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투어 ‘드레스코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한은혜 2017-09-03 18:54:43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골프웨어는 대부분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전문 골프웨어를 표방한 브랜 드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들이 꼭 골프 를 치기에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드레스 코드(Dress Code:특정 행사나 모임에서 요구되는 복 장) 란 이름하에 골프장에서는 갖춰야 할 복장이 정 해져 있다. 최근 골프가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골프 관련 드레스코드가 과거에 비해 약해졌지 만, 옛날에는 카라(collar) 없는 셔츠는 드레스코드에 위반되기에 입장이 종종 제한되기도 했다. 주로 남자 의 경우 제한하는 옷은 청바지나 반바지, 민소매 셔 츠, 스포츠 점퍼, 등산복처럼 좌우에 주머니가 주렁주 렁 달린 바지나 트레이닝복 등이다. 여성의 경우도 남 성의 경우와 비슷하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노출이 지나치게 심한 옷 등도 드레스코드에 어긋난다고 보 았다. 일반 골퍼들의 경우 드레스코드란 명목하에 골 프장에서 출입을 딱히 제지할 방법은 크게 없다. 다 만, 골퍼 스스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알아서 조절하 고, 구색을 맞추는 형태로 지금껏 무탈한 라운드가 진행됐다. 반면 최근 프로 투어에서는 드레스코드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editor 방제일

 

 

지난 7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선수들의 의상에 대해 기존보다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 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드레스코드’ 논란이 보다 가속 화됐다. 규정에 따르면 어깨와 등 부분이 깊게 파인 레 이서 백은 목 주위의 카라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레깅 스를 착용하려면 치마 혹은 바지를 받쳐 입어야 한다. 이 새로운 규정은 지난 7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 됐다. 규정을 위반하면 벌금 1000달러(약 113만 원)을 해당 선수에게 부과하며 계속해서 규정 위반 시 벌금은 2배씩 상승한다.

 

이 규정의 적용을 두고 선수들과 협회의 갈등을 고조됐 다. 특히 재미동포 미셸 위(28)를 겨냥해 규정을 제정한 것 아니냐의 논란이 크게 대두됐다. 미셸 위는 올해 초 부터 등의 어깻죽지를 훤히 드러낸 민소매 상의를 입고 대회에 종종 출전했다. 뿐만 아니라 무릎 위 20cm까지 올라오는 치마는 미셸 위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러나 이런 미셸 위의 모습은 이번 규정으로 인해 보기 힘들어 질 전망이다. 이번 ‘드레스코드’ 규칙은 신체 노출을 최 대한 줄이고 간편한 복장을 자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져 있기 때문이다. LPGA는 프로암 행사에 입는 드레스 코드도 강화했다. 명목은 선수들이 프로암에 입는 옷도 프로 선수 이미지에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복이나 정장용 청바지는 허용하지만 끝단을 잘라 낸 청바지나 찢어지는 청바지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 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강압적으로 흐르자 산드리 갈 을 비롯한 선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테니스 에는 허용되는 드레스코드가 왜 골프에서는 허용이 되 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드라 갈은 “여성으로서 매력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산드라 갈의 의견에는 많은 선수들이 동조하고 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있었 다. 크리스티나 김은 “선수는 운동선수처럼 보여야 한 다”라며 LPGA 규정에 동조하는 의견을 보였다.

 

국 언론 및 골프 기자들은 LPGA 투어가 복장의 자유 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 다. 먼저 여자 테니스 선수 들은 레이서 백과 미니 스커트 등을 입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 는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 테니스의 인기 가 올라가면서 메 이저 대회에선 남자와 동등한 상금을 받는다는 것 또한 여자 선 수들의 불만 토로의 큰 이유로 작용했다. 미셸 위 에게 민소매 셔츠와 미니 스커트를 제공하는 나이키 는 “땀을 빠르게 말려주고 스윙을 편하게 해준다”면 서 “운동선수에게 최적의 의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LPGA와는 다른 PGA의 행보

 

여성 골퍼들의 ‘드레스코드’가 강화된 것과 달리 남성 골퍼의 드레스코드는 점차 완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우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펼쳐진 연 습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화려한 패션으로 ‘오 렌지 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리키 파울러(29)는 회색 반바지를 입고 연습라운드에 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조던 스피스(24) 또한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갤러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젊은 선수들만 반바지 대열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폴 케이시(40), 윌리엄 맥거트(39) 등 베테랑 선수들도 다리를 드러 내놓고 새로운 복장 규정을 만끽했다. 이 같은 진풍경은 지난 2월 폴 레비 미국 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 회장이 “협회가 주관 하는 모든 대회의 연습 라운드에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겠다"라 고 발표한 데 따른 변화다. 미국 골프협회는 PGA 투어의 모태 격 으로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단체다. 협회의 새 로운 복장 규정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그동안 남자 골프선수들은 보수적인 복장 규정으로 인해 아무리 더워도 반바 지를 착용할 수 없었다. 반바지뿐 아니라 청바지, 트레이닝복 등도 모두 골프의 전통 있는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지 난해 유러피언투어(EPGA) 회장에 부임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고 있는 키스 펠리가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에서 반바지를 허용했고 대런 클락(49), 리 웨스트우드(44) 등 투어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 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자 PGA 투어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도입해 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유럽에서 불어오는 복장 자유화 바람 을 타고 미국 골프협회,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등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연습라운드에서 반바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PGA 투어는 일단 “복장 규정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언제든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일 열린 자세도 동시에 취하고 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9월 호>

국내 골퍼들은 ‘드레스코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8월 레저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골퍼들의 드레스코 드 찬반 논란에서 그래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1.6% 차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레저신문은 지난 7월 20일 부터 23일까지 국내 골퍼 508명을 대상으로 미 LPGA 드레 스코드와 관련한 골퍼의 생각을 물었다. 그 결과 이번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가 꺼내든 복장 규제에 대해 찬성 50.8%, 반대 49.2%의 결과를 보였다. 국내 골퍼들의 드레스코드에 대한 생각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먼저 드레스코드를 지켜야 한다는 찬성론자들은 “골 프에서의 복장은 기본 에티켓이자 매너이기 때문”이라 고 답했다. 반면 반대론자는 “프로선수이기에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하며 또 그만큼 책 임질 수 있는 나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드레스코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36.7%가 "그렇다"라고 답변해 골프장에서의 복장에 대한 에티켓이 필요함을 확인시켰다. 이 밖에도 드레 스코드가 골퍼 유입에 방해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58%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내 골프장 반바지 허용에 대한 질문에서는 “무려 89%가 반바지 플레이를 허용해야 한다"라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 았다. 하지만 몇몇 일반 골퍼들은 “평소 반바지 허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가 얼마 전 명문 골 프장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한 골프장에서 골퍼로서 지 켜야 할 에티켓이 엉망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반대 입 장으로 돌아섰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 다. 이에 덧붙여 “허용이라는 것은 책임질 수 있는 성 숙한 문화일 때 가능 한 것이다. 반바지를 허용하니까 샌들과 라운드 티셔츠만 달랑 입고 로비, 식당 등을 활 보하더라"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골프장에서의 가장 꼴불견 복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등산복,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입하는 골퍼가 제일 싫다는 의견이 58.4%를 차지했다. 2위는 노출이 심한 옷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동안 골프장 출입을 제한 시켰던 문신에 대한 골퍼의 생각 을 묻자 44.8%가 "상관없다"라고 답했으며 24.6%도 " 괜찮다"라고 답해 69.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 만 24.2%의 골퍼들은 “골프장 입장을 금지해야 한다" 라고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가 꺼내든 ‘드레스 코드’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 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많은 골프 관계자와 골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 히 국내 프로골퍼들의 앞서가는 골프 패션이 국내 골 퍼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골프웨어 시장이 3조 원 규모로 커지고 있어 논란이 더욱 가속 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어 프로에게 있어 ‘드레스코드’보다 중요한 것

 

이번 드레스코드 논란에서 여자 프로선수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는 여 자 테니스 프로선수와의 비교될 소지가 다분해서다. 테니스에서는 남녀 불 문하고 별다른 드레스코드가 없다. 그나마 전통과 권위의 자랑하는 윔블던 만이 머리부터 빌끝까지 흰색 복장으로 통일하라는 드레스코드가 있을 뿐 이다. 윔블던은 선수들뿐 아니라 관중에게도 드레스코드를 강요한다. 로열 석 관람객은 정장 차림이 아니면 관람할 수 없다. 윔블던의 드레스코드에 불만을 품었던 안드레 아가시, 로저 페더러 등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은 대회 보이콧과 여러 가지 방편을 사용해 조용한 반란을 꿈꾸었지만 모두 항복하고 말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윔블던의 여자 테니스 선 수들 경기복은 현재 프로여자골퍼들보다 훨씬 노출이 심하다는 것이다. 윔 블던 측 또한 색깔만 흰색이면 디자인이나 치마 길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 는다. 어찌 되었건 간에 코드란 뜻 그대로 법규, 규약이다. 일단 정해졌으면 좋든 싫든 지켜야 하며 지킬 수밖에 없다. 각각 저마다의 입장 차이는 분명 존재할 것이며, 각각의 논리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코드는 정해 진 지켜져야 한다. 이런 코드를 바꾸고 싶은 ‘프로’라면 당당히 실력으로 어 필하면 된다. 프로에게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외 모도 패션도 아닌 오직 그 자신의 실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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