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의 해답은 수익성 확보에 있다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의 해답은 수익성 확보에 있다
임진우 2016-06-08 13:35:02

이일석

양돈마케팅 이사
㈜카길애그리퓨리나


머리말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와 메르스 사태, 36만톤에 육박하는 수입돈육과 WHO 가공육 발암물질 분류 등의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1인당 돈육 소비 23.7kg이라는 신기록과 함께 돼지 생산액도 6.8조원에 달하여 명실공히 한돈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장기적인 불황 이후 2년 연속 5,000원을 상회하는 고돈가로 인하여 생산성이 양호한 농가들은 높은 수익을 가져왔다. 그리하여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PED와 FMD 등 상재화된 악성 질병의 끊임없는 위협과 계속되는 냄새 민원 및 환경 규제, FTA에 의한 수입 개방 확대 그리고 양돈농가의 빠른 고령화는 생산성을 떨어뜨렸으며, 결국 한돈농가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돼지고기 소비 증가에 의한 고돈가에 기대고 있는 한돈산업은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소비자들의 신뢰가 언제 불신으로 바뀌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농장마다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투명하고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는 언제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것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원가 절감을 하는 것이 농가들의 매우 절실한 과제이다.
<그림 1>은 지난해 ‘소득 3만불 시대 축산정책’이라는 설문조사에서 한국 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응답한 내용이다.


<그림 1> 한국 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 출처: 축산경제 리서치센터 보고서(2015.5.11), NH축경포커스


<그림 1>에서 대부분 응답자들의 관심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반드시 고돈가가 아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농장에서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그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은 돈과 직결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수익성이 높은 농장들은 투자 여력을 확보하여 이미 상당 부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반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농장은 지속적으로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본론


늘 우리가 한돈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다 보면 FTA 등 개방 확대, 가축분뇨 및 냄새 문제, 축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가축질병의 지속 발생, 축산농가의 고령화 심화와 후계자 확보 저조, 축산 대기업의 계열화 확대 등을 화두에 올려놓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대부분 농가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에 해당하며 단순히 의지만 가지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우선적으로는 농가의 수익성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한돈산업의 주요 아젠다에 해당하는 각각의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FTA 개방 확대에 대한 우려다. 작년 돼지고기 총 공급량은 120만5천여톤으로 14년도(110만톤)보다 9% 증가했다. 한돈 생산량은 85만여톤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에 그쳐 자급률은 14년 75%보다 더 낮아진 70.3%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높은 돈가는 수입육의 급증을 불러오고 FTA 개방 확대가 지속되면서 한돈의 시장 점유율도 크게 위협을 받았다.
우리가 수입을 해오는 주요 양돈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생산성 차이는 이미 알고 있다시피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축산 선진국들로부터 한 번 잠식된 시장을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가 않고 어느 순간 소비자나 유통업체들도 마냥 높은 국산 돈육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내산 돈육의 자급률을 높이고 소비자(유통업체)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적정 수준의 돈가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농가도 손익분기 지육가격을 4,000원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농가와 소비자가 모두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표 1> 주요 국가들의 양돈 성적 비교(MSY 순)

* 출처: AHDB Pork - 2014 PIG COST OF PRODUCTION IN SELECTED COUNTRIES


둘째, 가축분뇨와 냄새에 대해 온갖 민원과 규제가 따르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돈산업이 계속해서 천덕꾸러기처럼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한돈산업이 보호·육성해야 할 효자 산업이 되려면 분뇨 및 냄새 저감은 필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냄새를 저감시키는 일도, 아름다운 농장을 가꾸는 일도 돈을 아끼려다 보니 해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을 안 쓰려고 하니까 효과 없는 저가 제품이 난립하여 경쟁하게 되고, 돈이 되지도 않는 분야에 제대로 된 기술 개발을 투자할 수 있는 업체도 없다.
농가의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알면서도 자꾸 투자를 미루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도 농가의 수익성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측면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가축 질병이 계속해서 상재화되고 새롭게 변화하면서 농장의 생산성을 위협하고 있다. 제아무리 도축장에서 소독을 잘하고 사료회사에서 방역을 잘한다고 한들 축산농가 주변의 오염지대를 지나면 다시 오염이 되는데, 최종적인 단계에서 질병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농가에서 막아내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데 완전한 방역을 하는 것도 단순히 구호나 노력만 가지고 잘 되질 않는다. 출하대를 외부로 옮기거나 농장 내부에서 차량 이동로와 관리자의 이동로를 구분 이용케 만들고 농장에 진입하기 전에 차량 하부를 완전 세척해 낼 수 있는 소독 시설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고 이것 역시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방역시설적인 측면에서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좋겠지만, 농가가 본인의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병의 피해를 막는데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림 2> 차량 하부의 유기물에 대한 강력한 세척
  

넷째, 양돈농가들은 현재 65세 이상 비율이 24%나 되어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며, 전체 농가의 29.9%만이 후계자가 확보되어 있다. 이러한 양돈산업에서의 고령화 현상은 수익성은 낮고 일은 힘들게 느껴지고 냄새 등 부정적인 인식이 심화된 까닭이다. 물론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농장의 근무 환경 개선은 아직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젊은이들의 농업분야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은 축산분야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제대로 투자하여 갖춰놓고 번듯하게 수익성 높은 사업을 하고 있다면 젊은 인력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식에게 가업을 이으라고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섯째, 많은 전업농가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 확대 이슈이다. 이미 양계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농장주가 주인이 아니라 기업의 눈치를 보며 닭을 키워주는 직원이 되었다.
양돈산업에서도 기업농이 증가되고 대기업의 농장 인수 확대 등으로 인해 일반 전업농가들의 주도권이 점차 약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계산업에서 계열화가 빠르게 진행된 원인은 바로 농가들의 낮은 수익성 때문이었다. 돈이 안 되고 오히려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오너십을 포기하고 경쟁력이 높은 기업에 기대어 안정적인 머슴살이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농가들이 수익성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계열화된 기업으로 한돈 생산 점유율과 주도권이 급속도로 넘어가는 현상을 늦출 수 있다. 그리고 일반농가들이 계열화된 기업과의 경쟁에서 쉽게 밀려나 버리게 되는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결국 앞에서 언급한 한돈농가들의 5가지 고민은 농가가 스스로 지속적인 수익성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양돈 전체 생산액이 작년에 6조8천100억원을 달성하여 7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나름 자부심을 갖게 하지만, 성적 향상으로 이룬 진정한 한돈의 경쟁력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현재 각 농장들이 얼마나 생산원가에 대한 경쟁력이 있느냐에 달려있다. 농장마다 당장 생존하기 위한 돈가는 어느 정도이고 현재의 생산성에서도 지속가능하려면 어느 정도의 돈가가 유지되어야 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과거 2013년과 같은 4,000원 이하의 돈가가 오래 지속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경영을 하는 농장주라면 본인 농장의 손익분기두수와 지육원가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농가마다 생산비가 상이할 수는 있으나 <표 2>에서 생산성에 따른 대략적인 지육 kg당 생산원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표 2> 생산성에 따른 지육 kg당 생산 원가

*비고: 모돈당 고정비 230만원/년, 출하체중 115kg, 사료단가 600원/kg 적용


성적이 우수한 농장의 생산원가는 3,000원 초반에서도 가능하며, 생산성이 낮은 농장은 5,000원에서도 돈을 벌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한다.
양돈사업은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통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당장의 비용만 줄여서 생산원가가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어야 지속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할 수 있다.
<표 3>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농가들의 평균 모돈수를 놓고 현재의 성적에 해당하는 MSY 17에서 20두로 개선했을 때, 비육돈 마리당 생산원가는 5만원 가까운 절감이 이루어지고 농가당 연간 2억원 이상의 순소득이 추가 발생하게 된다.


<표 3> 양돈 생산성 개선 시(MSY 17두 → 20두) 가치 분석


그만큼 성적 향상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성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양돈사업이고 고정비가 높은 사업의 특성상 손익분기두수를 초과하여 얼마나 더 높은 생산성을 내느냐에 따라 소득의 차이는 몇 배까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도 최상위권 농가들은 PSY 30두에 가까운 놀라운 성적 향상을 만들어 내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농가들의 뛰어난 성적은 바로 과거부터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수익성 있는 사업을 통해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높은 성적은 결국 투자에 필요한 자금력을 더해주고 더욱 개선된 성적으로 돌아오는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주게 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바로 이러한 선순환 구조 속에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10년간 농가수는 60%가 감소했고 5년 전에 비하면 33%나 감소되었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 한돈산업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의 핵심을 이해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10년 후에 다가올 새로운 기회를 저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월간 피그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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