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반기 이후의 한돈시장 전망과 준비할 것들
한은혜 2017-06-05 18: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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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5월부터 이미 주간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시작되면서 한반도는 올여름에도 지난해 수준을 웃도는 극심한 폭염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피해가 상당히 심했다는 것은 최근 전년 대비 줄어들고 있는 도축두수와 함께 앞으로의 출하두수를 예상하는 지표인 육성·비육구간의 사료생산량이 확연히 감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전 연도의 동기간 대비 모돈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 4월까지의 육성·비육구간 사료량은 무려 6%가 감소하여 추석 이전까지 출하할 돼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모돈사료 생산량을 통해 본 올해 추석 이후 출하할 돼지는 적어도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생산된 자돈들이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고 하절기 폭염 이후 전례 없는 홍수 출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추석 이후의 돈가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된 모돈이 본격적인 성적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는 올해 하반기 생산된 돼지들이 출하되는 내년에는 출하량의 증가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생산의 증가뿐만 아니라 올해 1/4분기 수입돈육량은 역대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고 가격뿐만이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 1/4분기 한돈 수입량은 전년도 대비 무려 37%나 증가되면서 한돈의 자급률은 70%대가 무너진 67% 수준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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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수입우육 역시 한돈의 만만찮은 대체 품목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한우의 가격 하락으로 한돈 소비를 대체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누려왔던 고돈가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하락하여 내년에는 상당 기간의 저돈가 시기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한돈농가들이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와 사업에 대한 시각은 어떠해야 할까?

 

본론 - 이제 진정한 한돈의 경쟁력을 찾아야 할 때이다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한돈의 낮은 생산성과 취약한 품질 문제에 대해 향후 수입육이나 대체육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농가들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농가들이 우선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돈가에 있다. 물론 돈가라는 것은 경영함에 있어서 당장 자금 계획에 차질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고돈가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큰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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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은 하위권에 속하는 나라가 돈가를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리에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양돈 선진국들은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마도 한국의 소비자들은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비싸게 사 먹고 있는 호갱(?)으로 생각하거나 한국 시장에는 자신들의 돼지고기를 비싸게 팔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공략하기가 아주 쉬운 만만한 곳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이제 우물 안 개구리의 사고에서 벗어나서 한 번쯤 역지사지하여 볼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높은 돈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최근 한우의 자급률 40%가 무너진 것을 보고 수입돈육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은 계속 증가하여 한돈의 자급률 70%가 위협 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일이다.


혹시라도 앞으로 닥쳐오게 될 위기의 상황을 미리 가정해 보면서 그나마 호시절에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돈가의 하락을 막기 위해 모돈수를 줄이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이것은 지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다지 성공적이지도 않았을뿐더러 한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는 아무런 득도 없고 상관관계도 없다. 그렇다면 한돈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위해 필히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들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1. 적절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한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통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것은 국내 생산량의 증가가 반드시 요구된다. 즉, 생산성 증대가 수입육으로 잠식된 시장을 되찾아 오는데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FTA로 인하여 국내의 생산량 조절만으로 가격이 조절되거나 예측되지 않는 불확실성이 계속하여 증가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을 높이는 것은 한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수입육 소비를 한돈으로 대체시키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이것은 2013년 불황을 경험했듯이 돈가 하락에 의해 농가들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모돈당 생산성을 지금보다 10% 정도 증가시킨다면 생산비는 지육 kg당 350원가량 낮출 수 있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산성에 따르는 생산원가와 수익성을 비교해 보면 비록 저돈가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고, 4,000원/kg(박피 기준) 이하의 돈가에서도 흑자 경영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생산성이 뒷받침되는 농가들은 돈가가 떨어져도 지난 2013년과 같은 적자를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고, 이러한 생산성에 따르는 경쟁력 향상은 수입육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국내 한돈의 입지를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올 여름철 폭염을 극복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로 최고의 생산성을 통한 생산비 절감에 도전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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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가격 경쟁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품질이다. 소비자들은 우수한 품질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고 젊은 층으로 갈수록 점차 가성비를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산 돈육의 품질과 수입육과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좁혀지다 보면 가격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국내산이라는 주관적인 선호도 역시 바뀌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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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도드람조합에서 출하된 13만두의 돼지를 분석한 결과 약 60%에서 목심 이상육이 발생했다는 발표 자료를 볼 때, 한돈 소비자들의 불신이 상당히 심각해질 수 있는 문제가 여전히 제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육뿐만 아니라 1등급 이상 출현율도 계속해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절식이나 선별 출하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변화에 대한 목소리에 비하면 개선 속도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는 육가공업체의 입장에서는 당장 돼지를 확보해야 거래처에 납품할 수 있다 보니 농가들에게 엄격한 품질의 기준을 적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덕분에 농가들은 쉽게 돼지를 판매할 수 있다 보니 돼지 품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탕박 정산제 역시 계속 헛바퀴만 돌고 있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이다. 자칫하면 국내 돈육 시장이 급격한 수입육 시장으로 변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점이다.

 

3. 한돈의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한돈자조금은 지금까지 한돈 홍보를 통해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해 왔다. 또한 각종 연구사업이나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 등 한돈인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큰 몫을 담당해 왔다. 동물성 지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이나 동물복지, 항생제 사용, 환경 문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귀촌 귀농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 축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불어 개선될 필요가 있고, 농업의 중요한 일부로써 축산업의 가치를 알리는데 좀 더 깊이 있는 연구와 함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물론 한돈농가가 스스로 좋은 모델을 만들고 단순한 돈벌이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것은 누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한돈인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면 더욱 의미 있고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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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이미 더위가 성큼 다가온 초여름, 돈가는 당분간 돼지 생산량 부족에 따라 여름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으로 인한 성적 하락을 막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하반기 이후에 예상되는 저돈가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다양한 대비책을 점검하고 변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생산성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국내산 자급률의 회복, 가성비가 높으면서 균일하고 맛있는 돈육 품질, 한돈산업 전반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개별 농가의 사업 성공뿐만 아니라 한돈산업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것은 결코 거창한 얘기가 아니라 작은 것, 할 수 있는 것 하나로부터 시작되는 실천의 문제이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다듬는 것과 같이 꾸준한 관리가 요구되는 문제에 해당된다. 이번 여름을 지나고 나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준비하였느냐에 따라 사업의 미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앞서서 준비하는 그런 여름이라면 같은 땀을 흘리더라도 더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 생각한다. 한돈인들 모두 행복한 여름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월간 피그 2017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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