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최초의 유인종 박사에 이어 금년에 2, 3, 4, 5호 재난안전학박사가 탄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명지대는 지난달 18일 용인캠퍼스에서 김태옥 명예교수, 신동일 지도교수와 학위취득자 및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사학위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박사학위 취득자는 지난 학기 코로나로 연기됐던 제2호 조철호 박사와 이번에 학위를 취득
한 3호 이선자 박사, 4호 이승복 박사, 5호 고문수박사 등 4명이다.
김태옥 명예교수는 “3명의 지도교수로 힘든 적도 없지 않았으나 이보다 기쁜 날도 그리 많지 않은, 행복한 하루였다”면서 이들의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했다. 재난안전박사학위 과정은 △산업체 맞춤형 다양한 재난안전전문인력 양성 △현장 애로기술 개발 및 산업체로의 이전 활성화 △문제해결형 현장중심의 강의 및 실습 실시 △신기술 습득 및 기술정
보교류 활성화 등의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명지대가 유일하게 박사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박사학위 취득자들은 “박사학위 취득을 계기로 각자의 분야에서 안전사고 예방 및 자연재난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한 역할을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선자 박사… 안전 전문 언론인 활동 전개
방송대 국어국문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광고홍보학 석사, 경희대 문화창조대학원 문예창작학석사에 이어 이번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84년 안전언론사에 입사하며 언론인으로 첫발을 디딘 이후 2003년 안전정보를 창간, 대표 겸 발행인으로 재직해 왔다.
박사학위 도전 계기에 대해 이선자 박사는 “1984년 안전관련 언론사에서 안전업무를 시작해 수박겉핥기식으로 이것저것 어깨너머로 학습하다가 안전정보 발행인이 된 후 깊이가 얕음을 절감했다”면서 “그런 상태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무래도 비워있는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겨 박사학 위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선자 박사의 논문은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선진화에 관한 연구’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분야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입학 당시에는 ‘안전과 언론’, ‘안전과 영화’ 등과 관련된 논문을 쓰려고 생각했어요. 자료 등을 모으고 준비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통계 등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아 결국 포기했어요. 이후 최근 이슈가 된 이천물류센터화재나 그밖에 화학사고가 빈번한 것을 생각하게 됐고, 지도교수님과 협의 후 최종 결정하게 됐어요.”
이 박사의 논문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선진화에 관한 연구’는 국내와 유럽의 선진 안전관리를 비교 분석하고, 이에따라 국내 실정에 맞는 안전관리 실현 및 사고없는 작업현장 구현이 핵심이다.
한편 이선자 박사는 학위도전시 어려움과 관련 “누군가가 하라고 했으면 절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 공부라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도전해 보니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박사학위 취득과 관련한 계획에 대해서는 “박사학위를 받아서 뭘 어쩌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아완성으로 만족한다”며 변함없이 안전전문 언론인으로서의 활동에 매진할 것임을 내비쳤다.
◇조철호 박사… 안전사고 예방, 재난대응 활동 계획
조철호 박사의 이력을 돌이켜보면 그의 이번 박사학위 취득은 누구보다 보람차다. 조철호 박사는 중고교 과정은 검정고시, 대학 과정은 독학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약관의 나이에 고용노동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고 고위공무원으로 은퇴했다.
그래서인지 조철호 박사는 학위취득에 즈음해 “어디선가 저의 젊은 시절처럼 주변의 관심과 보살핌을 덜 받은 채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보람있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철호 박사의 학위 도전은 자연재난 및 신종재난 가속화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시설 노후화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위험사회 가속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신종 인플루엔자, 급성호흡기증후군,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금융사기, 사이버테러등 국경을 초월하는 신종재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재난안전에 대한 관심과 재난에 대비한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되어 도전하게 됐습니다.”
조철호 박사의 논문은 ‘청소년의 재난안전 의식수준 향상을 위한 안전체험 교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효율화 연구’이다. 논문에서는 소방안전 체험교육이 청소년의 안전의식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다음으로 기존의 소방안전체험관 운영과정에서 도출된 개선이 필요한 사항과 효과적인 체험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과제를 발굴했다. 또한 체험교육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시도교육청 등에서 추진중인 안전체험 교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조철호 박사는 향후 계획과 관련 “그간에 익힌 안전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사고 예방 및 감축, 그리고 재난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활동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복 박사… 재난안전 관련 서적 집필 계획
이승복 박사의 이력은 ‘안전’으로 관통된다. 대학졸업 후 기업체 안전관리자로 입사해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그 후 안전컨설팅 기관 및 검사기관 등에서 일해왔다. 그리고 6년전에 시스템안전 코리아(주)를 창업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 컨설팅 및 심사, 안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관련 업무 경력이 총 27년 정도에 이른다.
박사학위 도전 계기도 독특하다.
“프로게이머를 하는 둘째아들에게 아빠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프로게이머 생활을 청산시키기 위해 도전하게 됐어요. 저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둘째 아들은 현재 오버워치리그 최고의 명문팀에 최연소 코치로 일하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시간에 쫓기는 컨설턴트의 삶속에서 논문은 뒷전으로 밀리고, 마음속에는 늘 무거운 부담감이 자리했다. 이승복 박사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도교수님의 열정적인 지도 덕분에 논문을 잘 마무리 한 것 같다”며 교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사학위 이후의 삶에 대해 이승복 박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 대한 책이나 재난안전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난안전에 관한 대중적인 강의도 하고 싶은데, 능력이 뒷받침될지 모르겠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고문수 박사…위험으로부터 안전 지킬 터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학위취득은 참 쉽지 않은 인고의 과정이라고 생각되며, 논문심사 과정에서 수십 번의 수정과정을 거쳐 논문이 완성된 것 같습니다. 축하에 감사드립니다.”
고문수 박사의 학위취득 소감에 그간 겪어왔던 고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느껴졌다.
고문수 박사는 전문 소방인이다. ’96년 소방간부 후보생으로 소방에 입문, ’97년 경기도에서 소방공무원을 시작했으며 ’18년 이천소방서장에 이어 현재는 안성소방서장으로 근무 중이다.
논문 제목은 ‘Data Analytics를 활용한 위험물 안전관계자의 다면분석과 안전관리 개선 연구’이다.
위험물 안전관리를 최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6개 분야 안전관계자에 대한 다면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고문수 박사는 “소방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재난을 경험해 왔지만, 사고가 발생했다 하면 급격한 연소, 폭발과 유해한 연기의 2차 위협으로 국민과 소방공무원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위험물 사고에 대한 예방대책을 제안하기 위해 이같은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귀뜸한다.
모두가 그렇듯 고문수 박사 역시 공직을 수행하며 연구와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또한 “공직에 있으면서 위험물 사고에 대한 연구와 논문을 준비하는데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박사학위 취득의 의미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공무원인 저에게 재난안전 학박사학위 취득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전제하고 “여러 위험물로부터 안성시를 포함한 경기도,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남은 공직기간동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월간 안전정보 202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