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골퍼 옆에는 항상 최고의 캐디가 함께 합니다. 캐디는 단순히 클럽을 옮기고 골퍼가 골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골프장의 상황과 라운드 때 전체적인 진행 등을 도맡아 합니다. 골퍼들을 따라다니면서 진행 속도를 조율하기도 하고 허공으로 날아간 공이 얼마나 날아갔는지, 어디에 떨어졌는지 등을 확인하고 스윙 자세나 클럽을 제안하는 등 말 그대로 필드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가이드를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캐디에게 “그저 골프백만 들고 따라 와라”고 하거나 “시중을 드는” 정도의 일만 맡기는 골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골프 초심자들이나 중급자 분들은 얼마나 좋은 캐디의 가이드를 받느냐에 따라 실력도, 즐거움도 달라지게 됩니다. 비뇨기과를 운영하면서 “남성들의 이런 고민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하고 올바르고 자신감 넘치는 성생활을 즐기기 위한 캐디가 되자”고 느낀 것도 바로 이런 측면 때문입니다. 보통 저희 병원을 찾아 주시는 남성분들을 보면 굉장히 소극적이시거나 자신감이 없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에게 상담을 할 때는 그저 단순히 수술에 대한 설명이나 금액적인 부분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습니다. 조루 증상 때문에 정말 수십번 수백 번 고민만 하다가 겨우 내원을 결심하게 되신 환자분이셨습니다. 이상하게 잠자리만 하면 관계 시간이 3분을 채 넘기지 못한다고 하셨고, 레이저 조루 수술을 희망한다고 하셨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진동각 검사를 통해 귀두의 민감도를 측정하고 그에 맞는 수술 방법이나 솔루션을 제시해 드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 환자분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는지, 혹시나 다른 요인은 없는지에 대해 질문 드리자 본인의 고민을 하나 둘 이야기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 환자분은 음경왜소증은 아니셨지만 본인 스스로 사이즈에 대한 불만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나라 남성 평균 정도의 사이즈를 지니고 계셨지만 본인 스스로 사이즈에 대한 불만이 있다보니 사우나나 대중 목욕탕에 가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고 그런 소극적인 행동이 잠자리에 투영되어 사정 시간이 짧아지는 심인성 조루까지 경험하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환자분에게 “수술을 하면 좋아질 것이다”라는 이야기보다 “지금 상황을 들어보니 문제의 원인은 조루 수술을 한다고 해서 개선될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본인이 콤플렉스처럼 여기신 사이즈 문제를 개선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라고 가이드를 해드렸습니다.

몇 차례 고민 끝에 환자 분은 음경확대술과 길이연장술을 함께 받으셨고 그 뒤로는 자신감 있는 생활을 영위하시면서 잠자리 시간도 길어져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오셨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선 병원은 단순히 보건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보건업 그 자체였지만 최근의 병원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업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로 골퍼가 필드에서 본인의 실력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는 캐디와 같이 병원은 찾아오는 분들께 현명한 조언과 가이드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골퍼는 캐디하기 나름인 것처럼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분들에게 의사가 좋은 가이드를 제시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