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돈가 상황에 대비한 농가의 향후 경영전략
한은혜 2017-08-02 18:56:53

 

1. 서론

 

칠레산 돼지고기는 이미 2014년 4월 전 품목의 관세가 폐지되었고, 미산 돈육도 냉동육은 작년 6월부터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한편 금년도 7월부터 유럽산마저도 삼겹살을 제외한 냉동육의 관세가 폐지되었다.


이는 대체소비 축종에서 발생한 각종 환란에 의한 돈육소비 증가 경향과 도매시장 출하 감소세에 따른 가격 왜곡(歪曲) 현상에 힘입어 한돈사육업은 4년 내리 고돈가를 향유하고 있다.


금년 최고돈가를 기록한 6월부터는 삼겹살, 목살과 같은 주요품목에 대한 소비가 받쳐주지 않자 1차 육가공업체들이 가공물량을 계속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0년 구제역 사태와 버금가는 물량이며, 가격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어서 한돈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한정된 한돈시장도 국내 업체들끼리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어 수익성은 악화 일로에 있다. 또한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기형적인 현 가격결정 구조가 한돈육 경쟁력을 잃게 한다는 우려가 들끓고 있다.


한편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한돈산업에 대한 가성비’ 논란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무한리필 삼겹살’ 판매점의 매출이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입산이 강세를 보여 돈육수입량은 38만톤에 이르러 자칫 자급률이 68%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돈생산성은 MSY 17.3두, 총사료효율 3.25 수준으로 선진양돈국의 MSY 22.5~28.5두, 총사료효율 2.80~3.05보다는 확연하게 낮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은 20년 사이에 5배 이상 늘었고 냉장육 수입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가성비에 밀려 외식 및 가정 시장까지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다산성으로 교체하면서 급속히 증가되고 있는 모돈수, 4분기(10~12월) 출하두수에 영향을 주는 2분기의 포유돈사료 생산량(전년대비 7.4%의 대폭 증가) 등의 통계를 볼 때, 4분기 이후에는 저돈가 궤도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돈산업의 하반기 이후 동향을 예측해보고 그에 대비한 농가의 향후 경영전략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2. 전망 - 하반기 이후

 

금년 상반기의 양돈사료 생산량은 309만톤을 약간 밑돌아 작년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육성·비육돈용 사료의 생산량은 줄고 자돈용과 번식돈용 사료의 생산량이 증가하였다. 그 결과를 두고 일부 매체는 4분기의 출하두수가 전년대비 약 10% 정도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하반기 돈가가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광우병 발병 보도, 완전한 AI 회복과 생산물의 가격조정에 소요되는 시간, 어획량 급감에 의한 국산 어류의 초고가 형성과 수입산의 품질 미달로 급감된 수산물 소비, 여전히 높은 쇠고기 가격, 세계적으로 급등세에 있는 돈육가격과 양돈질병의 지속(특히 PED와 PRDC), 4분기 출하두수 증가에 따른 돈가의 자연스런 하향 조정에 따른 한돈 소비시장의 개선 등을 고려했을 경우, 필자는 하반기에도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고 비교적 순탄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표 2, 3>과 같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본다.

 

 

작년도 혹서기의 피해에 따른 방서시설의 보강과 모돈수가 6월부로 이미 105만두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널리 보급되고 있는 ‘다산형 모돈’은 평균 생시체중은 작아지고 체중의 표준편차가 큰 특징이 있어 갓난돼지 사료의 급여량을 늘려주는 한편, 모돈 자체의 일당섭취량도 200g 정도가 늘어난다.


돈가에 미치는 핵심요인은 결국 출하두수(MSY)인데, 우리는 여전히 적은 총산자수(11두 미만), 낮은 모돈회전율(2.05), 13.5%에 달하여 선진국 대비 무려 10%가량이나 더 높은 이유후 사고율(13.5%)에 갇혀있다.


막연히 다산형 모돈만 도입해놓고 핵심기술(커진 체형에 따른 시설 개선, 변화된 단계별 급여프로그램 준수를 통한 바디컨디션 관리, 분만기사료와 종부대기기의 필수첨가제 및 초산모돈용 고단백 임신돈사료의 적용 등)은 개념도 없이 생략한 채 산자수가 늘기만을 바라지는 않는가?


차단방역의 핵심인 외부도입돈에 대한 철저한 적응 프로그램, 분만사의 철저한 격리, 소독제의 특성에 따른 선택과 실효적인 사용, 자가출하차량의 보유, 출하대의 철두철미한 위생, 외부인의 철저한 통제와 샤워시설, 돼지와 배설물의 전입전출, 도축장 위생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생산성 관리의 핵심인 전체 한돈농가의 의무적 전산관리가 방치되는 총체적 부실 상태에서, 선진국 생산성의 수치와의 크나큰 격차나 열거하며 자기비하나 하는 풍토를 혁신하지 않는 한 한돈업계의 세계적인 생산성 달성에 대한 염원은 요원할 것이다.


금년 3월부터 현재까지도 도처에서 발병하여 속절없이 애를 태우고 있는 PED와 흉막폐렴을 비롯한 새로운 타입의 각종 질병의 피해, 제대로 훈련되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생산성에 56%나 영향을 주는 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돈사환경, 사업철학과 산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결여된 많은 경영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운동이 불기를 바란다.

 

3. 위기관리 -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하인리히의 법칙!

 

깨진 유리창(과오)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각종 사고(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사회학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969년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으슥한 골목길에 승용차 1대는 깨끗한 상태로, 다른 1대는 뒤쪽 작은 유리창을 일부러 약간 깨뜨린 상태로 방치시켰더니, 유리창이 깨진 채 주차한 B차는 10분 만에 배터리, 타이어 등이 잇따라 도난당하기 시작하면서 1주일 만에 완전 폐차상태가 된 반면, A차는 끝까지 깨끗하게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가, 최종적으로는 심대한 차이를 낳는다’는 점일 것이다.


1920년대에 미국의 여행보험회사에 다니던 버트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면서 업무 성격상 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다. 그래서 실제 발생한 7.5만건의 사고를 정밀 분석하여 1929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여 하나의 사회법칙으로 인정되었다.


그는 산업재해에 대한 분석 결과물을 정리하여 1931년에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1-29-300법칙(=하인리히 법칙)’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소한 문제를 그냥 방치해 두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처럼 나쁜 의도로 출발하는 것은 결국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되고, 반대로 좋은 것에서 출발한 것은 결국 큰 성공을 가져다준다. 이는 300번의 노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29번의 작은 성공이 있고, 결국에는 크게 성공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가. 사소한 곳에서 발생하며 예방이 쉽지 않다
- 남의 눈에는 잘 띄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아 무심코 지나치고 만다.


나.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소홀히 대응하다가 후에 큰 봉변을 당한다.
- 깨진 유리창을 발견한다 해도 ‘그쯤이야’라며 대부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 문제가 커진 후 치료하려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라. 깨진 유리창을 투명테이프로 숨기려 해도 여전히 보인다.
- 임시 조치나 부적절한 대응은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진심 어린 수리만이 살길이다.


마. 즉시 제대로 수리하면 큰 보상(성공)을 받는다.
 

 

4. 혁신, 또 혁신하자!

 

세상의 가치관이나 구조란 먼저 깨달은 10%의 사람에 의해 바뀐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달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먼저 10%가 깨달으면 사회와 세계를 바꿀 수가 있다. 이것은 시공을 초월한 공명현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이란 이제껏 해오던 올바르지 못한 관행을 깨고 이제까지 해오지 않던 (좋은, 가치 있는) 일을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경영주 측면에서 직원들에 대한 꾸준한 교육, 동기부여, 원활한 의사소통과 권한위임 등의 진정한 노력과 아울러 직원들의 자발성과 책임감이 긴요함을 인식하자. 소위 진정성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요구된다.

 

● 혁신력이란?
혁신력 = 창의력(Creativity) × 실행력(Execution) = 창의적으로 생각한 바를 실제로 행하는 능력

 

 

우리 농장(조직)에도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과거의 관습과 타성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일종의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플러스(긍정-진전-개혁) 발상’이다. 본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게 마련이고 또 변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그것을 시정시키고자 꾸중하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변화의 방법이요, 지혜가 아닐까?


그러나 같은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직원, 업무에 무관심하고 무성의한 ‘깨진 유리창 직원’은 즉시 해고하라. 이들을 용납하면 방종한 태도를 허락한 것과 같아서 비효율적, 무관심, 나태한 직원의 근무 태반 바이러스가 재빨리 전염된다.


따라서 리더는 잘못된 친절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을 때에는 바로 지적해야만 한다. 그러면 내 농장에서 근무 태만 바이러스 징후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 번 점검해보길 바란다.
 

 

<월간 피그 2017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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