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백신의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변화
한은혜 2018-05-01 19:14:35

 

백신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여 방어 면역을 형성하게 하여 그 질병에 저항, 즉 면역성을 가지게 하는 의약품이다.


백신(영어로 Vaccine)이라는 용어는 우두법을 발견한 에드워드 제너가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 vacca를 차용하여 쓰기 시작했으며, 루이 파스퇴르가 vaccine이라 명명하여 영어와 프랑스어에서는 이 명칭으로 쓰고 있다. 독일어 철자로는 Vakzin이며 한국에서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독일어 Vakzin에서 유래한 왁찐이라는 말을 널리 썼으나, 20세기 후반 이후 영어 vaccine에서 유래한 백신이라는 말이 퍼져 현재는 거의 백신이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백신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있지만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 첨가되는 첨가제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 항원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첨가제가 필요하다.
 

 

3. 안정제(Stabilizers)


백신을 보호하는 것을 돕는 물질이다. 안정제는 백신의 항원과 여러 성분들을 동결, 건조 과정, 열처리 등의 이상 상태로부터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백신에 첨가된다.


안정제를 사용함으로써 백신의 항원이 백신 용기의 표면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젖당(lactose)이나 설탕(sucrose)과 같은 당류, 글라이신(glycine)과 글루탐산모노나트륨(monosodium glutamate)과 같은 아미노산, 폴리소르베이트 80(polysorbate 80)과 같은 화학물, 사람이나 소의 혈청 알부민과 같은 단백질, 또는 소나 돼지 유래 콜라겐인 젤라틴이 안정제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젤라틴이나 단백질에 대한 아나필락시스나 알레르기 반응의 가능성이 있다.


산업동물의 백신과 관련해서 현재 잘못된 인식이 바로 백신에 의한 질병의 예방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하게 되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백신을 하더라도 질병에는 감염된다. 다만 백신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임상증상이 적게 나타나게 된다. 가장 좋은 백신이란 바로 백신의 효과가 좋아서 질병에 걸리지 않은 것과 같을 정도로 질병의 감염에 의한 성장 저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성 동물의 백신은 사람의 백신과 비교하여서 효능과 안전성의 정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질병과 원인체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신종질병이 나타날 경우, 비록 몇 마리의 동물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대부분의 동물에게서 경제성이 입증된다면 그 백신은 “긴급백신”으로 사용이 허가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양돈 백신 현황

 

현재 국내 양돈 백신의 판매액은 2013년 1,225억에서 2017년 기준으로 1,524억원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동물약품시장을 7000여억원으로 보고 양돈의 비율을 50%로 보았을 때 돼지에서의 전체 약품 대비 백신의 비용은 대략 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의사 처방제 확대 시행과 2011년부터 시행된 배합사료 내 항생제 첨가 금지, 그리고 올해의 항생제 원료가 상승은 항생제의 사용을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하고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백신의 사용을 확대하게 하고 있다. 양돈 백신 판매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3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 A그룹(2): 구제역(소 포함), 돼지 써코바이러스 2형 예방 백신  
· B그룹(2): 돼지 유행성 폐렴, 돼지 생식기호흡기 증후군 예방 백신
· C그룹(6): 돼지 유행성 설사, 돼지흉막폐렴, 돼지 위축성비염, 돈단독, 돼지열병, 대장균 예방 백신

 

 

따라서 구제역, 돼지써코바이러스 2형, 돼지유행성폐렴,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예방 백신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양돈 백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모돈에서 접종되기 때문에 판매액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돼지위축성비염, 대장균, 파보, TGE, Rota는 모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백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신을 구분하는 커다란 기준 가운데 하나는 바로 생독백신과 사독백신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생독백신은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예방 백신과 돼지열병 예방 백신이며, 사독백신으로는 돼지써코바이러스2형 예방백신과 돼지유행성폐렴 백신이 대표적이다. 2017년 1,524억 매출 중 생독백신은 204억으로 13%를 차지하고 사독백신은 1,319억으로 대부분인 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은 접종하는 횟수에 따라 1회접종, 2회접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통상적으로 생독백신은 1회, 사독백신은 2회 접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독백신의 경우 면역 형성을 위하여 부스팅 효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혁신적인 부형제 개발로 1회접종으로도 2회를 접종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어 1회접종 사독백신이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양돈 백신의 변화

 

1. ‘백신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효과, 안전성 그리고 비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효과이다.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았을 때는 우리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효능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 따라서 질병에 따른 백신의 효능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안에 의해서 달라지므로 농장의 질병에 맞는 컨트롤을 위해 목표에 맞는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면역 지속 기간, 필요 접종 횟수, 제품 공급 채널(구매 편의성),
교차 방어, 빠른 방어 개시, 접종 방법

 

예를 들면 모돈군의 순치를 위한 PRRS 면역 동기화를 위해서는 생독백신으로 일괄접종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며, 혹시 현재 질병이 활성화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주사바늘에 의한 질병 전파 위험을 고려하여 무침주사기 혹은 1두 1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농장에서는 양돈 백신의 다양한 변화에 대비해서 공부해야 하며, 농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아는 농장 담당 수의사를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양돈 백신의 다가올 변화 중에 가장 현실적인 내용은 바로 혼합백신의 사용 증대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2가지 혹은 3가지 이상의 항원이 함께 들어있는 혼합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 다들 의문을 제기하였다. 한가지 항원이 들어 있는 백신조차도 온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2가지 이상의 항원이 들어 있는 백신에 대한 기대는 아주 낮았다.


하지만 새로운 백신 제조 기술과 혁신적인 부형제가 개발됨에 따라 지금은 2~3가지 항원이 들어 있는 혼합백신 그리고 농가의 필요에 따라서 최대 3가지까지 섞어 쓸 수 있는 백신이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한 번의 백신에 여러 가지 항원을 함께 적용하는 방법이 개발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선진국일수록 백신 접종에 필요한 노동력 비용의 급격한 상승, 심지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2) 백신 접종 횟수의 증가는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성장을 저해하고 사람에게는 과도한 업무를 그리고 다른 질병 전파와 접종 부위의 부작용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각 농장마다 다른 병원체 타입과 호발 시기를 고려한다면, 다음의 그림과 같이 개인마다 취향에 따른 맞춤 향수를 조향사가 만들듯이, 농장 맞춤형 백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PRRS 바이러스,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이 시시각각 그 형태와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병원체에 대해서는 빠른 백신 항원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백신의 제조는 효능에 이어서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진행하기 어려우며,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나 실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앞에서도 간단히 언급하였는데 백신을 이야기하면서 투여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동물약품의 주사와 관련하여 최초에는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 그리고 철침 형태의 주사기 이후에 일회용 주사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많은 농가가 백신과 항생제의 근육접종을 위해서 연속주사기를 사용하고 있다. 연속주사기는 잘못된 사용이나 부속품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정확한 용량의 투여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지만, 많은 두수의 접종 편의성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도 사용되고 있지만 무침주사기의 사용도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바이러스 혈증을 보이는 PRRS와 같은 질병의 주사바늘에 의한 전파 위험성을 예방하는 것이 무침주사기 개발의 한 이유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백신 접종에 의한 국소적 육아종성 병변 형성에 의한 농가 손실을 줄여 주는 이유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침주사기의 장점은 질병 전파 위험 감소, 통증 감소에 의한 동물복지 향상, 빠른 접종에 의한 노동력 감소의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현재는 보편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높은 가격과 새로운 기기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물론 배터리 충전, 가스 충전 등의 번거로움도 현장에서는 애로사항이다.


무침주사기는 크게 가스충진형, 배터리형 그리고 피내접종 전용과 근육접종/피내접종용으로 기능적으로 각각 구분될 수 있다. 사실 피내접종은 근육에 비해 이론적으로는 높은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사례에서는 평균적으로 대동소이한 효과를 나타내며 오히려 편차가 근육주사보다 크게 나타나는 단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백신 제조사에서 아직 피내접종용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근육접종용 백신을 가지고 임의로 피내접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 앞으로의 백신은 근육주사만이 유일한 투여 방법이 아니라 질병이 발생하는 목적 기관에 직접 작용하는 백신이 나타날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일부 소화기 백신과 항생제들을 목적 기관에 직접 투여하고 있다.


특히 소화기와 호흡기의 점막은 외부에 항상 노출되어 있으므로 전신성 면역 외에 추가로 점막 면역이라는 국소 면역이 초기 방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호흡기 백신은 미세 분무기구 등을 이용해서 직접 코로 접종하거나 분무 형태로 백신 접종(이미 양계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부 백신에서는 현장 적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음)할 수 있으며, 소화기 백신의 경우 경구를 통하여 직접 백신 접종해서 점막 면역을 형성하게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은 병원체의 부착에서부터 방어를 시작할 수 있으므로 질병 예방에 아주 효과적이다. 다만 목적 부위까지 온전하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 주변환경으로의 유출 등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5. 미래의 백신이라고 하면 단연 DNA 백신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백신이 면역세포가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로 구성된 항원을 포함하고 있다면 DNA 백신은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로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유전자(gene) 백신, 또는 핵산(nucleic acid) 백신이라고도 하는 DNA 백신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근육에 주사한 DNA가 숙주세포 속으로 들어가서 단백질을 합성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단백질은 지속적으로 숙주의 면역반응을 자극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백신과 같은 효과를 보이게 되므로 DNA 백신은 새로운 개념의 백신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DNA 백신의 최대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DNA는 항원 역할을 하지 못하여 동물의 면역체계에 감지되지 않으므로 기존의 백신보다 훨씬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고, 제조하기 쉽다는 점도 큰 매력 중 하나다. DNA는 아주 안정된 물질이므로 백신의 보관 및 운반에도 자유롭다.


DNA 백신은 저장, 운반, 보관이 용이하므로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고, 생산비도 조금밖에 요구되지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방에 여러 유전자를 담은 용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섞어서 제공해주는 그런 모습이 DNA 백신이 실용화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직 DNA 백신이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DNA가 세포 내에서 발현되는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실험동물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고등동물에서는 기존의 약독화 백신에 비해서 낮은 면역반응이 유도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장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사람보다는 분명히 동물에서 먼저 사용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월간 피그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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