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불임 증후군(Seasonal Infertility) 예방과 대책
한은혜 2017-09-01 18:42:33

 

우리나라는 6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몹시 덥다. 올 여름은 더더욱 더웠다.


돼지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덥다’라고 하는 것은 땀을 흘리고, 바람을 쐬고, 시원한 물을 마셔서 신체의 열발산이 필요한 상황을 말한다. 그래야 생명유지의 핵심인 체온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열발산을 시키려면 에너지, 즉 힘의 소모가 필요하다. 힘이 드는 상황이 스트레스가 된다.
힘이 드는 상황이 지속되면 체내 에너지가 고갈되어간다. 그때 ‘피로하다’, ‘피곤하다’라는 말을 쓴다.


돼지는 다른 가축보다 더위를 더 쉽게 탄다. 땀샘이 퇴화되었고 체구에 비해 폐활량이 작기 때문에 헐떡거리는 팬팅에 의한 열발산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모돈이나 웅돈이 요구하는 최적 환경온도는 18도 정도라고 한다. 여름 한복판엔 그 두 배인 36도를 여러 날 넘나든다. 최적 환경온도는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환경요인에 의한 스트레스가 없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번식돈이 ‘발정이 오고, 교배가 이루어지고, 자궁 내에서 배아 착상이 되고, 임신을 유지하고, 건강한 태아가 묵직한 체중으로 태어나는 과정’까지에는 다양한 번식관련 호르몬이 작용을 한다. 시상하부, 뇌하수체전엽, 난소나 정소 같은 성선, 자궁 등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런 번식관련 호르몬은 스트레스 호르몬과는 아주 상극이다. 아주 다양한 이유로 번식돈이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일어나면, 번식관련 호르몬 분비가 억제된다는 것이다.


번식호르몬 분비 억제가 일어나게 되면 후보돈 및 이유모돈의 발정이 안 오거나 약하게 오고, 배란수와 수정란 숫자도 줄어들고, 자궁 내 착상도 잘 안 되고, 임신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태아 발육이 불량하여 생시체중이 작거나 태아 간 체중 편차가 증가하고, 미이라나 사산자돈의 증가가 나타나게 된다. 정상적인 번식과정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웅돈의 경우도 더위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액량도 줄고, 정상적인 정자수 농도도 준다. 기형정자수가 늘어나게 되니 난자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더위로 인한 고체온증에 노출되면 회복하는데 1~2개월이 소요된다.


무더운 여름철과 초가을 동안 많은 번식농장에서 번식이 잘 안 된다고 호소한다. 다음과 같은 애용이 주를 이룬다.


‘후보돈이 발정이 안 온다’, ‘이유모돈의 발정재귀가 늘어지고 흩어진다’, ‘재발률이 늘어난다’, ‘임신진단에서도 미임진단이 다발한다’, ‘배아폐사율이 늘어나서 산자수가 줄었다’, ‘분만율이 형편없다’ 등의 불만이다.


이런 현상을 통틀어 ‘계절성 불임 증후군(seasonal infertility syndrome, SIS)이라고 한다. 혹서기 더위 스트레스와 일장시간 등의 계절과 관련이 있고, 다양한 형태로 번식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인 것이다. 전에는 ‘계절성 불수태’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유럽 양돈선진국의 번식성적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월등하게 높다. 유럽국가의 여름철 기후의 특성은 고온건조하다고 하겠으나, 동아시아 기후환경은 상대적으로 훨씬 고온다습하다. 습도가 높다는 뜻이다.


같은 고온환경이라도 습도에서 차이가 나면 돼지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엄청나다. 고온상태에서 습도가 높으면 열발산은 방해를 받는다.


땀샘이 없는 돼지가 아무리 숨을 쉬어대도 체온은 내려가질 않는다. 바람도 없고, 시원한 물마저 없다면 최악의 스트레스 상황에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유럽 쪽에서 ‘계절성 불임 증후군’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없는 이유는 습도에 있다.


‘돼지는 여름에 다 헐떡거린다. 작년보다 덜 더운 편이다!’라고 말하는 농장의 번식성적이 좋을 리 없다. 지난 6월 하순부터 대부분 농장의 모돈들은 더위 스트레스 때문에 지쳤다.


더위를 못 견디고 죽은 모돈 숫자도 상당하다. 시원한 바람 한 점 없는 돈사, 미지근하고 감질나는 물만 나오는 농장, 한낮 땡볕에 임신말기돈을 이동하는 농장에서 더욱 그랬다.


계절성 불임 증후군을 이해하고 극복하지 못하면 천수답 양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돼지값 좋을 때 팔 돼지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농장은 돈군흐름도 불량하다. 밀사와 연속사육 형태를 못 벗어나게 되고, 전염병 상재는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다.


계절성 불임 증후군을 겪는 농장은 쉽게 가을철 유산 증후군(autumn abortion syndrome, AAS)의 피해를 보는 경향이 많다. 당연히 연간 번식성적이 불량한 농장이 된다. 천수답 양돈은 계절을 타는 양돈이고, 경쟁력 없는 양돈업이 된다.


본고에서는 계절성 불임 증후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중 효과가 큰 것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첫째, 분만사 수유모돈 사료섭취량 증대가 중요하다


분만사 전입체중과 이유시 전출체중을 재고, 등지방 측정을 해서 비교해 보는 농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수유모돈 사료섭취량 증가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농장들이다.


전입체중 대비 전출체중 감량비율을 10~15% 수준에서 관리하고, 등지방도 3~5mm 정도로 감소되도록 바디컨디션(BCS)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유시킨 모돈의 발정재귀일수도 단축하고, 연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료를 많이 먹으면 유량이 늘면서 자돈의 이유체중도 증가하고, 이유 후 육성률도 크게 개선되는 효과도 따라온다.


분만모돈 관장과 유방 마사지를 3일 이상 실시하자. 모돈이 1분에 60회 이상 숨을 쉬는 일이 없도록 쿨링방법을 동원하자. 제빙기를 활용하여 얼음비빔밥도 주어보자.


모돈이 좋아하는 물의 온도는 10~15도 정도이다. 1분에 2리터 이상 나오는 것도 기본이고, 하루에 30리터 이상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더운 시간에 사료를 주고 먹으라고 보채지 말고 시원한 시간대에 사료를 주자. 한 끼에 2kg 이상은 임신기간 동안 먹어본 적이 없다. 하루 4회 이상 급여 방법을 강행해야 한다.

 

 

둘째, 이유모돈 강정사양과 웅돈접촉 강화가 중요하다.


이유모돈의 사료섭취량 극대화는 수유모돈 이상으로 중요하다. 발정이 오고 체온이 오르면 사료섭취량도 감소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료를 많이 먹일 수 있는 기간은 극히 짧다. 바디컨디션이 2.5 이하인 모돈은 더욱 섭취량 증대가 요구된다.


우선 이유모돈 수용 돈방은 시원해야 한다. 사료섭취에 장애가 되는 어떤 원인도 제거해야 한다. 비타민AD3E, 비콤씨도 주사해주고 사료에 비테인, 소화제, 생균효모제, 고품질지방 제제도 첨가해주자.


사료급여횟수도 아침저녁에만 주지 말고 1~2회 더 늘려 섭취량 증가를 유도하자. 얼음비빔밥도 주어보자.


새벽 웅돈 접촉도 시도해보자. 입거품이 왕성한 웅돈은 페로몬 농도도 높아 발정유도에 훨씬 유리하다. 너무 어린 웅돈이나 늙은 웅돈은 능력 발휘하기가 어려우니 웅돈 월령 구성비도 확인하자.


웅돈이 하는 활동 동작을 관리자도 따라서 실시하자. 모돈 등을 누르고, 옆구리를 당기고, 회음부를 주먹으로 눌러주자. 과환기는 웅취 농도도 낮추니 유의하자.


수정직후의 모돈이 스톨에서 더위를 타는지 호흡수를 확인하자. 임신초기 모돈 호흡수는 분당 50회를 넘겨서는 불임증후군 사고비율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임신상태에서 호흡수 증가는 절대 금물이다. 통풍을 증가시키고 시원한 물을 공급해주자.
다산성 모돈의 체구가 크고 뱃속에 산자수가 많을 경우, 좁은 스톨 폭은 훨씬 임신사고율을 증가시킨다. 눕는 자세와 호흡수를 확인하고 견디지 못하는 모돈개체는 별도 수용이 필요하다. 임신사 스톨 폭을 늘려준 농장에서 계절성 불임 증후군 피해는 당연히 줄어든다.
 

 

셋째, 후보돈 초발정관리가 되어야 초교배관리도 순조롭다.


혹서기에 임신사고가 증가하므로 후보돈 교배복수를 늘려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어떤 농장에서는 교배복수를 늘리기 위해 당연히 도태시켜야 할 모돈도 교배시키고, 나중에 따져보면 도움이 되지도 않을 F2암컷도 교배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후보돈이 농장의 미래라는 것을 명심하고, 계획을 갖고 후보돈을 필요한 두수만큼 확보하자는 것이다. 종돈장과 신뢰를 쌓고 중장기간 공급계약을 해두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종돈장, 사료회사와 상의하여 후보돈 육성을 시키고 초발정 유도 프로그램을 실천하자. 초발정 목표일령, 체중, 등지방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초발정이 유도되면, 초교배 관리도 순조롭다. 초발정 관리목표가 없는데 어떻게 초교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정상적으로 성장한 F1후보돈은 160일령 정도가 되면 웅돈노출에 의해 초발정을 유도할 수 있다. 250일령 전후, 세 번째 발정에서 교배를 시키는 것으로 계획했다면 210일령 경에 초발정이 있어야 하니 180~190일령 정도에 웅돈접촉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웅돈접촉하고 3~4주가 지났는데도 발정이 오지 않는다면 도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초발정관리가 잘되는 농장은 혹서기 불임 증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넷째, 후보돈, 모돈이 계절의 변화를 눈치 못 채게 해주자.


돼지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도록 시설을 현대화하기에는 엄청난 투자가 요구된다. 올해만 해도 많은 농장에서 돈사 단열을 보강하고 냉방기를 설치하여 혹서기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시설을 잘 활용하고 돼지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관리자의 노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도 목격된다. 관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동기부여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별도의 추가적인 투자 없이 계절성 불임 증후군을 최소화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일조시간 관리를 위한 점등 프로그램이다. 특히 후보돈, 이유모돈, 임신초기 모돈에게는 16시간의 조명관리가 필요하다.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환할 때는 환하게, 그리고 어두울 때는 어둡게 명암관리를 해주자는 것이다.


하지가 지나고 낮 시간이 점차 짧아지면서 모돈의 임신유지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낮아지게 된다. 추운 겨울에 새끼를 낳지 않으려는 동물적 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을에 유산이 증가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지 않아도 임신을 유지할 마음이 없는데, 스트레스 요인까지 가해지면 불임과 유산율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속성은 쌓이는 것이다. 여름은 길고 더위는 심했기 때문에 모돈은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더위 스트레스의 큰 후유증은 면역력 저하에 있다. 체온상승이 일어나면서 장점막 상피세포 틈새가 벌어지면서 온갖 병원체와 독소가 침입하면서 전신염증의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풀어주고, 전심염증은 항생제 클리닝과 면역증강제 투여로 극복해야 한다. 방법은 영양관리, 환경관리, 위생관리 강화 그리고 가려운데 긁어주는 관리자의 애정이다.
9월은 여름의 끝판으로 볼 수 있지만, 환경온도는 여전히 돼지가 좋아하는 최적온도 위에 있다. 재발확인, 임신진단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가을철 유산증후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양관리에 힘을 써보자.

 

<월간 피그 2017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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