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농장의 열 가지 경쟁력 잘되는 농장의 열 가지 경쟁력
임진우 2016-06-08 11:14:19

김근필 양돈PM
㈜우성사료


지나간 양돈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돈가와 시장 상황, 개방, 질병 등으로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었고 많은 농장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연도별로 보면 1991년 13만농가에서 5년만인 1996년에 1/3 수준인 3만3천농가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3만3천농가의 1/3인 1만1천농가로 줄어든 시점은 2006년으로 무려 10여년이나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이후 10년 후인 2016년도에는 4천8백농장이 존재하여 감소의 속도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제 남아 있는 농장들은 나름 생존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나간 세월 동안 농가들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가 과연 시장 상황이나 돈가 때문만이었을까? 단언컨대 실패한 농장들의 원인은 “내 농장의 경쟁력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경쟁력(競爭力)”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경쟁할 만한 힘 또는 그런 능력”이다. 우리 양돈의 경쟁력이란 “우리 양돈이 경쟁할 만한 힘”이란 의미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 양돈이 경쟁할 대상은 과연 어디일까? 유럽이나 미국, 중국 같은 해외 양돈 강국일까? 아니면 내 이웃의 양돈농장과의 경쟁일까?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현재 한국의 양돈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장 강력한 경쟁의 대상은 “내 농장” 혹은 “내 자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경쟁력이란 내 농장이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1> 연도별 돼지 사육두수 및 농가수, 가구당 마릿수 추이


여태껏 현장에서 많은 농장들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잘 운영되고 있는 농장들의 경쟁력을 열 가지 정도 이야기하려 한다. 과연 내 농장과는 어느 점이 비슷하고 어느 점이 다른지를 제3자의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서 비교해보길 바란다.


첫 번째, 잘 되는 농장들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이 높다. 생산성이 높은 농장들은 고돈가에는 돈을 많이 벌겠지만, 출하에 따라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어 손익분기점이 낮아 저돈가 시기에도 흑자 구조를 유지하기 용이하다. 대다수의 도태된 농장들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잘되는 농장들의 자랑거리는 내 농장의 돼지 마릿수가 몇 마리인가 보다는 MSY나 WSY 같은 내 농장의 모돈두수로 얼마나 많은 판매를 하였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목표점이 생산성 향상으로 가 있다.


두 번째, 모든 활동에 앞서 농장을 중심에 놓고 활동을 한다. 농장이 규모화되면서 농장주의 육체노동보다는 관리적인 능력이 중요해졌다.
농장에서 일하지 않는 농장주들도 많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전산자료와 농장일지를 통해서 현재의 상황을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매일 농장을 돌아보는 것도 현장 상황을 머릿속에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잘되는 농장들은 농장주가 농장의 현 상황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만약 농장을 들어가기 힘들다면 ICT 기술을 이용하여 농장의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겠다.


<그림 2> ICT 기술을 이용하여 스마트폰으로 농장 환경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세 번째, 유능한 인력 관리를 잘한다. 날이 갈수록 양돈장에서 일할 사람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유능한 인력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유능한 인력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근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농장주의 관심과 마음 씀씀이가 직원들을 장기 근속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근속연수가 길다는 것은 농장주의 인력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며, 우수한 농장일수록 인력의 변화가 적다. 아울러 농장 직원들의 교육을 통한 수준 향상과 각종 복지에 많은 투자를 하여 근속연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한다.


<그림 3> 농장 직원 교육을 외부에 의뢰하여 실시하는 모습


네 번째, 관심은 좋으나 간섭은 지양한다. 현장을 다녀보면 농장 직원들이 가장 버티기 힘든 농장이 바로 농장주의 간섭이 심한 곳이라고 한다.
인생을 통해 농장을 키워온 농장주의 입장에서 직원들의 업무 스타일이나 양돈에 대한 지식이 기준에 맞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채용을 하였으면 믿고 맡겨야 한다.
만약 직원이 실수를 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게 일을 한다면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꾸짖고 일일이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자를 통해서 이야기하거나 나중에 따로 불러서 상대방이 기분 나쁘거나 모욕을 느끼지 않도록 충고한다. 또한, 농장주가 회의나 교육을 통해서 원하는 방향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방향도 고려하여야 한다. 잘 되는 농장들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적절하게 적용하면서 직원 관리를 한다.


다섯 번째, 철저한 방역을 추구한다. 외부 사람, 농장 직원의 농장 출입 시 방역 활동과 함께 후보돈사 등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돼지나 물품에 대한 통제 통한 차단방역은 기본이다. 농장 내부 간의 이동에서도 발판 소독, 신발 교체 등을 통해 질병의 전파를 차단한다.
또한, 추가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PRRS 음성돈군 도입과 자체 순종 선발 등의 노력을 통해서 질병적으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 방역이 농장의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의 가장 중요하고 큰 요소이다.


<그림 4> 돈사 간의 차단방역을 위해 발판 소독조를 잘 활용하고 있는 모습


여섯 번째, 현재의 자금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마불패(大馬不敗)라는 말이 있다. 규모를 키우면 절대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는 부채 규모를 키우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더 중요한 것은 농장의 부채로 인한 추가 자금 확보가 어려워, 현금 흐름이 막혀 어려움을 겪는 농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잘되는 농장들은 투자할 때는 과감히 하지만, 항상 비상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과 상환 가능성을 전제로 투자 규모를 결정한다.


일곱 번째, 신뢰 있는 거래와 현금 거래를 기본으로 한다. 잘되는 농장들은 사료나 약품 구매 시 외상 거래를 지양하고, 현금 거래나 농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여신이나 외상을 사용한다.
특히 사료 여신의 경우 외부 대출금을 통해서라도 현금 수준의 거래를 하여 사료회사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고 사료 가격 절감을 통해 줄일 수 있다. 또한, 농장 자금 상황을 정확히 거래처들과 공유하고 약속 이행을 통해 서로 신뢰를 통해서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


여덟 번째, 오래된 사업 파트너들이 있다. 종돈, 정액, 사료, 약품, 시설, 기자재, 출하 등의 관련업체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한다.
만약 거래 관계에서 갑과 을의 관계만이 아닌 파트너로서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오랜 관계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파트너라 함은 일단 내 농장을 잘 알고 있고 필요할 때는 부담 없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이이다.
최근 들어 농장의 이익을 위해 정기적으로 견적을 받고 거래회사를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일시적으로 이익은 더 얻을지 모르나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이익을 위해서 파트너 관계가 아닌 곳으로 거래처를 옮겼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유형, 무형의 피해를 보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홉 번째, 지역 사회에 봉사한다. 사양가의 위상이 예전과 다르게 지역의 핵심적인 위치와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경제적인 위치 또한 지역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도달하였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농장의 규모가 커지고 매스컴에 많이 노출되면서 양돈이 기업화가 되어 많은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면 예전 소규모 농장 시절에는 지역 주민들이 양해해주었던 악취나 폐수 등의 민원들이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하며, 농장 개보수나 증축 시에도 지역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한 번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잘되는 농장들은 꾸준히 지역 주민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명예직을 맡아 봉사하고, 내가 버는 돈에 비례하여 지역을 위해 기부나 금전적 지원 등을 지금보다 더 해서 주민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꾸준히 맺어나가는 것이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열 번째, 건강한 신체와 함께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한다. 사업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내가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정신적인 안정이 신체적인 건강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그리고 내 건강은 물론 가족, 농장 직원의 건강까지도 신경을 쓰고 개선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관리를 통한 건강 유지와 함께 농장의 위험 시설을 점검·개선하고 안전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우리 양돈사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며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개념을 갖고 향후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점유율을 점점 높이고 있는 유럽의 다산성 모돈과 그에 따른 자돈 관리에 대한 기준을 확립해야 하겠다. 농장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수익 감소를 대비하여 규모의 확장도 필요하다.
또한, 현금 유동성도 충분히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 농장이 기업화되면서 인사, 재무 등 세분화된 농장 경영 방식도 적용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용역 의뢰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한 농사꾼이나 농장주의 개념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영주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위한 자기 개발과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이웃에의 봉사, 기부 역시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계속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농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노력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양돈사업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월간 피그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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