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조이(F.E.S) 골프장의 탄생을 제창한다
골프가이드 2021-01-06 15:30:38

골프장 설계의 3대 요소인 F.E.S는 Funny, Easy, Speedy의 앞글자다.
이 세 가지는 잭 니클라우스가 주창하는 이상적인 코스 설계의 개념이자 동시에
엔조이 코스 설계의 개념이기도 하다.
글 안용태 대한 골프 전문인협회 이사장

 

골프장 설계의 3대 요소인 F.E.S 개념은 지당한 개념이지만 그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도 큰 차이가 있어 좀 아쉽다. 그 차이의 예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은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CC로 그 자신이 설계한 코스이지만 그가 주창하는 F.E.S 골프장과는 달리 반대 개념으로 UN.F.E.S 코스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몇 년전에 USGA가 국가 대항전인 프레지던트 컵 대회 골프장을 선정할 시에 주최 측에서 송도 코스를 점검한 결과 공사가 가장 손쉬운 그린을 고치지 않으면 이 골프장에선 대회를 개최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에 항의하여 겨우 6개 그린만 고치겠다고 협상을 하였다가 결국에는 18개 그린 모두를 개조하게 되었다.
개조 전까지 그 코스는 버디는커녕 프로마저 오버파를 하니 즐겁지도 않고, 코스 에어리어마다 어렵고, 진행마저 느리니 그가 추구하는 이상과 그가 설계한 코스는 언 매치가 되었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 출신의 능력자이었기에 욕심껏 두 마리 토끼를 급하게 잡으려다 머리와 손발이 안 맞았을 수가 있음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문제는 위의 사례는 물론, 전 세계의 코스들까지 언 매치 흐름이 지배적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오늘은 골프 산업의 발전에 역행하는 기존의 코스 설계에 대하여 패스(F.E.S) 코스로서의 일대 변혁의 필요성을 전 세계에 재차 제기해 보고자 한다.

 

‘FES코스’가 아니고 ‘UNFES코스’가 양산화 현상
한마디로 그 문제점을 요약해보면 이러하다. “코스 길이는 한없이 길어지고, 공사비는 커지고, 따라서 그린피는 어쩔 수 없이 같이 인상되고, 진행 시간은 계속 늘어나니 골프장 사업자는 영업 수입이 줄어 사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캐디는 더 힘들어지고, 골프 경기 중계 시간도 늘어지고, 요금을 지불하는 골퍼들은 계속 길어져 가는 코스 때문에 늘어나는 라운드 시간으로 하루 일정을 다 뺏기는 추가 손실까지 감수하고 있는 것이 전 세계의 공통 현실”이 된 것이다.
즉 누구에게도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딱 한 그룹인 프로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이 현상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고, 그 대책은 없다는 것인가? 가끔 필자는 이에 대한 문제를 간헐적으로 제기한 적은 있지만 누구도 손을 못 대고 있어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첫 번째 원인은 골프장에 대한 규격의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스포츠 중에 규격이 없는 종목은 골프장밖에 없다. 전 세계 스포츠 이벤트의 원조는 바로 골프 종목인 브리티시오픈이 효시이고, 그 유명한 월드컵도 골프 이벤트가 시행된 후 70년 뒤에 생겼을 정도인데, 그 같은 전통의 스포츠의 장소인 골프장에 규격이 없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러다 보니 설계자가 자기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설계자 간에도 코스 길이의 경쟁까지 하게 만든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두 번째 원인은 골프장 사업자도 코스 길이 경쟁에 아무 목적도 없이 가세한 것이 문제이다.
“거름 짐 지고 장에 간다”라는 말처럼 PGA 대회를 치르지 않는 대부분의 골프장도 쓸데없는 코스 길이를 늘이는 데에 투자하면서 유행 아닌 엉뚱한 유행을 따르다 보니 골프장 사업주도 골프 산업을 망친 주역의 대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결국 뒤늦게 이러한 문제를 깨닫고 있는 USGA와 R&A가 제일 큰 문제이고, 목적 없는 설계하게 시키고 있는 “
골프장 사업자”가 결과적으로 골프 산업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또 가세하는 그룹이 있는바, 그 세력은 골퍼들이다. 하지만 골퍼들의 문제는 앞의 두 그룹보다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써 객관적인 지식과 정보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골프장은 본래 그런가 보다 하고 숙명인 양 따라가기만 하는 편이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그 지식에 대한 것은 계도를 해야 하는바, 그 계도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은 사실상 골프장 업계의 전문가 그룹이지만 이를 게을리하니 결국 전문가 그룹이 세 번째 원인자이자 향후에도 그들의 책임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파72에 18홀’이라는 고정관념
골퍼의 지식 부족까지 더해져서 ‘파72에 18홀’이라는 골프장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설계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방해하고 있다. 골프 산업을 진흥시키는 주역은 두 축이 있는바 그 첫째는 현실적인 영업은 절대다.
수의 아마추어가 책임을 지고 있고, 두 번째 항목인 골프의 흥행은 프로 대회가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대회를 치르는 코스는 전 세계 골프장의 1% 미만의 코스에서만 개최되고 99%의 코스는 프로대회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지만, 프로를 위한 코스를 만들고 있으니 이것이 곧 골프 산업의 진흥을 가로막는 골프계의 자충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 한국 골퍼들의 뇌리나 골프장 사업자 모두는 ‘par 72에 18홀이 아니면 코스도 아니다’라고 생각해 우리나라에는 파 70, 71의 코스는 단 한 군데도 없다. 이러
한 결과는 우리나라가 그러한 고정관념이 제일 뿌리 깊은 나라임을 확실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미 LPGA 대회가 개최된 코스 중엔 In 코스 34, Out 코스 37, Total 파가 71인 코스도 있다는 다양성을 상상해 보면 될 것이다.
세계 100대 골프장 중 가장 유명한 Best 10 중에는 파가 72가 아닌 코스가 60%임을 거의 모르고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코스 길이의 경쟁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상기의 Best 10 중에 코스 길이가 7천 야드 미만이 50%나 되는 것도 거의 모르고 있다고 본다. 즉 세계의 골프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굳어진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유연성과 확장성은 찾아볼 수도, 개선을 기대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골프계의 반성이나, 다가올 미래의 변화 추세를 예측할 수 있는 움직임이 때마침 미국에서부터 엿보이고 있다. 즉 세계 100대 골프장을 선정하는 그 목적에서 단계적으로 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감지할 수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특히 코스 길이가 길어지고, 진행 소요 시간이 계속 늘어나니 바쁘디 바쁜 현대인에게는 현재의 코스 설계가 매우 큰 장애 요소가 되면서 그 장애를 없애려는 의도가 결과적으로 코스에 대한 변화의 추세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이, 처음에는 고전적인 평가에서 시작하였고, 그 다음 단계는 ‘재미있는 코스 100대’로, 또 그 다음의 단계는 ‘Short & Sweet 기준의 100대 코스’ 선정으로 확대발전 하고 있다. 고전적인 100대 코스는 프로 대회코스 중심의 평가였다면, 그다음 단계는 일반 대중인 아마추어 골퍼들의 엔조이를 의식한 개념의 평가 기준이 등장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극소수인 소위 엘리트 체육에서 절대다수의 생활 체육에 눈을 돌려야 골프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일반 골퍼는 엘리트의 구경꾼만은 아니고 스스로 즐기는 스포츠로서의 골프인이어야 한다는 본질에 충실해지면서 당연한 자기자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의 제목인 엔조이골프의 3대 요소인 Funny, Easy, Speedy에 충실하자는 의미가 이제야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의 존재 가치는 ‘재미와 흥행’인바 거듭 강조하지만 흥행은 프로가 책임을 지고, 재미는 스스로 즐기는 절대 다수의 일반 골퍼들에게 그 역할을 주어야 그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일반 골퍼들은 물론 골프장 사업자들도 프로의 들러리가 아닌데도 마치 들러리처럼 자리 매김하다가 이제서야 겨우 미국에서부터 제자리 찾기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포츠의 생리상 모든 스포츠는 4시간이 지나면 피로와 싫증이 나기 시작하지만 최근의 골프는 4시간에서 5시간으로 라운드 시간이 늘어가게 되어 스포츠 발전의 역주행을 해왔던 것이 지난 과거의 과도기 역사였다고 본다.
최근에 ‘Short & Sweet 100대 코스’ 선정내용을 살펴보아도 일반 고객의 만족을 위한 평가 기준이 비로소 적극적으로 적용이 되고 있다. 길이가 짧은 코스, 라운드 시간이 짧게 소요되는 코스이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쫄깃쫄깃한 재미를 주는 코스를 선정하여 발표를 하고 있어, 전문가 입장에서 평을 하자면 이제 겨우 전 세계의 골프산업계가 정신을 좀 차린 느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는 스크린 골프에서 시작하여 정규 투어코스까지 그 사이에는 아주 다양한 코스가 선보여야만이 골프산업도 완벽한 수직 계열화의 체계를 갖춰 다양성과 확장성을 구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코스 선정 시에도 파3코스는 물론 홀수에 관계없이 선정을 하였다. 100대 골프장 선정의 주최 측이 아닌 또 다른 잡지사에서 추진을 한 Short & Sweet 100대 코스에 선정된 골프장에도, 파3코스는 물론 par 42, 50, 60등 수많은 형태의 코스 중에 쫄깃쫄깃한 맛을 내는 코스가 선정된 것에서도 골프 코스의 다양화와 확장성이 구현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가 있을 것이다.
주어진 땅이 어떤 땅이든 설사 자투리땅에서도 필요한 곳에는 파3, 멀티코스, 이그제큐티브 코스 등 골퍼들의 수요와 욕구 충족을 위한 아주 다양한 코스를 제공하여 고객의 선택 폭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고로 이제부터라도 코스 부문에서 ‘파72에 18홀’이라는 딱딱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대한민국이 먼저 무한대의 다양성을 구축하여야만 비로소 골프계에서 실질적인 종주국의 위상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러한 목표 달성의 전 단계에서 역시 한국이 세계적인 골프 강국답게 인프라 대국이 먼저 완비되어 있구나 하는 찬사를 국제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간 지이코노미 2020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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