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십니까” 아마추어도 아닌 PGA 투어 프로가 1.2m 거리에서 퍼트 6번 대니 리, 지난 9월 열린 PGA 투어 ‘US오픈’ 골프대회 3라운드 18번 홀에서 기록하고 기권
골프가이드 2020-11-10 16:05:07

 

1.2m 거리에선 아마추어 골퍼라도 한두 번의 퍼팅이면 홀 아웃을 할 수 있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아마추어도 아닌 투어 프로가 여섯 번의 퍼팅을 했다. 그것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인 PGA 투어에서 일어났다.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머매러낵 윙드풋 골프장(파70. 7,477야드)에서 열린 ‘US오픈’ 골프대회 사흘째 3라운드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30)가 18번 홀(파4. 474야드)에서 여섯 번의 퍼팅을 하고는 대회를 기권했다.
글 김대진 편집국장

 

대니 리는 3라운드를 마치기 직전 1m가 조금 넘는 거리에서 파(Par) 퍼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 파 퍼트가 잘못돼 공은 홀 왼쪽으로 살짝 비껴 지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 다음 퍼트를 성공시키면 보기(Bogey)로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보기 퍼트도 실패했다.
문제는 그 다음 순간부터 일어났다. 보기 퍼트에 실패한 그는 그 다음 퍼터부터는 그야말로 장난처럼 퍼트를 반복했다. 멘탈이 무너지면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성의하게 퍼트를 반복한 것이다.
그 결과 그는 보기로 막을 수 있었던 홀에서 5타를 오버하며 9타를 기록했다.
홀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경기를 마친 그는 그린을 빠져나오다가 퍼터로 자신의 골프백을 신경질적으로 내리쳤고, 이후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1라운드 70타, 2라운드 75타로 컷을 통과한 그는 이날 18번 홀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는 3오버파를 기록 중이었다.
컷을 통과한 62명의 선수들 중 중위권이었다. 윙드풋 골프장이 워낙 어려워 참가선수들이 거의 대부분 오버파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마지막 날 잘 하면 상위권도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대회를 기권했다.
문제는 이 대회가 쉽게 기권해도 될만큼 그저그런 대회가 아니란 것이다. 올해 120회를 맞은 US오픈은 그 긴 역사만큼이나 권위를 가진 메이저 대회다. 선수라면 누구나 US오픈에 참가하고 싶어한다. 참가 자체가 그만큼 어려운 대회다.
특히 올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스폰서들이 나서지 않고 대회를 참관하는 갤러리도 없이 힘들게 열린 대회여서 의미가 남달랐다.
더욱이 올 대회에선 예선을 통과한 선수 중 꼴찌만 해도 2만5901달러(약 3000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대회 총상금은 1250만 달러, 우승상금은 225만 달러(약26억 원)였다.
비판이 쏟아지자 대니 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었다. 프로답지 못한 바보 같은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며 "대회 기간 계속 부상이 있었고 실망감까지 더해져 팬 여러분과 스폰서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렸다"고 밝혔다.
대니 리는 "그런 식으로 대회장을 떠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대회를 개최한 미국골프협회(USGA)에도 사과한다“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다음에는 더 나은 스포츠맨십으로 출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니 리는 2009년 프로로 데뷔해 2015년 PGA 투어 ‘그린브리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바 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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