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② 김대중 골프와 정치
골프가이드 2016-05-10 09:33:21

전남 신안에서 태어난 김대중 前 대통령은 제 6·7·8·13·14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당시 군부정권의 독재에 맞서 싸웠다. 군부 정권의 위협으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김영삼과 함께 국내외에서 오랫동안 민주 진영의 지도자로 활동하며 군사 정권에 항거했던 김대중 前 대통령. 그는 군부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가택연금, 투옥 등의 여러 탄압을 받았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 이후에는 통일민주당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이른바 민주 진영을 구축했다.

대내외적으로는 민주화를 지지했으며, 인권 향상과 남북 관계의 진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0년 임기 중에 한국인 역사상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김대중 前 대통령. 2000년 노르웨이 라프토(Rafto) 인권상, 1998년 무궁화 대훈장, 1998년 국제인권연맹 인권상, 1999년 미국 필라델피아시 자유의 메달, 북미주 한국인권연합 인권상, 미국 George Meany 인권상, Bruno-Kreisky 인권상을 수상하였다. 연설에 능하였으며, 국회에서 가장 오래 연설한 기록으로 기네스증서를 받았다.

추운 겨울에도 온갖 풍상을 참고 이겨내는 인동초로 비유되어 불리기도 했던 김대중 前 대통령.

골프를 통해 그의 삶과 정치 철학을 간략히 살펴보자. 글 방제일 기자


골프금지령을 해제하다

김대중 前 대통령이 1960년대 후반 제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잠시 골프를 즐겼다는 풍문이 있지만, 그 구체적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설사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골프를 쳤더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야당 시절 “골프장을 갈아엎어 논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던 김대중 前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골프에 줄곧 우호적인 자세를 보인다.

취임한 지 약 한달만인 1998년 3월 김영삼 前대통령이 내린 골프금지령을 해제했다.

“공무원의 골프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자신의 돈으로 여가 시간에 골프를 치는 것은 무방하다”는 것이 김대중 前대통령의 기본 입장이었다. 따라서 문민정부 시절 5년 동안 묶여 있던 골프금지령을 해제한 김대중 前 대통령은 “골프를 치고 안 치고는 공무원 스스로의 판단에 맞겨야 한다”는 합리적인 결단을 내린다. 그러면서 김대중 前 대통령은 “공무원 전용 골프장을 이용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하며 골프를 장려했다. 훗날 호사가들은 김대중 前 대통령의 골프금지령 해제에 대해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前 대통령의 의식해 골프금지령을 해제한 것이라는 후문이 있었다. 물론 김대중 前 대통령이 김영삼 前 대통령에게 라이벌 의식이 없었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골프’는 이 라이벌 의식과는 전혀 무관한 김대중 前 대통령, 자신의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였다.

김대중 前 대통령은 합리주의에 기반한 자유주의자였다. 따라서 김영삼 정부 시절 골프금지령으로 인해 편법으로 이뤄지던 공무원들의 골프를 굳이 그런 편법과 부작용까지 감안하고서 계속해서 골프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골프금지령을 넘어 골프대중화론을 펼치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 지나고 1998년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연속으로 승전보를 보내왔다. 1998년 5월 미국 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인 맥도날드 챔피언십에 이어 7월에는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까지 우승한 것이다.

이 당시 IMF로 허덕이고 있던 한국 경제는 박세리가 연장전 18홀에서 보여준 맨발 투혼에 감명했고, 우리도 박세리처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위안을 동시에 얻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국민적 감정을 놓치지 않았고, 박세리에게 체육훈장을 수여하며 격려했다.

박세리가 만들어낸 골프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인천 전국체전 공개 행사 뒤 간담회에서 “우리의 젊은 딸들이 세계에 나가 골프를 통해 국위를 떨치며 자랑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골프는 중산층·서민 모두에게 좋은 운동입니다”라고 말해 골프 대중화를 선언했다. 또, “서민들도 골프를 할 수 있도록 퍼블릭코스를 개발하고, 21세기에는 스포츠가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선언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지령’에 묶여 속앓이를 했던 골프계는 두 손을 들어 환영했고, 그 이후 골프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세에 들어선다. 그 일례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골프 산업은 연간 10%씩 성장했으며, 2000년 200여 개에 불과했던 골프장 수는 2015년 현재에는 약 500개 정도로 그 수가 증가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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