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윙, 다 배웠으면 버리고 막 쳐라
한달 만에 연습장에 온 보기플레이어가 스윙을 다 잊어버렸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안정된 그의 스윙을 칭찬했고, 그는 어리둥절해 하며, 그저 용기를 북돋아주려는 말로 생각한 듯 했다.
바둑에서는 바둑의 정석을 다 배운 후, 그것들을 다 잊어버리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의 의미인데, 첫 번째는 끝도 없는 경우의 수를 다 배울 수 없다는 한계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것을 잊어버려야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스윙이 오히려 부드럽고 좋아진 이유는 잊어버렸기에 나온 결과인 것이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이지만 골프에서는 다양한 창의성이 요구된다. 단순하게 멀리치고, 정확하게 치는 것이 전부가 아닌 수 많은 변수에 따른 창의적 대처 능력의 지표가 필요하다. 또한 그것은 결국 고수가 되느냐 못 되느냐를 좌우하기도 한다.
창의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그 동안 배운 작은 지식이나 경험에 너무 의존해선 안된다.
잘못된 경험과 지식으로 오랜 기간 한계점에서 머무를 수도 있고, 당신이 체험한 그 모든 것들이 정석이 아닐 수도 있다. 항상 백지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며, 그럴 때는 당일의 스코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의 스코어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되기를 원하지 않는가? 지금의 작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
그 동안 20여 가지의 주제를 강조하였지만, 그 중 첫 번째를 꼽으라면 단연 ‘창의적인 골프를 쳐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골프를 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앞으로 별도로 언급하겠다)
2. 머릿속 생각, 다 버리면 몸이 기억한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4,000년 전 시작된 이래로 같은 형태의 경기는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골프는 어떨까? 바둑 만큼은 아니더라도 평생 비슷하게 친 경우가 있을까? 프로들도 똑같은 장소에서 100일을 쳐도 그 때마다 다 다르다.
잘 치는 날, 못 치는 날, 컨디션이 좋고 나쁜 날, 날씨에 따른 다양성, 동반자들과의 관계 등 수많은 변수로 인해 우리는 일관적인 루틴을 유지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기억하고 따라 하려면 아마추어들은 머리가 터질 것이다.
그냥 다 버리고 편하게 막 쳐라!
골프의 스윙과 경기의 운영은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반복을 통해 몸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쳐도 오히려 골프가 잘되는 것은 몸이 그 동안에 쌓아온 스윙과 정석적 요소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비우는 것이 오히려 골프에 도움이 된다. 비운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샷을 예쁘고 멋있게만 치려고 하지 마라.
오히려 머리로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몸의 움직임을 둔하게 한다.
다 버리고 편하게 막 쳐라!
몸은 당신의 땀을 기억하고 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