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무대 데뷔 2년차 장하나(24·비씨카드)가 4번의 준우승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장하나는 지난 2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의 골든 오칼라 골프장(파72)에서 펼쳐진 LPGA투어 ‘코츠 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에서 3라운드 포함 30개 홀을 도는 강행군 속에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브룩 헨더슨(캐나다)을 2타차로 물리치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유독 악천후 속에 힘든 경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 악천후가 이어져 장하나가 6개 홀밖에 돌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가 순연됐던 것. 이에 장하나는 재개된 경기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를 추가해 중간합께 11언더파로 리디아 고와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4라운드에서 장하나는 리디아 고가 전반 7~9번홀에서 3연속 보기로 주춤한 사이 9번홀에서만 보기로 한 타를 잃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 사이 헨더슨이 맹타를 펼치고 장하나가 버디를 추가하지 못하며 2위로 밀려나기도 했으나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다시 단독 선두를 회복했다. 이후 그는 17번홀에서 파 세이브를 기록했고, 18번홀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트렸다가 페어웨이로 빠져나온 뒤 버디 퍼팅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장하나에게 이번 우승은 미국 무대 데뷔 후 첫 우승이었기에 더욱 값진 것이었다. 지난해 미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매번 우승을 놓쳤고 준우승만 4차례 맛봤다. 이번 우승으로 장하나는 미국 내 준우승 징크스를 끊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다. 우승 상금 22만 5000만 달러를 받았다. 특히 장하나는 세계랭킹에서도 지난주 14위에서 5계단 오른 9위에 랭크돼 리우올림픽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인터뷰와 세레머니도 화제가 되고 있는 장하나
LPGA 투어 사상 첫 파4 홀인원을 기록한 장하나는 LPGA 무대에서 갤러리들에게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첫 우승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검객 세레머니를 보여주며 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 뽐내며 현지 생방송 영어 인터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먼저, 대회가 끝난 후, 장하나의 세레머니는 연신화제였다. 첫 대회였던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홀인원 후에는 큰 절을 하는 세레머니를 보였고, 이번 대회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퍼터를 옆구리에 끼고 어퍼컷 세레모니를 하며 눈물로 우승의 감동을 드러냈다. 우승 후 세레모니에 대해 검객 세레머니라고 표현한 장하나. 그는 평소에도 화끈한 제스쳐로 눈길을 끌어왔기에 감격적인 첫 우승의 세레머니가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장하나의 마지막 우승 퍼트. 파세이브만 해도 우승이었지만 장하나는 버디를 잡아내며 그동안 준우승의 설움을 씻어내는 멋진 우승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이런 세레머니와 더불어 미국 현지에서는 장하나의 유창한 영어실력도 화제가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은 최근 ‘장하나의 즐거운 영어 공부 비법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장하나의 영어 실력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장하나는 디즈니 만화영화로 영어공부를 한다고 했다”면서 “2016 시즌 LPGA 투어 코스에서 항상 웃는 얼굴로 ‘하쿠나 마타타’(‘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뜻의 스와힐리어·‘라이언킹’ 주제가)를 노래하는 장하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디즈니가 장하나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하나는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년 전 미국에 와서 개인교사 없이 혼자 영어를 공부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라이언킹’ ‘겨울왕국’ ‘미키마우스’ 등을 봤다. 시트콤 ‘프렌즈’와 ‘하이스쿨 뮤지컬’ ‘한나 몬타나’ 등 드라마도 많이 돌려보며 공부했다”고 했다. 장하나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게, 중요한 건 높낮이와 액센트인 것같더라. 억양에 따라 그 사람의 분위기와 이미지가 달라보인다. 애니메이션으로 쉬운 단어를 많이 배웠고 억양에 주의하면서 영어공부를 했다”고 귀띔했다.
기술적으로 영어 단어나 숙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갑작스런 영어 인터뷰를 자연스럽게 해내기 어렵다. 이는 장하나의 가장 큰 장점인 “긍정적인 마인드”(리디아 고)와 “두려움 없는 자세”(크리스티나 김) 덕분이다.
장하나가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해 LPGA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장하나의 쾌활한 성격은 장하나의 경기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는 항상 미소를 띠고 있다”고 설명하며 LPGA 투어에 전파되는 장하나의 밝은 기운을 설명했다. 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은 “장하나는 두려움이 없다. 새로운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말을 잘 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장하나는 그냥 시내를 돌아다니고 그 문화에 자신을 내던진다. 잠재적으로 무서운 존재다. 참 존경스럽다”고 했다.
코츠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서 장하나와 동반 플레이한 세계랭킹 1위 리디아고(뉴질랜드)는 “장하나는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보면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 지 느껴진다. 장하나와 함께 플레이하면 정말 재미있다”고 전했다.
장하나의 새 스윙코치 케빈 김(32)은 “장하나가 검객 세리머니를 한 건 절대 카메라를 의식해서 한 행동이 아니다”며 “지난주 파4 홀인원 후 넙죽 큰절을 한 것도 장하나 성격이 그대로 나온 장면이다. 우리는 그 홀에 카메라가 설치된 줄도 몰랐다. 장하나는 다른 선수들과 좀 다르다”고 했다. 장하나가 올시즌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스윙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 장타자로 활약할 때도 파워풀한 스윙은 장하나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예전의 장하나는 몸통의 꼬임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스피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올시즌은 임픽트 순간에 집중해 스윙이 한층 간결해졌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