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보훈병원 소속 박경희 보건관리자입니다. 중앙보훈병원이 어제의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국가유공자님의 건강을 지키는 데 성심을 다하고 있듯 저 또한 보건관리자로서 병원 구성원 여러분들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과 보건을 유지하며 활기차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직 내 의사소통의 기회를 갖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고, 서두르지 않고, 하지 말라고 한 것을 하지 않으면 산업재해예방 및 보건관리는 충분히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저 역시 보건관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기본 원칙을 지키며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하고 건강한 무재해 일터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병원 임직원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중앙보훈병원 소속 보건관리자 박경희 간호사의 하루는 다변적이고 분주하다.
서울 강동구 소재 중앙보훈병원에서 최근 박 간호사를 만나 보통의 일과가 어찌되느냐고 묻자 특유의 성실한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때그때 다르다며,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은 업무노트를 조심스레 펼쳐 보인다. 우선 인터뷰 당일은 병원 안전관리자와 함께 매주 1회 순회하는 협력업체 점검을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또 정기특수검진이 끝난 시점이라 2차 검진자 중 누락자들 대상으로 재검진 일정 조율을 진행하는 한편 유해요인 조사와 관련해서는 자료 취합 정리 및 교육자료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주요 업무를 묻는 질문에는 직원건강관리 및 사후관리, 보건교육과 직무스트레스관리 등의 건강증진활동, 유해화학물질관리와 보호구착용지도 같은 작업환경관리,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및 개선활동, 작업관리에 필요한 스트레칭 실시 등이라고 답하는 박 간호사. 여기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 및 합동 순회 점검은 물론 보건관리 대외 업무에 기타 숱한 회의 준비까지….
수천 명의 직원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더라도 한 사업장 내 보건관리자가 딱 한 명밖에 없는 만큼 분주하기도 분주해 보이는데다 어딘지 외딴 섬처럼 외로운 직무인 듯도 했다. 하지만 ‘천만에요!’라고 말하듯 보건관리 업무를 함에 있어 보람된 점에 대해 활기차게 운을 떼는 박 간호사. 어떤 점들이 기억에 남을까.
감정노동 스트레스 해소에 ‘뿌듯’
꼭 필요한 존재란 생각에 ‘보람’
“근무 중 보람된 순간이요? (웃음)” 먼저, 고객접점부서에서 근무하는 감정노동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 교육 프로그램도 보람된 요소 중 하나란다.
박 간호사는 감정노동에 노출된 직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재작년부터 현재까지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5차 회수로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중앙보훈병원 통합 C/S 역량혁신 추진사업으로 직원 스트레스 해소 및 능률 향상을 위해 마련됐다.
특히 숲테라피, 건강식습관 헬스케어를 비롯해 젠링, 프롭, 밸런틱 등의 소도구를 활용한 이완테라피, 그리고 피톤치드와 명상 등 힐링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해 참가자들로부터의 호응이 좋다.
이와 함께 공기 좋은 자연 속에서 휴식과 재충전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자기긍정을 확보하고 직무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박 간호사는 전했다.
보람된 기억 중에는 근골격계부담작업 예방활동 관련 스트레칭 작업 관리 일화도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공하는 스트레칭 동영상과 포스터를 통해 작업 전·중·후 스트레칭을 실시할 수 있도록 격려하던 때인데요, 당시 제가 준 스트레칭 자료를 보고 매일매일 열심히 했더니 허리통증이 없어졌다고 하는 근로자분이 계셨어요. 질병이 개선되었다는 말씀에 얼마나 기쁘던지…. 고맙다는 말씀에 순간 저는 꼭 필요한 존재이고, 또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기꺼이 다가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바카스를 들고 찾아온 병원 내 Y실 직원과의 일화도 보람된 기억 중 하나다.
“보건관리 업무를 한 지 만 1년 쯤 될 무렵, 한 직원분과 건강검진 후 사후관리 상담을 하던 중이었는데, 도중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마음이 철컥 내려 앉아 들어보니 가정사로 좀 힘드셨나보더라고요.
한참을 울고 나서 본인의 사정을 이야기하셨는데 너무나 공감이 갔고, 상심이 클 경우 자칫 깊은 우울증으로 번질까 걱정돼 외부에 진료를 의뢰해 드렸어요.
그런데 얼마 후 바카스를 들고 찾아오셔서는 활짝 웃으시면서 너무 감사하다고 덕분에 행복해졌다고…. 정말이지 별로 해드린 게 없는데도 너무나 고마워하셔서 부끄러웠지만, 그런 그분 모습에 오히려 제가 위로받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전문가 대상 보건관리 어려움도 있어
병원 특성 반영된 제도로 정비됐으면
박 간호사가 근 5년째 보건관리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어찌 보면 반갑고도 우연찮게 이뤄졌다. 1970년생인 박 간호사는 또래보다 5년 늦게 공부해 병원에 입사한 후 줄곧 병동 간호사로 근무해왔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서까지 3교대 근무를 하는 것에 너무 힘이 부치던 중 마침 전담 보건관리자 직을 제안 받게 됐고, 상근이면 무조건 하겠다며 감사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시작한 만큼, 허허벌판에 혼자 내버려진 기분도 들었고, 또 알면 알수록 피부로 느껴지는 업무상 애로점도 적지 않았다.
일단 일반 산업체 보건관리자와는 또 다른 병원 보건관리자들이 겪는 특성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병원 보건관리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안에서의 업무는 물론 의료기관 인증규정으로 인한 업무까지 더불어 수행하고 있어요. 특히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다양한 직종의 여러 환경에서 근무하는데다 건강에 관한 전문지식이 깊은 전문가 집단이라 보건관리자가 건강증진활동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여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아는 경우도 드물어 보건관리 상담 관련 뭔가를 요청하면 몹시 힘들어하고 부정적인 반응부터 보인 적이 많았지요.”
때문에 박 간호사는 관련법의 수정보완이 필요하고 정부의 지원도 확대 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보건 사회복지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근로자 5천명까지 보건관리자 1인이 업무를 수행해야 할 뿐 아니라 너무나 많은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이러한 사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상태에서 법이 진행된 것 같아요. 광범위한 범위의 활동에 비해 혼자서 업무를 진행하고 결정하다보니 아쉽고 미진한 구석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타법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건관리자 인원수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금을 지급해준다면 좋겠습니다.”
산업전문간호사 자격 취득 예정
근로자에게 힘주는 보건관리자로!
나름 보건관리업무를 맡으면서 느낀 고충을 정리, 전체 보건관리자를 위해 소신을 피력하는 박 간호사는 관련 분야의 더 나은 전문인이 되고자 현재 가톨릭대학교 산업 및 지역사회간호학 5학기에 재학 중에 있다. 어느덧 8월 졸업을 앞둔 가운데 나아가 산업전문간호사 자격도 취득 예정이라고 하니 마흔 세 살 늦둥이를 낳은 정신력을 상기하듯 시간을 쪼개고 쪼개 이룩한 성과인 만큼 감회 또한 남다를 터다.
자기개발에 소홀함이 없는 박 간호사의 또 다른 바람은 무엇일까. 이에 박 간호사는 보건관리 경험을 통해 얻은 병원 전반에 걸쳐 한층 넓어진 이해도와 다양한 직종에 포진된 구성원에 대한 한층 깊어진 배려심을 장점으로 삼아 맨 처음 병원에 입사해 목표로 가졌던 초심 그대로를 기억하며 국가유공자분들의 건강을 지키는 병동으로 다시금 새롭게 돌아가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보건관리 업무는? 이에 박 간호사는 “예전의 저처럼 보건관리 업무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 또한 많으실 테고, 그분들을 위한 기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미래의 보건관리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보건관리자는 근로자분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입니다. 현실에 안주한 채 여기까지만 하자며 한계점을 그어버리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시도하고 또 시도해서 근로자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업무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보건관리자가 되었으면 합니다.(웃음) ”
<윤진희 기자>
<월간 안전정보 2017년 7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