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에서 내성균의 위협과 대응 방안
한은혜 2018-05-01 19:09:26

 

올해는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래밍이 항생제(페니실린)을 발견한 지 90년이 되는 해이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항생제는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평균수명은 36세에 불과하였으나, 항생제가 상용화된 1950년대 평균수명은 48세까지 늘어났으며 2010년에 이르러서는 67세로 놀라운 수명연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양돈현장 또한 커다란 발전을 이룩해 왔다. 품종개량을 통한 다산성 확보와 증체량 개선을 통해 생산량을 극대화하였고, 지방을 줄이고 살코기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도록 저지방으로 개량되어 돼지고기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빈도와 양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개량의 결과 돼지들은 과거에 비해 면역력이 저하되고 기후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돈현장에서의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지 않은 것은 사양기술의 발전 등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항생제의 공도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해피엔딩이지만, 아쉽게도 병원균이 항생제에 저항하는 내성균으로 진화하여 더욱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사실 진화라는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지만, 세균성 질병을 막아주던 방패가 점차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돈장에서 분리된 주요 병원성 세균에 대한 내성발현율이 거의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규제에 일시적으로 감소하였던 항생제 사용량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양돈장에서 내성균의 출현으로 인한 치료효과 감소로 투약용량과 치료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항생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돈현장에서 생긴 항생제 내성균이 인간에게 건너가 크나큰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올해 미국 미생물학 학회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2011년 중국에서 사육중인 돼지에서 최초 발견, 보고된 MCR-1유전자(Mobilized colistin resistance)를 가진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으로 전파되어 급속히 확산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1987년 리포펩타이드를 마지막으로 약 30년동안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신종 항생제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막대한 노력과 비용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고, 개발된다 하더라도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만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로운 항생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설사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것이며, 새로운 내성균 발현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축산현장에서의 사용은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양돈현장에서의 항생제 사용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 사용을 국가의 통제하에 제한/최소화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소비자 단체에서도 항생제를 비롯한 동물용 의약품의 돈육 내 잔류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각종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향후 양돈장에서의 항생제 사용은 더욱 엄격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양돈현장의 준비상황은 어떠할까? 솔직히 양돈현장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준비는 매우 미진한 실정이다. 오히려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밀사 심화, 각종 신종질병 발생 등 스트레스 요인이 증가하여 항생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 당장 양돈현장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세균성 질병 치료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하여 내성균 발생이 없도록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투약하는 방법뿐이다.


세균성 질병 치료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의 선택이 절대적으로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수의사의 진단을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진단하여 그에 대하여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여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실험실 진단을 통해 원인 세균의 분리와 감수성검사를 통해 유효한 항생제와 내성이 있는 항생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수의사의 처방과 적정한 사용 방법(용법, 용량)을 숙지한 후 투약하여야 한다.


항생제를 무조건 조금 사용한다고 하여 내성균의 발생이 예방되는 것이 아니며, MIC(최소억제농도) 이하로 투약할 경우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내성균의 발생만 유발할 수 있다. 아울러 MPC(돌연변이 발생억제농도) 이상의 농도로 혈중 농도가 유지될 경우 돌연변이 내성균의 발생도 억제되므로 더 큰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갑작스럽게 항생제의 투약을 중단하거나 투약용량을 줄이지 않아야 한다. 세균이 완전히 사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 투약을 중단할 시 내성균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수의사의 정확한 판단을 통하여 병원균이 완전히 사멸되었다고 판단될 시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항생제에만 의존하는 치료를 지양하고 스트레스나 환경관리 실패 등 근본원인을 찾아 제거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적절한 보조제(해열제, 영양제, 생균제)를 함께 써서 항생제의 효과를 높이고, 사용기간을 단축시키며 추가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농장 내 질병에 대한 모니터링을 분기별, 계절별로 실시하여 농장 내 질병 진행상황 등을 예측하여 질병을 미리 예방하거나 발생 초기 조기에 대응하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약은 철저한 차단방역과 좋은 환경이다. 철저한 방역을 통하여 외부 질병의 농장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농장 환경을 개선 및 위생수준을 높인다면 질병의 근본원인을 제거하여 내성균 발생 방지는 물론 농장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내성균 문제에 있어 모든 책임이 축산 현장에서의 항생제 남용에만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우리 한돈에 대한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꾸준히 인식시켜줘야만 우리 한돈이 외면받지 않고 사랑받고 꾸준히 국민의 식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월간 피그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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