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올림픽 골프 금메달’ 그 뒷이야기 박인비, ‘올림픽 골프 금메달’ 그 뒷이야기
박혜림 2016-10-07 14:17:56


한국 골프는 박세리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US 여자오픈 등 대활약을 펼치면서 골프가 일부 상류층이 향유하는 ‘귀족 스포츠’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대중 스포츠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한 박세리를 보고 자라난 세대들은 ‘세리 키즈’란 이름하에 골프 중흥기를 이끌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세리 키즈’였던 박인비의 올림픽 우승으로 골프가 더욱 대중화가 되는 계기가 됐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ANA인스퍼레이션,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 이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세계 여자골프 역사상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박인비가 유일하다. 박인비는 각종 부상과 슬럼프로 올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했던 박인비는 왼손 엄지 부상을 안고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글 방제일 기자



박인비는 지난 8월 2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코스(파 71·6245야드)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적어내면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골프 사상 첫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한국 여자 골프를 넘어 세계 골프의 전설로 우뚝 섰다.
이번 올림픽에서 박인비의 금메달은 박인비 본인에게도 큰 의미였지만, 무엇보다 골프 자체의 인기와 대중들의 관심과 인식을 한층 바꾸었다는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 박인비는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올림픽 참가 선수 중 최고의 인기 선수로 뽑혔다. 한국 갤럽에서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박인비가 금메달에 도전했던 최종 라운드의 시청률도 30%가 넘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경기는 1위 양궁(39%), 2위 골프(22%), 3위 펜싱(21%), 4위 배구(20%), 5위 축구(16%), 6위 태권도(8%)으로 나타났다.
이런 관심에 대해 박인비는 올림픽이 끝난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통해 팬층이 다양해지고 많은 분들이 골프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이번에 아이들이나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경기를 봤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구나하고 생각했다”며 “내가 박세리 선배로부터 영감을 받았듯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줬다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서 박인비는 정신력이 강하다는 주위 평가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어떤 일에 집중하면 주변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집중력이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닌데 올림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있게 경기를 했다”며 “골프 선수를 하면서 중요한 것은 정신력 50%, 기술 35%, 창의성 15%인 것 같다.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올바른 스윙이 나오고 기술이 있어야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신력과 기술은 비슷
할 정도로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 논란과 부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박인비


사실 올 시즌은 박인비에게 너무나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시즌 초반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던 박인비는 올림픽 전까지 엄지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림픽 전초전으로 출전해 KLPGA 대회에서는 컷탈락으로 부진했다. 이에 대해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을 양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박인비는 “다른 메이저 대회 우승보다는 특별했던 것 같다. 힘든 시간을 보냈고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이러한 것을 이겨내고 한 우승이라서 기뻤던 것 같다.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서 우승하는 것만큼 특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저 자신도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다. 용기를 내서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보다 비판도 받았는데 이번주에 후회 없이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다. 항상 결과가 따라는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결과가 따라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림픽 출전 논란에 대해 박인비는 “포기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안 좋은 성적이 두려워서 포기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나 자신에게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날 박인비는 왼쪽 손에 깁스를 하고 나왔다. 아직 왼쪽 엄지손가락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 박인비는 “올림픽에서는 많이 호전됐다고 생각하고 내심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3주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3주 깁스를 통해 인대가 잘 재생되면 3주 동안 재활을 해야 한다.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또 박인비는 “재활을 마치면 시즌이 완전히 끝나는 시점이라 얼마나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 시즌은 최대한 부상에서 완쾌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재활을 위해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면 박인비는 5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을 휩쓰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 것이다. 그는 “가장 참가하고 싶었던 대회이고 무리해서라도 나가고 싶었는데 몸을 위해올해는 손가락 부상 치료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재활 후 다음 목표는 메이저대회 승수를 쌓는 것”이라며 "올해에는 1?2개 대회를 더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올림픽도 목표가 될 수 있는
데 4년 뒤라 거기까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당장 앞으로 다가오는 1~2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4년 뒤라 장담을 하지 못하겠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정상을 지키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인비의 골프, 박인비의 은퇴 그리고 ‘인비 키즈’


박인비는 박세리 감독과 함께 한 올림픽에 대해 “항상 우러러봤던 분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에서 (나는) 굉장히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편과의 2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 2세 계획은 없다”며 “나이도 아직 어리고, 지금은 골프하는 게 즐겁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2세를 갖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현역으로 뛰면서는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커나가는 순간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은퇴한 뒤에 2세를 갖겠다”며 “2세가 골프를 좋아한다면 남편
과 내가 함께 골프선수로 키울 생각도 있다. 아무래도 골프에서 우리 부부가 전문가이니까 아이가 골프선수로 커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생활 10년째로 맞이한 박인비에게 골프는 무엇이고, 은퇴까지 어떤 골프를 추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매순간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인데, 이번 시즌에는 올림픽을 제외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다”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계기를 찾아야 하고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인비는 “실력이나 메이저 우승 트로피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세리 키즈’에 이어 ‘인비 키즈’라는 말이 생길 것 같다는 질문에는 “올림픽이 끝난 뒤 가족과 강원도로 여행을 갔는데 골프를 잘 모르시는 강원도 할머니까지 나를 알아봐 주셨다”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골프가 더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스포츠가 됐으면 좋겠고, 박세리를 보고 내가 영감을 받았듯이 젊은 분들이 나를 보고 꿈을 키워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인비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이번주도 긴 여정이었는데 골프가 이렇게 긴 경기인지 상상도 못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응원해준 한국 국민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망주를 위해 1억원을 기부한 박인비


한편, 박인비는 올림픽 이후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박인비는 지난 9월 1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을 방문, 허동수 공동모금회장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
박인비는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하고 받은 상금의 10%(약 6000만원)를 기부금으로 내놓으며 자선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큰 상금을 받았으니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부모님 권유가 계기였다”고 했다. 8년이 지나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박인비는 지난 9월 1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골프를 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훈련비와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기부금 전달을 하는 동안 화면에는 박인비가 올림픽 코스 18번홀에서 챔피언 퍼팅을 성공하는 장면이 흘러 나왔다. 골프장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박인비는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성원 덕분이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꿈나무 선수들이 꿈을 이루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기부금은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골프를 비롯한 꿈나무 선수들 훈련비와 장학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박인비는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도 됐다.
허동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국민에 큰 기쁨을 선물한 박인비 선수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돼 정말 기쁜 날”이라고 했다. 박인비가 이번처럼 큰 금액을 공개적으로 기부한것은 처음이다. 소리 없이 강한 골프 스타일처럼 자선 활동도 조용하면서 끈기 있게 해왔다. 그는 골프 대회에서 버디를 잡을 때마다 2만원씩 따로 모아 지난 해까지 8년 동안 연말에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기부를 했다. 이 재단은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자선 활동을 한다. 올해는 부상으로 많은 버디를 잡지 못했지만 1000만원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 버디 기부만 1억원이 된다. 제주도에는 그가 낸 기금으로 열고 있는 주니어 골프 대회가 올해 4회째를 맞았다. 박인비는 2년 전부터는 ‘희망의 망고나무재단’도 돕고 있다. 내전(內戰)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남수단 톤즈 주민의 자립을 돕는 국제 비영리단체다.
박인비의 기부금 총액은 이번까지 합해 4억 5000만원이 넘는다.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치고 여전히 힘을 쏟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박인비재단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박인비는 "처음엔 부모님이 시켜서 시작한 자선 활동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열심히 골프를 하고 살아가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이어 박인비는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출전한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국민의 성원 덕분이었다"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힘을 준 많은 분의 격려와 사랑에 보답하고자 가입을 결심했다. 박세리 프로님께 영감을 받았듯이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유망주가 꿈을 키워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고 밝혔다.
아너 소사어티 1천275호 회원이 된 박인비는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며 골프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 중에 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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