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외과 전문의는 아이에게 어떤 운동을 시킬까
한은혜 2017-06-09 18: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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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은 딸에게 발레를 시키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자. 딸아이가 예쁜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춘다면, 얼마나 예뻐 보일까. 하지만, 척추외과 전문의인 나는 단순히 발레복을 입은 딸아이 모습이 아닌 척추에 좋은 운동이기 때문에 발레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딸에게는 발레, 아들에게는 검도를…


발레는 자세가 중요한 운동이다. 양발에 체중을 고루 싣고 척추를 똑바로 세워 상체를 꼿꼿하게 만드는 것이 발레의 기본자세다. 시간을 들여 이 자세를 몸에 익히지 않으면 다른 동작들을 배우기 어렵다. 그래서 전신거울로 본인의 자세를 확인하며 끊임없이 교정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여가수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큰 키가 콤플렉스라서 어릴 때부터 늘 웅크린 자세로 다녔고 그로 인해 등과 어깨가 매우 굽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발레를 시작했고, 척추가 바로 서고 어깨가 펴지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발레의 바른 자세는 척추 교정에 분명 효과가 있는 운동이다. 둘째 딸은 일곱 살부터 발레를 시작했는데, 배운 지 3년쯤 지나자 자세나 동작이 굉장히 전문적이고 어려워져서 그만뒀다. 척추 건강을 고려하면 고난도의 동작을 배우기 전까지만 발레를 가르치는 것이 적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발레를 전공이나 직업으로 삼는 경우라면 오히려 척추에는 해로울 수 있다. 발레리나들의 자세를 자세히 살펴보면, 척추가 일자에 가깝게 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일자형 자세를 지속적으로 취하는 경우에는 척추 변형을 초래하기 쉽다. 발레리나들의 잦은 턴 동작도 무릎과 발목에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딸에게 발레를 시켰다면 아들에게는 어떠한 운동이 좋을까. 본인은 아들에게는 검도를 시켰다. 나도 해동검도 유단자이기 때문에 아들이 초등 3학년이 됐을 때 도장에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꼿꼿한 자세와 바른 걸음걸이를 익히는 데 검도만큼 좋은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기란 곧 자세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검도의 모든 기술은 바른 자세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검도 도장에 전신거울이 있는 이유도 거울을 바라보며 자세를 바로잡고 더불어 마음가짐까지 점검하라는 뜻이다.


물론 기본자세를 이기는 것은 어른에게도 고되고 지루한 일이다. 한창 몸이 날래고 호기심 많은 아이가 바른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죽도를 들고 “머리, 머리, 머리”만 수십 번 반복하기란 쉽지 않다.


정신없이 공을 쫓으며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이라면 모를까. 검도는 다소 정적이라 처음에는 아이가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힘든 과정 자체가 아이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고 심신을 다지는 좋은 기회이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에게 좋은 운동을 배우라고 인도하고 싶을 것이다. 무조건 움직임이 많은 운동을 추천하기 보단 바른 자세를 익히는 운동을 배우게 하여 건강한 척추를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이 아닐까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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