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궁금하다 ① 투어 프로들의 최종 병기
한은혜 2017-06-01 18:30:40

전장에 나가는 군인에게 ‘총’은 그들의 생명과도 같다. 총은 그들의 생명을 지켜줄 뿐 아니라, 긴급한 상황에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투어에서 뛰는 프로 골퍼들에게 있어서 군인들의 ‘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골프 클럽이다. 그래서 정상급 프로 골퍼들은 유난히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에 예민하다. 클럽을 바꿔서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는 골퍼가 있는 반면 성공적으로 클럽을 교체한 후 우승을 하는 선수도 적잖이 있다. 프로 골퍼들 대부분은 용품업체를 스폰서로 가지고 있기에 계약금을 받고 해당 용품업체의 클럽을 사용한다. 다만 클럽의 종류와 개수가 무궁무진하기에 자신의 손맛에 맞는 클럽을 고르는 것은 선수의 자율이다. 간혹 용품업체를 옮겨도 새로운 스폰서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전의 클럽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때때로 드라이버와 퍼터는 용품 계약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기존에 사용하거든 것을 계속해서 사용하기 위해서다. 클럽을 바꾸면 그것이 익숙해지기까지는 꽤나 오랜 숙련기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선수들 대부분은 맞춤클럽을 사용한다. 매주 대회에 나가면 매일 수백, 수천 개의 볼을 때리는 선수들은 대부분은 주기적으로 클럽을 바꾼다. 따라서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는 고르는 기준이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고,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단, 1타에 일희일비를 거듭하는 프로 골퍼들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골프 클럽, 그들은 과연 어떤 골프 클럽을 선호하고, 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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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맥길로이의 ‘송곳’ 아이언


‘골프 신동’ 로리 맥길로이는 골프 클럽으로 인한 부침이 가장 심했던 선수다. 한 때 세계 골프 랭킹 1위였지만,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지목될 만큼 빼어난 실력을 가진 맥길로이의 장기는 정확한 드라이버 샷과 송곳같은 아이언 샷이다. 그는 타이틀리스트 클럽을 사용해 20대 초반부터 투어를 종횡무진 누볐다. 그러다 지난 2013년 모든 골프용품 사용을 조건으로 10년 간 2억 5천만 달러에 나이키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맥길로이는 클럽을 바꾸고 처음 출전했던 유럽프로골프 투어 아부다디 HSBC 챔피언십에서 예선 탈락을 했다. 2013 시즌 첫 경기였고, 나이키 클럽을 가지고 첫 선을 보인 무대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로리 맥길로이의 부진을 클럽 교체에 따른 적응 실패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맥길로이의 최대의 장점이었던 드라이버샷이 이 대회에서는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아이언 샷까지 덩달아 문제를 일으켰다. 이후 맥길로이는 베이퍼 프로 드라이버(로프트 8.5도), 15도·19도짜리 우드, VR 프로 블레이드 아이언, 59도·46도·54도짜리 웨지, 메소드 006 퍼터 등 나이키 클럽 개발에 직접 참여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는 나이키가 골프 용품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하기로 했기에 맥길로이는 캘러웨이와 테일러 메이드, 그리고 타이틀리스트의 클럽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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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피스의 예리한 ‘퍼터’


조던 스피스는 골퍼로서 가장 큰 장점은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홀컵에 집어넣을 수 있는 안정적인 ‘퍼트’다. 그래서 스피스 이름 앞에는 늘 ‘퍼트의 귀재’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구체적으로 스피스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으로 어드레스를 하며, 왼손 손등이 목표 방향을 향하게 한 뒤 오른손을 왼손 위로 덮는 방식으로 그립을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은 특히 짧은 퍼팅에 효과적이다. 왼손 손등을 목표 방향으로 향하게 한 뒤 스트로크를 하면 손목을 쓰지 않게 되기 때문. 또 목표 방향으로 정확하게 볼을 굴릴 수 있다. 스피스는 백 스트로크 때 빠르게 클럽을 뒤로 빼내면서 볼을 때리지 않고 밀어주는 스트로크를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스피스는 “백 스트로크를 천천히 하면 포워드 스트로크를 크게 만들게 되거나 볼을 때리는 퍼팅이 나온다. 스트로크도 들쭉날쭉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스피스는 포워드 스트로크 때 일반적인 ‘시계추' 스트로크가 아닌 목표 방향으로 왼손 손등을 계속 낮게 향하게 밀어주고 있는 동작을 만든다. 이런 동작은 퍼터 헤드를 최대한 목표 방향으로 낮고 길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스피스는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는 50위권 밖이며, 그린 적중률도 60%대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평균 퍼트 수와 라운드 당 퍼트 수는 늘 투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혔다. 그래서인지 스피스의 퍼터 사랑은 각별하다. 스피스가 사용하는 퍼터는 스코티 카메론 009프로토타입으로 총 중량은 350g이며 로프트는 4도, 라이각은 71도다. 스피스는 이 퍼터를 15세 때부터 사용했다. 따라서 스피스
는 골프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009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퍼터다. 당분간 다른 퍼터로 바꿀 생각이 없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7년에도 스피스의 캐디백에는 여전히 스코티 카메론 009 프로토타입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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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존슨의 강력한 ‘드라이버’


2017년을 맞으며 세계 남자골프 최대 관심사는 '넘버원' 경쟁이었다. 세계랭킹 1위를 놓고 다투는 춘추전국시대가 전망된 가운데 올 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황금세대 3인방'이 꼽혔다.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제이슨 데이(호주), 그리고 이미 1인자 자리를 경험해봤던 로리 매킬로이(미국)와 조던 스피스(미국)가 그 주인공이었다. 쟁쟁한 후보들 중 올해 세계랭킹 1위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한 선수는 존슨이다. 작년에 '3인방'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린 존슨 역시 '넘버원'으로 예견됐다. 지난 시즌 PGA 투어 3승으로 상금왕은 물론 PGA와 동료 선수들이 주는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했고, 바든 트로피, 바이런 넬슨 어워드도 존슨의 몫이었다. 골퍼들 사이에 통용되는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은, 1930~1950년대 최고의 골퍼로 명성을 날린 벤 호건이 '모던 골프'라는 명 교습서에 남긴 말이다. 이후 이 명언은 골프계에 공식처럼 널리 퍼졌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정밀한 퍼트을 앞세워 상금왕에 올랐다. 대표적으로는 2015년 상금왕 스피스는 현역 남자 골퍼들 중 퍼팅을 가장 잘하는 선수다. PGA 투어 장타자로 유명한 존슨은 그러나 퍼트 실력은 이에는 미치지 못한다. 상금왕을 받았던 지난해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28.49개로 이 부문 공동 19위에 올랐다. ‘퍼트의 귀재’ 스피스가 27.82개를 써낸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존슨은 상대적인 퍼팅의 약세를 극복하고, 작년에 종합적인 지표인 평균 타수에서 1위(69.172타)에 올랐다. 또 평균 버디 부문에서도 1위, 이글은 2위에 오르면서 '버디 사냥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자신의 장기인 장 타력을 십분 발휘, 공을 홀 근처에 떨어뜨려 버디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 지만 홀에 가까울수록 버디 확률은 높아진다. 존슨은 약 0 . 9미터 (3피트) 안쪽에서는 9 9 .8 4% 의 성공률을 보였다.존슨은 존 댈리(미국) 이후에 나온 PGA 투어 간판 장타자다. PGA 투어에 데뷔한 2008년 부터 작년까지 평균 드라이브 비 거리 부문에서 4위 아래로 떨어진 적 이 없다. 2015년에는 왼손 장타자 버바 왓슨(미국)을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의 장타력은 멕시코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고지대인 차풀테펙 골프장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 32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날려 이 대회 출전한 선수 중 4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약 3m(10피트) 안쪽의 퍼트 성공률에서 출전 선수 76명 가운데 74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그가 세계 랭킹 1위를 할 수 있는 것에는 역 시 그의 드라이버가 크게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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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주타누간의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


지난 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아리야 주타누간의 해였다. 주타누간은 170cm의 큰 키와 우람한 체격을 바탕으로 LPGA 최장타자로 파워풀한 스윙이 일품이다. 이런 주타누간은 대부분의 투어 경기에서 드라이버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드라이버를 사용할 경우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 공이 멀리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타누간은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를 주로 캐디백에 넣고 다닌다. 이런 그녀의 괴력에 대해 지난 해 볼빅 챔피언십에서 예선 2라운드 함께 조를 구성했던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를 들고 오지 않는 선수와 라운드한 건 처음이었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그녀의 세팅은 완벽했고, 3번 우드로도 자신의 드라이버보다 30~40야드 더 멀리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주타누간의 클럽의 또다른 비밀은 2번 아이언이다. 2번 아이언은 매우 희귀한 클럽이다. 남자 선수들 중에서도 사용율이 높지 않고 여자 골퍼들은 아예 사용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국내 선수들중에선 박성현 정도가 3번아이언을 가끔 쓰는 편이다. 그만큼 2번 아이언의 장단점이 확실한 클럽이기도 하다. 로프트는 보통 18도 내외로 5번 우드 정도에 해당한다. 멀리 보낼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충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선 강하고 빠른 스윙스피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힘과 스윙 스피드가 빠르지 않은 여자골퍼들은 롱아이언 대신 유틸리티 우드로 대체해 사용한다. 반면 주타누간처럼 강한 힘과 스윙스피드를 갖고 있는 선수들에겐 매우 효과적인 클럽이다. 공을 멀리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 롱 아이언을 대체하는 유틸리티 우드보다 정확성이 높다. 실제로 주타누간은 2번아이언으로 평균 250야드를 보냈고, 78%의 높은 페어웨이 안착율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지간한 선수가 드라이버를 들고 치는 만큼 멀리 보냈다. 안정된 장타는 실수를 크게 줄였고 쉽게 타수를 줄이는 발판이 됐다. 그 주타누간이 쓰고 있는 아이언은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접목해 만든 드라이빙 아이언이다. 18도와
21도 23도 3개의 아이언을 사용하고 있다. 2개는 테일러메이드 1개는 캘러웨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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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의 쇼트 게임을 위한 ‘4개의 웨지’


박인비는 쇼트 게임의 강자다. 특유의 쇼트 게임 운영으로 인해 박인비는 지난 해 ‘골든그랜드슬래머’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먼저, 박인비의 클럽 구성을 살펴보자면, 박인비는 던롭 젝시오 드라이버 10.5도에 테일러메
이드 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럽을 쓴다. 3번 우드의 로프트는 14.5도, 5번 우드는 18도다. 하이브리드 클럽은 25도짜리다아이언은 던롭 제품으로 6번부터 피칭 웨지(PW)까지 사용한다. 5번 아이언 이상의 롱아이언은 아예 쓰지 않는다. 주
목해야 할 점은 숏게임을 위한 다양한 웨지들이다. 박인비는 클리블랜드의 갭 웨지(46도), 어프로치 웨지(50도), 샌드 웨지(58도)를 사용한다. 피칭 웨지까지 더하면 웨지만 총 개다. 촘촘한 라인업으로 쇼트 게임에 치중한 클럽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박인비는 피칭 웨지로 125야드를 날려 보낸다. 여자선수치곤 거리가 많이 나는 편이다. 어프로치 웨지로는 100야드를 보낸다. 박인비는 “피칭과 어프로치 웨지 사이에 25야드의 거리가 붕 뜨게 돼서 46도 웨지를 넣은 ”이라고 설명했다. 쇼트 게임의 정점은 퍼터다. 캘러웨이 오딧세이 투볼 퍼터를 쓰는 박인비는 “얼마 전 내 눈에 꼭 맞는 잘 생긴 퍼터를 찾았다. 같은 모델이라도 그립을 잡으면 느낌이 각기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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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의 ‘하이브리드’


리디아 고는 골퍼로서 두드러지는 스타일이나 큰 강점이 없다. 대신 단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무결점으로 인해 리디아 고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골퍼’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리디아 고의 캐디백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하이브리드 클럽을 비롯해 클럽 유동성과 클럽 적응력에서 찾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리디아 고는 지난 해 5월 킹스밀 챔피언십 때부터 20도 하이브리드를 빼고 캘러웨이 5번 아이언을 추가했다. 투어 프로로는 드물게 하이브리드 3개(20도, 23도, 25도)를 넣고 다녔지만 세컨드 샷의 정확성을 높이려 하이브리드 한 개를 빼고 5번 아이언을 추가했다. 리디아 고는 “하이브리드를 짧게 잡고 치면서 거리 조절을 했는데 최근에 정확성이 떨어져 클럽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80%가 넘는 그린 적중률로 고공 행진을 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자 거리 조절이 쉬운 5번 아이언을 추가한 것이다. 리디아 고는 캘러웨이 빅버사의 9 도 드라이버와 3번 우드(14도), 5번 우 드(18도)를 사용한다. 웨지는 맥대디 제품을 사용하며 로프트 각은 52도 와 59도로 맞췄다. 59도는 샌드웨지 다. 52도 웨지로는 100야드 이내에서 어프로치를 할 때 스윙 크기와 강약 조절로 거리를 맞춘다. 올 시즌 캘러웨이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리디아 고가 쓰는 용품은 클럽부터 볼까지 온통 캘러웨이 일색이다. 프로 선수가 클럽을 한 가지 브랜드로 채우는 것은 모험이다. 아무리 계약 조건이 좋아도 자신과 맞지 않아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면 오히려 독이기 때문이다. 김흥식 캘러웨이골프 이사는 “캘러웨이 제품에 대한 무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계약”이라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캘러웨이를 택한 것은 아이언의 영향이 컸다. 올 시즌 그린적중률 1위(79.5%)인 리디아 고는 아이언의 정확도에 의존해 성적을 내는 스타일이다. 아이언을 중심으로 클럽을 고르다보니 타이틀 스폰서십 체결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리디아 고의 골프백에는 특이하게 하이브리드가 3개(20·22·25도)나 꽂혀 있다. 비거리가 짧은 자신의 약점을 하이브리드로 커버하고 있다. 드라이버도 ‘딥 페이스’로 방향성보다는 비거리에 중심을 두고 있다. 리디아 고는 “14개의 클럽 중 퍼터가 가장 중요하다”며 “보통 퍼터보다 무게가 더 나가고 밸런스에 초점을 맞춘 오디세이 탱크 크루저를 당분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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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4번 아이언’


김세영의 장기는 장타다. 흔히 장타라고 하면 드라이버 샷의 거리 유무로 판단하기 쉽지만, 장타를 날리는 클럽이 꼭 드라이버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확성이 떨어지는 드라이버보다 여타의 장비로 정확도와 장타 두 가지를 만족할 수 있는 클럽을 찾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김세영의 4번 아이언이다. 김세영의 캐디백에는 여자 선수들이 다루기 힘들어하는 4번 아이언이 꽂혀 있다. 4번을 잘 활용하면 긴 파3, 파4 홀에서 수월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김세영의 4번 아이언이 위력이 잘 나타나는 대회는 지난 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다. 김세영은 420야드가 넘는 긴 파4 홀과 180야드의 파3 홀에서 4번 아이언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대부분의 여자 프로골퍼들은 180야드 거리가 남으면 하이브리드를 쓴다. 하지만 아이언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더 받고 정확도도 떨어져 거리 조절에 애를 먹는다. 하지만 김세영은 롱 아이언을 들고 거침없이 샷을 한다. 김세영은 로프트 9.5의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를 쓴다. 3번 우드(14도)와 5번 우드(19도)도 같은 회사 제품이다. 4번 아이언이 있어 하이브리드는 23도 1개 밖에 없다. 아이언과 웨지(3개)는 모두 미즈노 제품. 어프로치 웨지(50도)로 110야드 이내의 거리를 공략한다. 김세영은 “클럽 스펙이 딱 맞기 때에 3년 동안 계속 같은 구성으로 쓰고 있다. 앞으로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지난달 롯데챔피언십 연장전에서 150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샷 이글을 연결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때 사용한 아이언이 미즈노 MP-53이다. 김세영이 2013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클럽이다. 그는 이 아이언으로 바꾼 뒤 KL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기록했고, LPGA투어 우승의 영광도 함께 안았다. 김세영에겐 MP-53이 ‘행운의 클럽’인 셈이다. 김세영은 올 시즌 미즈노 신제품인 MP-15 아이언을 테스트하고 있지만 아직 경기에선 MP-53을 사용하고 있다. 김세영은 “아마추어 시절 미즈노 아이언으로 우승한 뒤 계속 쓰고 있다”며 “컨트롤이 쉬워 생각한 그대로 샷이 된다”고 말했다. 작은 체구에도 폭발적인 장타를 뿜어내는 김세영은 테일러메이드의 SLDR 드라이버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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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의 ‘3번 아이언’


공식 기록과는 무관하게 LPGA 투어에서는 최장타자로 첫 손에 꼽는 이는 아리야 주타누간이다. 지난 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세계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호주)는 2번 아이언으로 300야드를 날려 화제가 됐지만 2번 아이언은 누구 사용할 수 있는 클럽이 아니다. PGA 투어에서 조차 2번 아이언은 ‘멸종 위기’에 몰렸다. PGA조차 이런 실정인데, 여자 프로 골프 선수에게는 2번 아이언은 언감생심이고, 3번 아이언은 이제는 ‘추억의 장비’가 된 지 오래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판매하는 아이언 세트에서 3번 아이언은 이제 구경조차 힘들다. 세계 투어 선수 가운데 3번 아이언을 쓰는 선수는 사실상 사라졌다. 3번 아이언 뿐 아니라 4번 아이언마저 선수들 가방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여자 선수 가운데 4번 아이언을 사용하는 선수도 극소수이다. 하이브리드 클럽이 3, 4, 5번 아이언을 대신하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 선수라도 여성이 3번 아이언을 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3번 아이언은 남자에 버금가는 스윙 스피드를 지닌 장타자의 전유물이긴 하지만 다루기가 지나치게 어렵다. 그래서 프로 선수가 3번 아이언을 골프백에 넣는 건 모험이자 실험이다. ‘닥치고 공격’이라는 설명이 잘 어울리는 박성현은 이 모험이자 실험인 3번 아이언을 캐디백에 종종 소지하고 있다. 14개의 클럽이 모두 중요한 만큼 박성현은 3번 아이언을 대회에서도 사용한다. 물론 박성현도 늘 3번 아이언을 쓰는 건 아니다. 맞바람이 불거나 코스 특성상 하이브리드보다 3번 아이언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만 쓴다.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하이브리드보다 3번 아이언이 더 쓰임새가 많다. 17도 하이브리드와 번갈아 쓰는 데 아무래도 하이브리드를 더 자주 선택하는 편이다. 3번 아이언은 탄도가 낮아 맞바람에도 캐리 거리를 맞추는데 더 유리한 반면 하이브리드는 실수할 가능성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언제 실전에서 쓸지 모르니 3번 아이언샷 연습에도 적지 않는 시간을 할애한다. 박성현은 꾸준하게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3번 아이언을 아주 잘 다루는 편이다. 특히 195m 거리에 맞바람이 분다면 3번 아이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박성현은 임팩트가 강하고 하향 타격으로 볼을 치는 스타일이라 롱아이언을 잘 다룬다는 타입이다. 그래서 4번 아이언도 하이브리드에 밀리는 추세임에도 박성현은 4번 아이언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대체한 적이 거의 없다. 박성현은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3번 아이언을 자신의 ‘히든 카드’라고 말하며 여전히 애착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박성현은 LPGA 투어에 진출하면서 클럽을 테일러메이드로 교체했다. 테일러메이드로 교체한 후 박성현이 여전히 3번 아이언을 사용할 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고집스럽고 자신만의 공격적인 골프를 추구하는 박성현이 다시 한번 3번 아이언을 추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올해 LPGA 투어에 진출하며 테일러메이드로 클럽을 바꾼 후 박성현의 WITB(Whats in the Bag)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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