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마스터의 우승자는 신이 점지해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기도 힘들뿐더러 마스터스의 우승이 영광스럽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마스터스의 우승은 그린 재킷이라는 상징성을 가지는 만큼 프로 골퍼들에게 있어 오거스타C.C에서 그린 재킷을 입는 것은 꿈에 그리는 일이다.
대회 시작 전 마스터스 이모저모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골든 트로이카의 출사표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골든 트로이카(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로리 맥길로이)의 인터뷰는 겸손보다는 우승에 대한 야망이 담겨 있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나서는 남자골프 ‘빅3’가 우승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2위 조던 스피스(미국), 3위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는 세계 남자골프의 지존 자리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셋 모두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면서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우승 경쟁구도에서도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데이는 지난 4월 6일 현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아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마스터스 코스는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겨냥할 만하다”고 했다. 데이는 올시즌 벌써 2승을 따냈다. 또 최근 출전한 13개 대회에서 6승을 거둘 만큼 오름세를 타고 있다. 마스터스에서도 2011년 공동 2위, 2013년 단독 3위에 오르는 등 강세를 보였다.
스피스 역시 기자회견에서 “단일 시즌에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는 말로 이번 대회를 향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연이어 우승한 뒤 나머지 메이저 2개 대회에서도 우승 문턱에 접근했다.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4위, PGA 챔피언십에서 2위에 오르며 단일시즌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과 거리를 좁혀놓기도 했다. 스피스는 “적절히 쉬면서 조절한다면, 1년에 네차례 열리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맥기로이는 ‘페이스 메이커’ 이론을 들고 나왔다. “스피스나 데이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면서 “둘을 보면 나도 처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맥길로이는 “누구나 지는 것은 싫어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맥길로이는 메이저대회에서 이미 4차례 우승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은 아직 입어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 정상에 서면 커리어 그랜드스램을 이룬다. 맥길로이는 “마스터스 우승을 위한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못하고 해를 계속 넘기게 되면 우승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빨리 우승하고 싶다”며 승리를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출전한 안병훈
안병훈은 제80회 마스터스에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다. 안병훈의 오거스타 방문은 6년만이다.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마스터스 티켓을 땄다.
기대감을 안고 마스터스에 출전했지만 11오버파로 컷 탈락하며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6년 전과 달리 안병훈은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뒤 다시 마스터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안병훈은 유러피언투어에서 아시아 최초로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정상급 골퍼로 급성장했다. 유러피언투어 제5의 메이저인 BMW PGA 챔피언십을 석권하는 등 유럽 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4대 메이저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해 3개 대회에서 모든 컷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지금까지 7번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2014년 디 오픈 26위를 제외하곤 모두 컷 탈락했다.
올해는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안병훈은 “시즌 첫 번째 메이저라 의미가 특별하고 더 집중하고 있다. 1차 목표는 컷 통과다. 이후에는 3, 4라운드에 잘해서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안병훈은 1~2라운드에서 트로이 메리트(미국), 이안 우스남(웨일스)과 함께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지난 달 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인 델 매치플레이 16강전에서 목 통증을 호소했던 안병훈은 여전히 목이 불편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4월 5일 연습 라운드와 6일 파3 콘테스트도 건너뛰었다. 델 매치플레이 16강 경기 당일 잠자리에서 일어난 안병훈은 담 증세를 보였다. 안병훈은 1년에 1~2번씩 담 증세로 고생하고 있다. 특별한 병명이 있는 건 아니고 잠을 잘못 자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안병훈은 잠자리를 조심하는 편이고, 이번 대회 때도 4일 밤 오거스타에 도착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안병훈 매니지먼트사는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오전 경기장에서 목 부위에 치료를 받았다. 대회 참여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안병훈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8홀 연습 라운드를 돌았고, 아이언샷은 풀스윙을 했다. 앞으로 4일간 화이팅”이라며 손가락 브이자도 그렸다. 안병훈은 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WGC 델 매치플레이 이후 쇼트게임에만 집중했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린 주변 플레이와 퍼트 훈련에 집중하며 마스터스를 대비했다. 그는 “올림픽 시즌이라 컨디션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퍼트다. 악명 높은 빠른 그린을 잘 요리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는 “샷은 괜찮은데 최근 퍼트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린이 워낙 어려운 코스라 퍼트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퍼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는 퍼트감을 되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델 매치 플레이 예선에서도 짧은 퍼트를 여러 개 놓쳐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힘겹게 끌고 가기도 했다.
안병훈은 올 시즌 PGA 투어 4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그린 적중 시 퍼트는 1.74개(42위)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평균 퍼트 수 28.67개에 비해 4라운드 평균 퍼트 수가 30.67개로 높고, 3m 내 퍼트 성공률이 88%로 98위에 머물고 있다. 1.8m 거리에서 퍼트 성공률도 72.75%로 좋은 편이 아니다.
안병훈은 304.5야드의 드라이브샷 거리와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수준급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퍼트까지 잘 떨어진다면 메이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병훈은 올림픽 전까지 미국 투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안병훈은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아 2016 리우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2장의 올림픽 티켓 중 안병훈이 한 자리를 예약하고 있고, 나머지 한 장을 두고 김경태(75위), 최경주(103위), 송영한(123위), 이수민(128위) 등이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올림픽 대비를 위해 주로 미국 무대에 집중할 안병훈이다. 순수 유러피언투어는 5월 디펜딩 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과 7월 스코티시 오픈만 출전할 예정이다. 이동거리가 많은 유럽 무대 대신 세계랭킹 순으로 출전할 수 있는 PGA 투어 대회에 전념하며 올림픽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마스터스와 US오픈, 디 오픈을 비롯해 7월 말 마지막 메이저인 PGA 챔피언십을 소화하는 안병훈은 이후 일주일 휴식을 갖고 8월11일부터 나흘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한다. 그는 “메이저 대회보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이 더 중요하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스터스에 첫 출전하는 괴짜, 브라이언 디섐보
외줄타기를 취미로 삼고 평소 골프 칠 때 베레모를 쓰는 괴짜 브라이슨 디섐보(23·미국)가 마스터스 위크를 후끈 달궜다. 디섐보가 마스터스에 길이가 모두 같은 아이언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를 비롯, 영국 텔레그래프와 보스턴 글로브, ESPN 등이 '아이언 길이 통일론'을 펴는 디섐보가 그저 괴짜인지, 아니면 골프의 미래를 예언한 선지자인지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디섐보는 지난해 US아마추어오픈 챔피언 자격으로 디펜딩 챔피언인 조던 스피스와 한조에서 마스터스 1·2라운드를 돌게 된다. 디섐보는 60도 웨지부터 3번 아이언까지 10개 클럽의 샤프트 길이를 92.25cm로 통일해서 사용한다. 통상 6~7번 아이언에 적용되는 샤프트 길이다. 디섐보의 아이언은 샤프트 길이뿐 아니라 헤드 무게도 280g으로 동일하다.
디섐보가 상황에 따라 길이가 다른 아이언을 사용하는 ‘골프의 정석’에 정면으로 도전했지만, 그의 말을 그저 ‘괴짜의 일탈’로 무시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그가 지난해 미국대학스포츠(NCAA) 챔피언십과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모두 우승한 실력파이기 때문이다. 한 해에 두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잭 니클라우스, 필 미켈슨, 타이거 우즈, 라이언 무어뿐이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디섐보는 '골프 치는 과학자'를 자처한다. 그의 논리는 “같은 길이의 아이언은 같은 자세로 세트 업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스윙을 단순화해주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디섐보의 주장은 특히 롱 아이언의 톱볼과 뒤땅에 시달리는 주말 골퍼들에겐 솔깃하게 들린다. 아마추어들은 통상 롱아이언으로 갈수록 공을 스위트 스폿에 맞히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디섐보의 주장대로라면 가장 자신 있는 아이언에 맞춰 동일한 스윙으로 모든 아이언 샷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언 길이가 같으면 어드레스도 동일하게 할 수 있어 공을 놓는 위치도 바꿀 필요가 없다. 그만큼 스윙의 변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1998년부터 사이즈가 동일한 아이언 세트를 제작하고 있는 미국의 한 업체는 “일관된 폼으로 스윙을 하게 해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디섐보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이번 마스터스 대회에서 받은 필 미켈슨(미국)은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리키 파울러 파워랭킹 1위, 도박사들의 선택은 제이슨 데이
남자골프 세계랭킹 5위 리키 파울러(미국)가 2016년 첫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우승후보 1순위에 올랐다. PGA투어닷컴은 마스터스 우승 후보를 의미하는 파워랭킹에서 “이제 때가 됐다”며 파울러를 1위로 올려놨다. 이는 세계랭킹 1~4위인 제이슨 데이(호주), 조던 스피스(미국),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버바 왓슨(미국)을 제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PGA투어는 “파울러는 현재까지 투어에서 보기율이 가장 낮은 선수고 규정타수 그린 온(GIR) 확률도 가장 높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유럽 스포츠 베팅업체 래드브록스는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우승자 예측에서 제이슨 데이에게 13대2로 가장 낮은 배당률을 매겨 우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어 로리 맥길로이에게 8대1, 조던 스피스와 버바 왓슨에게 10대1을 배당했다. 아담 스콧은 12대1이었다. 데이는 마스터스에서 2011년 공동 2위, 2013년 단독 3위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 통해 반등했던 스피스, 이번 마스터스는 과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000만 달러, 한화 약 116억 원)’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해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노리는 스피스는 유난히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불과 2주 전까지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스피스는 2015년에 로리 맥길로이의 독주 체제를 무너뜨리고 세계 최고 선수로 도약했다. 스피스가 세계랭킹 1위로 도약한 데는 메이저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영향이 컸다.스피스가 2015년에 나선 4개 메이저대회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디 오픈'에서 나타낸 공동 4위다. 스피스는 우승자인 잭 존슨(미국)과 한 타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와 'US 오픈'에서 1위를 차지했고 'PGA챔피언십'도 2위로 마쳤다. 지난 시즌에 스피스보다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없다. 스피스는 'PGA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달성하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스피스의 최근 흐름은 5승을 기록한 2015년과는 다르다. 스피스는 1월 첫 대회 우승 이후 5번이나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3월에는 'WGC 델 매치플레이'에서만 16강에 진출했을 뿐 다른 3개 대회에서는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WGC 델매치플레이'에서도 '빅3'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라가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스피스는 2015년에 메이저대회 활약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스피스가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하고 현재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메이저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야 했다.
1R ‘디펜딩 챔피언’ 조던 스피스의 선두 질주
조던 스피스 완벽에 가까웠던 1라운드
조던 스피스는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로 6언더파 66타를 기록하며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스피스는 3번홀(파4), 6번 홀(파3), 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다.
스피스는 보기 없이 전반을 마감했다. 3타를 줄인 스피스는 후반에도 버디를 3개나 추가했다. 스피스는 기복없이 1라운드를 치렀고 18번 홀(파4) 버디로 1라운드를 기분 좋게 마쳤다. 스피스는 6언더파 66타를 기록해 공동 2위 그룹에 2타 앞선 단독 1위를 차지했다.
대니 리(뉴질랜드)는 선두인 스피스를 2타 차이로 추격했다. 대니 리는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대니 리는 전반에 1타를 줄인 데 이어 후반에도 보기 없이 버디를 3개 잡아냈다. 대니 리는 막강한 우승후보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공동 2위에 올랐다. 대니 리는 2라운드 결과에 따라 우승 경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셰인 로리(아일랜드)는 전반에 보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로리는 전반에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1위 경쟁을 치열하게 펼쳤다. 하지만 후반에는 보기 한 개를 치는 데 그쳐 1위 등극 기회를 놓쳤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맥길로이는 공동 9위(2언더파 70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맥길로이는 공동 2위까지도 올라갔지만 16번 홀(파3),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쳐 순위가 하락했다. 맥길로이와 스피스의 타수 차이는 4타다. 2라운드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제이슨 데이는 후반에 5타를 잃으면서 공동 21위(이븐파 72타)에 머물렀다. 데이는 트리플보기를 기록해 기복을 보였다.
세계랭킹 4위와 5위에 올라있는 버바 왓슨(미국), 리키 파울러(미국)도 하위권에 포진됐다. 왓슨은 전반에 2타를 줄이고도 후반 부진으로 공동 54위(3오버파 75타)에 그쳤다. 파울러는 최악의 1라운드를 보내면서 공동 81위(8오버파 80타)를 나타냈다. 파울러는 PGA가 선정한 마스터스 파워랭킹 1위에 오른 선수다. 안병훈은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1라운드를 치렀고 버디 2개, 보기 5개, 더블보기 1개로 5오버파 77타를 쳤다. 1라운드를 마친 현재 안병훈의 순위는 공동 71위다. 마스터스는 2016년 첫 메이저대회로서 '빅3'을 포함한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다. 대니 리와 셰인 로리는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을 제치면서 1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마스터스 1라운드를 통해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머리 속에 뱀” 어니 엘스 마스터스 첫 홀서 7퍼트
어니 엘스가 마스터스에서 한 홀 퍼트 7개를 했다. 지난 4월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1라운드 첫 홀에서다. 1번 홀에서 어니 엘스는 1m가 약간 넘는 파 퍼트를 해야 했다. 들어가지 않았다. 약 50cm에서 친 보기 퍼트는 왼쪽으로 홀을 스쳐 지나갔다. 30cm 정도의 더블보기 퍼트를 툭 쳤는데 역시 들어가지 않았다.
트리플 보기 퍼트도 넣지 못했다. 이후 엘스는 캐디를 한 번 쳐다봤다. 공 뒤로 가서 경사도 한 번 봤다. 그러나 아마추어도 쉽게 넣을 만한 거리의 쿼드러플 보기 퍼트 역시 들어가지 않았다. 25cm 퍼트도 넣지 못했다.
홀 바로 옆에서 퍼터로 툭 친 퍼트 역시 들어가지 않았다. 엘스는 10번째 만에 홀아웃했다.
홀 1m 안에서 6타, 홀 40cm 이내에서 6타를 쳤다. 엘스는 파 5인 2번홀에서 3퍼트를 했다. 엘스는 8오버파 80타를 쳤다. 그의 75번 마스터스 라운드 중 최악의 스코어였다. 10타는 대회 80회 사상 1번홀에서 나온 최대 타수다. 엘스의 퍼트 수는 39개로 꼴찌였다. 엘스는 “평소 하던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가질 때는 경기를 멈춘다. 퍼터를 뒤로 뺄 수가 없었다. 수천 번 성공한 퍼트들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팼다.
엘스는 2010년 즈음 퍼트 입스로 고생했다. 2012년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는 몸에 고정하는 퍼터를 쓰고 했다. 그는 이 퍼터를 쓰는 것을 가장 맹렬히 비난하던 선수였다. 그러나 자존심을 접고 이 퍼터를 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나아진 듯 했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 악화되는 인상이다.
최근에도 가까운 퍼트를 남겨두고 제대로 퍼트를 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왔다고 미국 미디어는 보도했다.
그는 “머리 속에 뱀이 들어 있으면 퍼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바로 나가서 1m 퍼트 20개를 연속으로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어쩌다 이상한 느낌이 들면 평소에 하던 것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이슨 데이도 “그런 장면은 처음 본다”면서 “선수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2R 제이슨 데이의 부진과 스피스의 선전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의 부진
제이슨 데이가 2라운드에서도 부진을 이어갔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는 2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로 1오버파 73타를 쳤다. 데이의 2라운드는 1라운드와 동일한 흐름으로 진행됐다. 데이는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친 이후 2번 홀(파5), 5번 홀(파4), 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데이는 11번 홀(파4), 13번 홀(파5),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해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데이의 경기력은 전반과 후반에 차이를 드러냈다. 데이는 중간합계 1오버파 145타로 2라운드를 마감했다. 한편, 데이가 부진한 가운데 또 다른 우승후보였던 리키 파울러(미국)는 컷 통과에 실패했다. 파울러는 1라운드에서 8타를 잃었고 2라운드에서도 1오버파 73타를 쳤다. 파울러는 중간합계 9오버파 153타로 대회를 일찍 마감하게 됐다. 세계 랭킹 4위 버바 왓슨(미국)도 6오버파 150타로 하위권을 유지했다.
1라운드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한 대니 리는 2라운드에서 두 타를 잃었다. 하지만 공동 4위로 2라운드를 마쳐 3라운드 전망을 밝게 했다.
우승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마스터스'가 끝난 이후 세계랭킹 변화가 대폭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는 세계랭킹 1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3라운드에서 반등이 필요했다.
스피스와 맥길로이의 선전
데이의 부진과는 별개로 스피스는 여전히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2위와 간격이 첫날 2타에서 1타로 좁혀진데다 2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세계랭킹 3위 로리 맥길로이였다. 스피스는 2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2오버파를 치며 2라운드합계 4언더파 140타(66·74)로 이틀째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피스는 지난해 이 대회 첫날부터 올해 2라운드까지 6라운드째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1960?1961년 아놀드 파머(미국)가 세운 이 대회 최장 연속 라운드 선두 기록과 타이다.
이 날 강풍이 불어 많은 선수들이 하이스코어를 냈다. 89명 가운데 언더파를 친 선수는 네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 1언더파다. 2언더파 이상을 친 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2007년 3라운드 이후 10년만이다. 커트를 통과한 57명 가운데 36홀합계 언더파를기록한 선수도 일곱 명 뿐이었다.
이틀 연속 60타대 스코어를 낸 선수는 한 명도 없어 올해도 ‘한 해 나흘 내내 60타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도 나오지 않게 됐다. 올해 80회째인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서는 지금까지 한 해 나흘 내내 60타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스피스는 이날 5번홀(파4)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16번홀(파3)에서는 3퍼트로 보기를 했다.
그가 74타를 치면서 2014년 1라운드부터 이어온 대회 ‘無 오버파 라운드’ 행진도 9라운드에서 막을 내렸다. 스피스는 “마지막 3개홀에서 2오버파라니 조금 실망스럽다. 내일은 바람이 더 강하게 분다니 이븐파가 목표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이 대회에서만 우승을 못한 맥길로이는 버디 5개를 잡고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를 쳤다. 이날 언더파를 기록한 네 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합계 3언더파 141타(70·71)로 전날 공동 9위에서 단독 2위로 치솟았다. 스피스와 간격도 전날 4타에서 1타로 바짝 좁혔다. 맥길로이는 “역전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순위로 올라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더스틴 존슨, 아마추어 브라이슨 디셈보(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은 합계 이븐파 144타로 8위에 자리잡았다. ‘장타자’ 존슨은 네 개의 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기록했다.
목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안병훈은 1타차로 컷탈락했다. 그는 이날 74타로 비교적 잘 쳤지만 첫날 잃어버린 5타가 부담돼 합계 7오버파 151타(77·74)를 기록하고 말았다.필 미켈슨(미국)도 합계 7오버파 151타로 탈락했고 첫날 1번홀에서 6퍼트 끝에 9타를 친 어니 엘스(남아공)는 이날 1오버파 73타로 선전했으나 합계 9오버파 153타로 3,4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작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잭 존슨(미국)도 컷탈락했다.
마스터스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한 톰 왓슨
‘그린 위의 신사’ 톰 왓슨(67·미국)이 마스터스와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품위를 잃지 않았고, 골프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왓슨은 열린 마스터스 1라운드에선 2오버파로 공동 43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령 컷 통과 가능성을 밝혔다. 7번 홀에서는 짧은 파 퍼트를 하려는 순간 볼이 움직였다는 이유로 스스로 1벌타를 부과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어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왓슨은 끝까지 신사다운 경기를 했다. 2라운드에서 6타를 잃은 왓슨은 결국 합계 8오버파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딱 2타가 모자라 역대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43번째로 출전한 마스터스,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 올라선 왓슨은 연신 눈가의 이슬을 훔쳤다. 마스터스에서 두차례(1977,81년) 우승한 덕분에 평생 출전권을 확보하고 있는 왓슨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디 오픈에도 작별을 고했던 왓슨은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걸었던 순간들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3번 홀에선 티잉 그라운드 옆 벤치에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를 놓고 인사하는 특별한 작별 의식도 치렀다. 30년 동안 함께 하다 2004년 루 게릭 병으로 세상을 뜬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를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에드워즈는 캐디 시절 오거스타 골프장의 12번 홀에서 13번 홀로 이동할 때마다 준비해둔 샌드위치를 왓슨에게 건네곤 했다. 왓슨은 “마스터스에 오면 에드워즈가 더욱 그립다”라고 말했다. 왓슨은 ‘링크스의 왕’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디 오픈에서 무려 5차례나 우승했다. 마스터스에서도 두차례 우승하면서 잭 니클러스(76·미국)와 치열한 샷대결을 펼쳤다. 특히 1977년과 81년 왓슨은 니클러스를 각각 2타 차로 따돌리며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옆집 할아버지처럼 온화한 얼굴의 왓슨이지만 승부욕은 남달리 강했다. 그 덕분에 ‘허클베리 딜린저(Huckleberry Dillinger)’ 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틈이 벌어진 앞니와 주근깨투성이의 얼굴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주인공 ‘허클베리’ 와 닮았다.
하지만 그의 승부사 기질은 1930년대 치밀한 계획으로 은행을 털고 탈옥에도 성공했던 딜린저와도 비교됐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치밀하게 코스를 공략하는 승부사였다. 2009년 출전한 디 오픈에선 아들뻘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펼쳤다. 마지막 홀 파 퍼트만 넣으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그는 이 홀에서 보기를 했고, 결국 연장 끝에 스튜어트 싱크(미국)에게 우승을 내줬다. 왓슨은 당시 눈물을 흘리던 취재진에게 “내 장례식도 아닌데 왜 우나”라는 말을 남기고 코스를 떠났다.
3R 스피스의 불안과 강풍으로 인해 오버파가 속출
7라운드 연속 선두라는 대 기록, 그러나 아멘 코너에서는 불안한 모습 보여
조던스피스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사흘 내리 단독 선두를 지켜 대회 2연패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스피스는 중간합계 3언더파 213타로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지키며 7라운드 연속 선두라는 기록도 작성했다. 이는 아널드 파머(87·미국)가 1960년과 1961년에 걸쳐 세운 이 부문 기록을 넘어선 새 기록이다. 강풍이 이틀 연속 대회장을 강타하면서 선수들은 오버파가 속출했다. 그러나 ‘지키는 전략’을 선택한 스피스는 전반 9개 홀에서 오히려 1타를 줄였다.
그러나 순항하던 스피스는 ‘아멘 코너’가 시작되는 11번홀(파4)에서 3온에 3퍼트를 하는 바람에 한꺼번에 2타를 잃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12번홀(파3) 버디에 이어 14번홀(파4)과 15번홀(파5)에서도 1타씩을 줄였고, 16번홀까지 2타를 줄이면서 한때 2위와의 거리를 4타로 벌렸다. 여유 있는 타수차로 최종라운드를 맞을 것처럼 보였던 스피스는 그러나 막판에 주춤했다.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낸 스피스는 18번홀(파4)에서는 티샷 실수에 이어 보기 퍼트마저 놓쳐 또 다시 2타를 잃었다.
결국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를 엮어 1오버파 73타가 됐다. 스피스는 “선두 자리를 지켰다는데 만족한다”며 “적어낸 스코어보다 실제 경기 내용은 더 좋았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랜드 슬램과 점차 멀어졌던 로리 맥길로이
‘마스터스’가 인정하는 챔피언은 진정 어떤 모습일까? 세계 랭킹 3위의 프로골퍼가 얼굴을 감싸고 회한에 젖어야 하는 곳, 그곳은 ‘마스터’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마스터스 3라운드는 세계 랭킹 2, 3위의 맞대결로 흥행 기대감이 높았던 라운드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시간이 갈수록 동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마스터스의 높은 장벽 앞에
숙연해져야 했다. 3라운드에서 로리 맥길로이는 11번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숲으로 보낸 뒤 두 번째 샷마저 워터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적어낸 것을 비롯해 보기 3개를 기록했고, 버디는 단 1개도 잡아내지 못하며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우승, 그리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멀어져갔다.
데이에게 한 수 가르쳐준 베른하르트 랑거
그린재킷을 두 번 입은 베른하르트 랑거(독일·58)가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한 1985년은 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28·호주)가 태어나기 2년 반 전이었다.
이날 랑거는 자신보다 무려 30세나 어린 데이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면서 한 수 제대로 가르쳤다.
강풍 속에서도 13·14·15번홀 3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 6개를 노획했다. 14번 홀에서는 데이가 20m 조금 넘는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넣자 이에 대답이라도 하듯 13m 거리에서 칩인 버디를 잡았다. 2007년 시니어 투어에 데뷔한 랑거는 무려 7차례나 상금왕에 오르며 ‘챔피언스 투어의 우즈’로 군림하고 있고, 올해도 벌써 3승을 거뒀다.
롱퍼터로 입스를 벗어났던 랑거는 올해 '고정식 퍼팅 방식(앵커드 스타일)'을 못하게 됐지만 몸에 기대지 않는 스타일로 여전히 롱퍼터를 쓰면서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랑거는 세계랭킹이 1080위에 불과하고 아무도 우승후보로 꼽지 않았지만 노장의 관록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랑거는 3라운드 끝난 후 “내일 티타임 시간이 이르지 않아 다행”이라며 노장의 여유까지 선보였다.
4R 대니 월렛의 깜짝 우승과 ‘아멘 코너’의 악몽
80번 째 그린 재킷의 주인공은 영국의 대니 월렛
대니 윌렛(28·잉글랜드)이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역전우승하며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월렛은 자신의 PGA 투어 첫 승을 마스터스에서 장식한 것이다. 윌렛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4월 11일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써내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1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조던 스피스를 3타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우승상금 180만 달러(약 20억7360만원)이다.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통산 4승을 작성한 윌렛은 지난해 처음으로 출전한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38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올 시즌 유러피언 투어 두바이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했고,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이븐파에 그쳐 공동 5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윌렛은 6번홀(파3)과 8번홀(파5)에서 버디를 써내며 전반 라운드에서만 2타를 줄였다. 이후 13번홀(파5)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뒤 16번홀(파3)에서도 1타를 줄였다. 윌렛은 단독 2위로 올라섰지만 스피스와의 격차는 컸다.
하지만 스피스가 후반 라운드에 들어가면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스피스는 6번홀(파3)부터 9번홀(파4)까지 4연속 버디를 신고하는 등 전반 라운드에서 상승세를 탔지만 후반 들어 크게 부진한 것이 뼈아팠다.
10번홀(파4)과 11번홀(파4)에서 연이어 보기를 써냈고, 12번홀(파3)에서 무려 4타를 잃는 쿼드러플보기를 범하며 윌렛에게 리더보드 최상단 자리, 그리고 그린 재킷, 마스터스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영광까지 내줘야만 했다.
대회 출전이 불투명했던 월렛, 득남의 기쁨과 우승의 기쁨까지
80번째 그린 재킷의 주인공 대니 윌렛은 사실 마스터스 출전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그의 아내 니콜이 4월 초에 아들을 출산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윌렛은 “첫 아이라 만일 출산 예정일이 마스터스 기간과 겹치면 대회에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메이저 대회보다 가족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해 공동 38위의 성적을 냈고 메이저 대회 개인 최고 성적은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공동 6위였다. 아직 20대 젊은 나이라 앞으로 출전할 메이저 대회가 많이 남아있다고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지만 메이저 대회 출전 기회가 자주 돌아오는 것이 아닌 만큼 윌렛에게도 올해 마스터스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일 터였다.
그러나 하늘이 도운 탓인지 윌렛의 아내 니콜은 지난 1일에 아들을 순산했고 윌렛은 가벼운 마음으로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아들 이름을 자카리아 제임스로 지은 윌렛은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주로 활약하는 선수라 국내 팬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이름이지만 유럽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둔 ‘숨은 강자’다.
지난해 7월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와 올해 2월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유럽 투어를 제패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랭킹 역시 12위로 '톱랭커'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순위에 올라있는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인 2007년 잉글랜드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2008년에는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실력파다.
2008년 5월 프로로 전향했으며 2012년 6월 유럽투어 BMW 인터내셔널 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달성했다. 올해 유럽투어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89.1야드로 111위에 올라있어 장타자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1.58개로 안정적인 퍼트 감각을 보였고 한 홀에서 3퍼트를 한 것은 2라운드 한번밖에 없었을 만큼 그린 위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원래 윌렛 아내의 출산 예정일은 미국 현지 날짜로 윌렛이 우승을 차지한 10일이었다. 윌렛으로서는 원래 이날 만나기로 했던 아들을 열흘 정도 일찍 품에 안았고 '아빠의 힘'을 발휘해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게된 뜻깊은 날이 됐다. 잉글랜드 선수가 마스터스 정상을 밟은 것은 1996년 닉 팔도(1989년·1990년·1996년 우승) 이후 20년만의 일이다.
스피스 파 3서 쿼드러플, 골프사에 남을 대역전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도전했던 골든 보이 조던 스피스는 골프 역사에 남을 참혹한 역전패를 당했다. 스피스는 대회 최종 라운드 9번 홀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리다가 후반 들어 보기, 보기, 쿼드러플 보기를 하면서 3홀 만에 6타를 잃었고 대니 윌렛에게 그린재킷을 헌납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메이저 대회의 잔혹한 역전패는 여럿 있다. 지난해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던 스피스가 바로 이듬해인 올해 대역전패한 것도 오랫동안 회자될 사건이다. 1966년 US오픈에서 9홀을 남기고 빌리 캐스퍼에게 7타를 앞서다가 역전 당한 아널드 파머에 비견된다. 또 1996년 최종라운드를 6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가 닉 팔도에게 5타차로 완패한 그렉 노먼의 패배와도 비교된다. 아널드 파머와 노먼은 이후 최고의 경기를 하지 못했다. 스피스는 23세로 젊고 정신력이 매우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겠지만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피스는 6번 홀부터 9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하면서 5타 차 선두로 나섰다. 퍼트가 예술이었다. 미국 미디어들은 트위터 등으로 스피스의 압승이 확정됐다는 식의 논평을 냈다. 지난해 무려 18언더파를 치면서 최저타 타이기록으로 우승한 정신력이 강한 스피스임을 감안하면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4라운드 후반 9홀에 시작된다고 한다. 스피스가 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스피스는 10번 홀에서 보기를 했다. 몇 조 앞에서 경기한 대니 윌렛
이 버디를 잡아 리드는 5에서 3으로 줄었다.
스피스는 3라운드에서 더블보기를 한 11번 홀에서 또 흔들렸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가면서 페어웨이로 꺼내야 했다. 세 번째 샷을 핀 옆에 딱 붙여 파를 할 것 같았는데 스피스답지 않게 넣지 못했다. 또 보기.
파 3인 12번홀. 스피스는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다. 티샷은 약간 짧아 경사를 타고 굴러 내려와 물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아마추어들이 흔히 하는 완전한 뒤땅이었다. 그린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물에 빠졌다.
또 다시 벌타를 받고 친 다섯 번째 샷을 칠 때 스피스의 상체가 벌떡 들렸다. 이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 벙커에 빠졌다.
스피스는 더 이상 사고를 내지는 않았다. 매우 떨리는 내리막 벙커샷을 그린에 올렸고 1퍼트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파 3에서 이른바 ‘양파’가 넘는 쿼드러플 보기였다.
그러면서 윌렛에 3타 차 공동 3위가 됐다. 스피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파 5인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기어이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쫓아갔다. 그러나 16번홀에서 내리막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가지 않아 기회를 잃었다.
17번홀에서 스피스는 보기를 했다.
경기를 마친 스피스는 미국 야후스포츠에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내 생애 가장 끔찍한 30분이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잘못된 타이밍에 나쁜 스윙을 했다. 실수가 복합적으로 일어났다. 훈련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패인을 밝혔다.
스피스와 공동 2위에 오른 리 웨스트우드는 “아멘 코너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
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골프 메이저 대회의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내년을 또다시 기약해야 하는 로리 맥길로이
로리 맥길로이는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다시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맥길로이는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잡았지만, 보기를 7개 기록하며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를 적어낸 맥길로이는 선두와 6타차로 대회를 마감하며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2011년 US오픈을 제패한 맥길로이는 브리티시오픈(2014년)과 PGA 챔피언십(2012년·2014년)을 석권해 마스터스 우승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언더파를 치고도 4위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우승을 놓쳐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지 못했다. 맥길로이에게는 여전히 2011년 마스터스 대회가 아쉬운 기억으로 남게 됐다. 당시 그는 3라운드까지 4타차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4라운드 12번 홀에서 4퍼트를 하는 등 최종 라운드에서 80타를 치면서 무너지는 바람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맥길로이는 경기 후 “이전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경기보다는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마스터스 우승에 대한 부담, 우승했을 때의 기쁨에 잘 대처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러면서 “마스터스는 내가 그동안 우승해보지 않은 대회이고, 이에 어떤 다른 대회보다도 우승하고 싶은 대회”라며 “정신적인 장애를 극복할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아멘 코너의 악몽’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G.C의 11, 12, 13번홀 코스는 흔히 ‘아멘 코너’라고 불린다. 아멘 코너라는 닉네임은 숲을 시계방향으로 끼고 도는 이 코스가 너무 어려워 선수들의 입에서 ‘아멘’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12번 홀은 이 아멘코너의 한가운데에 있다. 아멘코너 중 11번홀은 어렵고 12번 홀은 쉽다. 그러나 12번 홀은 미스터리의 홀이다.
오거스타에서 가장 짧은 홀이다. 요즘 선수들에겐 9번 아이언을 잡을 정도로 짧다. 그러나 155야드의 짧은 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슈가 나온 홀이다. 2011년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로리 맥길로이는 이 홀에서 4퍼트를 하면서 완전히 망가졌다. 2012년과 2014년 우승자 버바 왓슨은 2013년 최종라운드 이 홀에서 10타를 치면서 탈락했다. 물에 공을 세 번 빠뜨렸다. 케빈 나도 이 홀에서 10타를 친 적이 있다. 12번 홀의 난도는 전장 240야드 파 3인 4번 홀과 비슷하다. 마스터스 한 홀 최고 타수(13타)가 여기서 나왔고 홀인원은 3번뿐이다. 12번 홀이 어려운 이유는 그린 앞의 개울과 매우 전략적으로 배치된 3개의 벙커, 또 작은 그린 때문이다.
최경주는 “압박감과 혼란스러운 바람, 그린의 기울기, 그린의 속도가 어우러져 아주 재미있는 상황을 만든다”고 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건 바람이다. 김경태는 “11번홀까지 계속 뒷바람이 분다. 12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도 뒷바람이다. 그러나 그린 근처에는 강한 맞바람이다. 이걸 모르고 샷을 했다가는 물에 빠진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골프장의 최저지대라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곳이어서 바람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소나무숲이 막고 있어서 바람을 느끼기 어렵다. 선수들이 티샷을 앞두고 잔디를 던져 보는데 별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그린 앞은 개울이며 그린과 개울 사이는 매우 미끄럽다.
약간 짧으면 물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12번 홀에서 유난히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2000년 마스터스 1라운드, 타이거 우즈는 140야드로 설정된 이 홀에서 8번 아이언을 쳤는데 맞바람 때문에 물에 빠져 트리플 보기를 했다. 우즈는 5위로 경기를 끝냈다. 우즈는 그 해 나머지 메이저대회에서는 모두 우승했다.
미국 기자들은 “이 홀에서 갑자기 생긴 바람이 아니었다면 그해 우즈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프레드 커플스는 1992년 우승할 때 이 홀에서 당연히 물로 굴러 내려가야 할 공이 신기하게도 경사지에 멈췄다. 그래서 파세이브에 성공해 우승했다.
골프장을 만들 때 12번 홀 그린 자리에서 인디언의 무덤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12번 홀에서 대형사고와 이상한 일이 많이 나오는 것은 잠자는 인디언들의 영혼을 깨웠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