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화 기술은 현재, 디지털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변화로 인해 혁신적인 발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기반의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다.
소프트웨어 기반 PLC는 산업 자동화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하드웨어 PLC 비즈니스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컨트롤러가 하드웨어 PLC를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십 수 년 전부터 제기되어오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하드웨어 PLC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제조자동화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지멘스(Siemens)가 올해 하노버 메세에서 가상(Virtual) PLC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가능성을 가시화했다. 수년 전부터 이미 소프트웨어 컨트롤러를 출시하고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었던, 지멘스가 이번에 발표한 S7-1500V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PLC이면서, 엣지 기반으로 구동이 되는 개념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컨트롤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일찌감치 이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백호프(Beckhoff)를 비롯한 지멘스,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ider Electric) 이 세 개 업체다.
가상 PLC, 소프트웨어 기반 PLC가 기존 하드웨어 기반의 컨트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이들 3개 업체의 기술방향을 취재했다.
<기획·취재/최교식 기자 cks@engnews.co.kr>
현재 소프트웨어기반PLC 를 출시하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지멘스와 백호프, 슈나이더일렉트릭 이 세 개 업체를 꼽을 수 있다.
한국지멘스 정성엽 부장은 “버추얼 PLC가 지멘스 입장에서 새로운 건 아니다. 지멘스를 비롯해 다른 경쟁사들도 엣지를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지멘스가 말하는 엣지는 단순하게 엣지 컴퓨팅 관점이 아닌 인더스트리얼 엣지(Industrial Edge)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개념이다. S7-1500V는 이름은 버추얼 PLC이긴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반의 PLC이면서, 엣지 기반으로 구동이 되는 개념이다. 엣지를 IT와 OT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지멘스의 방향이다.”라고 설명한다.
지멘스의 가상 PLC는 자사의 인더스트리얼 엣지라고 하는 런타임 안에서 돌아가게 되어 있고, 지멘스가 가지고 있던 TIA Portal이라고 하는 플랫폼을 잘 운영하기 위한 하나의 툴로서, 타사와의 호환성은 없다. 즉, 정형화되어 있는 도커 컨테이너 안에 앱들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그 안에 지멘스 TIA Portal이나 S7-1500V 코어가 돌아갈 수 있도록 기술을 전개하고 있다.
백호프 역시 자사의 IPC 안에서만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두 업체와는 달리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개방형 자동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IEC61499에 기반한 런타임 엔진(Runtime Engine)을 서로 공유하고 실행하기 위한 협회인 Universal Automation. Org(UAO)의 런타임 엔진(Runtime Engine)이 내장된 개방형 자동화 솔루션인 EcoStruxure Automation Expert(EAE)를 출시했다. 즉 기존의 하드웨어 PLC와 달리 밴더에 종속되지 않는 완전한 범용제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또는 가상 PLC가 자동화 시장에서 이슈로 부상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 PC성능의 향상이다.
한국지멘스 정 부장은 “PC 성능이 워낙에 향상이 됐다. 그 PC 성능을 완벽하게 쓸 수 있으려면 PLC보다는 PC 기반으로 가는 게 맞는 부분도 있고, 요즘에 소프트웨어 자체도 워낙 무거워지고 있는 상황이고, 성능적으로도 더 빠른 처리속도, 더 빠른 통신속도, 데이터저장 부분이 많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PLC 성능이 올라가더라도 PC 쪽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성능이나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PC 기반으로 가는 것도 맞다고 본다.”라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PLC 및 가상 PLC가 자동화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소프트웨어 PLC 및 가상 PLC가 자동화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의 김 건 매니저는 “향후 제어 트렌드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 우리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전망이며,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EAE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비즈니스를 강력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라고 역설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제안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PLC는 결국은 PLC와 DCS 영역을 다 아우르는 기술이다. 오일 & 가스나 석유화학의 DCS 엔드유저들이 더 열심히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가 잘 될 수밖에 없는 게 이걸 쓰겠다고 하는 스폰서들이 있다. 더 이상 특정 밴더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A 밴더에서 B 밴더로 바로 바꿀 수 있고, 어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어플리케이션이 하드웨어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것이 이 기술의 장점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지멘스 정 부장은 “최근 엔지니어 부족, 숙련공 부족 문제를 얘기하면서, 좀 더 유연하고 사용하기 쉽고 시간과 공수를 줄일 수 있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방향이 되고 있다. 엣지 시스템 자체가 이런 부분들을 한 단계 더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시스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지멘스에서 항상 얘기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 안에 인더스트리얼 엣지가 들어가는 것이고, 엣지 안에 버추얼 PLC가 들어가서 기존에 지멘스가 가지고 있던 하드웨어 기반의 기술보다 한 단계 진화한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추가해서, 궁극적으로 엔지니어링에 대한 보완이나, 그린필드, 브라운필드를 모두 커버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한다.
가상 PLC나 소프트웨어 PLC는 기존 PLC에 비해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나?
가상 PLC 또는 소프트웨어 PLC가 제조 자동화 업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하드웨어 PLC에 비해 갖는 여러 가지 이점 때문이다.
백호프 코리아 이명복 이사는 “유연성 측면에서 볼 때, 소프트웨어 기반 PLC는 물리적인 제한 없이 다양한 환경에 적용이 가능하다. 즉,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아, 기업들이 기존 시스템을 큰 변화 없이 업그레이드하거나 수정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비용 절감의 관점에서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PLC에 필요한 추가적인 구매나 유지보수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환경과의 통합을 통해 추가적인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통합 및 확장성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PLC는 다른 IT 시스템과의 통합이 용이하며, 변화하는 기업의 요구에 따라 쉽게 확장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하고, “데이터 처리와 분석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스마트 팩토리에서 소프트웨어 PLC는 대량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분석, 이를 기반으로 한 최적의 작업 조건을 도출할 수 있다.”라고 덧붙인다.
한국지멘스 정 부장은 “가상 PLC는 인더스트리얼 엣지 기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IT와 OT를 연결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지멘스 입장에서는 TIA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TIA 기반으로 만들어진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은 쉽게 마이그레이션을 해, 그 기반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지멘스가 기존 고객들을 하드웨어 기반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버추얼 기반으로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들 업체는 소프트웨어 기반 PLC 통한 제어 워크로드 가상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호프 코리아 이 이사는 “‘제어 워크로드’란 제어 시스템이 수행해야 하는 작업이나 연산, 데이터 처리 등을 의미한다. Beckhoff에서 제공하는 TwinCAT 자동화 소프트웨어는 자체가 소프트웨어 PLC이며, 이는 특정 하드웨어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하드웨어 및 운영체제 기반에서 실행된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이미 다양한 가상화 툴로 가상화가 가능하다. TwinCAT이 설치되어 있는 Windows 10 운영체제 이미지를 VirtualBox 가상화 툴에서 실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힌다.
소프트웨어 기반 PLC가 제조 자동화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의 수요 전망에 대해 백호프 코리아 이 이사는 “모든 시스템이나 환경이 소프트웨어 기반 PLC로의 전환을 바로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다. 특히 고도로 특수화된 환경이나 신뢰성,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시스템에서는 하드웨어 PLC가 여전히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결론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반 PLC는 산업 자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하드웨어 PLC 비즈니스에 여러 도전을 제기하지만, 상황과 요구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라고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