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회(龍芝會)’를 아십니까? 1972년 창립해 올해 47년된 용인 출신 인사들의 친목 골프 모임
골프가이드 2019-08-07 11:01:41

 

용지회(龍芝會·회장 유만근)는 용인 출신 인사들의 친목 골프 모임이다. 지난 1972년 7월 30일 창립했으니 만 47년이 됐다. 당시엔 국내 골프장이 모두 합쳐 10개 남짓 있을 때다. 그것도 일부는 18홀이 안됐다.
지금 인기 절정인 여자 프로골퍼들의 모임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정식 창립된 게 1988년이었다. 앞서 KPGA(한국프로골프협회)내 여자프로부로 탄생한 게 1978년이니 용지회는 그보다 6년이나 앞서 창립됐다. 역사로만 보면 용지회는 KLPGA보다 훨씬 오래된 모임이다.
지금이야 국내 골프인구가 6백만명 안팎에 운영중인 골프장만 500개(18홀 기준)가 넘지만 1972년 당시엔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극소수였다.
17명의 창립 멤버로 시작된 용지회는 현재 회원이 26명이다. 창립 회원은 모두 작고하고 새 회원들로 채워졌고 일부 회원은 창립 회원의 뒤를 이은 2세 회원이다. 현재 용지회 회원의 주축은 7, 80대다. 회원중에는 90대 스승과 80대 제자도 있다.
글 사진 김대진 편집국장

 

유만근 회장 박승선 전 회장

 

용지회는 ‘용인의 잔디를 밟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의미, 현 회원은 26명이고 곧 3세 회원도 나올 것
유만근 회장은 “‘용지회’의 ‘용’은 지명 용인의 용(龍)에서 따왔다. ‘지’는 잔디, 풀을 뜻하는 ‘지(芝)’다. 그러니 용인의 잔디, 즉 고향의 풀을 밟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의미”라고 소개했다.
유 회장은 “현 회원은 26명이다. 그 가운데 2세 회원이 3명이고 부부회원으로 여회원이 4명”이라면서 “2세 회원도 70세가 다 돼 간다. 곧 3세 회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용지회가 출범할 당시엔 창립 멤버들이 대부분 서울에 살았다. 그래서 사무실도 서울에 두기로 했다. 회칙 2조엔 “본회의 사무실은 서울특별시로 한다.”고 나와 있다.
회원 자격도 “용인 출신 및 지역사회 개발에 공헌이 있는 유지로 구성한다.”고 못박고 “본회에 가입코자 할 때는 회원의 추천으로 회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영기 전 부흥부 차관, 이병희 서상린 전 국회의원 등 창립 멤버들의 면면은 하려하다
창립 멤버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7선 국회의원(수원)에 무임소 장관까지 지낸 이병희, 5선 국회의원(용인·안성)을 지낸 서상린, 부흥부 차관과 대한양회협회장을 지낸 정영기, 중앙개발사장과 조선호텔 총지배인 출신의 정해직, 전 대웅제약 사장 이철배, 전 삼화페인트 사장 김복규, 전 성우실업 사장 박기철, 전 중앙문화출판사 사장 김덕기, 전 조흥은행 상무 이재구,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신동호, 전 한양CC 전무 목진하 씨 등이 그들이었다. 또 언론사와 시중은 행 간부, 청와대 경호실 처장 등도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이병희 씨의 친동생인 현 회원 이병성(용인상공회의소 고문) 씨는 “육사 8기 동기였던 이병희, 서상린 두 분이 주축이 돼 용지회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들려줬다.

 

초대 회장은 정영기 씨, 이후 현재까지 20명이 회장을 맡았다. 현 유만근 회장은 2016년 7월 1일부터 회장을 맡고 있고 현 총무는 장명석 씨다
용지회는 창립 이후 새 멤버들을 보강했다. 1980년까지 전 인천시장 원병의, 전 한국양복총판(주) 사장 박승선, 전 경기일보 사장 신선철, 심행진 전 서통 사장, 전 국회의원 이웅희 남궁석 김정길, 전 서울시의회 의장 이찬회 등 24명을 새 멤버로 영입했다.
그러나 이들 중 현재 회원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박승선, 신선철, 심행진 세 사람 뿐이다.
나머지 회원들은 모두 작고했다. 현재 회원들 대부분은 그 이후에 입회했다.
초대 회장은 정영기 씨였다. 정 씨는 3대까지 3년간 회장을 맡았다. 그 이후 현 유만근 회장이 2016년 7월 1일부터(44대)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회장 임기는 1년으로 그동안 총 20명이 회장을 맡았다. 현 총무는 장명석 씨다.
회원인 조성훈 전 용인시골프협회장은 “유만근 회장은 내가 협회장으로 있을 때 용인시 골프 대표선수를 5년 간 지냈고 여러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입상도 한 고수.”라고 귀뜸했다.
 

정기모임은 월 1회, 둘째 금요일이다. 연 10회씩 지금까지 모임 횟수만 500회에 육박하는 국내 최장수 모임이다
용지회 창립 회원들은 1, 2회 모임을 한양CC에서 가졌으나 고향에서 모이는 것이 뜻이
있다고 보고 그 후 용인CC(양지파인CC)에서 모임을 가졌다. 모
임은 월 1회, 둘째 금요일이었다.
회칙 4조에 따른 것이다. 한겨울만 빼고 연 10회 모임을 가졌다. 2010년 4월부터는 용인에 있는 파인크리크CC에서 라운드를 하고있다. 지금까지 모임 횟수만 500회에 육박한다.
국내에선 단연 최장수 모임으로 기록될 만하다.

 

 

용지회는 불우이웃과 수재민돕기 등 봉사활동은 물론 용인 출신의 선수 지망생에 대한 지원·육성 등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해 오고 있다.
용인시는 591.31㎢에 인구는 5월말 현재 1백6만여명이다.
용인은 수도권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용인은 골프장이 28개로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의 광주와 이천, 여주, 안성까지 합치면 가히 골프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골프장이 많다.
그러나 용지회가 창립될 당시 용인엔 골프장이 하나 밖에 없었다. 1970년 6월 개장한 용인CC(현 양지파인CC)였다. 비슷한 시기 부평CC(현 인천국제CC)와 유성CC, 오산CC(현 리베라CC)가 개장했다. 용인지역 골프장 수로만 보면 49년만에 28개가 생긴 것이다.

 

박승선·심행진 두 전 회장은 용인초등학교 사제지간이다. 심 전 회장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박 전 회장이었다
용지회 현 회원 중엔 사제지간도 있다. 박승선(95), 심행진(83) 두 전 회장이 바로 그들이다. 박승선 전 회장은 경성사범학교를 나와 고향인 용인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때 제자가 심행진 전 회장이다.
심 전 회장은 “광복 전인 1944년께 용인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때 1학년 담임 선생님이셨다.”고 회상했다.
박 전 회장은 1973년 용지회에 입회해 6~9대(1977~1980년) 회장을 지냈고 심 전 회장은 1980년 입회해 31~34대(2000~2004년) 회장을 지냈다.

 

박승선 전 회장은 현재 필드에서 골프를 치는 골퍼 중 국내 최고령 골퍼일 것, 골프 구력 45년째로 90세 전후엔 맨날 에이지슈트를 기록했다
박 전 회장은 50세에 골프를 시작해 올해로 구력이 45년째다. 모르긴 몰라도 현재 필드에서 골프를 치는 골퍼 중 국내 최고령 골퍼가 아닐까 싶다.
그는 “용지회에서 45년간 정말 열심히 쳤다. 다른 골프 모임에도 나가고 했지만 용지회가 가장 애착이 간다.
지금은 선배나 동료들이 하나도 없다. 친구 아들과 같이 친다.”고 했다.
박 전 회장은 “골프를 잘 못치지만 재미가 있다. 공은 안 잃어 버린다. 왔다갔다 하는 골프는 아니다. 거리는 짧지만 또박또박 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홀인원도 2회를 했고 연속 4개홀 버디 기록도 갖고 있다. 베스트 스코어는 76타다. 모두 80대 중반에 기록한 것이다.
그는 “90세 전후엔 맨날 에이지슈트(Age Shoot : 골프에서 18홀을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스코어로 치는 것)를 했다.”며 웃었다.
박 전 회장, “용지회는 후배를 배려하고 선배를 존중하고 공경할 줄 아는 착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93세까지만 해도 매주 1, 2회 라운드를 했으나 요즘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서 “주위에선 100세까지 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알 수 없다. 조심조심해서 친다.”고 했다.
그는 또 “예전엔 내가 골프 친다고 하면 아내가 ‘잘 치고 오라’고 했는데 이제는 ‘골프 치다가 힘들면 그만 치고 오라’고 한다.”면서 “올해가 결혼 70주년인데 한번도 바꾸지 않고...그것도 드문 것 같다.”며 웃었다.
박 전 회장은 고향인 용인에서 10년 안팎 교편을 잡다 1950년 한국전쟁이 나자 피난지 대구에서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배워 이후 큰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라이온스연합초대회장도 지냈다.
그는 용지회 특징과 관련, “용인에 착한 사람이 다 모였다. 45년간 같이 하면서 누가 싸우는 걸 못봤다. 정말 자랑할 만하다. 회원들이 아주 온순하고 착하다. 후배를 배려하고 선배를 존중하고 공경할 줄 안다.”고 강조했다.
박 전 회장은 기자가 취재를 한 지난 7월 12일 낮 처인CC(체력단련장) 1번홀에서 꼿꼿한 자세로 거침없이 티샷을 했다. 그가 친 공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아주 똑바로 날아갔다. 기자는 눈 앞에서 직접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95세인 스승이 83세 된 제자와 함께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니다. 한때 여고에서 영어교사를 했던 기자는 그 두 분이 너무 부러웠다.

 

심행진 전 회장은 35세에 골프를 배워 구력이 48년째다. 이글(Eagle)을 11회나 했고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Even Par)다
심행진 전 회장은 스승인 박 전 회장보다 골프 구력이 많다. 올해가 48년째다.
그는 “35세에 골프를 배웠다. 대한통운에 다니다 개인회사에 스카우트돼 갔는데 당시 그 회사 사장님이 미국에서 골프채를 사와 골프를 배우라고 해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심 전 회장은 그동안 홀인원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글은 11회나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다.
그는 “친구 머리를 올려주러 관악CC(현 리베라CC)에 갔을 때다. 그 친구가 친 공이 깊은 산속으로 가다가 나무를 맞고 나와 홀인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양복 한 벌을 얻어 입었다. 그 친구는 지금 작고했다.”고 들려줬다.

 

신선철(88) 전 회장은 현 회원 중 두 번째 고참이다.

심행진 전 회장이 티샷 전 어드레스를 취하고 있다 신선철 전 회장의 드라이버 티샷 장면 김면기 전 회장의 티샷

 

이글을 30회나 했고 한때 드라이버로 260m를 칠만큼 장타자였다. 김면기(82) 전 회장은 지금도 라운드중 카트를 타지 않고 다닌만큼 체력도 좋고 열정도 대단하다

신선철 전 회장은 현 회원 중 두 번째 고참이다. 1932년생이다. 1978년 용지회에 들어와 25, 26대 회장(1994~1996년)을 지냈다.
신 전 회장은 학창 시절 씨름을 했다. 선수로 출전해 입상한 적도 있다. 골프는 38세에 배웠다. 올해로 구력이 50년이다. 홀인원은 못했지만 이글은 30회나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74타다. 한때 드라이버 티샷 거리가 260m나 나가는 장타자였다.
그는 1970년 한동건설을 창립했고 1988년엔 경기일보를 창간했다.
37, 38대(2007~2009년) 회장을 지낸 김면기 전 회장은 현재 감사를 맡고 있다. 공인회계사인 김 전 회장은 지금도 라운드 중 카트를 타지 않고 다닐만큼 체력도 좋고 열정도 대단하다. 구력도 40년이 넘는다.

 

장명석 총무의 멋진 드라이버 티샷 장면

 

 

<월간 골프가이드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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