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즐거운 골프를 위하여, 골프 액세서리 개발업체 ‘버디79’ 남도현 대표를 만나다
임진우 2018-06-04 10:55:59

 

골프용품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골프채, 골프공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장갑, 티, 골프화, 좋은 옷에 연습장비까지. 이러한 골프용품과 악세사리를 개발해온 ‘버디79’의 남도현 대표를 만났다.
문 : 골프용품을 개발하시게 된 동기는?
남 : 골프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당연한 듯 환하게 웃는 남 대표의 우문현답이다.)

 

남 대표는 원래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플라스틱 수지 관련 업무를 맡아 나름 고속 승진을 해오다가, 40대에 뇌졸중이라는 큰 어려움을 맞았다. 그때부터 인생과 건강을 다시 생각하며 골프를 시작했고, 자신만의 사업을 펼쳤다. 평소 무독성, 무해성의 실리콘 수지에 관심을 가져 유아용품 등을 생산하다가, 문득 골프용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환경에 무해한 골프 액세서리들을 개발해보자는 일념과, 작은 제품이라도 일본제와 중국제에 점령당한 한국 골프용품 시장에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먹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개발하게 된 제품들이, 실리콘 티, 줄 티, 실리콘 볼 주머니 등등... 흔한 말로 대박을 터뜨린 제품들은 아니어도, 제품의 우수성과 편리성을 알아본 골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선명한 색상으로 필드에서도 눈에 띄는 패션 아이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아예 회사 이름도 골프를 상징하는 버디79로 바꿨다. 이름만으로도 핸디캡 한 자리를 꿈꾸는 골퍼들의 염원을 대변한 것이다.
매년 골프용 신제품 2개씩만 개발해보자는 소망으로 사업을 해오던 남 대표. 올해 무술년을 시작으로 새로 출시한 제품들은 상당히 획기적이다. 바로 퍼팅 도넛과 고슴도치 티꽂이.
“퍼팅 도넛은, 우연히 개발하게 된 제품입니다. 라운드를 나가기 전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다가, 요즘 연습 그린에는 가상 홀을 잘 뚫어놓지 않고, 흔히 말하는 삼발이 몇 개를 꽂아 놓거나,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나마도 연습하는 분들이 많으면, 그곳으로 공을 보내기가 쉽지 않죠. 농담이지만, 인상 험악한 분이 차지하고 있으면 가벼운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예 나만의 홀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본 겁니다.”
이 퍼팅 도넛을 개발해서 시제품으로 몇몇 골프장에 보여줬더니, 골프장 잔디 관리팀에서 오히려 관심을 보였다. 가상 홀을 뚫고 관리하느니, 퍼팅 도넛을 몇 개 꽂아놓는 것이 잔디 관리에도 좋고, 그린에 꽃이 핀 듯 훨씬 예쁘다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 절약은 말할 것도 없다. 패션을 중시하는 골퍼들에게도 흥미를 끌었다. 실리콘 특유의 화사한 색상으로 네임태그처럼 캐디백에 달고 다니도록 했다. 연습그린을 만나면 원하는 곳에 꽂아놓고 연습을 할 수 있으니, 브레이크를 시험해보고 싶어 하는 프로들도 좋아한다.
티꽂이 또한 우연한 기회의 발명품이다. “어느날 TV에서 LPGA 투어 중계를 보는데, 선수들이 티샷을 하고 티를 비녀처럼 머리에 꽂는 거예요. 저거, 흙투성이인데.... 그러다보니 자신도 티샷을 하고 나면 흙투성이 티를 대충 털어 주머니에 넣었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뾰족한 티에 주머니 구멍이 뚫려 아내에게 혼이 나기도 했고...”
골퍼들에게 티는 필수품이면서도 애물단지이다. 멋진 티샷을 하고 나면 바로 흙 묻은 티를 어디에 두나 잠시 망설여야 한다. 그런 망설임을 해결한 것이 고슴도치 티꽂이. “그냥 요즘 흔한 볼 마커처럼 ‘모자에 꽂자!’ 해서 만든 겁니다.” 말은 쉽고 제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개발 단계에서 10번이 넘는 수정을 거쳤다. 처음 제품 아이디어를 준 골프 칼럼니스트 최점룡 대표와 회의도 50번이 넘었다. “고마운 분이죠. 아이디어도 좋고, 회의 때마다 이것저것 꼼꼼하게... 말이 의견 교환이지만 상당히 적극적으로(?) 상의를 했어요. 하하. 우리 회사 고문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슴도치 티꽂이 자석식도 개발했다. 평소 자기가 원하는 볼 마커를 그냥 붙여도 되고 기존의 네잎 클로버 마커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자석식이라 척척 잘 붙는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골퍼들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다. 티를 안 꽂은 상태에서도 꽃처럼 화사한 색상이라 패션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다. 게다가 편리성, 위생까지 갖췄으니 보는 이마다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난리다. “처음 시제품을 가지고 태국에서 라운드를 나갔어요. 거긴 1인 1캐디제라서 제 캐디가 이 티꽂이를 보더니, 탐을 내는 거예요. 주머니에 티를 넣고 다니니 항상 주머니가 흙투성이라고... 나중에는 사겠다고 지폐를 꺼내는 데도, 못 주고 그냥 왔습니다. 그땐 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시제품이었거든요. 얼마나 미안하든지...”
필요성과 인기를 확신한 남 대표는 국내외 골프 관련 전시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 골프의 수준은 엄지 척!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잘 해주고 계시니까요. 그런데 골프용품만은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 외산이 95%가 넘습니다. 골퍼들의 인식도 문제겠지만, 저희 같은 용품업자들이 더욱 분발을 해야죠.”
올 초 일본 요코하마의 전시회 결과 역시 최고였다. 샘플로 가져간 티꽂이와 퍼팅 도넛은 금방 동이 났다. 해외 바이어들도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본 골프 액세서리들 중에서 가장 갖고 싶은 제품이라는 평도 들었다. “국내도 국내지만, 이제 수출을 해서 우리 국산 골프용품을 해외에 알리고 싶습니다. 무역 30년의 최점룡 고문께서 잘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대박이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들이 골퍼들에게 좋다고 인정받고 사랑받는 게 첫째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로 멋진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만든다..’ 이 간단하고 당연한 원칙을 이뤄나가는 남 대표의 버디79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월간 골프가이드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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