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 품질’ 하나의 Value Chain으로 발전시키자!
한은혜 2017-03-10 15: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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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올해도 어김없이 구제역 이슈가 발생하였다. 구제역은 후진국형 질병이라는 오명 아래 매년 반복되는 질병으로 상주하여 우리나라에 남아있다. 다행히 돼지를 키우는 사양가나 돼지고기를 먹는 소비자도 이제는 어느 정도 구제역 학습효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어진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을 없애려는 노력은 과거 돼지고기 수출국으로서의 영광을 찾는 의미도 있지만 축산선진국이라는 명함을 달고 싶기도 하기에 끊임없는 질병 단절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선진국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양기술의 발달로 인한 MSY로 이야기되는 생산단계의 수치만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활용하여 다양한 먹거리 제공, 식문화의 선진화를 이룰 때 축산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진다.


이런 이슈의 중심에는 품질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돈 품질은 단순히 소비단계의 품질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생산, 도축, 가공, 유통 단계의 품질이 우리 한돈 품질을 대변하고 양돈산업 발전에 주요한 Factor라고 생각한다.


우리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돼지고기는 좋다’라는 기본적인 인식은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유지시키거나 더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단계, 도축/가공/유통단계의 품질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본고를 통해서 다시 한번 양돈산업 각 Value Chain에서 생각하는 한돈 품질과 유지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소비자가 느끼는 한돈 품질

 

서두에서 거론하였듯이 대부분의 소비자는 한돈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수입육보다 월등한 품질을 가지고 있고 개인적 성향에 따라 특정지역의 돼지고기와 특화 돼지고기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이 있다.


또한 한돈과 수입돈육을 구분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특정식당의 돼지고기가 맛이 있고 어느 음식점은 맛이 없다고 평가를 하지, 한돈이 맛있고 수입육이 맛없다는 평가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일반 소비자의 돼지고기 취식 트렌드를 보면 대부분 식당에서 소비가 이루어진다. 다양한 부위의 취식보다는 구이용 취식이 대부분이다.
생육으로 접하는 한돈은 삼겹살과 목살뿐이다. 삼겹살의 판 형성이 좋으면 대부분 품질이 좋다고 하고 구워서 부드럽고 식감과 육즙이 살아 있으면 품질이 좋다고들 한다. 


소비자는 취식단계의 품질을 한돈 품질이라고 한다. 삼겹살의 지방과 살코기의 형성, 목심 마블링의 형성이 소비자가 말하는 한돈 품질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떻게 돼지를 키우는가, 어떻게 도축하는가, 어떻게 유통을 하는가에 중심에는 소비단계의 품질을 기준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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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산자(사양가)의 노력

 

소비자 눈높이의 한돈 품질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은 생산단계 사양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사양가의 노력은 향후 한우의 자리매김처럼 한돈의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국내 전업농으로서의 한돈산업이 태동한 이후 사양가의 관심사는 생산성적에 집중되었다.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료효율 증대, 사육일령 단축, 수태율, 이유두수, PSY, MSY 등 모든 지수와 수치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으며, 사양기술의 발달도 생산성 지표의 개선으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생산성 증대는 한돈 품질에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부정적인 요인도 가지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요인으로 사양기술 발달로 건강하게 자란 돼지의 경우, 유통에서 이야기하는 물퇘지 확률과 과다지방의 이슈를 일부 해소할 수도 있다. 또한 질병에 강한 돼지의 경우 항생제 치료 등으로 유발할 수 있는 목심의 화농발생 비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요인으로는 속성 성장에 따른 육분리 현상(지방과 살코기의 분리현상. 일부 도축과정의 이슈라는 연구결과도 있음), 과지방(등지방 과다), 삼겹판 미형성, 마블링 이슈를 가지고 있다. 또한 PSY 및 수태율 증가 및 돈사규모의 한계로 하절기 저체중 출하 등도 야기한다.


이제는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좋은 품질의 한돈을 한 번쯤 생각할 때이다. 이에 대한 노력은 첫째로 후보돈에서부터 시작한다.


LYD라고 하는 교잡은 돈육 품질에 이슈가 없다. 단, 후보돈의 수급 불균형 및 원가 절감 차원에서의 F2에서 후보돈 선발은 정상적인 사양관리를 하더라도 돼지고기의 품질에 이슈가 된다. 육질 측면의 이슈는 없으나 삽겹 등의 과지방으로 이어져 한돈을 즐겨 찾는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둘째로는 적정사육두수이다. 국내 대부분 농장들은 이유두수 10두 이내의 돈사설계가 대부분이다.


2000년 후반부터 다산모돈의 관심과 생산성적 향상으로 이유두수 10두를 넘는 농가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돈사가 그대로인 경우 사육밀도 증가로 이어진다. 사육밀도 증가는 돼지의 적절한 성장에 영향을 주며, 특히 하절기 비육돈 밀사로 출하체중에 악영향을 준다. 소위 찔찔이 돼지가 많이 양산된다.


불과 10년 전에는 오겹살(미박삼겹)이 유행해서 저체중의 돼지가 유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경로가 막혀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체 한돈 품질에도 영향이 있으나, 사양가의 절대 손익에도 이슈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별출하에 따른 균일한 비육돈의 출하이다. 일정 등급의 출하는 유통업자에게 안정적인 판매루트의 기회를 준다.


소비성향의 다양성으로 같은 삼겹살이라도 여성들은 지방이 없는 삼겹살을 선호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지방이 조금은 있고 두툼한 삼겹살을 좋아한다. 균일한 출하는 판매자에게 고객의 Needs에 맞춘 판매의 기회를 제공함으로 지방의 분포 유무와 상관없이 ‘한돈 품질이 좋다’라는 소비자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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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조자의 노력

 

한돈산업의 제조자는 도축업체와 부분육 가공업체이다. 2차 육가공으로 넘어가서 햄·소시지 등의 제조업체가 있으나, 소비 측면에서의 안정적인 한돈 원료사용을 요청하는 이슈가 있을 뿐 직접적인 한돈 품질에는 중요도가 떨어진다.


대부분의 산업종사자들은 한돈 품질을 사육단계의 품질로 생각한다. 삼겹살이 나쁘다는 것을 단순히 사육상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업을 하다 보면 사육상의 품질 이슈보다는 도축·가공의 품질이슈에 대한 클레임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도축 품질의 경우 유통과정과 소비과정 전체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소비단계에서 물퇘지라는 클레임을 들여다보면 원료돈의 품질 이슈보다는 도축장의 온도관리와 유통과정의 온도관리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농장에서 생산한 돼지를 서로 다른 도축장에서 도축한 후, 소비단계의 반응을 보면 온도관리가 잘 된 도축장의 육색과 고기의 흐물거림 등 전반적인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이 나온다.


가공과정의 가공 Spec(정형)도 1차 소비자(유통업체, 대리점 등)의 한돈품질 척도가 된다. 수입육과 비교했을 때, 가공 Spec의 경우 우리나라가 열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Spec 개선이 생산제품의 원가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입돈육과의 직접 비교는 안 되겠지만 균일도의 부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축과정의 한돈 품질 개선 노력은 세척과 예냉관리 두 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개선해야 한다. 깨끗한 세척은 미생물 증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고, 예냉은 전반적인 돼지고기의 품질, 탄력도 개선, 이취 발생 등을 억제할 수 있어 소비자로 하여금 한돈의 품질을 더욱 좋게 한다.


 
4. 유통업자의 노력

 

보통 유통업자라고 함은 대형할인점, 백화점, 식육대리점, 중간상, 정육점 등을 통칭한다. 각각의 색깔이 달라 하나로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유통과정의 이슈는 직접적으로 소비자하고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한돈 품질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접점이다.


무조건 싼 한돈을 취급한다는 것은 한돈의 생산·도축·가공과정이 투명하기 때문에 어딘가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역으로 말해준다. 즉, 사육, 도축, 가공, 유통 중 제대로 된 한돈 품질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함을 의미한다.


유통업체들은 안정적인 한돈 품질을 위해서 지속적인 판매망 개척이 필요하다. 또한 고가 부위에 한정된 판매뿐만 아니라 저가 부위판매와 마케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통업체의 노력은 적정한 가격의 한돈 매입과 판매, 그리고 유통과정 중 온도관리 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게다가 저가부위 판매에 대한 노력으로 양돈산업 전 Value Chain의 마지막 단계를 해결하는 구성원으로의 사명감도 필요할 것이다.

 

맺으며
 
한돈 품질의 중요성은 15년 전 WTO 타결에 맞물려 끊임없는 화두로 대두되었다. 현재 한돈산업의 모습은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선배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현 사육두수와 자급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생산을 제외한 전 부분에서 수입돈육과의 경쟁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한돈 품질을 다시 한번 복기(復碁)하는 이유는 단순히 품질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 우리 한돈산업을 탄탄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돼지 한 마리가 생산해서 식탁까지 오르는 과정 중에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한돈의 품질과 위상이 높아지면 이 부가가치는 증대하게 된다.
부가가치의 증대는 각 Value Chain에 관여하는 종사자들의 재투자를 이끌어내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이 부가가치는 Value Chain에 관여한 모든 종사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


부가가치의 밸런스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산업은 존속할 수 없다. 현재도 기형적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 생산자, 사료, 유통업체가 개별적인 수직계열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전문성의 결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돈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각각 Value Chain의 개별 경쟁력과 전문성을 강화하여 우리나라가 커다란 하나의 계열화 모습을 갖추면 한돈의 품질과 경쟁력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적인 불황에도 의연한 산업의 모습이 되고 수입돈육과의 경쟁에서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간 피그 2017년 3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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