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골프장에 軍은 없다 軍골프장에 軍은 없다
박혜림 2016-10-07 11:10:57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방을 수호하는 군인들이 어떻게 체력을 단련하는지 혹시 알고 있는가? 혹시 자세히는 모르고 있다면 군이 운영하는 ‘체력단련장’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골프장 관련 사진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체력단려장 코너에는 사설 골프장 홈페이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골프장에 대한 안내가 가득하다. 물론 골프도 우리나라에서 즐기는 대중적 스포츠이기에 군인들이 골프로 체력을 다질 수 있다. 그러나 군인의 기초체력 단련을 위해 만든 체력단련장은 그 초기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개장한 함안대를 제외한 전국 31개 군 골프장 이용자 현황을 살펴보니 현역 군인의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군 간부의 배우자나 퇴역 장교 등이 이용자 10명 중 3-4명골로 차지하며 현역 군인들보다 보다 자주 이용했다. 이에 군 골프장의 현황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글 방제일 기자


군 골프장, 사실상 민간 골프장으로 전락


군인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조성된 군(軍)골프장이 군 간부 배우자와 퇴역 장교들의 전유물처럼 운영되고 있다. 현역 군 간부와 퇴역 장교들의 부인들은 2만원∼4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군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고 있다. 당초 목적에서 벗어난 대상들에게 혜택을 주느라 군 부속시설인 군 골프장은 민간인 이용자를 받아야 하는 사실상의 상업성 골프장으로 전락했다.
현재 골프장업계와 국방부에 따르면 전국에는 관리 주체에 따라 국방부 4곳, 육군 7곳, 해군 5곳, 공군 14곳, 3군 공동 2곳 등 32곳의 군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군 골프장은 군 부속시설이지만 일반인을 포함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다만 입장자격은 정회원·준회원·민간인 등으로 구분된다.
군인의 대기태세 유지와 체력 단련, 건전한 여가 선용을 통한 전투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현역 장교·부사관·병사·군무원 등 모두에 정회원 자격을 준다. 또 ‘제대 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예비역의 복지 증진을 도모한다는 뜻에서 연금 수급권자인 예비역도 정회원에 해당한다. 여기에 정회원의 배우자도 같은 대우를 받는다. 준회원은 10년 이상 복부하고 전역한 예비역과 군무원,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된다. 여기에 대민 서비스 차원에서 민간인의 이용도 허용한다.
정회원과 준회원은 2만∼4만원대, 민간인은 주중 4만∼7만원대·주말 6만∼9만원대로 라운드할 수 있다. 일반 대중 골프장의 그린피가 10만원 이상(주말 16만원)인 것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군 골프장의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위례시민연대가 행정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정식 개방한 함안대 체력단련장을 제외한 전국 31개 군 골프장 이용자 중 현역 이용자는 2012년 22.3%, 2013년 17.2%,2014년 14%로 해마다 감소했다.
민감한 시기에 골프를 즐긴 군 장교들이 종종 구설에 오르자 현역들 사이에서 골프를 꺼리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예비역 이용객은 2012년19.3%, 2013년 20.1%, 2014년 21.8% 등으로 증가 추세다. 현역과 예비역을 제외한 회원 이용자는 2012년14.8%, 2013년 16.2%, 2014년 16%로 집계됐는데 대부분이 현역과 예비역의 배우자들이라는 게 군 관계자의 전언이다.
군 골프장 회원 이용자 5명 중 체력단련이 필요한 현역은 1∼2명이고, 나머지 3∼4명이 군 간부 배우자나 퇴역 장교인 셈이다. 이들이 싼값에 골프를 즐기느라 발생한 적자분은 전체 이용자 중 절반에 가까운 민간인을 상대로 얻은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재향군인회 눈치 보느라 회원 가격도 올리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며 "군 골프장은 군인의 체력단련이라는 취지와 무관한 소수 특정인을 위한 전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군인 체력단련을 위한 시설이 골프장밖에 없느냐"며 "그렇다고 취지에 맞게끔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군인 복지라는 미명 아래 막대한 세금이 일부 장교 출신 등을 위해 쓰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용객 대부분은 민간인, 사병은 얼씬도 못하는 성역의 장소


군 골프장은 현역병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실제로 일반 사병은 얼씬도 못한다는 게 군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사병이 평일 저녁이나 휴일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이 상상이나 가는가?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군 골프장은 버젓이 군인들의 복지를 위한 ‘체력단련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실례로 계룡대 체력단련장의 경우 골프장 티 대부분이 육군본부에 배정되고, 나머지는 인근 부대에 나눠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러면 야전부대에 배정되는 티는 매월2∼3장 정도인데 사실상 중령·대령급 이상 간부 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정작 체력단련을 요하는 사병들에게는 ‘언감생심’이라는 얘기다. 간부들 몫을 빼고 나면 나머지는 예비역과 민간인 등 외부인 차지다.



이용객 대부분이 외부인이지만 군 골프장 신설과 유지 비용에 군인복지기금이 매년 1천억원 이상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사이 군 골프장이 벌어들인 순수익은 2013년 201억원, 2014년 245억원, 2015년 217억원으로 매년 200억원을 웃돈다.
이 수익금은 군인복지기금으로 들어갔다가 군 장병 복지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쓰이는데 실상은 상당액이 군 골프장 운영에 재투자되고 있다.
국방부 측은 “군인복지기금의 상당 부분이 군 골프장 매출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악한 군 의료 여건 등을 고려하면 일반 사병의 복지시설 마련에는 뒷전이고 군인 복지를 명분으로 영리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군 골프장은 현재 여의도 면적의 4배나 된다. 최근 10년 새 100만평이나 늘어났다. 더욱이 현재 가장 시급히 없어져야할 대한민국의 병폐인 ‘전관예우’가 공공연하게 만연한 곳이 바로 군 골프장이다. 애초 현역군인들의 체력증진을 목적으로 건설된 군 골프장은 1960년 서울 태릉 국방부골프장을 시작으로 대구 공군골프장 등 1970년대까지 6곳에 불과했으나 1980년 군사반란으로 전두환이 집권한 뒤 경기 화성 국방부골프장, 경기 수원 공군골프장 등 8곳이
늘었고, 이어 1990년대 노태우를 거치면서모두 23곳으로 급증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경기 여주 국방부골프장 등 6곳이 새로 생겼다. 주요 병력이 배치된 강원도나 경기북부보다는 서울과 인근 지역,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주변에 군 골프장은 집중됐다. 새로 짓거나 확장된
군 골프장은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골프장, 경기 과천 기무사골프, 충남 계룡시 구룡 육군골프장(9→18홀 증설), 경기 평택 해군골프장(9→18홀 증설) 등 7곳에 달한다. 군 골프장은 토지비용을 제외한 건설비만 300∼400억원이 가까이 소요됐다.


군기 빠진 군 골프장, 위기상황에서도 포기 못한 골프?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방 수호와 국가의 안녕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보위기 상황에서 현역 군인들이 군 골프장을 출입해 세간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이순진 합창의장은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DMZ 목함 지뢰 사건이 북한 소행임이 알려진 지난 2015년 8월 9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의 비판과 국민들의 눈총이 싸늘해지자 이 합참의장은 인사청문회에 끝에 “골프를 치던 시점에는 북한 소행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2013년 3월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판문전 직통전화까지 끊어버리는 긴급 상황에서 군 전용 태릉 골프장에서 현육 육군 소장과 준장 등 장성들이 대거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직접 진상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아가 업무용으로 지급된 관용차를 군 간부들이 골프장을 오갈 때 이용하는 문제도 불거졌다. 감사원이 2015년 5~10월 사이 군 골프장 출입내역, 고속도로 하이패스 출입자료를 토대로 관용차 사용 실태를 확인한 결과 군
간부 6명이 14회에 걸쳐 운전병을 동행하고 골프장을 출입할 때 관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월 국방부는 ‘군 전용 승용차 운용 개선 지시’에 따라 체력단련장(군 골프장)을 제외시키고 운전병들이 장성들의 자가용을 운전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공무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군의 관용차 사용 문화가 바뀌지 않은 상황이다.


‘특정계층 전유물’논란, 퇴역장교·배우자 이용 제한


‘특정층 전유물’이자 인권 사각지대인 군 골프장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군인 간부 배우자나 퇴역장교들의 전유물처럼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는 군(軍) 골프장 중 일부가 이들의 이용횟수 제한에 나섰다. 육군 계룡대와 구룡대 체력단련장은 13일부터 예비역, 현역 또는 예비역 배우자를 대상으로 월 이용횟수를 4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이들의 월 이용횟수 제한이 없었다. 현역은 월 2회로 제한하던 이용규칙이 그대로 유지된다. 대전에 있는 자운대 체력단련장도 오는 20일부터 월 3회로 제한하던 예비역, 현역·예비역 배우자의 이용규칙을 월 2회로 변경한다. 현역의 월 이용횟수는 계룡대·구룡대 체력단련장과 마찬가지로 월 2회다. 육군 체력단련장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회원들의 균형된 복지수혜와 형평성 차원에서 이용규칙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군인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조성된 군 골프장은 이용자가 대부분 퇴역장교, 현역 또는 예비역의 배우자, 민간인 등으로 채워져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에 이용규칙을 변경한 계룡대·구룡대·자운대 체력단련장은 모두 육군 산하 골프장이다.


‘군피아’가 장악한 軍 골프장


현주소 군 골프장이 이렇듯 군기빠진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에는 ‘제대 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군 골프장 사장 자리를 제대 군인의 취업 보호를 위한 취업직위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군복지단(국방부) 산하 군 골프장 4곳은 준장∼소장, 나머지 골프장은 영관급(소령∼대령)예비역이 줄곧 사장을 맡아 왔다. 이들의 임기는 관리 주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이다. 하지만 이들이 골프장 운영에는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경영성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2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일정한 범위에 한해 전문 경영인 영입을 제안했다. 군 골프장의 경영성과가 군인복지기금의 재원 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문호 개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군 골프장의 연간 순수익은 매년 200억원 정도인데, 이 돈은 군인복지기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군 장병 복지 개선을 위한 사업에 쓰인다. 그러나 국방부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 골프장 사장 공모 기준을
기존대로 고수하고 있다.


軍 골프장은 어쩌다 인권 사각지대까지 되었는가?


설상가상으로 군 골프장에서는 현재 막말과 직권 남용 등의 인권침해 요소 또한 다분해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군(軍) 골프장에서 팀장으로 일한 A(45)씨.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그는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과도 같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언과 욕설은 예사고, 곧바로 과중한 업무 지시가 이어졌다. 그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직원들은 앞 다투어 퇴사했다. 이곳에서 17년을 일한 B씨는 승급 운운하며 인격적인 모독을 주는 것은 물론 노골적으로 술대접을 요구하는 그의 태도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 결국 생계까지 포기한 채 이직했다.
결국, 직원들의 반발로 감찰을 받게 된 A씨는 지난 2월 감봉 3개월과 전출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경기도의 신규 골프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영전'으로 오히려 근무여건은 좋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도의 한 군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한 C(44)씨는 직원들 사이에 퍼진 소문 탓에 캐디 관리 업무를 맡은 상급자 D씨와 갈등을 빚었다. 두 사람 갈등이 직장 내 문제로 불거지자 D씨는 급기야 C씨가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며 캐디 전체를 대상으로 그의 퇴사 동의 여부를 묻는 공개 투표를 진행했다. 심한 인격적 모욕감을 느낀 C씨는 사실무
근임을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퇴사 조치됐다.
이후 C씨는 군과 인권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 올해 초 인권위로부터 직원 퇴사 문제를 공개 찬반투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결과와 함께 시정권고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C씨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업무 개선 권고를 받은 군과 해당 골프장 측은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조성했다는 군 골프장 직원들이 상사로부터 당하는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군 골프장 운영이 사실상 민간인을 주로 상대하며 상업화됐지만, 내부 분위기는 여전히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 문화를 그대로옮겨와 부당한 처사가 반복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인권침해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은폐되기 일쑤라는 데 있다.
전국 32개 군 골프장의 관리와 운영을 책임진 사장 자리는 모두 장성이나 영관급 출신 예비역이 차지한다. 그 아래 부장이나 팀장 등 관리자급은 군무원 또는 군 문화에 익숙한 민간인으로 채워진다는 게 군 골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직접 골프장 관리를 맡는 무기계약직 직원이나 캐디 등은 직급상 가장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이런 직장 내 조직 구조상 절대복종을 요구하는 군대 문화가 작동돼 말단 직원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곤 한다. 군인 출신 사장들은 골프장 운영에 사실상 문외한이기 때문에 중간 관리자들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 군 골프장의 특성이다. 이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막말, 인격적인 모독을 가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이유다.
공군 골프장 직원 노조 관계자는 “폭압적이거나 부당하게 직원을 대했어도 원주 군 골프장 사례처럼 실제 징계까지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중간 관리자가 업무 분장과 근무 평정 등 전권을 휘두르다 보니 밑에 있는 직원들은 부당한 처사를 당해도 하소연도 못 하고 속으로 삭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욕설이나 직권 남용은 전국 모든 군 골프장 내에 만연해 있다”며 “경상도 일부 군 골프장은 중간 관리자의 언행 문제가 특히 심해 직원 이직률이 유독 높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급기관인 국방부나 군 복지단 등은 잘못된 조직문화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 골프장이 속해 있는 군부대나 상급부대, 복지단, 국방부 등에 모두 감찰반이 있어 상급자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진정을 내면 진상 조사를 벌여 적절한 조치를 한다”며 “아직 문제가 크게 불거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골프장 직원은 “골프장 내에는 군인은 군인 편, 군무원은 군무원 편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진정을 냈다가 증거 불충분 등으로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되면 오히려 해당 직원에 대한 보복이 뒤따르는데 누가 총대를 멜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차원에서 전국 군 골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군대 내 소원 수리 제도와 같은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추행·모욕…군 출신 사장의 일탈행위 잇따라


나아가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대 특성상 군인 출신 사장의 강압적 태도는 종종 일탈 행위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군 골프장 사장인 예비역 준장 A(58) 씨는 지난해 3월 12일 골프장 인근에서 직원 20여명과 회식을 하다가 남자직원 2명에게 1∼2차례씩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해 1월 골프장 사장실에서 업무 문제로 한 직원을 문책하던 중 자신에게 대든다는 이유로 욕설을 한 혐의(모욕)도 받고 있다. 애초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국군복지단 감사실은 증거 불충분으로 A씨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A씨는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여년 간 군에 몸 담다 대령으로 전역한 뒤 2013년 육군이 운영하는 군 골프장 사장으로 재취업한 B(57)씨는 1년여 만에 불명예 면직됐다.
지위를 이용해 일부 팀의 예약이 취소되면 자신의 지인을 배정하는 이른바 '끼워넣기'를 일삼은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휴장하는 골프장에 직원들을 강제 동원, 지인을 수차례 불러들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개월 간 군 관용차를 자신의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결국 B씨의 지나친 요구에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군 감찰부에 의해 모든 비위 행위가 드러났고, 그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국민 혈세로 민간 골프장 운영?"…변화 시급


군 골프장 운영에 대한 비판에도 국방부는 여전히 골프장 확대 운영을 모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민간경제 위축을 이유로 지방공단의 골프장 운영을 금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DMZ 수색작전 중 지뢰폭발로 부상한 장병의 치료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과 군 골프장 사용료가 연간 6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함께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전국군 골프장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에 대해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군인들이 골프로 체력을 단련한다는 건 현실성 없는 얘기"라며 "간부가 주로 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민간인 이용자인 상업골프장인데 '체력 단련장'으로 이름 붙여 운영하는 건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군 골프장을 군사시설 겸 모든 장병이 체력 단련을 위해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오창근 국장은 “군인들이라고 골프를 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더욱이 일반 사병의 복지에 쓰여야 할 수익금이 골프장 운영에 재투자되는 악순환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운영방식 개선해야…민간 위탁운영도 한 방법”


군인 체력단련을 위해 만들어진 군 골프장이 주로 군 간부 배우자나 예비역, 민간인 등에 의해 이용되고, 사장도 예비역 장교들이 도맡는 것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군 골프장이 군인 체력 증진을 위해 도입된 만큼 그 취지에 맞게 운영방식을 바꿔 모든 군인들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민간경제 위축을 이유로 지방공단의 골프장을 민간에 이양한 것처럼 군 골프장도 민간 위탁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군인복지기금의 상당 부분은 군 골프장 매출에서 나오는데 그 중 상당액이 골프장 운영에 재투자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군 골프장이 수익을 내고자 민간인을 받아 영리사업을 한다는 비판을 받느니 차라리 민간에 위탁을 하고 일정액의 고정 수입으로 국군 장병의 복지시설 마련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에 현재의 軍 골프장의 운영 및 수익에 대해서 군인복지기금이 현역 국군 장병의 복지 개선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깨져서는 안 되며, 취지를 벗어난 현재 운영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군 시설이다 보니 민간위탁이 법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최선이라면 법을 바꿔서라도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군인 복지라는 미명 아래 막대한 세금이 일부 장교 출신 등을 위해 쓰이는 것은 잘못이며 모든 군 골프장이 본래 취지에 맞는 시설이 되도록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10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원포인트 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