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인복지시설과 요양병원 등 재난약자시설의 화재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한국과 일본의 재난약자시설 화재사례를 살펴보고, 연구동향을 비교 분석해 재난약자 및 재난약자 시설의 피난안전대책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화재소방학회(회장 김엽래)는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소재 푸르지오 밸리에서 ‘재난약자시설 화재사례분석 및 피난안전대책 한일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과 일본 각 국의 재난약자시설 화재사례 등 연구동향을 비교 분석함으로서 재난약자 및 재난약자 시설의 피난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열렸다. 특히 재난약자 및 시설의 특징, 법체계 등이 비슷한 일본과의 세미나를 통해 향후 한국의 재난약자시설 피난안전대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 자리에서 김엽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2030년이 되면 고령자가 전체 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이 30% 이상이 돼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렇듯 늘어나는 고령자 수와 더불어 각국의 고령자시설도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노인복지시설과 요양병원 등 재난약지시설 화재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에서는 재난약자시설 안전에 대한 현황과 정책방안, 실태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안전성이 검증된 대응방안을 찾고자 한다”며 “한일 세미나를 통해 여러분의 고견이 재난약자시설 화재 안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노인요양시설과 산후조리원, 대형병원 등에 대한 안전실태, 현황 분석, 안전 대응방안 등을 주제로 한일 각계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한국노년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현식 교수는 노인복지학적 관점에서 노인장기요양시설 안전실태에 분석했으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동구 연구원은 노인요양시설 화재 안전 강화를 위한 현황과 정책방안을 소개했다. 또한 와세다대학교 홍해리 연구원은 노인요양시설 근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앙케이트 결과와 재실자의 피난능력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한국화재소방학회 건축방재부문장인 호서대학교 권영진 교수는 산후조리원 시설의 화재 위험성을 주제로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어 와세다대학교 하세미 유지 교수가 대형병원 피난용량평가를 통해 도출한 의료시설 안전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했으며, 시미즈 기업의 노타케 히로유키 박사는 일본 고층병원에 적용된 피난안전시스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노년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호서대학교 박현식 교수는 ‘노인장기요양시설 안전실태의 노인복지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요양시설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2천489개소에서 2014년 2천707개소로 약 218개가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입소자 수도 2011년 11만1천457명에서 2014년 13만2천387명으로 약 2만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2014년 총 화재사상자 9천805명 중 25%인 2천476명이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나타났으며, 특히 노인요양시설 화재의 주요 발화요인은 전기적 요인과 부주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안전과 관련한 문제점으로 “현재 요양시설이 설치 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규정에 맞게 신고가 되면 설치인가가 되고 대형시설의 경우, 소방법의 적용을 받는 범위가 넓지만 10인 이하 소규모 시설의 경우, 약간의 소방시설만 설치되면 설치 허가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중건축물의 노인요양시설의 적용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노인장기요양시설의 관계인 소방교육이 미비하다고 밝혔다.
특히 소방설비 및 피난기구의 사용법에 대한 인식도가 매우 낮고, 직원이 함께 대피하는 어르신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 실제 상황 시 행동 요령, 대피경로를 포함한 국가적 차원의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노인장기요양시설 소방관리자 교육의 현실화가 중요하다”며 “대학 내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관련된 학과에 소방안전 과목을 개설해 과목 이수자에게 소방안전 관리자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동구 연구원은 ‘노인요양시설의 화재안전 강화를 위한 현황분석 및 정책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 노인요양시설 화재안전 문제점으로 “화재안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아닌 안전관련 법령의 해설서 수준”이라며 “화재사례에서의 대부분의 문제점은 관리자의 안전의식 소홀 및 소방시설이 미흡하며, 노인피난실험 및 국가 R&D는 진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대응마련은 미흡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야간, 시설별 차등된 대응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며, 피난행동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노인의 특성을 반영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와세다대학교 홍해리 연구원은 노인요양시설 근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앙케이트 결과와 재실자의 피난능력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 연구원은 “2030년이 되면 전체인구 중 30% 이상이 고령자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고령자시설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고령자시설의 경우 대형화·고층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고령자시설의 연도별 화재건수를 비교한 결과, 2007년에 비해 약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과 일본 모두 주간(05시~19시)에 발생한 화재가 각각 65.2%, 6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야간에 발생한 화재도 약 35%로 야간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력피난이 어려운 재실자는 많지만 직원의 수가 급격히 적어지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홍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1987년 6월 발생한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 특별노인요양홈 화재로 17명이 사망하자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을 확대했으며, 2006년 1월 나가사키현의 치매 그룹홈 화재로 7명이 사망하자 2006년까지 대규모시설에만 국한되어 있던 규제내용을 소규모시설에 독립적 용도로 구분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경우, 포항노인요양원과 장성노인요양병원을 제외하면 큰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없지만 증가하는 고령자시설에 비해 그에 관한 연구 등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화재예방 및 피난안전대책 수립이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요양시설 근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앙케이트 결과와 재실자의 피난능력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와상, 휠체어 등 자력피난이 어려운 재실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직원 및 안전의식 등에서 여러 문제점이 도출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야간의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직원은 주간에 비해 적어지기 때문에 화재발생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사료되며, 체계적인 소방훈련, 직원의 안전의식, 재실자의 피난행동능력의 파악 등을 통해 시설의 피난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화재소방학회 건축방재부문장인 호서대학교 권영진 교수는 산후조리원 시설의 화재 위험성을 주제로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권 교수는 국내 산후조리원의 안전관리에 관한 전수조사를 통해 국내 현황을 파악하고, 직원 및 산모들의 화재안전에 대한 의식수준을 조사한 후 산후조리원 화재안전상과 관련해 시사하는 점에 대해 말했다.
권 교수는 “화재사고는 대부분 산후조리원 입주건물에서 발생해 전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방화구획 및 경계벽 등의 내화성능이 필요하며, 완강기와 구조대, 피난사다리 등 피난기구는 신생아를 안고 있는 직원 및 몸이 불편한 산모에게는 불필요한 장비에 불과하므로 신생아 보조기구 등의 완비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002년 경남 진주 산후조리원 화재에서 알 수 있듯 화재발생 시 직원들의 역할 및 효율적인 피난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월간 안전정보 2016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