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돼지고기 유통시장 결산 및 전망
한은혜 2017-12-04 18:55:26

수입자유화 20년, 생산·소비증가 ‘기대’

 

내리막은 더 빨리 간다. 오르막은 그 반대다. 돼지고기 시장이 꼭 이 짝이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다. 심증적인 측면이 더 크다. 물증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왜 이러나. 산지와 거꾸로 간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수십 년간 입증됐다. 서로가 지칠 때도 됐는데 너무 가는 것 같다. 중소규모 돼지고기 육가공산업, 가공업체들이 “언제 문 닫을까” 시기를 저울질할 때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본격적으론 내년이 시작이라는 게 중론이다.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 보인다. 신기가 있어 작두를 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육가공업체들은 작년, 올해, 내년에도 변치 않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아이러니 현상이 사람 피부에 나타나는 검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검버섯이라 보기가 싫은 것뿐이지, 그로 인해 죽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돼지고기 유통시장은 지난 2014년 이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때에 따라선 과도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예측도 전망도 어려운 시장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떨어질 것이라는 돈가는 안 떨어졌다. 유통시장 고기 값만 떨어졌다. 국내산 수입산 할 것 없이 작년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다.


결국 ‘먹어 치웠다’는 말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국내 생산량도 늘었다. 수입량도 늘었다. 그 많은 고기가 다 어디로 갔을까.


많이들 먹고 있다. 소비의 한 부류로 나눌 정도로 갈라놓았던 중국 여행객들도 없어졌다. 무한리필 시장도 죽을 쑤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돼지고기 지방의 재인식도 게 눈 감추듯 망각이 됐다.


이에 따라 치열한 유통시장에서 경쟁적인 덤핑물량이 시도 때도 없이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안고 가다간 자폭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국내산 삼겹살은 소비자 저항선에 부딪히면서 소비위축을 불어오고 있다. 소고기 값을 넘어선 지 오래다. 수입 삼겹살도 잘 안 팔린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려 팔지만 역부족이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여러모로 비교될만한 유통시장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돼지고기 수입자유화 꼭 20년째라는 사실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다. 기억의 저편에 서 있는 건 아니어야 한다. 그래서 벌써 20년이다. 시장과 산지변화에 시선이 예의주시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런 진단에는 그만한 이유가 뒤따르고 있다. 다름 아닌 수입시장이다. 더 나아가서는 시장개방이 가지고 온 수급 탄력성이다. 점차 얇아지고 있다.


돼지고기 시장은 지난 7월 수입자유화 꼭 20년을 맞았다. 5만여톤 수입되던 양이 부산물 포함 40~50여만톤에 달하고 있다. 무려 10배가 증가됐다. 그래서 작금의 돼지고기 시장은 지금부터 한동안 냉철하게 짚어봐야 할 때이다. 

 

배짱, 돈 ‘투기시장’으로 가나
 
올해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은 한마디로 ‘별 볼 일 없다’로 평가된다. 손실만회가 어려웠다. 지육가격이 kg당 4,800원 이하로 떨어진 때가 별로 없었다. 수익구조가 작년부터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다.


이어지는 손실은 매달 조금씩 누적됐다. 어쩌다 반짝 판매가 늘어난 때는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평년작이나 손실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첫 번째, 지난해 들어가야 될 냉동 재고자산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구매비가 비싼 이유에서다.


판매가격도 작년에 비해 떨어졌다. 매출도 떨어졌다. 소비위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규모가 큰 곳에서 그럭저럭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작은 곳은 아무리 쥐어짜도 허덕댔다.


예상했던 대로 삼겹살은 소비자 저항선에 부딪히고 있다. 브랜드육 가격을 보면 확연하게 나타난다. 금값이다.


작년에 비해 주요 부위는 다 떨어졌다. 반면 앞·뒷다리가격이 올랐다. 조사 시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하락했다. 일반 삼겹살의 경우 올해 가격이 6.6%, 목살 12.5% 등 각각 떨어졌다.

 

특히 삼겹살, 목살의 경우 시장에서만큼은 ‘출렁’거려야 한다. 그래야 육가공업체들이 돈을 벌었다, 손실을 봤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보다 고공행진이 지속됐다.


두 번째는 배짱과 돈이 없었다. 첫 번째 이유처럼 냉동 재고를 가지고 가야 했다. 그러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력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뒷심이 없었다. 주요 부위의 재고를 가지고 있었던 업체는 수익을 내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크고 작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냉동재고를 가지고 해를 넘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혹 냉동재고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물량이 적어 연말 수익성 분석에는 영향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육가공산업의 허리인 하루 200두 이상, 500두 이하를 작업하는 중규모 육가공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소매망이 굳건한 60두 이하 소규모 업체들은 그런대로 평년작을 유지했다. 결국 돼지고기 유통시장도 투기시장으로 바뀌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입육 ‘죽 쒔다’, 소비예측 오판
 
수입돼지고기 시장은 국내산보다 더했다. 한마디로 ‘죽 쒔다’.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수입육 시장은 초주검 상태까지 갔다. 연초부터 저가 소비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수입단가는 높았다.


도매유통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삼겹살 한 콘테이터 팔면 2,3천만원의 손실을 봤다. 예컨대 kg당 5달러 초반대 물량은 시중에 8천원대에 판매가 돼야 한다. 그런데 5천원대를 보였다.


지난 하반기 들어서도 회복되지 않았다. 이 같은 유사현상은 가격에 다소 차이는 보였으나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평균 30% 가까이 가격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국가별로는 칠레산이 그나마 손실을 적게 보였다. 이는 수입물량이 적은 이유와 함께 내수시장 즉, 수입시장의 가격유지를 위해 판매업체들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유화 후 10배 증가, 영향 본격화될 듯

 

수입육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자유화 20년이 지난 지금의 수입돼지고기 유통시장은 확연히 변화됐다. 우선 물량 측면에서 1997년에 비해 부산물 포함 거의 10배에 육박하고 있다. 자급률도 상대적으로 71%로 떨어졌다.


소비 비중도 단계별 분산됐다. 정육점 소비는 낮아지고 단체급식, 식당, 대형판매처인 할인마트, 육가공 원료 등으로 높아졌다.


특히 수입돼지고기 유통가격은 국내산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입 냉동삼겹살 kg당 도매기준 평균 5천원~6천원대로 조금 올랐다. 이는 국내산과 2.5배에서 많게는 3배 차이는 나타내고 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입돼지고기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증감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가격, 품질 등 가성비 면에서도 수입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국민정서인 감성비가 더해지면 수입육을 찾는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요즈음은 품질까지 비교되고 있다. 


문제는 수입자유화 20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수입육에 대해 ‘무뎌졌다’라는 점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국내산에 대해선 가격대비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입자유화와 수입돼지고기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생산·소비증가 ‘기대’
 
그렇다면 내년도 돼지고기 시장은 어떻겠는가. 일단 올해보단 좋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국내산의 경우 생산량 증가와 공급량 감소를 꼽고 있다. 산지가격의 다소 하향세로 점쳐지고 있다. 당연히 유통시장은 괜찮을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이 역시 예상에 불과하다.


수입육의 경우 수입량 감소에 따른 국내산과 수입육의 공급량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 이 역시 전망치에 불과하다.


둘 다 전망대로 맞는다면 돼지고기 유통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띨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예측불허 시장이 되어버렸다.

 

 

이와 함께 가장 큰 중심축이 소비시장이다. 우선 긍정적 분위기는 형성되고 있다. 나라 주머니 사정이 조금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 등 관광객 증가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지 돈가도 탕박 확대에 따른 가격조정이 어느 정도 받쳐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올해와 같은 상황에선 탕박전환이 시장에 무슨 의미를 주는지 다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의 역설은 이렇다. ▲냉동 물량증가다. 올해 냉동물량이 없어 수익을 못 냈다 하니 너도나도 냉동물량을 늘린다. ▲자금 확보다. 돈이 없어 비싸진 삼겹살, 목살 냉동물량을 못 샀다고 하니 가격이 조금이라도 떨어질 때 삼겹살, 목살을 많이 구매한다. ▲수입육 대량구매다. 수입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수입육을 예상보다 많이 구매한다.


적어도 이렇게 거꾸로 해야 돈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변증법적 논리전개다. 정(正)아니면 반(反), 반 아니면 정의 반복이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예측과 전망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산지든 시장이든 시장변화에 예전과 같은 눈 흘김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월간 피그 2017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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