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수의사의 역할
한은혜 2018-05-01 18:59:51

 

현대화된 양돈장은 시설 집약적이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하나의 기업체이다. 과거 뒷마당에 돼지 2~3두씩 방목시키며 사육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그 경영의 성과가 숫자로 표현된다.


규모화된 농장일수록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수익을 얻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사양관리 방법과 위생관리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양돈장의 규모화가 진행되면서 양돈 수의사의 역할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에 현대 양돈장에서 수의사의 역할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

 

1. 질병의 치료

 

수의사의 1차적 역할이다. 부검, 실험실 진단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고 적절한 백신, 약제를 처방한다. 일종의 소방수 역할이다. 예방/관리의 개념이 어울리는 양돈장 특성상 수의사에게 이런 역할만 기대하는 농장일수록 높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2. 약품의 오남용 방지

 

안전한 축산물 생산은 축산업 업계 전체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요구이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신뢰형성에 큰 요인이 될 부분이 약품의 적절한 사용이다. 이미 수의사처방전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안전한 돈육생산에 약품의 오남용은 어울리지 않는다. 항생제를 많이 쓰면 돼지가 잘 자랄까? 그러면 약품 사용이 극히 제한적인 유럽, 북미 국가의 사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양돈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무차별로 약품을 사용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수의사의 적절한 진단 후 약품 처방으로 약품의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산업은 발전할 수 없으며, 몇 달 전 살충제 계란파동은 좋은 교훈이 된다.

 

 

3. 농장의 위생도 향상

 

질병의 컨트롤, 더 나아가서는 질병의 박멸이다. 이를 위해 각 병원체의 병인론, 역학, 발병기전, 임상증상, 병변, 진단, 치료, 예방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농장의 상황에 따라 특정 질병의 박멸이 가능한지, 박멸 후 음성유지가 가능한지, 이로 인한 경제성은 어떻게 될지 면밀히 평가하고 실행해야 한다. 내/외부 차단방역 절차, 배치시스템, 올인-올아웃 돈군 흐름 확립, 돈사 비우기, 유효한 백신/항생제/소독제의 적용, 진행과정의 혈청학적 모니터링 등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4. 환경 관리
 
환경관리란 공기, 물, 사료, 시설과 같이 돼지가 먹고 마시고 숨 쉬고 생활하는 모든 것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환경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애꿎은 관리 탓, 질병 탓만 하게 되고 핵심 문제 파악이 어려워진다. 사육단계별 적절한 음수량, 사료섭취량, 온도, 필요 환기율을 파악해 돼지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5. 교육
 
글의 서두에 기술했듯이 양돈장이 점차 규모화되면서 직원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어느 대기업 광고 카피처럼 농장 직원의 수준 높은 방역의식, 사양관리 기술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직원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해결책을 알고 있어도 이를 실행할 현장의 역량이 필요하다. 교육은 농장에서 요청하는 필요한 주제가 우선적으로 선정되어야 하며, 교육과정의 수의사-직원간 상호교류를 통해 현장에서 미처 얻지 못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6. 수익 개선
 
앞에서 언급한 내용이 모두 농장의 수익 개선을 위한 과정이다. 컨설팅을 하다 보면 같은 규모의 비슷한 MSY를 보임에도 수익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성적향상에만 몰두하다가 정작 중요한 점을 놓치는 경우인데, 이 같은 경우 생산비 분석을 통해 어디에서 돈이 새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7. 연구 개발
 
더 나은 분석 도구, 컨설팅 방법, 진단 기법에 대한 고민은 양돈수의사가 늘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이상으로 현대 양돈장에서 양돈수의사의 역할을 기술해 보았다. 현실적으로 수의사의 역할이 질병 치료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농장의 요구도 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규모화, 기업화되어 가는 국내 양돈 현실상 앞으로 양돈수의사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점차 커질 것이다. 이에 양돈수의사도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개인의 역량 발전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월간 피그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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