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돈장 경영주의 역할
한은혜 2018-06-01 18:59:57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장기간의 양돈 호황으로 최근 수년간 사육 두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는 사상 최대의 사육 두수를 기록하고 있다. 돈육 수입 역시 1/4분기의 한돈 자급률이 67%에 그칠 정도로 예상 밖으로 많은 양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그리고 경기 부진으로 인한 소비 침체, 돼지고기 소비 대체 효과 등이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돈가 폭락의 불안감마저 현장에서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간 고돈가를 유지했던 요인들을 살펴보면 그 불안감이 기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돈 감축으로 인한 출하두수 감소 효과로부터 시작하여 캠핑 확산, 비선호 부위 소비 증가, 고지방 다이어트, 김영란법, 지속적인 AI(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등 돈가 상승에 힘을 보탰던 요소들을 금년도에는 기대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사육 두수 증가로 자연스럽게 조절되었던 수입 물량 역시 수년간 고돈가를 거치며 여러 번의 학습효과와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의 돈가 하락으로 감소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마디로 공급은 과잉으로 가고 있는데, 소비는 늘어날 기미가 없는 것이 2018년 한돈산업의 고민거리이다.


예전에 ‘천수답(天水畓)’이라는 말이 있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댐이나 저수지, 관계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가뭄인 상황에서도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근래 양돈사업은 돈가 전망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드러난 생산성 지표를 보아도 구제역 이후 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징후는 보기 어렵다. 자칫 고공행진하고 있는 돈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자칫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천수답 농사처럼 답답한 현실이 다가올 수도 있다.


이런 불안감과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한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은 어떤 것이 있는지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먼저, ‘돈가와 관계없이 항상 꾸준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한돈산업’이라는 큰 전제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의 원초적인 목표인 양돈장의 생산성 향상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양돈 산업의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EU 국가들을 하나로 보았을 때, 한국의 돼지 사육두수와 돼지고기 생산량은 세계 10위권이다. 하지만 생산성의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양돈 강국인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평균 PSY 30두 수준을 훌쩍 넘어서고 PSY 40두까지 도달한 농장이 있어 20~22두 수준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와의 생산성 차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결국 농장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가장 시급한 숙제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4계절이 있고, 국가 단위의 방역이 어렵고, 외국인 노동자들로 생산성 관리가 쉽지 않은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옆 나라 일본의 예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사육 두수는 100만두 이상 적지만(실제 모돈 숫자도 적다), 돼지고기 생산량(정육생산량)은 앞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환경과 질병의 차이라는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생산성이 우수하다는 이야기이다.

 

 

생산성 향상의 경쟁력을 출하두수라는 측면에서 예를 들어보겠다. 출하두수가 증가함에 따라 매출은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표 4>를 보면, 출하두수가 증가할수록 출하 두당 고정비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것은 농장 수익 증가의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단기, 장기적인 생산성 목표를 정하고 모든 직원들과 그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농장의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조직원들을 그 목표로 이끄는 것은 경영자로서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목표를 설정할 때는 이상적이고 구체화되지 않은 목표보다는 숫자로 구체화되고 실현이 가능하며, 달성되었을 때 보상에 대한 부분도 설정하여 모든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양돈장의 일은 사람에게 기대와 책임 부여를 통해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생산성 향상을 위한 목표 달성에 있어서 농장 최적의 전략과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모돈의 품종을 다산종이나 강건한 품종으로 교체를 한다거나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직원 배치나 사양 관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준비되지 않은 변화의 시도로 인한 실패는 예전에는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웃어넘길 정도였다면 최근의 규모화, 산업화된 양돈장들의 경우는 시행착오가 단기간에 회복이 어려운 경영 악화와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많은 비용과 투자가 진행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외부의 충분한 조언과 견학, 검토 또 검토를 통해서 실패를 예방할 수가 있다.


최근 농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산종의 도입이 시대의 흐름처럼 확대되고 있다. 물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감한 투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산종 모돈을 입식했을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수조건인 임신스톨, 분만틀의 규격에 대한 준비는 물론, 후보돈 프로그램, 임신·포유돈 사료 급이 프로그램 등 관리적인 부분에서도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식하여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양돈장이 생각보다 많다.


또한, 농장 시설의 수용 능력도 감안을 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비육돈 성장 정체 및 출하 일령 지연으로 고민하고 있는 양돈장을 방문해 보면, 기존 품종에 비해 다산성 품종으로 교체하면서 생산두수, 이유두수가 증가하면서 비육사 밀사가 심각한 상태로 이어지면서 발생한 문제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문제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큰 비용의 투자는 경영주의 감각이 아닌 완벽한 준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피해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번째, 농장주는 경영 주체로서의 임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수행해야 한다. 국내 평균 규모의 양돈장의 경우에도 농장주가 1년에 수십억의 자금을 집행하고 관리한다.


그런데 양돈업이 아닌 일반 기업체의 경우 그 정도 매출이라면 총무, 인사, 경리, 영업, 생산, 구매 등 모든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기본적인 관리를 한다. 계열화 농장이나 기업형 농장을 제외하고는 전문화된 인력이 갖춰진 곳은 거의 없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농장주의 업무 관리와 점검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농장주가 돼지 상태와 사양관리를 직접 점검해야 현장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사업장의 1차적인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농장 일지와 전산 기록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을 기초로 농장 회의, 회부 컨설팅 회의 등을 주관하거나 확인하는 것이 경영자의 자세이다.


또한, 직원 관리도 최근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단순한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보다는 사업적인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농장주가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의 최종 책임은 직원들이 아니라 바로 경영자인 농장주임을 잊지 말아야 관계 유지에 더욱 도움이 된다.


규모화된 양돈장의 농장주는 ‘주인’이라는 위치보다는 경영 주체로서의 기획되고 계획된 업무 프로세스에 따른 경영 활동을 통해 결과를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

 

네 번째, 관련업계들과의 파트너쉽 유지이다. 최근 농장주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거래 관계에 있는 사료회사, 동물약품 회사, 종돈업체, 유통·육가공업체 등과 갑을(甲乙)관계보다는 농장 경영과 관계된 많은 부분들을 공유하고 협의하는 관계로의 변화가 늘어나는 것 같다.


규모화로 인한 거래 금액의 증가도 원인이 있겠으나, 지난 수십년간 양돈업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거치는 동안 위기상황을 함께 극복한 업체들과의 동업자의식의 소중함을 서로간에 인식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최근에는 돼지의 출하와 관련하여 유통업체들과 농가간 이해타산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이 또한 동업자 의식으로 뿌리를 내리는 노력과 결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산업화와 규모화가 진행될수록 내 농장에 항상 최선을 다해줄 수 있는 파트너들과의 건전한 사업적 관계 유지는 든든한 연금이나 보험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최근 양돈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보호해야 할 농업의 개념보다는, 환경과 국가적인 질병 문제를 일으키는 관리되고 규제되어야 할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많은 농장주들이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영역을 더 넓혀야 한다.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라도 좋다. 지역의 존경 받는 유명인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기부와 불우이웃 돕기 등의 선행으로 수익의 지역사회의 환원을 입소문이 나도록 해도 좋다.


양돈사업이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업이자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양돈사업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양돈산업의 성공은 생산성의 기본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양돈장 경영주의 노력으로 시작되어서, 경험과 능력으로 진행되고 성공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한돈산업의 경쟁력은 바로 양돈장의 경영주 자신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하겠다.

 

<월간 피그 2018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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