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사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수없이 많다. 사흘 혹은 나흘간 전력을 다해 경기를 펼친 선수들이 마침내 우승 퍼트를 끝내고 환호하는 순간은 이 세상 그 어떤 장면보다 극적이고 아름답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골프 역시 수많은 선수들이 오직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때론 어려움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그러나 수없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평생 우승 한번 해보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골프선수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우승은 더 값지고 소중한 것이다. 그 어떤 말로도 우승 순간의 그 벅찬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을 지 모른다. 특히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메이저 대회 우승 순간은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렸던 역사적인 명장면을 시리즈로 다시 되짚어 보며 그 때의 감동을 느껴보자. < 편집자 주 >
‘1999년 US오픈’에서 우승한 페인 스튜어트
William Payne Stewart
1957. 1. 30~1999. 10. 25
1999년 US오픈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심장 샌드힐스에 있는 ‘파인허스트(Pinehurst)’에서 열렸다. 최종 승부는 마지막 날 18번 홀 페인 스튜어트와 필 미켈슨의 손에 달려 있었다.
둘은 1타차로 숨막히는 경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17번 홀까지 페인스튜어가 1언더파, 필 미켈슨이 이븐파였다. 파인허스트는 포대그린으로 선수들이 스코어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이 홀에서 스튜어트의 티 샷은 형편 없었고 기회는 미켈슨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미켈슨은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버디 퍼트에 실패한 것이다.
스튜어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4m 거리에서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우승이었다. 스튜어트는 우승을 확정짓는 퍼트를 성공시킨 후 한 손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한 발을 뒤로 들어올려 환호했다. 스튜어트는 1998년 US오픈에서 우승 직전 리 젠슨에게 우승을 빼앗기는 불운을 겪은 바 있다. 1999년 대회에서 3위는 1오버파를 친 타이거 우즈와 비제이 싱이었다. 스튜어트는 메이저 3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18승을 거둔 필드의 신사였다. 잘 생긴 외모와 니코보코(무릎 길이의 승마복 형태의 바지) 스타일에 훌륭한 매너, 그리고 위트를 갖춘 매력적인 선수였던 스튜어트는 불행하게도 이 대회가 끝나고 넉달 뒤인 10월 25일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그의 나이 만 42세였다.
반면 준우승에 머물렀던 필 미켈슨은 경기 다음 날 첫 딸을 낳았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