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축산환경분야 결산 및 전망 ‘2018년 = 깨끗한 환경, 행복한 돼지’
한은혜 2017-12-04 18:36:58

 

2017년을 보내며

 

해마다 한 해가 저무는 11월 말쯤이면,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게 된다. 2017년을 돌아보면 가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일이 있는가 하면, 아쉽고 화가 나기도 하고 심하면 후회하게 되고, 동시에 다시는 같은 잘못이나 실수 또는 오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축산환경 분야의 2017년을 돌아보면, 너무나 아쉽고 힘들었던 기억과 함께 내년에는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나갈 것이며,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축산을 위해서는 또 어떤 대책을 세우고 추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에 두드러지게 등장한 축산환경의 중요성과 축산업이 단순히 가축을 길러 축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큰 충격과 가르침을 준 두 가지 사건, 하나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고 다른 하나는 제주의 가축분뇨 불법투기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유발이라 할 것이다.


이 두 사건을 통하여 무의식적으로 해 오던 관행적인 환경관리의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었다는 것과 화산지형인 제주의 숨골을 통한 가축분뇨의 불법 투기 등 도덕적, 사회적 및 법적 책임감이 증발한 일부 축산농가의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으로 촉발된 살충제 계란 파동은 아직도 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채 2017년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언제든지 재발 가능한 그러면서 축산환경 개선이 얼마나 중요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이 반드시 수립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제주의 특수한 화산지형과 연계된 오래전부터 의심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양돈분뇨의 숨골을 통한 불법 투기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제주 양돈에 대한 불신, 나아가 한돈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과 비난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깨끗한 한돈농장

 

2016년 기준으로 농림업 생산액 기준 10대 품목 중 쌀을 제치고 1위 자리에 돼지가 올라섰다. OECD 국가 중 연간 소비하는 고기 중 돼지고기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이다.

 

 

즉, 돼지고기는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식품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조사된 한국인이 사랑하는 농식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밥은 잡곡밥, 과일은 딸기, 채소는 고구마, 육류는 돼지고기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쇠고기 자급률 40%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70% 중반대라고 하지만 돼지고기 자급률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은 현안문제가 되었다. 제주도 내 일부 양돈농가의 불법적인 환경오염 유발은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던 육지 돼지고기의 반입을 막아 왔던 방어막을 걷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듯이, 최근에 우리 축산업계에 불어 닥친 환경규제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환경개선 요구를 막연하게 바라볼 수 없는 한돈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목표로 설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급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이다. 돼지고기의 생산기반은 바로 한돈농장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라 할 무허가축사 문제와 가축사육제한이 바로 한돈 사육기반 유지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돈 사육기반 유지와 지속가능성은 악취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축산업, 특히 한돈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냄새, 악취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대안이 요구되는 이유이고 가장 중요한 현안문제이다. 


이렇듯, 한돈산업의 미래는 한돈농장 악취저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악취저감은 필수 과제가 되었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반드시 넘어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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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농장의 악취 민원을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면, 그다음 단계로 악취를 저감시키기 위한 원칙을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악취저감을 위한 많은 접근 방법과 기술의 적용에 있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원칙이 악취물질 발생 전 차단, 즉 악취물질이 발생되기 전에 중점관리를 통하여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동물복지 양돈

 

동물복지는 사람이 동물을 이용하되 최소한의 배려와 불필요한 고통의 방지 및 생명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도록 하는 생명존중의 의미이다. 이를 농장동물에 적용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친환경 동물복지축산의 개념이다.


동물은 움직이는 물건이 아닌 생명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 동물복지축산의 기본이다. 이른바 다섯 가지 자유는 농장동물 복지 및 동물복지축산의 기본으로 소비자가 요구하는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먹거리,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한 과정, 사람 복지를 한 수준 더 높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과 요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 하지만 축산물 생산 현장의 여건과 인식은 까마득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의 살충제 계란 파동은 동물복지축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축산이 앞으로 친환경 동물복지축산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동물복지축산이 살충제 계란 파동의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핵심은 산란계 농장에서 진드기 같은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였고, 그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동물복지형 농장, 특히 방사사육 산란계들은 건강 면에서 밀사 조건의 케이지 사육보다 상당한 장점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줄어 면역력이 강화되고 보다 건강한 닭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기생충과 미생물 등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의 위험요소들은 동물복지형 농장에서도 그대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사사육 농장은 위험수준이 더 높을 수 있다. 질병 관리를 위해서는 농장 내 유해물질 발생의 통제와 동시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위험요소들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해마다 산란계 농장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몸살을 앓아오면서 겨울철 철새를 주요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철새의 이동이 덜한 시기에 확진 판정이 나면 농가 방역체계의 허술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산란계 계란 파동에 대한 대책으로 갑자기 모든 축산농장을 동물복지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의 동물복지가 만능인 것처럼 몰아간다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제대로 된 철저한 방역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동물복지축산이 질병 관리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돼지와 돼지고기는 구분되어야 한다. 살아 있는 상태의 돼지라는 생명이 사람의 필요에 의하여 희생되어 식품으로 바뀐 상태가 돼지고기이다.


돼지의 복지는 살아 있는 돼지가 쾌적한 환경, 돼지가 요구하고 바라는 여건이 충족되는 상태, 몸과 마음이 가장 좋은 상태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돼지를 희생시켜 고기라는 식품으로 바뀌는 과정에 주어지는 고통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을 통틀어 동물복지 개념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돼지를 살아 있는 동안에 스트레스가 최소화되는 환경, 가장 살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고 마지막 생명을 거두는 과정에 주어질 고통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람의 최소한의 배려가 아닌가 하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 동물복지이다.

 

더불어 행복한 2018년을 기대하며 

 

2017년을 보내고 2018년을 맞이하면서, 한돈산업 현장에서 발생되고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 확산되어 불쾌감을 주는 악취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불쾌하고 고약한 냄새, 악취는 피하고 견뎌내는 것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인식하고 발생 단계에서 차단하거나 줄이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기술과 공법을 적용하고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돈사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돼지다. 돼지가 생명을 유지하고 생산활동을 하는 공간이 돈사이며 관리자인 사람은 그 돈사의 주인인 돼지가 가장 편안하고 몸과 마음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동물복지의 기본인 5대 자유가 보장되는 생활환경을 만들어주고 관리하는 역할이지, 돈사의 주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관리의 목표 또한 돈사 환경을 돼지 중심의 동물복지형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관행 축산에서 급격한 동물복지형으로의 전환은 분명 문제가 있고 동물복지축산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한돈산업이 친환경 동물복지형으로 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2018년에는 보다 실질적이고 돼지 중심의 복지양돈으로 한발 더 나아가면서 깨끗하고 민원 없는 농장으로 거듭나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돼지가 더불어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월간 피그 2017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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