야 하는 슬픈 인생, 그러다 이런 상처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받게 되면 우리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 관계와 관련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심과 사랑을 준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월간 피그 2018년 11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