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고돈가가 지속되고 있다. 그 때문인지 한돈산업 내부에서는 다양한 구조적인 변화들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저돈가 시기에 움츠러들었던 한돈산업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다.

대표적인 변화들로는 생산규모의 증가, 전문경영 체제 운영, 번식경영과 비육경영의 분리, 사육주의 세대교체 등이다. 이러한 흐름의 영향으로 양돈업에서도 사업계획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양돈업의 사업계획은 생산계획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모돈두수, 종부, 분만, 이유, 전출, 출하 등 각 사육구간별 생산계획에 따라 자금, 인력, 시설 등의 확장된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양돈경영의 애로사항은 외부환경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판매계획(출하두수와 매출액)은 1차적으로는 생산계획에 의해 결정되지만, 지육시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한 해를 경영해야 하는 시점에서 지난 5년간의 시장환경을 살펴보고, 2018년 전망과 한돈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최근 5년간 돼지가격 분석

지난 2013년 한돈산업의 분위기는 매우 심각하였다. 당시 1/4분기 지육가격은 3,045원(박피, kg)으로 최근의 성수기 6천원대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였다.

불황을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시장상황은 모돈감축 운동 등을 통하여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5천원대 전후의 시세를 형성해오고 있다.

생산원가 이상의 흑자경영이 유지되면서 최근 몇 년간 모돈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뿐만 아니라 늘어난 수입량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늘어난 돈육 공급량에도 불구하고 고시세가 유지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답은 증가한 돼지고기 소비량에서 찾을 수 있다. 2012년까지 20kg 이하에서 머물러 있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이후 급증하여 현재 20kg 중반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이러한 경향에는 육류 소비량 증가 추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외부 환경들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등장하였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 감소
? AI 여파로 인한 닭고기 소비 감소
? 캠핑 등 야외활동의 돼지고기 소비 증가
?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으로 돼지고기 소비 증가
? 유럽 소시지 E형 간염 파문

축산업에 영향을 미친 이슈들도 있고 사회 전반을 뒤덮었던 사건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돼지고기 소비 증가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나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었으며, 국내 사육두수와 수입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5천원대 전후의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 2018년 시장 전망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사육두수가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이 자주 등장하였다. 그럴 때마다 반대편에서는 현장에 대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출하할 돼지가 없다’, ‘자돈이 없다’, ‘폭염으로 분만 성적이 나쁘다’ 등 주로 생산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돼지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였으나, 최근의 가격을 이끌었던 핵심 요인은 ‘소비의 증가’였다.

외부에서 발생했던 주요 사건들에 큰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2018년에도 사육두수의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특별한 가격 상승의 이슈가 발생하지 않은 지금 2018년도의 지육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면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칠 사건이 발생하길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

정답은 늘어난 소비량을 어떻게 지켜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돼지고기(한돈) 소비량이 2018년에도 유지된다면 지육가격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3. 2018년 한돈산업의 과제

최근의 고돈가로 인해 양돈업은 흑자경영이 이어졌으며, 양적인 성장도 이루어내었다. 한돈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한돈산업이 직면한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주요 양돈생산국들에 비해 매우 높은 생산원가
? 품질 개선과 균일도 향상
? 수입돈육으로부터의 차별화
? 위생수준의 향상과 소비자 인식 개선
? 농장의 환경개선

수입돈육의 마케팅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균일도 있는 출하품질과 가격경쟁력은 필수이며 차별화를 위한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또한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문과 같은 사태를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생수준을 상향평준화하고, 농장의 환경관리 사업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1kg 증가하면, 모돈 사육두수는 5만두 늘어나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육규모가 늘어난 만큼 연관사업 분야도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늘어난 소비량을 유지 및 확대하여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희망찬 2018년이 시작된 만큼, 최근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한돈산업의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월간 피그 2018년 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