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돈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
한은혜 2017-06-05 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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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생산비 이하의 적자경영으로 큰 위기를 맞이하였던 한돈산업은 이후 2014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고돈가의 호황을 보내고 있다. 특히나 지난 2016년 한돈산업은 공급량과 소비량이 함께 증가하면서 수급불균형 없이 산업의 규모가 성장했던 바람직한 한 해로 평가된다.


2000년도 이후 우리나라의 지육가격은 큰 흐름에서는 상승세가 유지되었다(그림 1 참조). 또한 시세의 급등 이전에는 깊은 골에 빠지는 시기를 겪으며 상승하는 패턴을 반복하였다. 현재 사육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여기에 대입하여 평가한다면, 조만간 하락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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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돈가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지금의 상황을 진단해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한돈산업의 과제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소비저항이 유통업체의 판매저항으로 이어지다

 

소비자는 어떠한 상품에 대하여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한계 가격의 범위가 있기 마련이다. 가격이 높더라도 판매가 유지된다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격 상승은 소비 감소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돼지고기는 가장 대중적인 육류이며, 삼겹살의 가격은 물가관리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돼지고기의 가격은 최근 몇 년간 고돈가가 지속되면서 장바구니에 담기 망설여지는 품목이 되었다.


돼지고기에 대한 선호 현상은 유지되고 있지만, 소비자의 가격저항이 생겨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유통업체의 판매저항으로 이동하였다는 사실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산지가격의 상승폭을 판매가격에서 만회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마진폭이 큰 수입돈육을 취급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고돈가가 생산자 입장에서는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지만, 한돈산업 시장은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샘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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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쟁상대는 수입산 소고기라는 인식이 유지되던 시절이 있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소고기라는 장점과 수입산이라는 단점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와 경쟁하는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는 논리가 작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쟁상대는 수입산 돼지고기로 보아야 한다. 품질의 균일도는 일정하면서도 가격은 월등히 저렴한 수입산 돼지고기와 경쟁해야 하는 시장인 것이다.


이미 프렌차이즈 외식업체에서는 균일한 품질의 수입산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현상이 보편적이며, 대형할인마트는 조심스럽게 수입돈육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의 적응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가격경쟁력이다. <표 1>에서 정리해 놓은 것처럼 우리 지육가격은 주요 양돈생산국들보다 2~3배 높게 형성되어 있다.


FTA 시대 진입으로 각종 관세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한돈산업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기에 충분한 부분이다. 한돈농가의 생산원가 절감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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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품질경쟁력이다. 유통업체에서 이야기하는 수입돈육의 선호 이유는 품질의 균일도이다. 일정한 돈육품질이 유지되기 때문에 프렌차이즈 외식업체에서 취급이 용이하고, 도소매 시장에서도 일관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항생제, 친환경, 기능성 첨가제 급여 등 돈육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최종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일정한 품질의 규격돈을 꾸준하게 공급받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돈품질 균일도 향상

 

앞서 우리 한돈의 품질경쟁력의 중요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품질의 1차적인 평가는 기준 규격 범위를 준수하는 균일도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도체등급기준 역시 도체중과 등지방이라는 규격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상위등급출현율 향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1두 1개근을 위한 출하선별기, 우수한 정액의 사용, 비육후기 사료의 급여, 사육밀도 개선 등 다양한 사양관리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다.


물론 모두 출하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들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균일도 향상을 위한 목표를 자돈생산단계로 옮겨오는 노력이다. 자돈 단계에서 높은 위생 수준과 균일도를 확보하였다면, 출하단계에서 편차가 벌어지는 것을 크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돈단계에서 일령별 체중편차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그 차이는 출하단계에서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자돈단계에서의 낮은 위생수준은 육성·비육돈 구간에서의 질병 피해로 이어질 것이며, 개체별로 체중과 정육 축적의 편차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나 2-site 사육방식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출단계의 자돈 품질을 균일하게 가져가는 노력에 더욱 주목해야 하겠다.

 

4. 마무리

 

수입돈육이 우리의 경쟁상대라는 사실을 이제는 인지해야 한다. 높은 생산성, 우수한 위생관리, 동물복지 등 안정된 환경에서 생산된 주요 양돈선진국들의 돈육품질은 우리의 것보다 우수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소비자가 국내산이라는 원산지표시 하나만을 구매의 기준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판단도 필요한 시점이다.


고돈가가 지속되고 있다. 한돈농가 입장에서는 높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점차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는 수입돈육과의 차별화를 위한 한돈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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