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롯데마트 여자 오픈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장수연 KLPGA 롯데마트 여자 오픈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장수연
골프가이드 2016-05-10 14:45:38

2016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33개 대회 중 4개 대회가 끝나면서 10분의 1을 넘어섰다. 4개 대회에선 모두 새로운 우승자가 배출됐다. 시즌 초반이고 강자로 손꼽히는 박성현(23)과 고진영(21) 등이 해외투어 출전으로 국내대회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섣불리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김효주(21), 전인지(22)처럼 투어를 장악할 슈퍼스타의 탄생보다는 오랜만에 춘추전국시대가 될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는 장수연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글 방제일 기자 사진 LPGA 공식 홈페이지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KLPGA

실력 평준화 현상도 독주보다는 춘추전국시대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신인부터 중견, 베테랑까지 실력에 큰 차가 크지 않아 매 대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4개 대회에서 연장전 1회, 1타 차 승부는 두 차례 펼쳐졌다. 10일 끝난 롯데마트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도 혼전 끝에 우승자가 탄생했다.

뚜렷한 우승후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반 9홀이 끝나기도 전에 1위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1위부터 5위까지 타수 차는 1타 밖에 나지 않았고, 선두권에 올라 있는 5명 중 4명은 우승 경험이 없었다. 혼전을 거듭한 끝에 장수연(22)이 우승트로피를 가져가면서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에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투어 8년 차 양수진(25)은 “신인이라고 해서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베테랑이라고 해서 월등히 실력이 나은 것도 아니다. 갈수록 실력차가 좁혀져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2주 전 베트남 달랏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달랏 at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김보경(31·요진건설)의 부친 김정원(60)씨는 “박성현까지 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많은데, 그러면 누가 국내 무대 1인자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수연이가 아니겠냐”고 잘라 말했다.

지난 4월 10일 두 사람의 말은 열흘 남짓 만에 현실이 됐다. 제주 서귀포 스카이힐롯데 제주 골프클럽(파72·6187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 투어 ‘4년차’ 장수연(22·롯데)이 데뷔 74개 대회 만에 마지막홀 ‘칩인 이글’ 한 방으로 4년 묵은 갈증을 풀었다.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쓸어담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최종 성적은 13언더파 275타. 막판 우승 경쟁을 벌인 양수진(25·파리게이츠)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우여곡절 끝에 첫 우승의 영광 안은 장수연

2012년 시드 순위전에서 2위로 정규투어에 발을 들인 장수연은 생애 처음으로 받은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보탠 시즌 상금이 1억 8800여 만원이 돼 부문 순위도 종전 7위에서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에는 곡절 투성이었다. 2013년 데뷔전으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 2위의 성적을 거둬 기대를 잔뜩 받았지만 지난 3년 동안 최고 성적은 준우승 네 차례가 전부였다. 지난해에도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 챔피언십 2위를 포함해 9차례나 2위 상금을 가져갔지만 정작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사실 장수연은 우승컵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를 뼈속깊이 품은 선수다. 고교 1학년 때인 2010년 KLPGA 투어 현대건설·서울경제오픈에서 어이없는 벌타를 받아 눈앞의 우승을 놓친 적이 있다. 마지막 라운드 15번홀(파4)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할 때 무심코 캐디백을 그린 방향으로 뉘어 놓았는데, 이것이 샷의 방향잡기에 도움이 됐다는 의심을 사 2벌타를 받았고 결국 연장까지 끌려간 뒤에 다잡은 우승을 놓쳤다. 그날 이후 ‘대회 마지막날 절대로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는 절절한 징크스도 생겼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며 공동선두로 출발한 조정민(22·문영), 아마추어 초청선수 최혜진(17·부산 학산여고)이 타수를 줄이지 못한 가운데 ‘잠룡’들의 우승 경쟁이 치열했던 4라운드.

양수진(25·파리게이츠)과 나란히 11언더파 공동선두로 연장의 기운까지 감돌던 18번홀(파5) 장수연은 깃대에서 10m 떨어진 그린 언저리에서 58도 웨지로 시도한 세 번째 샷인 러닝 어프로치를 그대로 홀에 집어넣으며 단숨에 2타를 줄여 막판 대혼전을 평정했다. 장수연은 “소속사인 롯데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큰 짐 내려놓은 장수연은 “6년전 일은 잊어버렸어요.”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우승을 하게 돼 기뻐요. 앞으로 2승, 3승을 이어가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어 장수연은 “많은 도움을 주신 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소감을 이어갔다. 장수연은 최종 4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 타이인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장수연은 양수진, 이승현을 2타차로 제치고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양수진과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18번홀(파5)에 나선 장수연은 187m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으로 볼을 그린 에지에 떨어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같은 조의 양수진은 그린을 크게 넘겨 어프로치 샷이 쉽지 않아보였다. 찬스를 잡은 장수연은 10m 칩인 이글로 한꺼번에 2타를 줄였다.

그는 “그냥 홀을 지나치게 치자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칩샷을 한 게 이글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장수연은 그동안 74개 대회에 출전하는 동안 준우승만 4차례 하면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특히 고교생이던 2010년 KLPGA 투어 현대건설 서울경제오픈에서 어이없는 벌타를 받아 우승을 놓친 아픔이 있었다.

15번홀(파4)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을 할 때 캐디백을 옆에 뉘여 둔 것이 화근이 됐다. 캐디백으로 방향잡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의심을 사 2벌타를 받았고, 이정은(28·교촌F&B)과 연장전 끝에 우승을 놓쳤다. 당시 직전 대회인 LIG클래식에서 아마추어 배희경이 우승한 뒤여서 “2주 연속 아마추어에 우승을 내줄 수 없다”는 협회의 억지스런 행정의 희생양이었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때 일은 벌써 잊어버렸다”는 그는 “하지만 오랫동안 슬럼프가 와 극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해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23일 미국 하와이에서 개막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스폰서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미국 땅에서 열리는 LPGA 대회로는 첫 출전었다.

장수연은 “선수로의 꿈이 LPGA에 진출하는 것인데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Q스쿨을 봐 LPGA에 꼭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까지 우승경험이 없어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 섰어도 불안했는데 이제는 좀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5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원포인트 레슨