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복지를 위한 독일의 변화 돼지 복지를 위한 독일의 변화
박혜림 2016-12-20 15:44:45



28개국이 속해있는 유럽연합의 동물복지와 관련된 대표적인 개혁은 201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 금지’와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모돈 스톨의 일부 기간 금지’이다. 이는 오랜 기간 동물보호단체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요구와 동물복지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일궈낸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1824년 영국에서 첫 동물보호단체가 생긴 이후 독일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 내에서 동물보호 운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동물보호 운동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관련 연구도 동물의 건강상태와 행동분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되어왔다.


동물복지를 중요시하는 유럽 시민들의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의 동물복지 관련 법 규정과 정책들은 다른 국가에 동물복지가 향해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79년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rm Animal Welfare Council)는 인간이 사육하는 동물의 복지에 있어 5대 자유(① 배고픔, 영양불량,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②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③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④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⑤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제시하였다. 이는 한국의 동물보호법 제3조(동물보호의 기본원칙) 제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독일의 많은 동물복지학자들은 이러한 자유가 제공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사육 환경으로 무엇이 있는지 조사하는 동시에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연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다양한 법 규정과 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독일에서 동물보호법(Tierschutzgesetz)은 기본법(한국에서의 헌법)으로 공포되었다. 동물보호법의 하위법으로 동물보호농장동물사육법(Tierschutz-Nutztierhaltungsverordnung), 동물보호도살법(Tierschutz-Schlachtverordung), 동물보호동물운송법 (Tierschutztransportverordnung), 동물보호개법(Tierschutz-Hundeverordnung) 등이 있다.


동물보호농장동물사육법에는 돼지를 비롯한 송아지, 산란계, 육계, 토끼, 밍크, 여우, 친칠라 등의 사육과 관련된 조항들이 명시되어 있다. 돼지와 관련된 조항 중 돼지 사육 시에 요구되는 일반적인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육시설은 혼자 사육되는 돼지의 경우 다른 돼지들과 시각적인 접촉이 가능해야 하며(포유돈 제외), 돼지들은 동시에 눕고 일어나고 자신을 눕힐 때 자연적인 몸의 상태가 제한 없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변 및 대변의 접촉을 피할 수 있고 누울 수 있는 마른자리가 제공돼야 한다.


사육장 내의 온도가 높을 경우 온도의 부담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사육장의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고 단단해야 하며, 구멍이나 틈새가 있을 경우에 그로 인해 다치는 위험이 없어야 한다.


틈새바닥(슬레이트 바닥)일 경우 틈새의 최대 너비는 자돈의 경우 11mm, 이유자돈의 경우 14mm, 육성·비육돈의 경우 18mm, 모돈과 웅돈(씨돼지)의 경우 20mm여야 한다. 슬레이트 바닥이 콘크리트일 경우 자돈방과 이유돈방의 바닥은 틈새와 틈새 사이의 공간이 최소 5cm여야 하며 그 외 육성·비육돈, 모돈, 웅돈의 바닥은 최소 8cm여야 한다.


몸을 눕히는 공간의 경우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온도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06년 8월 4일 이후 형성된 사육장의 경우 자연광이 닿는 공간이 있어야 하며, 이 공간은 총면적의 최소 3%에 해당되어야 하고 자연광의 배분이 최대한 균등하게 이뤄져야 한다.


포유자돈 사육에서의 특별한 요구사항으로 자돈이 압사되는 일이 없도록 시설이 갖춰져야 하며, 모든 포유자돈이 동시에 제한 없이 젖을 먹고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눕는 공간은 열이 제공되거나 적절한 깔짚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


포유자돈은 최소 생후 4주 이후에 이유할 수 있다. 모돈의 보호를 위해서 또는 포유자돈의 통증, 고통,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그 전에 이유가 가능하다. 소독되고 청소가 된 사육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 그 사육장에 모돈의 출입이 불가능하면 새끼가 생후 3주일에도 분리가 가능하다.


포유자돈에게는 생후 10일까지 몸을 눕는 자리에 30도의 온도를 제공해줘야 한다. 생후 10일 이후에는 <표 1>에 제시된 온도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



모돈 사육에서의 특별한 요구 사항으로 군사사육의 경우, 모든 면이 최소 280cm여야 하며 6마리 이하의 돼지일 경우 최소 240cm여야 한다. 스톨은 모돈이 다치지 않도록 설치하고 모든 돼지가 서고 누울 때 제한이 없어야 하며, 옆으로 누울 시에 다리를 뻗을 수 있어야 한다.


모돈의 군사사육에서 먹고 눕는 공간은 언제든 스스로 찾을 수 있고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인공수정을 실시한 시점에서 4주가 지난 이후부터 분만 예정일의 일주일 전까지 군사사육되어야 한다. 모돈이 사용가능한 최소한의 바닥면적은 <표 2>와 같다.



눕고 쉬는 공간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모돈(처녀돈)은 마리당 0.95㎡, 출산 경험이 있는 모돈은 마리당 1.3㎡의 공간이 최소한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돈을 묶어서 사육하는 것은 금지된다.


임신돈은 분만 예정일 일주일 전부터 별도로 사료를 제공받는다. 매일 최소 8%의 건조 조사료가 포함된 사료 또는 최소 200g의 조사료를 마리당 제공받는다.


임신돈은 구충되어야 하며 분만실로 들어가기 전에 씻겨져야 한다. 예정일이 있는 주에는 모든 모돈에게 자신의 둥지를 만드는 행동을 만족할만한 물품을 제공해줘야 한다. 단, 대변과 소변을 제거하고 청소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시한다.



웅돈(씨돼지)을 사육할 때의 특별한 요구사항으로 제한 없이 몸을 돌릴 수 있고 다른 돼지들을 보고 냄새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생후 24개월령이 넘었을 경우 최소 6㎡의 면적이 제공되어야 한다.


인공수정이 아닌 모돈과 웅돈의 교배가 이뤄지는 공간에서는 모돈이 웅돈으로부터 피할 수 있고 제한없이 몸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소 10㎡의 면적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유자돈 사육시의 특별한 요구사항으로 이유자돈들은 군사사육을 해야 하며, 군사사육 사이에서 개체를 교체하는 일은 최대한 피한다. 이유자돈들의 평균 몸무게는 최소 5kg이어야 하며, 새로이 형성된 군사의 개체별 몸무게가 총평균무게보다 20% 이상 달라서는 안 된다. 마리당 제공되는 최소 공간은 <표 3>과 같다.



모든 이유자돈에게는 동시에 사료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자유급식의 경우 하나의 사료 제공 장소에 최대 4마리까지만 접근 가능해야 하며, 급수의 경우 최다 12마리에게 하나의 공간이 제공해야 한다.


육성·비육돈의 사육에 있어 특별한 요구사항으로 군사사육을 해야 하며, 군사들 사이에 개체들을 교체하는 일은 최대한 피한다. 마리당 제공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공간은 <표 4>와 같다.



이 이외에 동물보호농장동물사육법에는 돼지의 급이와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돼지의 영양, 보살핌, 건강 및 사육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또한, 생물학과 돼지의 행동에 대한 기본상식과 동물보호법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연광이 없을 경우 인위적인 조명을 매일 최소 8시간을 제공해줘야 하며, 돼지가 체류하는 곳의 조명은 최소 80lux여야 한다. 그리고 축사 내 대기 1㎥ 중 암모니아의 수치는 20㎤, CO2의 수치는 3,000㎤, 황화수소의 수치는 5㎤가 장기적으로 초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소음의 경우에는 85데시벨을 장기적으로 초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양돈농장에게 적용되는 동물보호농장동물사육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동물보호단체들은 더욱 강력한 정책과 규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결과로 2019년 1월 1일부터는 수컷 포유자돈의 중성화를 실시할 때 마취의 의무화가 예정되어 있다. 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영향을 미친 요인 중에 시민들의 요구뿐만 아니라 마취제나 진통제를 투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환을 제거할 때 자돈이 느끼는 통증과 스트레스의 정도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 결과도 포함된다.


독일의 동물보호농장동물사육법은 실내공간의 관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참고로 실외공간이 제공되는 생태적 사육환경(유기농)을 갖춘 농장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전체 돼지고기 생산량의 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실외공간이 여전히 많이 없더라도 몇십년 동안 유지되었던 모돈 스톨의 사용을 일부 기간 금지하였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모돈 스톨의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고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들이 제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도 인도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요구가 축적되어 동물복지형 축산물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대비할 수 있는 환경이 한돈업계에서 조성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월간 피그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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