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페이스의 그루브 클럽 페이스의 그루브
골프가이드 2016-05-11 14:53:23

이관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설계학과 졸업
대우그룹과 델파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
미국 골프스미스에서 골프 피팅 교육 수료
GCA Accredited Clubmaker
서울 강남구 역삼동 792-72에서 피팅숍(서울 골프-피팅앤모어, 02-508-7300) 운영중


골프 클럽의 타면(face)를 들여다보면 몇 줄의 홈이 파여 있다. 드라이버의 경우에는 드문드문 하기도 하고 홈이 아예 없는 클럽들도 있지만 그 이외의 클럽들은 상당히 촘촘하게 홈이 파여있다. 이 홈들을 골프 용어로 그루브(groove)라고 한다. 그런데 이 그루브는 왜 있는 것일까? 여기에도 규정이 있을까?

물론 이 그루브에 관한 골프 규정이 존재하고 지난 2010년에 이 규정이 개정됨으로써 전세계의 프로선수들과 그 지망생들의 클럽을 모두 교체하도록 만드는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그루브의 역할과 관련 규정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골프를 치다 보면 잘 맞은 웨지 샷 이후에 그 그루브에 공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클럽 헤드에는 공의 껍질 부분이 묻어있고 공에는 몇 개의 골이 파이게 된다. 선수들은 그런 식으로 공에 손상이 발생하면 새로운 공으로 교체를 해서 플레이를 하곤 한다. 이런 샷이 아니더라도 이 그루브가 공에 가해지는 백스핀을 만들고 이 백스핀이 그린에서 공이 잘 서도록 해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런데 이 그루브가 백스핀을 발생시킨다는 표현은 일면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샷을 할 때 발생되는 백스핀은 그루브의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그루브가 없다면 공이 클럽 페이스 위를 미끄러져 백스핀이 제대로 걸리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임팩트 시에는 강력한 스윙스피드에 의해 공과 클럽페이스가 충돌하는 순간에 공이 찌그러지며 마찰계수가 현격히 증가함으로써 공이 클럽 표명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준다.

이 설명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장면을 떠올려 보자. 손바닥 위에 부드러운 젤리볼을 올려놓고 이 공을 찌그러트리지 않고 손바닥 위에서 움직여보면 쉽게 미끄러트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을 손바닥 위에 눌러 찌그러뜨리고 나면 굴리지 않고 미끄러뜨리는 것은 아주 어려워진다. 이것은 공이 찌그러지게 되면 손바닥과 밀착됨으로써 저항이 엄청나게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런 현상이 클럽이 공을 임팩트 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그루브의 여부가 백스핀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굳이 가공비를 써가며 이 그루브를 클럽 표면에 만들 이유가 없을 것이고, 골프 협회에서 이 그루브의 형태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 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루브는 우선 그 홈을 통해 공과 클럽 페이스 사이의 물기를 배출시켜 줌으로써 마찰력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풀과 같은 이물질 역시 그루브를 통해 줄여줌으로써 골프공이 찌그러지며 발생하는 마찰력이 이물질들의 간섭으로 인해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공이 그다지 찌그러지지 않는 상황, 즉 풀스윙이 아닌 어프로치 샷이나 로프트가 큰 아이언과 웨지로 갈수록 공에 가해지는 힘의 방향이 변함으로 인하여 공이 찌그러지는 양이 줄어든 샷에서는 그루브가 백스핀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된다. 이 로프트가 큰 아이언의 구분을 골프협회의 규정에서는 25도로 정하여 이보다 로프트가 큰 클럽의 그루브 규정을 섬세하게 제한하고 있다.

현재 골프협회가 정의하고 있는 그루브 관련 규정의 중요한 부분 몇 가지를 간략히 보도록 하자.

우선 아래의 그림에서처럼 그루브는 직선이고 나란해야 하며 오목하거나 대칭이어야 한다. 그루브의 폭은 0.9mm 이하여야 하고 깊이는 0.508mm 이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루브의 간격은 그루브 폭의 3배 이상으로 최소 1.905m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며 그루브 단면의 크기는 일정수준 이하여야 한다.



끝으로 그루브 에지는 날카롭지 않아야 하고 0.508mm 이상의 반경을 지녀야 한다.



이 규정은 2010년에 개정된 것으로 이 규정이 적용됨으로써 그 이전에 스퀘어(직각) 그루브와 U그루브의 형태로 백스핀 양을 최대화하도록 만들어졌던 기존의 아이언들이 불법 클럽이 되었다.

본인의 클럽을 살펴보아 그루브가 직각의 형태로 파여있다면 그 클럽으로 프로 시합이나 대한골프협회에서 그루브 규정을 적용하는 시합에는 출전할 수 없다.

쉽게는 2010년 이전에 생산된 클럽을 사용하고 있다면 현재의 그루브 규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그루브 규정 변화로 인하여 2009년 말 수많은 골프 선수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클럽을 규정에 맞는 새로운 클럽으로 교체하기 위하여 새로 생산되는 아이언과 웨지로 교체하기 위해 동분서주 해야 했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에게는 이런 그루브에 관한 규정이 그다지 와 닿지 않는 것이지만 이렇게 긴 이야기를 적는 것은 한편으로 그루브의 형상을 섬세하게 제한할 정도로 그루브가 단순한 미관상의 목적이 아니라 실제 샷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필자가 라운드를 하다 보면 벙커샷을 하고 나와 그루브에 모래가 잔뜩 끼어있는 채로 다음 샷을 하거나,어프로치 샷을 하기 전에 연습 스윙을 하고 클럽 페이스에 풀이 잔뜩 붙어있는 채로 샷을 하는 동반자를 보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부디 이 칼럼을 읽는 골퍼들께서는 어프로치 샷을 하기 전에 그루브에 낀 모래나 풀 같은 이물질을 티를 이용하여 제거하고 더 멋지고 일관된 샷을 하시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오래 사용하여 그루브가 닳아버린 클럽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를 교체하여 사용하는 것은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겠지만 말이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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