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시즌 첫 메이저 대회를 치러졌다. 지난 4월1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쇼어 코스(파72·6769야드)에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60만 달러)이다.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대회는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 ‘숙녀의 호수’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LPGA 선수라면 누구나 이 호수에 뛰어들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지은, 유선영, 그리고 박인비(28·KB금융그룹.2013년) 딱 세 명만이 이 호수에 뛰어들 수 있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지만 아직 ‘호수의 여왕’이 되지 못한 리디아고(19)이다. 리디아 고는 지난 대회였던 기아 클래식에서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고, 올 시즌 다섯 차례의 대회에서 딱 한 번(HSBC 위민스 챔피언스 공동15위)만 제외하고 모두 톱 10에 입상했다.
나머지 네 차례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 3위 1회의 성적을 거뒀을 정도로 시즌 초반 호성적을 올리고 있다. 기아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박인비도 두 번째 다이빙을 준비하고 있다. 박인비는 개막전이었던 바하마 클래식에서 허리 부상으로 기권한 이후 시부상까지 겹치면서 한동안 샷 감을 찾지 못했지만 지난주부터 서서히 예전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리디아 고와 박인비는 그러나 거센 도전을 뿌리쳐야 호수의 여왕에 오를
수 있다. 올 들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장하나(24·비씨카드)와 JTBC 파운더스컵에서 LPGA 투어 72홀 최다 언더파 타이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김세영(23·미래에셋)이다.
장하나는 감기 몸살에서 회복해 시즌 첫 3승과 첫 메이저, 그리고 상금 랭킹 1위 복귀를 노리고 있다. 김세영은 지난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픔을 말끔히 씻겠다는 각오다. 김세영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최종일 통한의 4퍼트까지 범하는 실수를 범하며 우승을 놓친 아픔이 있다.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한 김효주(21·롯데)도 최근 주춤하던 양상에서 벗어나 반전을 꾀하고 있다. ‘슈퍼루키’ 전인지(22·하이트진로)도 이 대회부터 다시 뛴다. 전인지는 싱가포르 원정길에 허리를 다쳐 2개 대회를 건너뛴 뒤 이 대회를 복귀 무대로 선택했다. 전인지는 지난주부터 대회 코스 옆에 숙소를 잡고 맹훈련 중이다. ‘장타여왕’ 박성현(23·넵스)도 ‘일’을 낼 준비를 마쳤다. 박성현은 파운더스컵 공동 13위, 기아 클래식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LPGA 투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데 성공했고, 자신도 충분히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대회가 열리는 코스가 장타자와 높은 탄도를 구사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점도 박성현에게는 유리하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보미(28·마스터즈GC)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보미는 올해 올림픽 티켓을 확보
하기 위해 일찌감치 이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LPGA 투어에 걸린 세계 랭킹 포인트가 일본 대회보다 높은 데다 메이저 대회에는 가중치가 붙기 때문에 이 대회 우승으로 리우행 티켓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에 맞설 외국 선수로는 미국의 장타왕 렉시 톰프슨이 우선 꼽힌다. 톰프슨은 2014년 이 대회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글 방제일 사진 LPGA 공식 홈페이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한 리디아 고, 최연소 메이저 2승
리디아 고가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 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역전극을 펼쳐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 4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전인지, 찰리 헐(잉글랜드·11언더파 277타) 등 공동 2위 그룹을 한 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39만달러(약 4억4700만원).
리디아 고는 지난 기아 클래식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이번 대회까지 휩쓸며 올 시즌도 최정상급 활약을 이어갔다.
이 대회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투어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대회 2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최종 4라운드 후반까지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 뒤진 2위를 유지하던 리디아 고는 막판에 경기를 뒤집었다. 리디아 고는 전반 5번홀(파3)과 8번홀(파3)에서 버디 2개를 잡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렉시 톰슨(미국)이 부진했지만 전반에 세 타를 줄인 주타누간과 동타를 이뤄 공동선두가 됐다.
후반에는 주타누간이 치고 나갔다. 주타누간은 10번홀(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선두로 나섰다. 반면 리디아 고는 후반 들어 좀처럼 버디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주타누간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나 보기없이 착실히 파를 기록하면서 추격의 여지를 남겨뒀다. 기회는 찾아왔다. 주타누간이 경기 막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16번홀(파4), 17번홀(파3) 연속 보기를 범한 것이다.
주타누간과 공동선두가 된 리디아 고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정확히 그린에 올려 버디를 예감했다. 리디아 고는 짧은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면서 12언더파로 경기를 마쳤고, 같은 타수였던 주타누간이 18번홀에서 버디에 실패하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생애 첫 우승을 노리던 주타누간은 마지막 홀에서도 보기를 범해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단독 4위로 경기를 마쳤다.
18번 홀에서 빛난 리디아 고의 평정심
리디아 고가 마지막 홀 버디는 이 대회의 가히 백미(白眉)였다. 리디아 고는 대회 마지막 날 애리야 주타누칸, 전인지와 함께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그 경기의 희비는 최종 18번 홀(파5)에서 갈렸다. 15번 홀(파4)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린 주타누칸은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 현실로 다가오자 잔뜩 긴장한 듯 16번 홀(파4)부터 흔들렸다.
그는 이 홀에서 이번 대회 첫 3퍼트를 기록하며 보기를 적어내더니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끝에 또 1타를 잃어버렸다. 1홀 먼저 경기를 치르던 리디아 고와 졸지에 동타가 됐다.
그러자 리디아 고가 결정타를 날렸다. 18번 홀에 들어선 리디아 고는 장타자들이 2온을 노리는 이 홀에서 끊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정교한 샷으로 세 번 만에 공을 홀 50㎝에 붙인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 1타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최종기록은 12언더파 276타였다. 평상심을 잃어버린 주타누칸은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보기를 범하며 4위(10언더파 278타)로 떨어졌다. 이들을 추격하던 전인지는 16번 홀 보기가 뼈아팠다. 선두에 1타 뒤진 채 오른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글을 노리며 2온을 시도했지만 공이 그린을 지나 러프에 떨어져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이글에 성공했다면 리디아 고와 연장 승부도 가능했다. 허리부상 뒤 한 달 만에 복귀한 전인지는 리디아 고에 1타 뒤진 공동 2위(11언더파 277타)에 올랐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찰리 헐(잉글랜드)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이 대회 우승으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하며 역대 최연소 나이에 메이저 2승을 올린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다. 여자골프에서 이전 최연소 메이저 2승 기록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의 20세9개월이다.
박세리는 1998년 맥도널드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잇따라 제패했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는 마지막 날 버디 5개에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합계 8언더파 280타를 적어내 박성현 등과 공동 6위에 올랐다. 올 시즌 2승을 올린 장하나는 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채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쳐 이미향 등과 공동 36위로 대회를 끝냈다.
리디아 고, 승리의 비결은 간결한 스윙
리디아 고의 가장 큰 장점은 샷의 정확도이다. 이처럼 편차가 적어 ‘컴퓨터 샷’을 때린다고 불리는 리디아 고 스윙의 핵심 요소는 간결함이다. 따라서 최연소(18세11개월10일)로 메이저 2승을 수확한 것도 큰 동작이 없는 간결한 스윙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리디아 고는 짐 퓨릭(46·미국)의 ‘8자스윙’과 비슷한 ‘A스윙’을 한다. 최근 유명 골프 교습가인 데이비드 리드베터(64·미국)가 리디아 고 등 많은 유명 선수에게 전수하면서 관심을 모은 ‘대안 스윙(alternative swing)’의 일종이다.
A스윙의 가장 큰 특징은 쉽게 익힐 수 있다는 것. 먼저 그립을 잡은 손목 각도를 유지하고 클럽 페이스를 닫은 채 그대로 오른쪽으로 밀어 허리 부분까지 백스윙을 한다. 왼쪽 어깨를 거의 수직으로 떨어뜨리며 밀어주되, 오른쪽 어깨는 반대로 하늘을 향해 올려주는 느낌으로 하는 게 요령이다. 손목이나 팔 대신 몸통의 큰 근육을 쓰기 때문에 테이크 어웨이는 물론 백스윙도 쉬워진다.
그립 끝이 배꼽 쪽을 가리키게 유지하며 몸통과 클럽을 함께 회전해주는 게 중요하다.
나머지 절반의 백스윙은 클럽을 그대로 수직으로 들면 된다. 다운스윙은 A스윙의 특징이자 핵심이다. 왼쪽 엉덩이를 타깃 쪽으로 밀어주면서 오른팔을 겨드랑이에 밀착시켜 다운스윙을 시작하면 클럽이 뒤로 자연스럽게 누우면서 떨어진다는 게 장점. 리드베터는 “백스윙과 다운스윙은 아마추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라며 “연습시간이 충분치 않은 아마추어들이 쉽게 배울 수 있고, 티칭프로도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고안한 게 A스윙”이라고 말했다.
임팩트 이후 릴리스, 폴로스루, 피니시도 오른손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왼손으로 굳이 리드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단점도 있다. 몸 뒤에서 공쪽으로 헤드가 빠져나가는 ‘인-아웃’ 궤도가 잘 그려지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훅이나 푸시가 날 가능성이 있다. 임경빈 JTBC 해설위원은 “다운스윙을 아웃에서 인으로 깎아치거나 덮어 쳐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아마추어들이 하면 교정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와 끝까지 좋은 경기를 펼친 전인지
이번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는 리디아 고의 시대가 한동안 굳건할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전인지가 리디아 고의 라이벌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무대였다. 최종 4라운드 17번홀이 끝났을 때 ‘전략가’ 리디아 고와 같은 조의 ‘승부사’ 전인지는 각각 11언더파 공동 선두, 10언더파 단독 4위를 달렸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5). 리디아 고의 드라이버 샷이 생각보다 오른쪽으로 갔지만 다행히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전인지의 티샷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에 안착했다. 두번째 샷을 준비하는 둘은 ‘안전하게 3온으로 공략해 버디를 잡을 것인가, 2온으로 이글을 노릴 것인가’의 고민에 빠졌다.
리디아 고는 그린 앞까지 202야드가 남았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3번 우드로 공략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캐디 제이슨 해밀턴은 “210야드가 남아 있어 자칫 실수하면 (그린 앞을 가로지르는) 워터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 2온을 하지 않더라도 버디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리디아 고는 그의 말대로 우드 대신 8번 아이언을 잡고 잘라서 코스를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1타가 뒤졌던 전인지는 남은 거리가 205야드라는 것을 확인한 뒤 ‘후회없는 경기’를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전인지가 친 두 번째 샷은 연못 넘어 그린에 떨어졌지만, 너무 잘 맞은 탓에 경사를 타고 굴러 그린 뒤쪽 연못 턱의 러프에 걸렸다.
리디아 고는 샌드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을 그림처럼 날려 홀 50㎝에 붙였다. 연장 없이 우승에 쐐기를 박은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한숨을 돌린 리디아 고는 18번홀 그린으로 가는발걸음이 가벼웠다. 스탠드에서 손을 내민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메이저대회의 긴장감을 즐기고 있었다.
전인지는 제대로 스탠스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세 번째 샷을 잘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리디아 고 역시 가볍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밝은 미소로 갤러리에게 인사했다.
챔피언조의 에리야 주타누칸(태국)이 마지막 3개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적으면서 리디아 고의 우승은 결정이 났다.
리디아 고는 우승 인터뷰에서 “모든 샷이 특별하지만 특히 72홀 경기의 마지막 홀에서 한 버디는 더 특별하고 기분 좋은 일”이라며 “우승을 결정짓는 버디여서 더욱 그랬다”고 이날 18번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지만 리디아 고는 최연소 메이저 2승 달성에 대해서는 “그런 기록보다 이번 대회에 우승했다는 것, 특히 메이저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물론 최연소 메이저 우승기록이 중요하지만 내게는 모든 우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이어 “11, 13, 17번홀에서 파퍼트를 모두 넣어 타수를 잃지 않고 추격할 수가 있었다”면서 “만약 이 홀에서 보기를 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른다. 특히 17번홀에서 보기를 했다면 18번홀 버디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결정적인 상황에서 파퍼트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마지막 홀의 귀한 버디에 힘입어 공동 2위로 마감한 전인지는 “몸 상태와 샷 감각은 90% 이상 회복했다”고 밝히며 “허리 근육 쪽은 당분간 갈 것이라 하더라.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인지는 또 “이번에도 이 대회에서 많은 걸 얻어간다”며 “초반 8개홀에서 정말 어려운 파세이브를 많이 했다. 이렇게 참고 견딘 경험은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이 대회에서 좋은 샷 감각으로 상위권을 넘볼 수 있었지만, 퍼트로 타수를 까먹으면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전인지는 퍼팅을 대폭 수정하는 모험을 강행했고, 그 결과 한·미·일 메이저대회 석권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올해의 경험 역시 더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전인지, “경쟁자 리디아 고의 정교한 샷에 박수쳤다”
전인지는 ANA 골프대회 공동 2위를 포함해 올해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톱3’ 입상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한 달여의 공백을 깨고 출전한 복귀전에서 완벽한 부활의 샷을 날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
또한 난도가 높은 코스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에서 연이어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왜 전인지를 메이저 여왕이라고 부르는지를 재확인시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 다이나쇼 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전인지와 리디아 고는 챔피언조의 앞조로 출발했지만, 이날 경기의 전체 흐름을 주도했다. 긴장감 속에서 누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는지가 우승의 관건이었다. 18번홀(파5)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까지 예측할 수 없었던 우승자의 윤곽은 그린에 올라서면서 서서히 베일을 벗었다.
리디아 고가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샷들로 또박또박 끊어가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전인지는 마지막 홀에서는 작심하고 승부수를 띄웠다. 16번홀(파4)에서 1타를 잃은 전인지는 우승하려면 이글을 노려야 한다는 생각에 두 번째 샷으로 과감하게 핀을 공략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잘 맞은 샷은 연못 근처의 그린 뒤쪽 러프에 걸렸다. 스탠스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인지는 세 번째 샷을 잘 붙여 버디로 마무리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경기를 마친 뒤 “티샷이 워낙 좋은 자리에 떨어졌고 남은 거리도 205야드 밖에 안 됐다"며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서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인지는 함께 경기한 리디아 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인지는 “긴장되는 순간도 즐기고, 흐름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도 아는 거 같다. 또 그걸 뒷받침하는 실력도 있다”면서 “왜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있는지를 알 것 같다”는 동반 소감을 밝혔다.
전인지는 리디아 고가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은 18번홀 세 번째 샷을 보고 “너무 잘 쳐서 옆에 서 있다가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4 라운드에서 전인지와 리디아 고의 샷 감이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퍼팅감은 남달랐다. 퍼트 26개만 친 전인지와 27개로 막아낸 리디아 고는 여러 차례 위기 상황을 정확한 퍼트로 모면할 수 있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