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vs 전골협 ‘갑의 횡포’인가, ‘스크린 스포츠의 성장통’인가? 골프존 vs 전골협 ‘갑의 횡포’인가, ‘스크린 스포츠의 성장통’인가?
박혜림 2016-10-07 10:30:45

스크린 골프장의 전성시대다. 처음엔 생소한 사업이었던 스크린 골프장은 이제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기계 개발로 스크린 골프시대를 연 선두주자, 업계 1위 골프존은 매출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이 됐다.
그런데 최근 골프존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골프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내세워, 자사의 기계를 구입한 사업장 점주들에게 부당한 강매와 착취 등을 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골자다.
법의 허점과 국회의 관심 부족 속에 골프존과 스크린 골프 사업자 모임인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전골협)과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골프존의 문제를 넘어서, 스크린 스포츠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나타난 거대한 암초다. 골프존의 문제는 대기업이 된 골프존의 ‘갑질’인가, 아니면 스크린 스포츠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성장통인가. 그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자. 편집=방제일 기자


정부의 지원과 골프 대중화가 키운 ‘골프존’


지난 2000년 김영찬 골프존유원홀딩스 대표가 단돈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한 골프존은 불과 16년 만에 연매출 3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 시가총액 1조 원을 돌파하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스크린 골프 시장 지배력은 70~90% 사이를 넘나들고 있으며, 최근 오너 일가가 무려 248억 원의 배당금을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로 스크린 골프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존의 성장의 이면에는 70·80년대 국내 대기업의 성장 구조와 비슷한 골자를 보인다. 먼저 골프존이 단기간에 대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골프 대중화와 정부의 지원을 꼽을 수 있다.
90년 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골프는 일반 국민들이 접하기 힘든 ‘귀족 스포츠’였다. 하지만 박세리 열풍이 일면서 골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탄력을 받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골프 대중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 시기는 김영찬 대표가 카이스트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가 스크린 골프기계 개발에 뛰어들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의 국정 핵심과제였던 벤처기업 지원정책 혜택을 톡톡히 본 건 덤이다. 이후에도 골프존은 시대의 흐름과 정권의 도움을 누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집권 초반부터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시킬 정도였다.
2009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후원하는 AT&D(Adva nc e d Te ch nolog y & Design) 코리아 브랜드 사업에서 명품브랜드로 선정된 기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골프존이었다. 골프존은 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사업 확장과 홍보 등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결과적으로 골프존은 1970·80년대 기업 육성방식을 답습한 셈이다. 또 다른 성공요인은 관행적인 대기업 영업방식으로 사세를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골프존 점주들의 말에 따르면, 골프존은 과거 대기업 영업방식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골협은 골프존이 주변 상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 판매에만 급급해 점주들의 피해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계를 고가에 파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유상 업그레이드와 부당한 코스사용료(R캐시) 징수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골프존은 2012년 대당 2000만 원이었던 업그레이드 비용을 불과 7개월 만에 2500만 원으로, 이듬해에는 다시 1000만 원을 올린 3500만 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상 요인이 대체 무엇인지 원가가 궁금하다는 게 점주들 입장이다.


‘갑질 논란’ 하나.
골프존은 무엇을 하는 팔고 어떻게 이익을 남기는가?


골프존은 기본적으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를 개발, 판매하는 업체다. 스크린 골프장의 소위 ‘점주’들은 골프존으로부터 기계를 사서 영업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골프존이 점주들과 충돌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골프존이 기계를 고가에 팔고 지속적인 유상 업그레이드와 부당한 코스사용료(일명 R캐시) 징수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프랜차이즈 전환을 골프존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봄,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 몇몇 유력 일간지의 1면에는 골프존을 성토하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그 안에는 ‘골프존이 제조원가보다 1대당 5천만 원이 넘는 폭리를 취했다’, ‘신제품 출시를 고지하지 않아, 기계를 산지 1달 만에 새 제품을 출시하여 4천만 원짜리 기계가 백만원짜리로 가치가 떨어졌다’, ‘다단계 판매식으로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출시하여, 기계 대 당 2~3천만 원씩 업그레이드 비용을 가져간다’, ‘기존 업장 인근에 무
분별하게 기계를 팔아 매장 과밀화를 만들었다’ 등의 내용이 실렸다.
A씨는 스크린 골프장을 열기 위해 골프존에서 기계를 구입했다. 4천 여 만원의 고가였지만. A씨는 큰마음을 먹고 투자키로 한다. 그런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신제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구형으로는영업이 어려운 사업의 특성상, A 씨는 추가로 2천 여 만원을 더 내고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여기에 코스 사용료까지 매달 골프존에 추가로 납부하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바로 옆 건물에 골프존 기계를 들여놓는 스크린 골프장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골프존은 기계 다단계 회사였다.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고가에 기계를 구입하지 않았을것”이라며 “사람들은 내용을 모르니(골프존이) 부당한 걸 알면서도 계속 운영하느냐 고 묻는데, 우리로선 퇴직하고 담보 대출까지 해서 전 재산을 부어 점포를 차렸는데 그만두면 출구가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가는 구조”라고 전했다.
그런데 골프존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골프존은 광고 내용을 포함, 전골협의 주장에 대해 항목 별로 반박을 내놨다. 아예 입장을 정리한 책자형 설명자료도 만들었다. 만 원 이상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골협이 말하는 제조원가는 기계값만 얘기하는 것이며, R&D와 마케팅비 등 골프존이 시장에서 많은 수요를 창출해 낸 주요 비용이 빠져 있다”고 밝혔다. 또 1대당 수천만원짜리 기계를 팔아 시장 과포화를 불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제조회사인 골프존으로서는 시장의 수요가 지속되어 공급을 하였던 것”이라며 “판매는 유통계약을 맺은 판매법인에서 진행, 일부 지역의 과포화에 대한 점주의 불만을 자각한 골프존은 2014년 동반성장안을 발표하고 1년간 신제품 판매를 금지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계를 판매할 때 사용 가능했던 무료코스를 없앤후 매년 1천억 원씩을 착취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N형 버전에 탑재되는 무료코스는 현재도 N형 버전에 그대로 존재하며, 골프존 R&D를 통해 무상으로 공급(실비공급)한 R형 버전부터 온라인 서비스를 통한 통한 유료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N형과 R형은 완전히 별도의 제품이라는 것이 인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11.12. 1. 선고 2011다32094판결)되어 R형에 대해서까지 무료코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새 버전 출시에 따른 기존 골프존 기계 구입자들에게 대당 2000만~3000만 원씩을 추가로 요구하고 기존 매장들은 빚을 내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급변하는 IT산업을 리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면서도 “골프존이 10여년 간 실비 업그레이드를 제외한 비용청구는 2차례뿐이었으며, SW 업그레이드 혹은 신제품 출시시에는 무상으로 진행하거나 심지어 점주에게 그래픽카드를 무상으로 설치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골프존이 매년 추가로 1억~3억 원이상씩을 추가로 착취하고 있고 기계를 산지 한 달만에 신제품이 나와 손해를 보고 폐업한 경우도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점주들이 골프존에 매년 1억~3억 원 이상 씩을 납입한다는 것은 그들의 연매출이 10억~30억 원이 된다는 논리”라며 “스크린골프 특성상 유지보수 비용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으면서 수익성이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GL매출이 1,000억 원정도이기 때문에 5000점주로 나누면 점주들이 매년 납입하는 비용은 2000만원 선으로 전골협은 10배를 과장했다”고 강조했다. 또 “신제품 출시시 항상 기존 점주에게 보상판매를 실시했고 2015년에는 10배 수준으로 보상한 경우도 있다”면서 골프존측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고소고발하고 골프존 기계와 점포에 가압류 딱지를 붙이는 등 점주들에게 민,형사소송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골프존이 고소고발을한 점주는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회사의 재산을 파손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일부 소수 점주이며 사업자들이 본사를 찾아와 대화를 요청할 시에는 해당 부서에서 직접 그 요청에 응하고 있다”고반박했다.
이외에도 골프존은 지난 2014년 말 2년 동안 R&D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 새롭게 출시한 비전플러스 SW를 무료로 공급했고 제2차 동반성장안 발표를 통해 추가과금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갑질 논란 둘.
골프존의 프랜차이즈 전환,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골프존의 갑질 논란은 이미 수 년 전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3년 골프존은 스크린골프연습장 점주들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골프존은 GS시스템(골프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팔면서 프로젝터 구매처를 제한하거나 장애 발생에 따른 영업 손실을 보상하지 않는 등 계약 관계 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는 갑질을 저질러 왔다. 이에 공정위는 골프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3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골프존은 지난 2009년 6월부터 현재까지 다른 경로로 구입할 수 있는 프로젝터를 계약서에 기본 품목으로 지정해 제한하는 방식으로 총 1만7968대를 팔아치웠다.또 지난 2010년 2월부터는 GS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귀책 사유가 불분명하다며 책임을 점주에게 미루거나 스크린 골프 이용료 일부만 보상했다. 이 마저도 낮은 금액으로 점주에게 합의를 강요하거나 임의로 정한 금액과 방법으로 보상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점주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보상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골프게임 비용은 부당하게 점주들에게 전가하면서, 점주가 적립해둔 이용료 잔액환불시에는 잔액의 10%를 부당하게 공제한 점도 적발됐다.이 외 영업장에 설치한 상업광고 수익 60억 원을 분배하지 않은 점과 제품 보상판매 시 점주에게 비용을 추가로 부담시킨 점도 지적됐다.




골프존은 지난해 ‘갑을관계’가 이슈화 되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점주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골프존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시정하고 점주의 수익성 제고, 업종전환 등 자유로운 진입·퇴출효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감시 강화와 엄중한 제재로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과 갑을 간 상생협력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국정감사로 이어졌고,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골프존 측은 지난 3월 29일 수익분배기준 공지와 약관 변경을 마지막으로, 이를 모두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감은 새로운 논란의 씨앗이 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은 골프존 사업장들이 프랜차이즈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골프존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의 전환을 시도, 갑질
논란을 불식시키고 사업의 새 지평을 꾀한다. 그러나 전골협 측은 골프존의 프랜차이즈(가맹사업) 전환에 대해 사실상 새로운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며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골프존의 프랜차이즈 전환 논란의 본질은 ‘상권보호’에 있다. 점주들은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전환을 반대한 게 아니었다. 되레 전골협은 골프존의 프랜차이즈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골프존이 사실상 가맹사업 구조로 영업하고 있음을 인정하라는 주장이었다. 상권보호 문제에 대해 골프존 측이 ‘우리는 가맹사업이 아니라 기계판매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밀된 상권에 대해 책임질 게 없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앞서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골프존은 영업 형태는 가맹사업 형태를 취하면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우리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기계를 파는 회사’ 라면서 상권보호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기계만 막 팔아댔다”며 “이 때문에 골프존 측에 상권보호, 거리제한 등을 요구하면서 프랜차이즈라는 걸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과밀 상권 문제에 대해 대처해 달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점주들은 프랜차이즈 전환이 되면 과밀 상권이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이 과정에서 골프존과 전골협 사이의 신뢰가 깨졌다.

현재 전골협 측은 골프존이 점주들을 배제한 채 프랜차이즈 전환을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골프존 측은 점주들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쳤지만 그때마다 전골협 측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며 다른 조합들과는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골프존 측 관계자는 “현재 최대한 점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검토하면서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전골협 뿐이고, 다른 8~9개 조합들은 상생을 위해 협력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골협 송 이사장은 “지금 골프존과 프랜차이즈 사업 논의를 하고 있는 조합들은 골프존이 전골협을 와해시키려고 지원해서 만든 어용 단체가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골프존이 주최한 프랜차이즈 전환 관련 간담회에서 초청받지 못했다”고 맞받아쳤다.




골프존과 전골협은 구체적인 가맹 조건에 대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골프존은 과밀상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공동상권 개별협의’, ‘업그레이드 제품 비가맹점 판매 중지’ 등의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같은 지역에 있는 매장을 지역공동상권으로 묶어 가맹점으로 합류할 것인지 개별적으로 협의한 후, 비가맹을 택한 점주들에게는 신규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비가맹점이 자연 도태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전골협 측은 “전혀 실정을 모르고 내놓은 방안이다. 가맹사업 전환에 반대하는 영업점이라도 골프존과 가맹계약을 맺지 않으면 죽어나는 실정인데 점주들이 본사와 개별적으로 협의를 하면 어떻게 이를 거부하겠느냐”며 “우리가 프랜차이즈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골프존은 과밀 상권에 대한 대안도 없고, 그간 가맹사업임을 부정하면서 발생한 점주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맹 조건도 너무 불합리하다. 점주들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임을 골프존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프존의 프랜차이즈 전환의 근본 문제는 ‘법의 흠결’


골프존이 점주들과 갈등을 빚게 된 원인으로는 스크린 골프장이 ‘사실상’ 가맹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가맹사업자로서의 책임을 도외시했다는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안은 도덕적으로는 골프존에 책임이 있을지 모르나, 법적으로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은 ‘프랜차이즈 법(가맹사업법)’ 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골프존과 같은 ‘사실상의 가맹사업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골프존이 프랜차이즈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그간 골프존과 점주들의 모임인 전골협의 주장이 접점을 찾지 못한 이유도 관련법의 부재에 기인한다.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기계를 파는 회사’를 자처하는 골프존은 상권보호나 과밀화를 고려하지 않고 스크린 골프 기계를 판매했다. 전골협은 “(골프존이)옆 건물 심지어 같은 건물에도 몇 개씩 기계를 팔고 매장을 오픈시켰다”고 주장한다. 상권침해를 받은 점주들은 속이 끓었지만, 가맹사업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우니 골프존 측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스크린 골프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더욱 빨리 불거졌다. 골프존 측 역시 예상치 못한 사태임을 인정한다. 골프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마도 일반사업에서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처음 골프존이 사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다. 가급적 점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프랜차이즈 전환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국회는 전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법의 허술한 규제 안에서, 지난 2014년 이뤄진 골프존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적이나 시정명령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맹사업법의 보호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골프존은 매장의 수를 제한 없이 늘릴 수 있었다. 2008년 1500여개였던 스크린골프장은, 2014년에 이미 5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같은 시기 GS그룹의 편의점 ‘GS25’가 3800개, SPC그룹의 빵집 ‘파리바게트’가 21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숫자다. 골프존은 가맹사업이 아닌 덕분에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책임을 방기하다 도덕적인 물의를 빚게 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골협이 골프존의 가맹사업(프랜차이즈) 전환에 있어 과거 골프존이 가맹사업임을 인정하지 않고 기계 판매에만 몰두하면서 발생한 과밀 상권을 해소할수 있는 해결책을 가맹조건에 분명히 담아야 한다는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지역공동상권 개별협의’, ‘업그레이드 제품 비가맹점 판매 중지’ 등을 제시했지만, 전골협 측은 골프존의 시장 지배력이 70~90%에 육박하는 실정에 맞지 않는 방안이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은 '입법의 흠결'에 있다. 가맹사업이 아니면서도 사실상 가맹사업의 영업형태를 보이는 기업에 대한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갈등인 것이다. 애초에 골프존이 가맹사업인지, 아닌지 기준 삼을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태였다. 결국 법망의 허술함으로 인해 골프존과 점주들 모두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지금 ‘골프존법’이 필요한 이유


골프존 파문은 일명 ‘골프존법(法)’ 제정의 당위성을 충분히 제공한다. 앞으로 스크린 스포츠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그리고 비가맹사업에서 가맹사업으로의 첫 전환 사례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파문에서 드러난 입법의 흠결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다면 일반 자영업자들의 피눈물은 계속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9대 국회는 사실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고, 바통은 이제 20대 국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번 파문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국회는 억울한 사람들이 다 죽어야 이제야 움직인다’는 날선 비판이 나오기도 할 정도다. 그나마 공정거래위원회를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의 일부 의원이 관심을 보이고, 더민주 을지로 위원회에서 내부 논의가 이뤄지는 단계로 알려졌다.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법적으로 골프존의 책임 방기를 막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우선 사업주들이 (지난 공정위 판단으로 가맹관계가 아니라고 포함된 데 대한) 손해 회복을 위해 개별적으로 피해를 받으신 점주 분들께서 골프존을 상대로 법원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하는 방안이 있고, 두 번째로는 법의 해석을 통해서다. 공정위에서 골프존 관련 업종이 가맹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렸지만,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 2조 1부에 가맹사업의 정의 규정에서 ‘가맹사업이라 함은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서비스표·상호·간판 그 밖의 영업표지…(이하 생략)’라는 부분이 있다. 골프존 가맹점과 관련, 이중 ‘그밖에 영업표지'에 해당할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 위원회도 논의 단계임을 밝혔다. 위원장인 더민주 우원식 의원 측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스크린골프는 일종의 신산업 중 하나인데, 시뮬레이션 스포츠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고 앞으로 VR과 맞물려서 커질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다. 지금 단계로는 을지로위원회가 문제에 대해 인지를 했고, 과연 입법적인 측면을 포함해 문제해결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산업의 장래성, 사업 규모를 봤을 때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사무국에서 현장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골프존 측은 “우리도 피해자다. 제대로 된 법이 구비돼 있었다면 이렇게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국회가 제도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제도의 틀에서 점주들과 얘기를 나눈다면 이번 논란이 잘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경화 전골협 이사장은 국회의 입법을 당부하면서 現 정권을 향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송 이사장은 “현 정권에 들어서 각종기업 규제를 철폐하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 사람들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며 “골프존 점주들은 가맹사업으로의 보호를 받고 싶었는데 받지 못했고, 골프존은 이미 점주들이 무너진 실정에서 이제야 가맹전환을 한다고 한다. 기존 점주들은 상권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국회에서 필히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골프존이 지금이라도 프랜차이즈 전환을 통해 가맹사업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까?
우선 전환부터 난항을 겪는 단계다. 이미 골프존과 점주 간 깊어진 감정의 골과 불신, 그리고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프랜차이즈화 사업은 답보 상태다. 게다가 이미 벌어진 상권의 과밀화 문제는 능동적 대처가 어렵다. 누군가 사업을 포기하고 나서야 재진입을 방지하는, 불확실하고 수동적인 대처만이 가능하다.

골프존 측은 “협조하는 나머지 점주들을 대상으로 가맹사업 시범운영 지역을 모색중”이라며 “가맹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상권마다 일정 수의 매장 이상은 오픈할 수 없도록 상권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골협 측은 “골프존이 신규 업그레이드 버전을 가맹점에만 팔고 비가맹점에는 팔지 않을 경우 비가맹점은 자연도태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그러면 누구나 울며 겨자 먹기로 가맹계약을 할 것”이라며 “이미 한 건물에 매장이 두 곳씩 있는 현 실정이 완화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가맹사업법 개정 등을 통한 입법적 조치가 필히 요구된다. 그렇기에 현재 전골협에서는 일명 ‘골프존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입법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도 지난 9월 1일 국회에서 개최했으며,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있었던 골프존 사태가 정치권의 수수방관으로 인해 이렇게까지 지리멸렬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스크린 스포츠는 새로운 경제성장동력
의 시발점이다.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시뮬레이션 스포츠 사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미래먹거리’로써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스크린 야구장이 각광받는 신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며, 다른 스크린 스포츠들 역시 그 태동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신사업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라면 지금 골프존 사태와 같은 경우를 미연해 방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뉴시스, '스크린골프 왕좌' 골프존 갑질?…본사-사업주, 갈등 내막은?, 2016.4.22자 기사
시사 오늘, [골프존 사태①]갑질 논란…‘우리는 노예 계약자다’, 2016.7.4자 기사
일요 서울, ‘갑질논란’ 골프존 vs 전골협, 누구 말이 진실?, 2016.5.16자 기사
중앙 일보, 골프존, "갑질만행? 전골협의 일방적 주장" 반박, 2016. 3.23자 기사
동아 일보, 골프존 - 전골협 ‘스크린골프’ 갈등, 2016. 3.13자 기사
TV 조선, 골프존 vs 전골협…갑의 횡포? 을의 횡포?, 2016. 4.29자 방송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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