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미완의 청춘, ‘이택기’ 가 그리는 꿈
이택기(24)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 ‘태극마크’ 를 꿈꾸는 축구 유망주였다. 초등학교 졸업 당시 키가 175cm 일 정도로 당당한 체격을 뽐내던 이택기는 중학교 1학년 때 호주로 1년간 축구 유학을 떠나 現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27)과 함께 훈련을 하는 등 촉망 받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해갔다. 그러나 잦은 부상이 있었던 오른쪽 발목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박리성 골연골염’ 이라는 판정을 받고, 중학교 2학년 때 수술대에 오른다. 수술 이후 1년간의 재활을 거쳐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통증이 재발됐다. 병원을 다시 찾았고, 재수술을 권유 받은 이택기는 이때 과감히 축구화를 벗어 던졌다. 원치 않는 부상이 이어지자 축구 선수의 꿈을 지워버린 것이다. 좌절에 빠져 있던 그에게 평소 골프를 즐기셨던 이택기의 아버지(이동춘.50)는 골프를 권했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중학교 3학년 가을부터 골프를 시작한 이택기는 생각보다 빨리 골프에 적응했다. “발목의 부상 부위가 아파 잘 뛰지도 못했지만 골프는 특별히 뛸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골프가 재미있었다.” 고 말했다. KPGA 프로(준회원) 자격을 얻었지만 KPGA 투어프로선발전에서는 번번이 낙방했다.
이 시기 그는 군입대를 생각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 시작할 때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는 스승 유재철(50)프로의 조언으로 다시 마음을 잡았고, 2014년 3부투어인 KPGA 프론티어투어 7회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입어 KPGA 투어프로 자격 취득에 성공했다.
예선전 통과로 매일유업오픈 참가, 생애 첫 KPGA 코리안투어 출전
2014년 창설된 ‘매일유업오픈’ 은 창설 첫 해와는 달리 2015년에 예선전 제도를 도입, 시행한다. 예선전을 통해 ‘매일유업오픈’ 본 대회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14명에게 주어졌는데 이택기는 11위로 통과하며 KPGA 코리안투어에 처음 모습을 보이게 된다. 긴장해서였을까? 이택기는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를 맞바꾸며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공동 79위로 2라운드에 들어선다.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이글 1개를 잡아내는 등 2타를 줄였지만 컷오프 기준타수가 3언더파에서 정해지며 1타 차이로 컷통과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2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한 게 뼈아픈 순간이었다. 이택기는 “너무 아쉬웠다. 오전 8시 10분 경기를 시작해 그 날 경기가 빨리 끝났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후에 경기를 시작한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다 마칠 때까지 대회장을 떠나지 못했다. 최종 결과를 보니 역시나 떨어졌더라. 하지만 이런 부분이 동기부여가 되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며 당시 아쉬움을 달랬다.
예선전 거쳐 참가한 2015년 제31회 신한동해오픈서 공동 5위 올라
2015년 ‘제31회 신한동해오픈’ 3라운드. 이택기는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강성훈(29), 노승열(25.나이키)과 함께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6명을 선발하는 본 대회 예선전에서 4위에 오르며 출전 자격을 획득했고, 본 대회에서 컷 통과는 물론이거니와 3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경기한 것이다. 이택기는 “크게 긴장한 것은 없었다. 강성훈 선수의 벙커샷과 노승열 선수가 펼치는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배운 좋은 기회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라운드까지 공동 2위였던 그는 3라운드에서 1타를 잃고 공동 5위로 내려갔다. 최종라운드 주흥철(35), 이동민(30)과 함께 경기한 이택기는 1번홀(파4) 버디, 2번홀(파5) 이글을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 노승열을 1타 차로 압박했다. 대회장은 들썩거렸다. 예선전을 통과해 올라온 무명의 선수, KPGA 코리안투어에 단 두 번째 출전중인 선수에 대해 관계자들과 팬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4번홀(파4)에서 워터해저드에 두 번이나 공을 빠뜨리는 등 고전하며 쿼드러플보기를 적어냈다. 이어 6번홀(파5) 보기에 이어 7번홀(파3)에서도 더블보기를 범하며 팬들의 관심도 멀어져 갔다.
이택기의 집념이 불을 뿜은 순간은 이때부터였다. 이후 11개홀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무려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최종라운드 타수를 오히려 1타 줄이는 기염을 토해냈다. 함께 경기한 주흥철(35)도 “집념이 대단한 선수다. 2016년 정말 기대된다.” 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종 공동 5위에 올라 3천여 만원을 챙긴 이택기는 KPGA 코리안투어 상금순위 4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60위까지 주어지는 2016 KPGA 코리안투어 시드가 유력해 보였다. 이후 2개 대회만이 남아있어 주변 관계자들 또한 시드 확보가 거의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이택기의 최종 상금순위는 67위. 추천 자격으로 출전한 마지막 대회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 에서 컷탈락한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 희망은 KPGA 코리안투어 규정 상 시드 카테고리 상위 선수 중 최소대회(전체대회의 1/3)를 채우지 못한 선수는 시드 순위에서 제외되므로 만약 7명이 빠진다면 시드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종 6명이 최소대회 수를 채우지 못해 이마저도 바로 앞인 66위까지 혜택을 받아 그의 발걸음은 KPGA 코리안투어 QT(퀄리파잉 토너먼트)로 향하게 된다.
KPGA 코리안투어 QT 공동 61위 기록,
올 시즌 대기자로 시작
이택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QT를 준비했다. 1라운드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범하며 하위권으로 내려간 그는 2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이븐파를 만들어 순위를 공동 61위까지 끌어올렸다. 남은 이틀 동안 반등을 노릴 계획이었지만 3, 4라운드 모두 폭설 등의 기상악화로 취소되며 KPGA 코리안투어 QT 대회요강에 의거, 최종 2라운드 성적으로 순위가 가려졌다. 대기 10번을 부여 받은 이택기는 “QT가 이틀로 끝나버리는 바람에 순위를 끌어올릴 기회가 없어져 굉장히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시즌 출전할 수 있는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고 말하는 의젓함을 보였다.
그가 그리는 꿈과 희망
잉글랜드 축구의 자존심 스티븐 제라드(36)를 동경하며 축구 국가대표를 꿈꿨던 이택기의 지금 머릿속에는 대한민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46.SK telecom)와 세계랭킹 2위 제이슨 데이(29.호주)로 가득 차 있다. 어려움을 이겨낸 뒤 최고의 반열에 오르고,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14년 KPGA 대상과 상금왕을 석권한 김승혁(30)을 길러낸 유재철 프로와 함께 현재 베트남에서 하루 10시간씩 훈련에 매진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2016 시즌 KPGA 코리안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게 목표라는 그는 “올 시즌을 대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숏게임, 벙커샷, 퍼트 등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를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2015년을 돌아보면 기쁨과 환희, 안타까움과 탄식이 뒤섞여있다. 나는 아직 신인이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할 것이다. 2016년 이택기를 주목해달라.” 며 붉은 원숭이해를 맞아 원숭이띠로서 당찬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햄버거를 좋아하고, 연습 전후와 잠자리 들기 전 음악감상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취한다는 ‘20대 청년’ 이택기의 희망은 2016년을 넘어 미래 먼발치까지 가 있었다.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한 나중에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본받을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준비할 것이다. 몸 관리를 잘해서 오랫동안 투어생활을 하며 영원한 골프선수로 남는 것이 최종 꿈” 이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