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동물약품산업 결산 및 전망
한은혜 2017-12-04 18:35:36

 

덮친 질병 파고 넘으려고 ‘안간힘’
고병원성AI 굴레 벗어날 ‘동력찾기’ 분주
살충제 계란 파동 ‘안전 사용 재조명’
일률기준 적용...대거 사용금지 ‘날벼락’

 

2017년 동물약품산업은 고병원성AI라는 어두운 질병그림자에서 출발했다. 이번 고병원성AI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돼 올 6월까지 장장 8개월을 끌었고, 4천만수 가금류 살처분 등 엄청난 피해를 줬다.


올 초 잠깐이지만 구제역도 있었다. 구제역의 경우 O형, A형 동시 발생이라는 초유사건에 축산업계 모두가 잔뜩 긴장해야만 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동물약품산업을 휩쓸고 지나갔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농약으로 화살이 잠깐 비껴가기는 했지만, 동물약품 역시 해당품목이어서 관련 제도 등을 확 뜯어고치는 단초가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내 방역정책국 신설은 동물약품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또한 농식품부 ‘동물약품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 수출진흥팀’ 등 동물약품산업을 육성·지원할 정부 조직이 들어섰다.


이밖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잔류허용기준 일률적용, 2단계 처방제 시행, 구제역백신 제조공장 추진(국산화) 등이 올 동물약품산업에서 ‘핫 이슈’였다.

 

시장규모 전년과 ‘대동소이’


상반기까지 동물약품 판매액은 전년과 대동소이하다. 한국동물약품협회 분류별 판매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동물약품 판매액(수출 제외)은 3천279억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3천228억원보다 1.6% 늘어난 수치다.


항병원성약 중 합성항균제와 항생물질은 각각 86억원(0.5%↑), 439억4천만원(8.5%↑)을 나타냈다. 의약외품 중 소독제는 136억2천만원(13.8%↑)을 보였다. 생물학적제제 중 백신류는 1천111억5천만원(0.2%↓), 보조적의약품 중 주문용사료첨가제는 316억6천만원(5%↓)에 머물렀다. 아직 집계가 안 됐지만 올 한 해 전체로 범위를 넓힌다고 해도 그 양상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판매액 수치가 조금 늘었다고는 해도, 양돈산업이 올해 내내 고돈가를 유지하는 등 대내외 환경을 감안할 경우 동물약품산업이 ‘선방했다’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특히 구제역백신이라는 덩치 큰 매출품목을 빼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에 가까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수출도 다소 아쉬워 ‘목표는 달성’


늘 동물약품업계가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수출도 조금은 아쉽다. 국내 동물약품 업계서는 올 초 2억7천만불이라는 올해 수출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올 초반 워낙 좋은 성적을 내달린 터라 3억불 수출까지 기대됐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주춤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동물약품 업계는 ‘수출주도형 동물약품’이라는 대세를 흔들만한 수준은 아닐 뿐 아니라 올해 목표치인 2억7천만불 수출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살충제 계란 이후 관련제도 정비


지난해 소독제 효력 파동이 동물약품산업을 한바탕 뒤흔들어놨다면, 올해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분위기를 짓눌렀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직접적으로는 동물약품산업을 비껴갔다. 하지만 동물약품 업계가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다시 한번 확인할 만큼은 충분했다.


이를 겪으면서 업계는 동물약품 바로 쓰기 등을 적극 알려나갔다. 관련 제도도 꽤나 많이 정비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약품 판매자에게 거래내역 기록과 적정사용법 고지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역본부에서는 농약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살충제에 대해 “친환경 농장에서는 써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주의사항에 표기토록 했다.


과대광고도 되돌아보게 됐다. 농가에서는 동물용의약품 또는 동물용의약외품으로 품목허가된 살충제를 써야 한다. 그것도 빈계사 사용 등 용법·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란에 이렇게 잔류허용치를 넘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농가 주위에는 살충제로 정식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보조사료 등이 널려있다. 또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살충제는 내성이 생긴 탓일까. 효과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자꾸 독성이 강한 제품에 눈을 돌리게 된다.


제품 포장지, 광고 등에 적혀있는 ‘와구모 퇴치’라는 문구는 선택에 힘을 더한다. 검역본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대대적인 보조사료의 과대광고 단속에 들어갔다.

 

일률기준 적용에 “또 실험” 야속


잔류허용기준의 일률적용은 올해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년 전부터 그 시행을 예고해 왔다.


올해 현실화되면서 파장을 불러온 측면이 크다. 특히 살충제 계란 파동과 맞물리면서 속도가 더 붙었다.


식약처는 국내 허가돼 사용되고 있으나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동물용의약품 성분에 대해 일률기준 0.01ppm(0.01mg/kg)을 적용키로 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6월 11일 이후 총 5번에 걸쳐 성분별 시행일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11월과 올해 7월 1일부터 총 21종이 시행대상에 들어갔다.


일률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휴약기간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일부 동물약품의 경우 사용금지 처분이 내려진다. 올해는 주로 낙농용, 산란계용 제품이 그 날벼락을 맞았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36종이 추가된다. 업체 입장에서는 “수십년 이상 현장에서 써오면서 안전성 등을 검증받은 제품”이라며 또 실험하는 데 따른 고충을 털어놨다.

 

처방대상 놓고 한바탕 소란


2단계 처방대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물약품업체 입장에서는 처방대상에 포함되면 판매과정에서 수의사 처방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최근 워낙 약품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처방대상수는 급격히 불어나는 추세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 기존 97종에서 133종으로 늘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처방대상 추가지정 성분 적용은 1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항생(항균)제 중 7종은 내년 5월 1일부터, 생물학적제제는 내년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올해 2단계 처방대상 선정과정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대표적으로는 반려동물에서 많이 쓰고 있는 4종 종합백신 ‘DHPP’다. ‘DHPP’ 포함 여부를 놓고 “꼭 넣어야 한다”는 수의사와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라는 판매업체 주장이 맞선 끝에 결국 처방대상에 넣지 않았다.


동물약품산업과는 약간 동떨어져있는 내용이지만, 처방대상 선정 그 시점에서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에 ‘피하주사’가 제외된 것에 대해 수의사 반발이 컸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가진료 대상 동물범위에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뺐다.


하지만 ‘피하주사’ 일부는 자가진료 가능 범위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수의사들은 “주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작용을 자주 유발하는 등 엄격할 필요가 있다. 주사제는 특히 처방제에서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아르헨·러시아산 품목허가 ‘경쟁구도’


제품으로 치면 구제역백신이 입방아에 많이 올랐다. 워낙 덩치가 크고 관심이 많아서다. 거기에다 올해는 경쟁구도가 그려졌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메리알사 원료 구제역백신만이 국내 시장에 공급됐다. 하지만 10월부터 (긴급백신용이지만) 아르헨티나산, 러시아산 백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긴급백신용으로 들어오던 아르헨티나산, 러시아산 백신이 올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정식품목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들 백신은 각각 고항원량, O+A형 2가 백신이라는 차별화 무기를 꺼내 들고 기존 시장을 거세게 위협했다.


이러한 수입선 다변화는 공급문제 해소에 숨통을 터줬고 접종방법 변화에 단초를 제공했다. 농식품부는 그 필요성을 인식, ‘구제역 예방접종·임상검사 및 확인서 휴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접종횟수 등 구제역백신 접종방법을 변경키로 했다. 현 고시에서는 돼지 자돈의 경우 1차만 접종토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허가 내용에 따라 2회 접종 등으로 바꾼다는 것이 골자다.


구제역백신 국산화도 올해 탄력을 받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9월 구제역백신 제조시설 구축 지원사업 대상자로 FVC를 선정했다. FVC는 고려비엔피, 녹십자수의약품, 코미팜 등 국내 동물용백신 제조업체로 꾸려진 구제역백신 제조 컨소시엄이다. FVC는 2019년까지 제조시설 구축을 완료한 뒤 시범가동 등을 거쳐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제역백신을 국내 생산하게 된다.

 

동물백신 ‘이제 7개 업체 체제’


동물약품 제조시설의 첨단화가 올해도 이어졌다. SB신일(구 신일바이오젠)이 새 공장을 신축하는 등 많은 동물약품업체들이 시설을 보강했다.


특히 수십년 유지돼오던 5개 동물용백신 제조업체 체제가 무너졌다. 지난해 씨티씨바이오에 이어 올해 우진비앤지가 동물용백신 제조공장 인증을 받은 것이다.


우진비앤지 신축공장은 지난 10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백신 제조업허가(KVGMP 인증)를 완료했다. 우진비앤지는 연내 그 첫 제품을 선보이는 등 백신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씨티씨바이오 역시 동물용 백신 출시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보다 치열해진 동물용 백신 시장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기업에서는 베링거-메리알 통합회사(이하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가 새 얼굴을 선보였다.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은 본사 차원에서 통합한 이후 올 들어 사무실을 합치고, 새 수장을 뽑는 등 국내 지사 간 통합작업을 진행했다. 통합회사 새 조직은 돼지·축우, 닭·구제역, 반려동물 등 3개 부(Bu) 중심으로 꾸려졌다.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은 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에 포커스를 맞춰 조직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베링거-메리알은 써코백신, 구제역백신 등 동물용 백신 시장에서 워낙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통합위력이 벌써 예사롭지 않다.

 

동물약품 육성 전담부서 설립


올 한 해 건진 수확은 동물약품산업을 육성·지원할 정부 내 전담부서 설립이다. 농식품부에는 지난 8월 방역정책국 설립과 함께 드디어 동물약품 전담조직이 들어섰다. 방역정책국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내 ‘동물약품계’다. 동물약품계는 산업육성, 제도 선진화, 수출확대 등 동물약품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검역본부에는 동물약품 수출 지원 조직이 생겼다. 수출지원팀은 앞으로 수출시장 개척, 수출 유망품목 연구·개발 지원, 해외정보 수집, 국제협력, 민원서비스 제고 등 다양한 수출지원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동물약품산업계는 그간 동물약품 전담조직 신설을 지속 주문해왔다. 산업계 혼자 힘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구제역, 고병원성AI 등 악성가축질병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동물약품 관련 업무는 한참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특히 수출이다. 바로 옆 중국 시장 이야기다. 산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전력을 다하지만 늘 돌아오는 답변은 ‘보완’이고 ‘기다려라’다.


이렇게 3~4년 시간을 허비하고 돈을 쓰다 보면 스스로 지쳐 쓰러지게 된다. 동물약품산업계에서는 정부 대 정부로 이러한 차별을 풀어내달라고 주문했다. 항생제 사용 규제, 처방제 대상 품목, KVGMP 상향조정, PIC/S 국제협력 등 잔뜩 쌓여있는 제도적인 현안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도 안전’ 소비 트렌드 반영이 경쟁력


내년 한 해 동물약품산업을 전망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워낙 변수가 많아 어떻게 흘러갈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추세는 있다. 그 전면에는 역시 ‘안전’이 서 있다.


올해 살충제 계란 파동과 같은 식품안전 사고는 내년에 또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동물약품산업에는 규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사고를 막을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질병도 동물약품업계에 결코 호재가 아니다. 당장 소독제, 백신 매출 증가를 불러올 수 있으나 대규모 살처분 등에 따라 산업기반이 줄어들면 동물약품산업도 덩달아 위축되게 된다.


항생제 사용 절감과 동물복지 강화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한다. 소비자 니즈를 채워주는 것이 경쟁력이다. 동물약품 업계는 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도 변수 중 하나다. 동물약품산업은 그간 수출 위주로 변신을 꾀하면서 판매액 중 1/3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의 경우 베트남의 대중국 돼지고기 밀수출이 막히면서 국내 동물약품 수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렇게 세계 경제에 예민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결국 신시장 개척 등 새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지속성장을 이끌 해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출에서는 영토다각화를 통해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품목에서는 소비자 요구에 따른 생약, 동물복지형 제품 등이 우선 거론된다. 특히 최근에 가장 부각되는 분야는 반려동물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 성과보다는 보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이밖에 적절한 환율관리가 요구된다. 환율이 올라가면 원료구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대신 수출하는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반대상황도 가정해봐야 한다.


여전히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명언이 통하는 시대다. 시장변화를 읽고 잘 대처한다면 달콤한 열매를 맛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퇴하게 된다. 내년 한 해 더욱 성장하는 동물약품산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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